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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 Strummer: The Future Is Unwritten

Punk를 정확히 언제 누가 발명(!)하였는지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겠지만 The Clash가 그 많고 많은 펑크밴드들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밴드들 중 하나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 위대한 펑크밴드의 중심에는 Joe Strummer가 있었다. 영국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나 터키, 멕시코 등을 돌아다며 컸던 Joe는 영국으로 돌아와 부모와 떨어져 그의 형과 함께 기숙학교에 다니며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했다.

Joe가 불의의 심장마비 사고로 운명을 달리 한 2002년으로부터 4년이 지난 2006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The Future is Unwritten은 이 독재적이고, 한편으로 인간적이고, 한편으로 급진적이었던, 그리고 스스로는 뮤직씬에서 한 번도 섹시심볼이었던 적이 없다고 주장하던 이 잘 생기고 매력적인 인간의 다양한 인간적 모습, 그의 음악, 그리고 그가 꿈꾸던 세상을 그 주변인들과 팬들의 인터뷰를 통해 재생시켰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매우 다양하다. 그가 The Clash로 옮겨가기 전에 만들었던 The 101’ers에서 함께 음악을 한 이들, 이 시절 버려진 주택을 점거하여 같이 살던 이들, Mick Jones를 포함한 The Clash의 멤버들, 그를 영화에 출연시킨 Jim Jarmusch, 함께 영화에 출연한 Steve Buscemi, 그의 팬이었던 John Cusack, Matt Dillon, Bono 등등. 이들은 The Clash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그를 추억하기도 한다.

The Clash는 “무정부주의적”이라 불리던 – 사실은 무정부주의적이라기보다는 “주의”에 얽매이지조차 않은 철저한 체제부정에 가까웠지만 – Sex Pistols에 비해 확실한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행동을 요구했고 가사는 직선적이었다. 이러한 분명한 정치적 태도는 후에 밴드가 상업적으로 성공하게 됨에 따라 그들을 옥죄는 모순의 씨앗이 되었고, Joe는 그런 이유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이유로 방황하게 된다.

Joe의 이런 모습에서 전에 다른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았던 또 하나의 위대한 아티스트 George Harrison의 방황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비록 정치적 입장은 다소 차이가 있었고, 그 방황의 대안 역시 달랐지만 무절제한 쇼비즈니스에서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황폐하기 만들기보다는 보다 진실한 삶을 추구하려 하였다는 점에서 둘의 태도는 유사한 점이 있었다. 그리고 또한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죽었단 사실도 닮았다.

둘의 유사점이 또 있다면 바로 음악적인 면에서 서구에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들여와 밴드의 음악적 지향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점이다. Joe는 자메이카에서 레게를, George는 인도의 전통음악을 도입하여 각각의 음악세계와 접목하였고 이는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매우 성공적이었다. 특히 Joe의 레게와 펑크의 결합은 反인종주의를 지향하는 밴드의 정치적 태도가 음악적 형식으로도 성공적으로 구현됐다는 특징이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아쉬운 점은 이 점이다. 어떻게 The Clash가 다른 펑크밴드와 달리 정치적 지향과 음악적 형식을 유기적으로 통합시키는 계기인 레게를 접했고, 그것을 그들의 음악에 도입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많지 않다.1960~70년대 영국이라는 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정치적, 지리적, 인종적 위치와 그런 격변이 The Clash의 음악과 어떻게 상호작용하였는지를 좀 더 조명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DVD는 다큐멘터리 본 작품이외에 별도로 다큐멘터리에 싣지 않은 인터뷰들을 담고 있다. 이 인터뷰의 내용이 또 상당해서 별도의 콘텐츠로 여겨질 만하다. 내용도 별도로 챙겨볼 필요가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데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Martin Scorsese가 우연히 The Clash의 음악을 듣고 푹 빠졌고, 이들의 음악에서 그의 걸작 Raging Bull을 만드는데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에피소드였다. The Clash와 Raging Bull 이라니.

Punk 略史

Proto-Punk라는 장르는 사후적으로 정의된 장르라 할 수 있다. 즉 1970년대 중반 Punk가 하나의 거대한 물결을 형성한 이후, 그 주된 아티스트들이 이전의 어떤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태도에 영향을 받았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에서 무리 지워진 60년대 아티스트들의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당시에는 이들은 어떠한 공통점도 일치된 정신도 없었다 할 수 있다.

