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과연계채권, 증세 없는 복지 확대의 진정한 대안인가?

복지를 위한 재원조달은 다시 납세자의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모든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여 복지를 확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중략] 공공복지 논쟁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 방안으로서 최근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미국과 영국 정부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열린 정부”(Open Government) 구상이다.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s : SIB)은 열린 정부의 기본 철학을 자본시장을 통해 구현하는 방안이다. [중략] 사회성과연계채권이란 사업성과 목표달성을 조건으로 하는 정부의 지급보증 약정을 바탕으로 사회사업 주체가 원리금의 상환이 사회성과와 연계된 채권을 민간투자자에게 발행하는 내용의 투자계약을 의미한다. 사회성과연계채권 투자구조에 있어, 정부는 사회성과연계채권 발행기구인 SIBIO(Social Impact Bond-Issuring Organization)와 사회적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SIBIO는 민간 투자자들에게 채권을 발행하여 해당 사회사업의 운영자금을 조달하며, 정부는 약정된 사회적 성과가 달성된 경우 예산절감 효과를 고려하여 SIBIO에게 성과보상을 지급하고, SIBIO는 성과보상을 다시 채권자에게 상환하는 내용의 계약관계를 가지게 된다.[사회성과연계채권(SIB)의 증세 없는 복지 확대의 원리, 자본시장 Weekly 2012-40호, 연구위원 김갑래]

사회성과연계채권은 보아 자본주의가 처한 두 가지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 것처럼 보인다. 첫째, 재정투입 없는 공공서비스 제공이다. 정부의 역할이 증가하면서 점점 더 적기의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지고 있는 와중에 이는 매우 매력적인 요소다. 그리고 실제로는 민간투자사업 등을 포함한 민영화를 통해 이런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신자유주의 반대론자 등에게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공익을 우선해야 할 공공서비스가 이윤 때문에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비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사회성과연계채권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즉, 공익과 이윤을 매치시키는 것이 사회성과연계채권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대안이다.

즉, 인용문에서 보듯이 사회성과연계채권은 “약정된 사회적 성과가 달성된 경우 예산절감 효과를 고려하여 성과보상을 지급”하기에 공공서비스가 애초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용이하다는 뜻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내가 예전에 썼던 글 “민영화, 두 가지 접근법”에 보면 기존의 민영화와 사회성과연계채권이 가지는 차이를 알 수 있다.

민간의 자금으로 건설되고 운영되는 교도소는 통상 민간 사업자에게 침대 개수마다 일정금액을 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다. 인권운동가나 민영화 반대론자 등 비판자들은 이들 민간 기업들이 정부에 로비를 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민간 사업자는 정부가 교도소의 운영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니 더 많은 교도소를 민간에 이양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심지어 입법로비 등을 통해 인종차별적인 판결과 수감, 불필요한 수감기간 연장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중략] 이들은 소위 “사회영향채권(social-impact bonds)”을 발행하여 모인 자금으로 정부와의 계약을 통해 교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얻은 이윤을 투자자들과 나눈다는 계획이다. [중략] 즉 앞서의 미국 민간 기업들이 더 많은 수감자들로부터 이윤을 창출하였다면 사회영향채권의 투자자들과 사업시행자들은 수감자들이 출소한 후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 재범률이 낮아질 경우에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수익률에 따라 성공보수를 받게 된다. 확실히 이윤동기가 이전 교도소와 달리 제공하는 서비스의 본래 목적에 상당 부분 부합하는 면이 있다.[민영화, 두 가지 접근법]

인용문에서 보듯이 감옥이라는 공공서비스를 똑같이 민간의 손에 맡기는 방식이지만, 전자가 오히려 재소자의 양산(?)이라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소지가 있는 반면, 후자는 범죄율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개연성이 크다 할 수 있다. 후자의 방식은 예를 들면 투자자의 수익률을 재범률과 반비례하여 보장하는 방식으로 시행할 수 있다.

요컨대 여태의 민영화와는 다른 채권이라 할 수도 있다. 물론 문제도 있다. 그 채권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당시 누군가와 농담으로 출소자가 범죄를 저질러도 걸리지만 않으면 돈을 주겠다고 투자자가 회유할 수도 있겠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또 다시 꼼수가 등장할 수도 있는 기술적 어려움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기술적 어려움은 정밀한 설계나 시행착오 등을 통해 조절 가능할 것이고, 또 하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기존의 공공서비스 민영화가 정부재정의 부외금융(off-balance)이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사회성과연계채권 역시 일종의 복지의 증권화 및 유동화를 통한 부외금융에 불과한 미봉책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결국 이 채권은 “고쳐 쓰는 자본주의”의 최신 버전인데, 고쳐 쓸 때는 고쳐 쓰더라도 과연 계속 증세 없이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재범률이 낮아지면 장기적으로 감옥의 수요가 적어지니 장기적으로 재정이 건전해지겠지만, 단기적으로 이들 나라가 처한 구조적인 재정적자를 메워줄 수는 없다.

기업들은 점점 더 초국적화되어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 일국의 조세체제를 “합법적으로” 회피하고 있고, 소득세 역시 획기적인 증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포퓰리적적인 세금감면, 양극화로 인한 세금면제 계층의 확대 등은 재정적자의 골을 더 깊게 만드는 요소다. 사회성과연계채권은 그 깊은 상처를 감싸기에는 너무 작은 반창고다.


미국의 재정적자 전망 및 적자의 사유(출처)
Bonus : 밋롬니의 구체적인 세금감면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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