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기관지로 전락한 보수언론

여론조사 결과 이회창 씨의 지지율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게 나타나자 보수언론이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이러다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는 꿈이 또 다시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제 메이저 언론이라는 자존심도 내팽개치고 아예 한나라당 기관지를 자처한 듯한 보도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11월 3일자 동아일보는 보수언론의 이러한 초조감이 역력히 드러난 전형적인 사례로 삼을만 하다. 먼저 동아일보는 1면에 “‘2002 불법 대선자금’ 불씨 되살아나나”라는 제목의 기사와 “親朴 김무성 최고위원 “이회창 출마 반대””라는 기사를 싣고 있다.

앞의 기사는 정치권이 이회창 씨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2002년 한나라당 대선자금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흥미로운 것은 제목을 아예 “2002 불법 대선자금”이라고 했다는 사실이다. 실은 ‘2002 대선 자금 불법성 여부’가 맞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지난 번 국가경쟁력 순위 관련 기사에 “12계단 껑충… 한미FTA 효과?”라고 사실을 왜곡하여 ‘한미FTA’를 아예 제목에 박았던 그 대범함 그대로 2002년 한나라당 대선자금이 불법이었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면서까지 이회창 씨의 출마를 저지하고픈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두 번째 기사는 박근혜 씨의 대선 캠프였던 측근 김무성 최고위원의 말을 인용하며 이회창 씨의 출마가 경선불복과 유사한 ‘배신행위’임을 을러대고 있다.

2면의 4컷 만화 ‘나대로 선생’도 역시 이회창 씨의 출마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내용은 이회창 씨의 출마고려가 외부세력(?)의 부추김에서 비롯되었으며 그것은 바로 4수를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는 내용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사실 여부를 제멋대로 왜곡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3면부터는 아예 자리를 깔고 앉아 작정하고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한 면을 통째로 한나라당 대선자금을 위해 사용했는데 앞서 1면의 기사의 연장선상으로 “2002 불법 대선자금 논란 재연”이라고 타이틀까지 달아놓고

“이회창 캠프 847억 모금… 용처 검증 없이 “수사 끝””
“盧 대통령 공소 시효 정지 상태 ‘퇴임 이후 수사’ 법적 문제 없어”

라는 두 꼭지의 기사를 싣고 있다.

4,5면 역시 “이회창 출마설 파장”이라는 타이틀로 전면을 이회창 씨 출마 관련 기사로 도배를 했다. 기사의 제목을 들여다보자.

“최병령 올5월 “대선잔금 154억 이회창측으로 갔다””
“지지율 20% 昌, 출마반대 60% ‘방패’ 뚫을까”
“昌, 지인들과 전화로 출마 논의 지지자 방문에 “충정 이해한다””
““경선 승복한 박前대표, 昌출마 찬성 안할 것””
“이명박 “이前총재, 아직도 힘모아야 할 상대””
“정동영 “부패 핵심 昌, 출마땐 역사 코미디””

이상의 기사를 통해 동아일보는 이회창 씨에 대한 강한 비토층, 최병렬 씨가 알고 있는 대선잔금에 대한 사실관계, 박근혜 씨의 의견(사실은 박의 의견이 아닌 측근의 의견), 양당의 입장 등을 정리하였다. 한마디로 전 방위적인 출마저지 강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바람에 대선주자의 활동소식은 6면으로 밀려났다. 출연도 하지 않은 배우가 연극 팸플릿의 지면을 차지하고 출연배우 들은 한쪽 구석에 밀린 참 희한한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기관지 노릇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진우 칼럼에서 전진우씨는 “이회창 씨의 11월”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좌파 정권의 종식을 바라는 우파보수 세력에 다시 11월의 악몽”을 재현시켜주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사설 역시 “이회창 씨가 되살린 5년 전 ‘차떼기’의 추억”이라는 자조적인 제목을 통해 이 씨의 출마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사설은 “정동영 후보는 세월도 한참 경과한 사적(私的)인 영역에 대해 과도할 정도의 네거티브 공세를 받고”있다고 적의 안위까지 걱정해가며 그의 대선자금이 가벼운 사안이 아님을 을러대고 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역사의 후퇴를 국민이 용납할 것 같은가”라는 비장한 문장으로 사설을 끝맺고 있다.

요컨대 이와 같이 일개 정당 내 사안에 신문지면을 올인하는 것이 언론의 “민주주의”라면 나는 그런 민주주의는 원하지 않는다. 이명박 후보의 그 많은 비리의혹과 삼성의 초대형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 하지 않던 동아일보가 아직 출마결심도 굳히지 않은 한 노쇠한 정치인의 행보에 호들갑을 떠는 폼이 가관이다. 정말 똥줄이 타긴 타나보다.

각 보수언론의 웹사이트에서 바라본 모습도 동아일보의 종이신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수언론들의 웹사이트를 보면 중앙일보는 “昌 출마하면 이.이 둘 다 떨어질 수도”, 조선일보는 “이명박,이회창 틀어진 건 청계천 때문?”을 헤드라인으로 올려놓고 여러 꼭지의 관련기사를 통해 이회창 씨의 출마저지를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언론지면을 통한 사익(私益)추구라 할 수 있다.

결국 11월은 ‘김경준’과 ‘이회창’이라는 키워드가 정치권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하자면 삼성의 비자금도 사안에 따라서는 앞서의 키워드만큼의, 혹은 더 강하게 정치권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추미애 씨가 삼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음을 털어놓았다. 만약 현재의 유력 대권 주자들이 특정 사안 또는 여하한의 이유로 삼성이나 기업체들로부터 떳떳치 않은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그것은 또 하나의 강력한 이슈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것은 기업이 과거 울며 겨자 먹기로 갖다 바치던 정치자금이 아닌 기업전략의 실현을 위한 적극적 정치자금이기에 그것이 갖는 의미도 각별하다 하겠다.

4 thoughts on “한나라당 기관지로 전락한 보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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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지나다

    한나라당 기관지가 된지가 언제부터인데 이제서야 전락이라니요, 당치도 않으신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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