여하튼 이들 Proto-Punk의 대표는 역시 이전의 인습을 깡그리 무시한 정체불명의 음악을 시도한 David Bowie 다. 그의 중성적인 패션과 모호한 음악 들은 수많은 다른 장르에도 그렇지만 특히 Punk 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또한 이 당시 Proto-Punk로 분류되는 이들로는 MC5, Modern Lovers, The Velvet Underground, T-Rex, Television, 심지어는 점잖게 양복을 빼입고 노래했던 Roxy Music까지도 거론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밴드는 단연 Roxy Music. 하지만 다른 이들이 이들의 히트곡 Same Old Scene 을 들으면 대체 이 밴드와 Punk 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궁금해 할 것은 당연하다. 아무래도 Modern Lovers가 보다 Punk 에 다가섰다 할 수 있겠다. 그들의 담백하지만 반항기어린 곡 Roadrunner 를 들으면 확실히 Punk 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더 나아가 Television 의 Marquee Moon 은 Punk 는 연주가 딸리는 음악이라는 편견을 여지없이 까부시는 명곡이다.

본격적인 Punk 의 시대에 접어들면 영국과 미국 양쪽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태도로 무장한 일군의 아티스트들이 등장한다. 어느새 거대화된 록의 상업화와 쇼비즈니스에 노골적으로 혐오를 드러낸 이들은 소규모 공연장에서의 팬들과의 교류를 한층 중요시 여겼다.

The Sex Pistols의 등장이 역시 Punk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일 것이다. 그들의 명곡 Anarchy in The UK 는 Punk의 많은 부분을 함축하고 있는 곡으로 수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리메이크되었다. 한편 이 밴드의 멤버 Sid Vicious 는 Punk 버전의My Way 를 통해 우상파괴를 시도하기도 하였다.

Sex Pistols 가 좌충우돌 형의 Punk Band 라면 The Clash, The Jam, Gang of Four 등은 보다 확고한 사상과 신념을 가지고 음악활동을 하였다. 좌익사상에 대한 신념이 담긴 이들의 곡은 신자유주의가 막 동이 막 뜨던 영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냉정하게 묘사하였다. 영국 음악의 주요한 조류 중 하나인 Mod Revival 의 원조이기도 한 The Jam 의 Going Ground 는 메시지와 음악성의 화학적 결합의 모범적인 사례라 할만하다.

한편 전설적인 Punk Club 인 뉴욕의 CBGB에서는 영국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Punk Artist 들이 등장한다. The Ramones, Talking Heads(한국어 팬페이지), Blondie, Patti Smith 등이 이들인데 영국의 그것과는 달리 좀 더 지적인 면, 시적인 면, 아방가르드한 면이 강조되었다는 특징이다. Patti Smith 의 읊조리는 보컬이 돋보이는 명곡 Horses 나 Talking Heads의 보컬 David Byrne 의 뻔뻔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Psycho Killer 를 들어보면 확실히 영국의 Punk 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음악 장르든 그렇듯이 Punk 역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인기가 사그라진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새로이 등장하는 음악들은 ‘후기 펑크’ 즉, Post-Punk 라는 이름을 달고 Punk의 태도를 답습한다. 대표적인 밴드가 리더 Ian Curtis의 자살로 더더욱 전설이 된 Joy Division 이다. 댄서블한 리듬에 어울리지 않는 암울함과 부조리함으로 가득 찬 그들의 명곡 Love Will Tear Us Apart 는 그들의 명성이 헛것임이 아님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Echo & the Bunnymen, Siouxsie and the Banshees, The Cure 등이 이 시대를 함께 한 뮤지션들이다.

Punk 의 역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다고 여기는 아티스트가 이 와중에 등장하는데 바로 Devo라는 밴드다. De-evolution, 즉 퇴보를 뜻한다는 밴드명에서부터 수상한 냄새가 나는 이들은 50년대 싸구려 공상과학 영화의 상상력, Punk에 충실한 곡진행, 전면적인 전자음악의 도입 등이 뒤섞인, 그 누구에게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창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들의 명곡 Whip it 을 들어보라. 어이가 없어진다.

그 당시 뮤지션들이 날카롭던 비판정신은 무뎌지고 배에 살이 찐 90년대 후반과 21세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Punk 는 많은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New Wave/Post-Punk Revival 이 바로 그런 조류인데 그 선두주자는 Elastica, The Rapture, Yeah Yeah Yeahs, Arctic Monkeys 등이다. 마지막 입가심으로 The Rapture 의 The House Of Jealous Lovers 를 추천하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