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後感 : 파생상품, 드라마틱한 수익률의 세계

천성적으로 귀차니즘에 아무 짓도 하기 싫은 이 블로그 주인장 sticky와 달리 ‘파생상품, 드라마틱한 수익률의 세계’를 번역하신 김현(인터넷 아이디 @lawfully)님은 블로그도 하시고 번역도 하시고 직접 영어와 경제에 관한 책도 쓰시는 변호사 일도 하시는, 내가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공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직접 사서 보아도 손색없을 책을 손수 보내주셨는데,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사트야지트 다스(Satyajit Das)라는 필드에서 직접 뛰었고 이론적으로도 잘 무장된 작가가 쓴 이 책의 원제는 “Traders, Guns and Money: Knowns and unknowns in the dazzling world of derivatives”다.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트레이더, 총과 돈 : 파생상품의 휘황찬란한 세계에 대한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번역본 제목은 이런 재밌는 뉘앙스를 못 살린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세상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모르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조차도 모르는 것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 도널드 럼스펠드(미국 국방장관, 2002년 2월 12일 국방성 뉴스 브리핑에서)

좋아하는 이만큼이나 싫어하는 이도 많은 도널드 럼스펠드의 이 발언이 ‘엉뚱하게도’ 책의 첫 머리에 등장하는데, 책을 다 읽어보면 저자가 왜 이 발언을 인용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우리가 모르는 것조차 모르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 럼스펠드는 이것을 악의적인 의미로 썼지만 – 오만하게도 현실세계의 형식학적 아름다움에 취해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월스트리트가 위인전 외판원처럼 채권을 팔러 다니던 외판원 신세에서 벗어나 금융공학이라는, 로켓공학의 하찮은 변형이론을 차용하여 현실세계를 수학적으로 우아하게 해석해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우월한’ 존재로 탈바꿈한 이후로, “세상이 더 안전해졌는가? 파생상품은 그러한 추세에 기여하였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결론은? 익히 짐작하다시피 모르는 것도 모르는 것들이 문제라는 결론이다.

“난 파생상품 시장이 원래 의도한 바처럼 리스크를 경감시키는 쪽으로 발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리스크, 그 자체가 되었다.”
“I realised that the way the derivatives market had developed meant it did not mitigate risk, it was a risk in itself,”[출처]

이제는 현장을 떠나 자유로운 인생을 만끽하고 있다는 저자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저자는 책에서 “리스크 보존의 법칙에 따르면, 리스크의 총량은 상수”이고 “그냥 이리저리 옮겨 다닐 뿐(p394)”이라고 말한다. 파생상품이 리스크를 이리저리 옮기는 것이며, 최근 발언에 의하면 이제 리스크 그 자체가 된 것이다. 책은 리스크를 옮기는 공식을 사례별로 재밌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더 재밌게 즐기는 법

파생상품에 대한 기초지식이 어느 정도 있으면 좋다 : 굳이 깊은 지식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직접 이런 일을 하고 있거나 또는 관계된 일을 하고 있으면 더욱 재밌을 것이다. 저자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생생하게 묘사하는데, 그런 상황에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지식이 있으면 파생상품이 어떻게 폭탄으로 변해 가는지를 더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저자가 언급하는 대중문화에 익숙하면 좋다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캐치 22’, ‘몬티파이슨’, ‘그루초 막스’ 등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대중문화를 알고 있으면, 글들이 더욱 더 쫄깃할 것이다. 심지어 이 책을 경제에 관한 책이 아니라 경제라는 형식을 빌린 블랙코미디 에세이라고 읽을 수도 있다. 금융분석가를 ‘히치하이커’에 등장하는 로봇 ‘마빈’에 비유하는 서술(p317)에선 빵 터진다.

아쉬운 점과 미덕

다양한 파생상품에 관해 이야기하려다보니 – 또는 여러 매체에서의 글을 모아서 그런 건지 – 챕터들 사이에 연관성이 좀 떨어지고 산만하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상품들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고, 여하간 ‘히치하이커’보다야 훨씬 덜 산만하다. 미덕이라면 단연 쉬운 표현으로 – 그리고 김현 님의 솜씨 있는 번역으로 – 이해에 큰 어려움이 없게끔 복잡한 구조화 상품을 설명하는 솜씨가 돋보인 다는 점. 금융인들이 얼마나 말을 어렵게 하려 하는 지는 다음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과거 국내 IB는 단순 ‘브로커’ 성격이 강했죠. 진정한 IB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투자 비히클(vehicle)에 위험포지션을 적절히 인수한 후 구조화·증권화함으로써 자본시장의 조절 기능을 확대해야합니다”[“글로벌 IB 우투, 증자는 주가에도 플러스”]

‘중개만 하고 먹고 떨어지려니, 놔두질 않아 내 돈 좀 태웠더니 시장에 돈 좀 늘어났다’는 의미다.

4 thoughts on “讀後感 : 파생상품, 드라마틱한 수익률의 세계

  1. Orca

    재미있을거 같네요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각도에서 Donald Mackenzie의 An Engine,Not a Camera , How Financial Models Shape Markets 란 책도 괜찮은거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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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ingback: foog.com » 2011年09月20日(火) ~ 2011年09月25日(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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