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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잘 하세요

지난 번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라는 글에서 스위스의 금융그룹 UBS가 국내금융기관에 대해서 이상한 소리를 한 것에 대해서 불만을 늘어놓았다. 다행히 마침 그날 UBS의 보고서 원문을 직접 읽으신(대단대단!) 하느니삽님께서 오해를 풀어주셨다. 여하튼 솔직히 오해한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그 기사를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정확히 이렇다.

“너나 잘 하세요.”

무슨 소리인지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아실 것이다.

일전에 ‘레버리지’라는 글에서 레버리지가 산업, 특히 은행업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설명한바 있다. 그런데 각국 주요은행들의 레버리지 현황을 나타내는 위 표를 보라. 상업은행으로 분류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와코비아 등이 레버리지가 10배 정도에 불과해 이 와중에도 우량은행임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에 골로 간 리만이나 베어스턴스를 비롯한 투자은행 집단이 25배에서 35배 사이를 형성하고 있다.

UBS를 보라. 독야청청 저 들에 푸르른 썩은 나무다. 상업은행으로 분류되었음에도 압도적인 레버리지에 자본금도 형편없다. 그런데 오지랖 넓게 무슨 바다건너 남한 땅의 은행들 걱정을 해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 기사에 따르면 결국 결국 유동성 위기에 몰린 UBS가 스위스 정부로부터 60억스위스프랑(53억달러)을 지원받기로 했다고 한다. 자기 기와집에 불났는데 남의 초가집 불날까봐 걱정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무슨 민족주의적인 비분강개 이런 것이 아니다. 오늘 날의 금융시장이 이렇게 후안무치하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개판이 되었고 그 근저에는 엉터리 신용등급을 남발한 신용평가사들과 애널리스트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들은 오늘도 한 치의 부끄러움 없이 또 다른 이들의 신용도에 대해 떠들고 있는 것이다.

S&P는 국내 7개 금융기관을 가지고 떠들고 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예 국가 하나를 들어먹으려고 하고 있다. 물론 이를 하나의 경고음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국내 정치권들의 아전인수도 꼴불견이기는 하다. 하지만 저들의 목소리에는 오만한 서구 우월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UBS고, S&P고, 헨리 폴슨이고 간에 뼈를 깎는 반성, 아니 최소한 자기들이 신주단지처럼 모셨던 금융자본주의, 신자유주의, 탈규제가 틀린 대안이었다는 고백 한마디 정도는 있어야 하는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