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구(street furniture) 단상

약수역 화장실 앞의 모습이다. 이건 ‘화장실을 찾기 쉽게’라기보다는 ‘이래도 화장실이 어디 있느냐고 불평할 테냐?’라고 외치는 것만 같은 신경질적인 풍경이다. 이런 경우는 극단적인 예일지 몰라도 우리나라는 도시생활의 편리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소위 ‘거리가구(street furniture)’에 대해서 참 무감각하다 싶을 정도로 디자인 감각이 떨어진다.

여기서 디자인이라 함은 심미적인 면도 중요하거니와 가독성을 높여 이용자에게 편리함을 주는 디자인을 말한다. 여태 우리나라에서 도시의 거리가구들에 대해 디자인을 외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나마 이걸 강조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또 그런 디자인의 혁신을 이끌어냈느냐, 또는 최소한 그 기반을 마련했느냐 하는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기껏 기억나는 디자인 이벤트는 서울시의 택시들을 획일적으로 한 색깔로 바꾸겠다는 시도였는데, 통일성을 부여한다는 면에서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데 결국 그가 고른 색깔은 최악의 듣도 보도 못한 색깔이었다는 점이 비극이었다. 누군가 그 색을 일컫길 “김치전 먹고 토한 색깔”이라고 하였는바, 이에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2 thoughts on “거리가구(street furniture) 단상

  1. windburial

    책 만들때 디자인 자문 교수가, “디자인은 민주적이지 않다”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필요없는 것들을 과감히 제거하고, 가장 중요한 정보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했는데, 꽤 중요한 지적 같습니다. 그 원칙을 이해하고 정보와 사용자를 명확히 분석하지 않으면, 덕지덕지 발라 놓고선 “왜 안 예쁠까”를 고민하거나, 충족되지 않는 부분들을 제멋대로 붙여 너절한 판때기로 다시 변하는 걸 좌시할 수밖에 없겠죠.

    전체적으로 너무 급하게 퍼부었다는 인상을 실증하는 사진 두 컷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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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icky Post author

      디터람스가 말한건지 애플의 수석디자이너가 말한건지 기억나지 않지만 ‘디자인은 무엇을 더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뺄 것인가를 고민하는 작업이다’ 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지요. 시카고의 유수의 빌딩을 디자인한 어떤 건축가도 ‘simple is the best’라 말했고요. 그런 도시 디자인을 보고 싶은데, 서울에선 별로 기대할 바가 아닌 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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