임금을 낮추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아주 오래 전에 폐기된 임금기금설을 연상시킨다.
이 임금기금설을 턴테이블에 걸고 거꾸로 돌리면 이 정부의 ‘잡셰어링’이 등장한다. 즉 이 사회가 임금지급에 충당되는 자본은 정해져 있으므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으면 자본가들은 남는 자본을 소비할 목적으로 신규인력을 고용하게 된다는 원리다. 이건 단순히 웃어넘기기 어려운 블랙코미디다.
첫째, 경제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 기업들은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없고, 확장적인 계획보다는 수축적인 계획을 짜게 마련이다. 임금은 반절로 줄임에도 같은 생산력을 얻을 수 있는 기업이 굳이 설정된 노동비용을 지출하기 위해 생산력을 2배로 늘일 이유가 현재로서는 없는 것이다. 한 예로 해운업체들은 현재 기수주한 계약이 취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임금이 줄어들면 노동자들의 가처분소득이 줄어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수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긴 해도 내수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경기진작 수단인데, 임금삭감은 이 시장을 포기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그나마 노동자들의 소비를 유지시켜주던 가계대출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셋째, 정부가 급기야 공공부문의 신규고용에 대해 임금을 삭감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계급 간의 갈등뿐 아니라 세대 간의 갈등까지 본격화시키자는 이야기나 진배없다. 벌써부터 이 소식을 전하는 인터넷사이트 게시판에 깎으려면 다 깎아야지 무슨 말이냐며 험한 소리가 오가고 있다. 물론 그 분노는 저 발상을 한 이들에게 향해야 함에도 그 공동의 피해자들이 이전투구하고 있는 모양새라 그것도 블랙코미디다.
이정환씨가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대안은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감축이다. 또는 정 기업내부의 차원에서 임금삭감 – 꼭 그것이 궁극의 해법도 아님은 두말할 나위 없다 – 을 통해서라도 위기를 돌파하여야 한다는 노사간 합의가 있다면 그것은 기업 스스로의 경영상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이것을 정부 차원에서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박정희 식의 흘러간 ‘자본주의 계획경제’를 떠올리게 할 뿐이다.
밀의 저 이론은 1820년부터 1870년에 걸쳐 영국경제를 지배하는 이론이 되었으나 영국의 자본축적이 크게 증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하지 않자 말 자신이 그 이론을 포기하였다. 즉 떡줄 놈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