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은 끝났지만 하프타임 광고는 끝나지 않았다

슈퍼볼은 대다수의 미국인에게 있어 최대의 스포츠축제 중 하나일 것이다. 슈퍼볼이 중계되는 동안 맥주와 팝콘을 잔뜩 들고서 TV앞에 미국인 가족들이 모여앉아 슈퍼볼을 즐기는 장면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는 장면이다. 모르긴 몰라도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축제를 기다리는 또 다른 존재가 있다면 바로 하프타임에 광고를 내보내기 위해 잔뜩 벼르고 있는 기업들이 아닐까 싶다. TV에 대한 시청자들의 집중도가 최고조에 달할 즈음 내보내는 광고는 단연 그 광고효과가 뛰어날 것이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광고를 이 순간을 위해 제작한다.

소개할 크라이슬러의 광고도 바로 슈퍼볼 하프타임만을 위해 특별 제작된 광고다. 내용을 보면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순간이 슈퍼볼 하프타임이라는 것을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입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그러면서 후반전을 미국경제의 재기를 위한 승부처에 비유하고 있다. 실로 절묘한 비유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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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 광고가 마음에 드는데, 에미넴을 기용한 이전 광고에서도 쇠락해가는 도시 디트로이트의 맨살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광고는 아름답고 현실도피적인 것만을 보여줘야 한다는 도식적 관념에서 탈피했고 이번 광고 역시 그러하다는 점에 있다. 경제위기와 애국주의를 결합한 교묘한 프로파간다가 일품이다.

그런데 이 광고는 뜻밖의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대표적인 공화당 성향의 보수적인 이미지의 배우임에도 미국의 우익진영에서는 이 광고를 오바마의 재선을 암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크라이슬러는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하프타임과 후반전이 주는 비유를 우익진영은 그렇게 받아들인 셈이다.

한편 클린트 이스트우드 역시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보수적인 정치성향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정치적 성향의 사람들에게 고루 인기를 얻고 있는 그의 매력은 원칙주의에 충실하다는 강직한 이미지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이 광고를 찍기 전에 자동차업계의 구제금융을 반대했다는 점이다. 자신이 반대한 회사의 광고에 나온 것이다.

슈퍼볼, 자동차, 클린트 이스트우드, 디트로이트, 신용위기, 구제금융, 거대양당의 대립 등 온갖 미국적인 다양한 요소가 이 광고 하나에 녹아들어가 있는 셈이다. 요컨대 슈퍼볼 하프타임에 구제금융을 반대한 배우가 그 구제금융을 받은 회사를 위해 후반전을 미국경제의 재기에 비유했지만, 보수는 이를 오바마 선거운동으로 본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스포츠, 경제, 자본 그리고 이를 둘러싼 온갖 상징들이 하나하나 개별 인간들에게 각자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복잡함을 말해주는 것일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하나가 되어 후반전을 뛰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감동적인 읊조림은 이런 복잡한 지형에서 과연 편견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어려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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