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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비이성적이라면 나머지 세계는?

어떠한 생산적인 정상화나 탈핵화에 관한 대화도 영영 불가능한 정권이라고 성급하게 결론내리기 전에, 기록을 다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세계의 지도자들은 1994년 북한과의 미·북한 핵동결 협약에 서명했다.(나는 호주의 외교부 장관으로서 그 과정에 개입했다) 그러나 우리는 핵반응로의 건설과 약속한 중유의 공급을 지연시켰는데, 부분적으로는 정권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후에 재설정된 외교적 궤도는 2002년 조지 W. 부쉬의 “악의 축” 발언으로 중단되었다. 2005년 잠재적인 새로운 협상이 미국무부를 통해 논의되었을 때, 미재무부 관리들은 세계 각국의 은행들에게 여하한의 북한 기관과의 계약도 수행하지 말라고 경고함으로써 창문을 거세게 닫아버렸다. 북한과의 화해를 희망하는 10여년에 걸친 지속적인 희망을 위한 “햇볕 정책”은 2008년 남한에서 이명박이 당선으로 갑작스레 중단되었다. 북한 사람들은 변덕스럽고, 불편하며, 무책임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에 대해 모든 비난을 감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완전히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아니다.[Keeping Calm on North Korea]

호주의 외교부 장관을 지냈던 Gareth Evans의 글 중 일부다. 제목처럼 차분한 논조로 북한의 핵실험의 과거를 되짚어보고 관련국들의 냉정하고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북한의 행동은 지극히 도발적이고 무모한 시도이지만, 필자의 주장처럼 이를 완전하게 비이성적인 행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때 그들의 행동을 “벼랑끝 전술”이라고 이름 붙여 국제사회의 깡패로 낙인을 찍었지만, 국제사회 역시 – 특히 정권이 다른 당으로 바뀐 미국과 남한 – 이전의 약속의 이행을 지연시키거나 뒤집는 등 “비이성적”으로 행동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북한 정권이 자국민에게 외세의 위협을 과대 포장하여 주입시키기에 좋은 여건을 마련해준 셈이다.

개인적으로 당초 북한이 원자로를 만들 때부터의 의도는 분명 핵무기 보유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 이후 국제사회는 대화로 사태를 해결할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이 기회들은 미국과 남한의 정권교체와 북한 정권의 안정성에 대한 오판 때문에 놓쳐버린 셈이다. 강경조치로 얻은 것은 북한의 핵무기 기술의 발달과 주민의 주린 배밖에 없다.

한편, 핵실험을 있던 날 해프닝이 있었는데, 주요 포털의 검색어 차트에 ‘핵실험’보다 ‘이니스프리’가 더 높은 순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날 그 회사가 할인행사를 했기 때문이다. 일부 뜻있는(!) 이들은 “낮은 안보의식”을 개탄하였다. 나는 그렇다면 안보의식 없이 돈독에 오른 주식시장도 비난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는데 조선일보가 이를 실천에 옮겼다.

3년 전에 쓴 관련글 : 북한의 핵도발에 대한 단상

“오바마 널 위해 폭탄을 준비했어”

슈피겔의 “Kim Jong Il Has Bombs for Barack”라는 기사를 발췌한 것이다. 현 시점에서 북한의 행동은 전혀 돌출행동이 아니며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식의 대화의 제스처라는 분석이다.[원문보기]

월요일에 있었던 평양의 폭탄시험은 정치적 공갈 차원의 시도인가? 북한은 그들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통해 외교적인 존재감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정부로부터의. 김정일은 약간의 존중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과의 만남을.

이를 통해 “위대한 지도자 동지”의 왕국은 나머지 세계와의 한판 승부로 좀더 나아갔다. UN 안보리의 비난과 더 강화된 경제 제재도 준비되어 있다. 김정일과 그의 장군들에게 이는 거의 차이가 없다. 그들은 국제사회가 그들을 배신하고 매도했다고 느끼고 있다. 북한 관리들이 최근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쏘아 올렸을 때 그들의 가장 가까운 파트너인 중국은 UN 안보리가 제재조치를 취하는 것을 저지하지 않았다.

사실 북한은 모두들 자신들을 속였다고 느끼고 있다. 평양이 작년에 핵 원자로를 쓰지 않기로 하고 심지어 냉각탑의 하나를 폭파해버리는 것까지 동의한 후에, 관리들은 그들의 상대들은 협상을 끝내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평양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미국인들이 갑자기 더 심도 깊은 조사를 주장하면서 단지 북한을 테러리즘 지원국 리스트에서만 마지못해 제외시켰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국의 새 대통령 바락 오바마는 기대했던 것보다 덜 우호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에는 많은 관리들이 남한의 “햇볕 정책”에 너무 급속하게 호의적이었다는 이유로 그들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보수적인 핵심간부들은 나라 전체에 넘쳐났던 민간 시장을 제거하고 싶어 한다. 이는 북한군으로부터의 강경노선 세력들이 지금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대립과 도발이 왕국을 지탱하고 이익을 도모하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정일의 건강 문제, 권력승계에 대한 불확실성, 허약한 경제, 지속적인 식량부족 등을 고려 할 때 북한의 내부 안정이 당연히 우려됩니다.” CIA의 새 우두머리 레온 파네타가 최근 한 말이다.

모든 방향으로부터 압박받고 있는 이와 같은 취약한 상황에서 왕국은 그들의 칼을 조금 흔들어야만 했다. 김정일이 지금 폭탄 발사를 선택한 것은 완전히 이치에 닿는 일이다. 김은 더 이상 예측불가하게 행동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행동은 그들의 적의 허를 찌르기 위해 냉정하게 계산된 것이다.

김은 그의 아버지와 같은 피스메이커, 영원한 지도자의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때까지 그는 계속 폭탄을 요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