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 등장했다는 무인(無人) 레스토랑에 대한 단상

지난주에 난 빠르게 움직이는 줄에 서서 평면 모니터에 나오는 각각 6.95달러(브리토 볼, 벤토 볼, 발사믹 비트)인 여덟 개의 퀴노아볼(quinoa bowls) 메뉴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패드로 내 주문을 눌러 메뉴를 고른 후 지불했다. 신용카드에서 취한 내 이름이 다른 스크린에 뜨고 음식이 준비된 후 다른 화면에 번호가 떴다. 그 번호는 내 음식이 곧 나타날 칸의 번호였다. 그 칸들은 음식이 비축되면 어두워지는 투명한 LCD 스크린들 뒤에 위치해있다. 인간이 개입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두 번 두드리자 칸막이가 열렸고 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Restaurant of the Future? Service With an Impersonal Touch]

최근 샌프란시스코에 문을 연 퀴노아 식당인 잇사(Eatsa)라는 곳에 대한 뉴욕타임스 기사 일부다. 고대 마야인이 먹었다는 곡물인 퀴노아가 자연식을 추구하는 서구의 힙스터들에게 인기를 얻게 된 지는 꽤 된다. 그래서 새로운 퀴노아 식당이 생겼다고 해서 그리 새로울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이 식당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이곳이 무인(無人)시설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식당의 설립자 David Friedberg는 식당이라기보다는 음식배달 시스템이라 여겨달라고 했다지만 주문된 음식을 상업공간에서 함께 먹는다면 그건 누가 뭐래도 식당이지 배달서비스는 아닐 것 같다.

자동화에 따른 식당 등 각종 서비스의 무인화는 사실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20세기 초의 공상과학적 상상력을 가지고 있던 대중문화 예술인들은 이런 개념을 큰 어려움 없이 상상하여 자신들의 작품에서 묘사하기도 했고, 폭넓게는 아니지만, 극소수 혁신적인 미래주의적 기업가에 의해 현실에서 실현되기도 한 적이 있다. 이후 실제로도 많은 식당 서비스가 자동화되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사회를 선도해나갔다. 대표적인 서비스 및 상품이 바로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햄버거 푸드체인이다. 일관화되고 표준화된 생산 매뉴얼에 따라 만들어지는 – 요리라기 하기에는 어색한 – 그 곳 말이다.


1900년대 초 베를린에서 있었다는 자동화 식당의 풍경. 지금의 Eatsa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

직접 가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잇사는 이미 상당히 무인화된 카페테리아와 같은 곳에서 그나마 인간노동의 영역으로 남아있던 조리, 주문, 계산, 청소와 같은 노동마저 자동화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데에는 짐작건대, 조리 과정 단순화 및 무인화, 아이패드 등 전자기기를 통한 주문 및 계산 서비스 자동화, 별도의 설비작업을 통한 청소 서비스 무인화 등의 요소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앞으로 가격과 품질의 조화만 이룬다면 입맛이 까다로운 고객이나 사람과의 소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고객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한 기자가 말해줬는데 인간과 컴퓨터가 각각 스포츠 경기 결과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여 기자들에게 기사 작성주체가 누구인지 짐작하게 했는데, 상당수 기자들이 누가 작성한 기사인지를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듯 기계의 발전이 이런 추세로 나아간다면 장래에 제조업 프로세싱이나 식당 등 반복적인 단순 노동뿐만 아니라 스포츠 기사 작성, 금전 출납, 운전과 같은 좀 더 복잡한 노동, 나아가 비평 칼럼 작성, 의료 진찰, 법률 상담과 같은 고도의 정신적 판단을 요구한다고 여겨지는 노동에까지 기계의 작동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지 말란 법이 없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된다는 것은 나쁜 소식이 아니다. 문제는 대다수 노동자에게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은 곧 임금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잇사와 같은 개별자본의 입장에선 노동자가 직업을 잃어 소비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 광범위한 자동화와 이로 인한 소비자층의 붕괴는 아마도 정치인, 총자본, 노조 등에서나 신경 쓸 의제가 될 것이다. 이나마도 자동화에 의한 노동시장의 붕괴는 마치 기후변화처럼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를 옥죄어 오는 것이기에 난민, 복지, 최저임금 등 보다 급박한 현안에 의해 우선순위에서 밀려있게 될 것 같다.

대다수 노동이 자동화에 의해 대체된다면? 기본소득이 답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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