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둘러싼 재산권 투쟁

아파트라는 독특한 주거형태는 그 물리적 형태뿐 아니라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단독주택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동일한 평형, 동일한 설계, 동일한 자재, 동일한 입지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분양할 때에도 이른바 “로열층”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유사한 분양가에 판매된다. 주거, 즉 상품의 사용이 시작된 이후에도 한 가구의 판매가가 바로 다른 가구의 판매가에 영향을 미치는 등 군집적인 가격형성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도 탓에 우리나라는 근대화 이후 아파트를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일상적인 수단으로 삼아왔다. 일제 강점기의 몇몇 공동주거양식의 주택이 건설되었고 해방 이후에는 1958년 종암 아파트, 1964년 마포 아파트 등이 세워지며 본격적인 아파트 시대가 열렸다. 이후 아파트 전성시대는 공기업의 주택공사의 주공아파트나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같은 고급형 아파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아파트 주거문화와 시장이 형성되어왔다.

그 뒤 1970~8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주거안정이나 자산형성의 범위를 넘어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간주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에 따라 아파트 수는 전체 주택수 대비 1975년 현재 8만9천여 개로 1.89%에 불과했지만 2010년 현재 8백만 개를 넘어 58.96%를 차지하고 있다. 동기간 전체 주택수는 2.93배 늘어난 와중에 아파트 수는 91.71배 늘었다. 이쯤 되면 가히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러도 하자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도별 종류별 주택수 추이1

이 아파트 공화국에서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새 입주민이 이사하는 것을 막는 사건이 벌어졌다. 신용위기 이후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건설사가 위기타개를 위해 할인분양에 나서면서 이런 볼썽사나운 사태가 벌어진 적이 종종 되지만 이번에는 특히 새 입주민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였다는 점에서 비난이 더 거세다. 기존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라면서 새 입주민의 출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사회적 배려”는 “재산권 침해” 앞에서 설 자리가 없었다.

이러한 부동산을 둘러싼 “재산권” 보호 투쟁이 특히 아파트라는 주거형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벌어지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아파트는 비슷한 조건으로 만들어진 공동주택이기에 할인분양이나 급매물로 인한 가격하락이 본인의 집값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여기게 마련이고 실제 그런 경우가 많다. 이로 말미암아 집값 유지를 위한 투쟁은 ‘이불 베란다에 널지 않기’에서부터 ‘싼 값에 들어오는 입주민 가로막기’까지 다양하다.

아파트의 가격 형성이 군집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이런 특성 이외에 “재산권 침해”에 대한 반응이 이토록 격렬한 근본 배경은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구성 때문일 것이다. 2014년 5월 현재 국내 가계의 총자산대비 금융자산 비중은 34.3%로 미국, 일본의 70.4%, 60.2%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자산 중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비중이 압도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적인 시장가격의 형성과정인 할인판매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가진 것을 다 뺏기기 때문에.

이번이 처음도 아니며 끝도 아닐 것이다

  1. 한국통계포털의 자료를 가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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