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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단상

박재범을 비롯하여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활동하는 재외교포들은 거의 예외 없이 재미교포다. 재외교포 출신의 연예인 중 1세대라 할 수 있는 이현우에서부터, 박정운, 유승준, 지누션, 다니엘 헤니 등 허다한 교포 연예인들이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자란 이들이다. 몇몇 소수의 예외라면 남미음악을 선보였던 임병수나 필리핀 국민가수로 2NE1에 합류한 산다라박 정도다.

이는 당연한 이치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전 세계 대다수의 나라가 그렇듯 영미권의 문화, 특히 미국의 대중문화를 답습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부대에 재즈가 선보인 이후에 미국의 대중문화가 체제에 위협적이지 않는 한은, 미국의 대중문화는 거의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어 왔다. 그러니 어려서부터 미국의 대중문화를 한국의 대중문화에 한수 가르쳐줄 감수성을 지닌 ‘황색의’ 본토인(!)들이 득세하는 것은 당연하다.

같은 랩을 해도 뭔가 본토스러운 영어랩을 해주고 미쿡의 어디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는 신비감이 결합되면서 한국의 연예기획사는 마치 겉멋들은 레스토랑이 내용도 알 수 없는 영미권의 하드커버 도서로 벽면을 장식하듯이, 교포들을 수입하여 문화 아이콘으로 키워왔다. 나중에는 한국토종이어도 미국에서 온 것인 양 미국식 이름을 붙였다. 본명이 ‘순자’거나 말거나. 영어를 할 수 있거나 말거나.

재미교포라는 지위가 우리나라에서 일단 다른 나라 출신의 교포보다 – 특히나 연변출신 등 구공산권 교포들 – 우월적 지위에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역시 한국의 내셔널리즘의 프레임에 휘말리면 – 그들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도 부정할 수 없지만 –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외국인으로 분류된다. 군대 안 가려고 미국시민권 획득했다는 혐의를 받고 추방당한 유승준이 대표적이다.

서구적 대중문화 풍토와 별개로 단일민족이라는 신화에 대한 문화적 배타성이 남다른 한국 땅에서 군대 안간 유승준이나 한국인이 싫다고 한 박재범은, 이제 시커먼 피부에 인쇄소에서 일하는 제3세계 이주노동자의 지위로 전락하였다. 연예기획사의 입장에서도 선진외국 출신이 아닌 국외자 내지는 배신자로 분류된 이주노동자를 잡아둘 이유가 없다.

그렇게 우리 대중문화계는 서구, 특히 미국의 문화 코드를 부러워하는 마음으로 소비하면서도 그 문화노동자들은 한국의 배타적 민족성을 수용하여야 한다는 이중적인 기준을 가진 소비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래서 연예계 종사자들은 여타 사고방식은 굉장히 쿨하고 서구적이면서도 술잔 받을 때나 군대 갈 때쯤 되면 된장 냄새 진하게 날 정도로 한국스러운 토종으로 돌변해야 한다. 연예기획사는 춤이나 가창력 이전에 그걸 가르쳐야 할 것 같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SNS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SNS 이용자들을 위한 팁 하나’를 참고하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