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공개 요구는 반(反)시장적인 요구인가?

트위터에서 예전에 논란이 되었던 분양원가 공개에 관한 대화를 나누게 되어 주의환기 차원에서 그 당시(2004년) 쓴 글을 다시 올립니다. 지금 읽어보니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간 게 민망하기도 하군요.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미처 대통령의 소신을 확인하지 않고 공약했다가 차질이 생겼으니 이를 개혁후퇴의 상징처럼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해명하고  “내용의 옳고 그름은 앞으로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 노대통령 “아파트 원가공개 반대”, 2004.6.9]

언제부터 정당이 그 당에 몸담지도 않은 대통령의 뜻을 받자옵고 선거공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신적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선거 공약을 발표할 시점에 노무현 대통령은 당원이 아니었다. 뒤늦게 당에 입당한 사람이 자신의 소신을 확인하지 않았으니 무효라고 발언하는 것이 과연 이치에 맞는 것인지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원가 공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시장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을 들고 있다. 즉 “시장을 인정한다면 원가 공개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과연 원가 공개는 시장의 원리에 배치되는 것인가? 대답은 No 다.

경제이론의 역사를 보면 그것은 가격의 실체에 관한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초기 기독교 교회의 위대한 사상가였던 아구스티누스는 시장에서의 가격은 ‘공정가격(just price)’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제조업자는 제조원가에 자신의 노동력의 가치 이상의 부가가치를 붙여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물론 교회의 수도사들조차 이러한 원칙을 지키지는 않았다).

이후 ‘가격의 실체’ 논쟁은 고전학파, 마르크스를 위시한 비판론자, 신고전학파 사이에서 최대의 격전지가 되었고 노동가치론, 유효수요론 등 갖은 학설과 해석이 난무한 가운데 소위 주류경제학이 대세를 이루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른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주도된다는 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쯤에서 살펴볼 때 우리는 노 대통령이 언급한 ‘시장을 인정한다는 것’은 곧 주류 경제학에서 옹호하고 있는 대로 주택 공급가격이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어지는 가격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즉 이론적으로는 현재의 주택에 대한 시장가격의 폭등은 어쩌면 수요가 늘어난 반면 공급이 딸리는 데에 따른 자연적이고 시장이 당연히 인정해야 하는 가격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 대통령의 생각을 시장 참여자들은 동의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번 열린우리당에서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했을 때 수많은 시장참여자들은 엄청나게 반발하였고 이는 몇몇 낙관론자들이 생각하듯이(또는 착각하듯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항변하는 것이다.

분양받은 택지를 앉은 자리에서 몇 십 퍼센트의 차익을 챙기며 팔아먹는 현상, 같은 부지에 불과 몇 개월 만에 분양을 하면서 분양가가 몇 십 퍼센트 분양가가 오르는 현상, 주상복합 건물에 7조 원이 몰리는 현상은 노 대통령이 인정하고 있는 시장이 제 정신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원가 공개가 시장의 원칙을 벗어난다는 논리가 거짓임을 알아보기 위해 자본주의 시장기제의 판단기준 중 하나인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을 보자. 제3조의2(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금지)를 보면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를 부당하게 결정ㆍ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짧게는 지난 몇 년간 길게는 지난 몇 십년간 건설업체, 그리고 그들과 결탁한 공공기관들은 법에서 언급된 불공정 행위를 저질러 왔다. 땅은 한정되어 있고 토지공사 등은 수용권 등을 통해 값싸게 취득한 토지에서 발생하는 시세차익을 건설업체와 공유해왔기 때문에, 정부는 위 조항만 가지고도 시장을 감독할 수 있다.

그리고 원가 공개는 바로 그러한 불공정 행위의 실체를 알려달라는 소비자 운동이다. 이건 만두에 쓰레기를 집어넣었으면 그 정확한 성분을 알려달라는 요구와 동일한 요구이다. 소비자가 만두소의 내용을 알아야겠다는 게 반시장적인가?

결국 현재 절망하고 있는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들이 원하는 것은 적어도 시장의 붕괴가 아니다. 오히려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이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는 분양원가에 주택을 분양하라는 것이 아니라 분양원가에 이른 바 ‘부당이윤’을 붙이지 마라는 요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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