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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렛대 효과의 무서움

셰일 가스의 붐이 웨스트텍사스의 – 한동안 방문자들은 작동하는 펌프잭보다는 뛰어다니는 멧토끼로 가득 찬 들판을 볼 수 있었던 곳 – 풍경을 바꿔놓은 것처럼 미국 신용시장의 모습에도 드라마틱한 영향을 미쳤다. 바클레이스의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채권은 1조3천억 달러의 정크본드 시장에서 15.7%를 차지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단지 4.3%에 불과했다. [중략] 비슷한 추세가 레버리지대출 시장(the leveraged loan market )에서도 진행되어 왔다. S&P캐피털 IQ에 따르면 2004년 3.1%던 미상환 대출 비중은 4.6%까지 커졌다. [Crude slide sparks oil-related debt fears]

어제 살펴본 석유시장과 금융시장과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검색을 해보았다. 파이낸셜타임스에서 괜찮은 기사를 하나 발견해서 그 중 일부분을 번역해보았다. 어제 글에 프로젝트파이낸스 시장이 유전개발 등 석유 시장과 함께 발전해 왔다고 말했고 여전히 해당 시장은 PF의 주요 시장이지만 인용한 기사를 보면 최근에는 프로젝트파이낸스 시장보다 정크본드 시장이 더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기사에서 언급한 레버리지대출은 PF 상품과 대부분 겹친다. PF를 구조화할 때에 소요자금은 크게 자본과 대출로 나뉘고 이때 통상 자본에 비해 대출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데 바로 이런 지렛대(leverage) 효과를 노린 대출을 레버리지대출이라고 칭하기 때문이다. 이 시장도 시간이 흐르면서 비중이 커지기는 했다. 하지만 정크본드 시장은 그 시장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셰일 가스 시장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전통적인 석유메이저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체자금이나 장기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PF 등을 선호할 것이다. 채권을 발행해도 그들의 채권은 단연 우량채권이다. 하지만 셰일 가스는 벤처 산업이다. 그들의 PF시장에로의 접근은 쉽지 않을 것이고 결국 높은 금리를 줘야 하는 정크본드 시장이 주요한 자금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채권(bond)이든 대출(loan)이든 어쨌든 자본(equity)이 아닌 돈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바로 위에서도 언급한 지렛대 효과를 위해서다. 만약 그 돈이 같은 에쿼티로 들어왔으면 채무보다는 덜 괴로운 일이지만 채권이나 대출은 사업의 부침 여부와 상관없이 때가 되면 원리금으로 갚아야 할 돈이다. 호황기에는 경제 확장을 가속화시키지만 이렇게 불황기에 접어들면 몰락을 가속화시키는 것이 바로 지렛대 효과다.

Fed의 “저렴한” 수고비

블룸버그 뉴스는 오늘 중앙은행이 미국의 납세자들을 대신하여 은행들에 빌려준 1.5조 달러의 대출에 대한 담보로 받은 증권을 연방준비제도가 공개할 것을 연방법원에 요구하였다. 원고의 첫 진술에 따르면 이 소송은 연방관리들이 정부서류를 언론과 일반대중이 이용 가능하게끔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연방정보공개법에 의거한 것이다. “미국의 세금납세자들은 미국의 금융업에 대한 전례 없는 정부의 구제금융이 지니고 있는 리스크, 비용, 그리고 방법론을 알 자격이 있다.” 이메일에서의 뉴욕 블룸버그의 한 단위인 블룸버그 뉴스의 편집장 매튜 윙클러의 의견이다.[Bloomberg Sues Fed to Force Disclosure of Collateral]

2008년 11월 7일자 블룸버그 기사다. 그리고 마침내 연방법원의 명령에 따라 최근 Fed는 대출서류를 공개했고, 신문은 그 내용을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Fed는 PDCF(Primary Dealer Credit Facility) 프로그램을 통해 월街 금융회사의 1,180억 달러에 달하는 정크본드, 부실대출, 등급이 알려지지 않은 증권 등을 현금으로 바꿔줬다고 한다.

이 금액은 리만브라더스가 망한지 2주 후인 2008년 9월 29일 돈을 빌릴 회사들이 Fed에 제공한 1,643억 달러의 담보의 72%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이를 통해 은행들은 총 1,557억 달러를 빌렸다고 한다. 이 말은 또한 담보완충(collateral cushion)이 불과 5.49%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신문은 전하고 있다(계산식은 [1,643-1,557]/1,557).

이중 위험한 담보를 계산해보자. 담보의 43.6%인 717억 달러는 단순 대출이 아닌 위험부담이 높은 자본금(equity)이고, 11.2%인 184억 달러는 이미 부실화된 대출을 포함한 ‘고위험대출(High- yield debt)’(이를테면 구조화된 금융에서 상환순위가 더 늦은 대신 더 높은 금리를 받는 부분), 17%인 280억 달러는 등급이 알려지지 않은 담보였다.

완충담보가 “인수된 담보의 위험에 비해 너무 작다” Pirrong(휴스턴 대학의 재무 교수)이 말했다. “시장의 휘발성이 엄청났던 시기에 정크거나 부실화된 대출과 자본금이 담보라는 것은 무척 놀라운 것이다.”[Fed Let Brokers Turn Junk Into Cash at Height of the Financial Crisis]

그럼 누가 이 엄청난 금액을 빌렸을까? 모건스탠리가 613억 달러로 1위다. 메릴린치가 363억 달러로 2위다. 이들 담보는 전체 담보와 유사하게 상당한 비중의 자본금, 등급이 없는 증권들, 정크 또는 부실화된 대출을 포함하고 있다. 결국 구제금융은 대마불사의 원칙하에 움직였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문제점을 살펴보자면 – 돈을 번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돈을 번 원인이 문제지만 – 첫째, 그들이 상업은행의 흉내를 내서 돈을 버는 것은 전통적인 Fed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언제 부실화될지 모르는 채권들을 손에 들고 돈을 벌었다. 일반은행들도 비록 부실자산으로 염려되는 여신일지라도 작년 한해 이자율 상향조정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지적대로 연방은행이 해당 채권들을 팔려고 할 때 자본이득(capital gain)을 취하기는커녕 시장에서 소화가 될지도 모르는 채권이 상당수라는 것이 문제다. 결국 미래의 예상손실을 현재 따먹고 있는 것일 뿐일지도 모른다.[2009년 가장 장사를 잘한 은행]

2010년 1월, 내가 작성한 글이다. 당시 알려진 바에 의하면 Fed는 45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려 전 세계 은행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은행이 되었다. 어떤 이는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Fed의 시의적절한 구제금융이 금융시장을 위기에서 건졌고, 어려움에서 벗어난 시중은행들이 빚을 갚으면서 상황이 정상화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용한 내 글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수익의 창출원은 “언제 부실화될지 모르는 채권들”이었고, 블룸버그가 보도한 내용은 그러한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즉, PDCF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빌려준 금액이 이미 1,557억 달러이고 이들 금액에 대한 담보가 부실한 상황에, 담보의 27%만 부실화되어도 2009년 수익이 몽땅 날아가는 것이다.

은행의 수익창출 방법은 간단하다. 레버리지를 높여 더 많은 신용을 창출하고 이자를 받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위기가 도래할 때 과다한 레버리지와 질낮은 담보가 은행의 목을 죄고 결과적으로 은행은 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최종대부자인 Fed가 금융회사가 망하지 않게 하려 엉터리 담보를 떠안은 것이다. 사상 최대 수익은 그 “저렴한” 수고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