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직면한 재정위기, 그리고 대안

비즈니스에 대한 국가의 점증하는 개입은 이 위기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정책결정자는 대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시행하고, 비틀거리는 기업들을 지원하고, 규제개혁을 맹세하고 있다. 그들은 한때 경영자들이나 이사회의 고유영역이던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전의 위기로 정부의 역할은 영원히 바뀌었고, 이번에도 똑같을 것이다. 경영자들은 다음의 두 가지 점에 대해 그들의 전략을 재고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새로운 규제 체제를 형성하는데 돕고 그 아래서 경쟁하는 것을 준비하라.
둘째, 여러 산업에서의 급격하게 지출을 늘리고 있는 주요고객으로써 공공부문의 중요성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라.

그러나 현재의 위기를 넘어 점증하는 적자와 인구 노령화 현상은 많은 나라에서 미래의 재정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할 막대한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공공과 민간 부문 간의 창조적인 파트너십이 이러한 도전에 응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될 것이다.

[원문출처 Trend to Watch: A Bigger Government Role]

인용문에도 서술되어 있다시피 정부가 각 산업분야의 주요고객이라는 사실은 이제 돌이킬 수 없다.(주1) 그 정부가 경제정책에 있어 자유주의(또는 진보주의) 정부이건 보수주의 정부이건 간에 마찬가지다. “이전의 위기”, 즉 대공황으로 말미암아 현대 자본주의는 정부 또는 국가가 더 이상 야경(夜警) 국가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는 사실에 양 측 모두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미국은 1930년대에 발생해 여론을 분열시키고 혼란을 야기했던 몇몇 문제들에 대한 국가적 합의를 이루어냈다. 경제가 자동적으로 안정을 이루면서 만족스런 수준의 낮은 실업을 유지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받아들여졌고, 그래서 경제 안정과 높은 고용에 공헌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도 인정되었다. 이를 위한 기본적 임무가 총수요의 성장을 안정시키는 것임도 합의되었다.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 도구가 정부예산이라는 점도 인정되었다.[대통령의 경제학, 허버트 스타인 지음, 권혁승 옮김, 김영사, 1999년, p89]

물론 아직도 극단적인 보수주의자들은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위기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러한 시장의 완결성과 자주성에 대한 신화는 거의 지탱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볼 때에 미국 자본주의에서 복지예산 지출 등을 포함한 공공서비스의 증가와 해외에서의 전쟁수행을 위한 군비지출이라는 – 정치적으로 상반되지만 경기부양이란 효과측면에서는 유사한 – 정부지출의 두 가지 축은 그 효과를 이미 입증하였고, 정치적 고려사항에서도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저항도 만만치 않다. 공공서비스에 관해 현재 미국은 헬스케어 개혁을 둘러싼 거대한 이데올로기 전쟁에 직면하여 있고, 그것을 넘어서서 인구노령화 및 사회간접자본 노후화와 이로 인한 소요비용 증가라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군비지출은 2차 대전이나 베트남전 등에서 국내 경기부양 효과는 입증되었지만 원초적인 문제는 국지전이 경기부양을 위해 주기적으로 일어나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을 일으키려 조작하면 – 부시처럼 – 그것이 바로 전쟁범죄다.

일단 오바마 정부는 어느 면에서는 전통적이지만 이전과는 뉘앙스가 다른 정부의 역할을 수행하려 하고 있다. 즉, 환경친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녹색경제 – 예를 들면 고속철도 -, 헬스케어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세제개혁을 통한 재정건전화를 노리고 있다. 문제는 하바드비즈니스가 지적한 것처럼 공공서비스 제공에 있어 막대한 재정 압력에 시달릴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현재 금융위기 때문에 쏟아 부은 돈이 그 압력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지난 번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오바마 정부 들어서도 변함없이 국가채무는 늘어나고 있고(그래프 보기) 재정적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이와 더불어 국가채무도 위험한 상태로 다다르고 있다. 균형예산이 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시대는 아니지만 늘어나는 빚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그러한 면에서 현재의 경제호조 분위기는 다분히 일시적인 착시현상 일뿐이라는 심증이 강하게 든다.

궁극적인 재정건전화 및 이를 넘어선 경제건전화는 소모적인 예산 및 자원낭비를 통한 눈가림식의 경기부양이 아니라 – 애맨 땅을 팠다가 다시 묻어도 GDP는 증가한다 – 선순환적인 생산 프로세스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의 자원투입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평범하지만 당연한 진리다. 물론 공공서비스에로의 투입방식(목적 및 투자주체)의 정당성 여부와 순환효과에 대해선 갑론을박의 여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다분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의 헬스케어나 한국의 4대강 정비처럼 말이다.

(주1) 원문에 따르면 1903년 GDP대비 6.8%에 불과하던 정부지출은 2010년 예산 기준 GDP대비 41.3%로 증가하였다(그래프 보기)

7 thoughts on “정부가 직면한 재정위기, 그리고 대안

  1. RedPain

    주 1의 링크 주소가 잘못된 줄 알았는데 본문에 가봐도 엑박이 뜨는군요. 그래프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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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oog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올 들어 7월 말까지 1조2700억달러에 달했으며 올 회계연도(2008년 10월~2009년 9월)에 1조8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의 4배에 달한다. 지난 10개월 동안 미 정부가 거둬들인 세수는 모두 1조740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 줄어들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 6월 초 중국을 방문,”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며 중국의 미 국채 매입 지속을 요청한 바 있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9081869251&sid=01012014&nid=000&typ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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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진범

    한국인 입장에서 오바마가 추진하는 의료보험 개혁은 대대적인 지지여론속에서 당연히 이루어질 줄 알았는데 실제 미국인들의 생각은 다르더군요. 역시 섣부른 예측은 안됀다는걸 다시한번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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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미국인들은 ‘국가가 무엇을 해주겠다’라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엄청난 것 같더군요. 그러다보니 – 우여곡절이야 많지만 – 조폐기관 마저 민간인에게 맡기고 사는 나라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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