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ken Flowers(2005)

오늘 낮 채널을 돌리다 우체부를 따라가는 롱테이크샷이 인상적인 한 영화에서 채널을 멈추었다. 곧이어 등장하는 장면은 코미디언 치고는 지루한 얼굴이어서 나이를 먹어갈수록 인디풍의 영화에 곧잘 등장하는 빌머레이(돈 존스턴)가 덜렁 큰 집에서 허연 머리에 중늙은이 모습을 하고는 소파에 앉아서 혼자 돈주앙을 소재로 한 흑백영화를 보고 있는 장면. 이윽고 동거녀 쉘리가 그런 그에게 이별을 고하고는 휑하니 집을 떠나버린다. 이윽고 발견한 핑크색 봉투의 편지.

이웃집 친구 윈스턴(Syriana에서 심각한 얼굴의 그 흑인 변호사역을 했던 제프리라이트)의 앞에서 뜯어본 그 편지는 20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가 썼다는데 그에게는 그가 모르는 아들이 있었고 그를 곧 찾아갈지도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서명도 주소도 없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윈스턴은 돈에게 묘령의 여인을 찾아낼 것을 꼬드기고 마침내 돈은 한때 히피였던 자신이 60년대에 사귀었었던 네 명의 후보자들을 찾아 나선다. 단서는 오직 핑크색과 편지를 타이핑했을 구식 타이프라이터. 한편으로 환대를 받기도 하고, 어색한 만남을 가지기도 하고, 면전에서 주먹으로 얻어맞기도 했지만 산발적인 핑크색과 버려진 타이프라이터를 통해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여인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때 힙스터(hipster; “최신유행에 민감한 사람” 또는 “히피족”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보다 복잡한 의미를 지닌 단어로 반대되는 의미는 “체제순응자”의 의미를 지닌 square라 할 수 있다)였으나 컴퓨터로 떼돈을 번 뒤 무료한 삶을 살고 있는 스퀘어가 되어버린 중년의 과거 찾기가 로드무비와 미스터리물의 형식으로 펼쳐지는데 제법 결과가 궁금하다. 하지만 결말이 다소 미지근한데(스포일러일수도 있어 죄송하지만) 엔딩타이틀에서 감독이 짐자무쉬인 것을 알고 나서야 “그러면 그렇지”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아무려나 과거는 과거일 뿐 재밌었으면 되잖아” 이런 식일지도.

60년 세대의 힙스터 분위기를 차용하고 있는 마이크마이어스 주연의 코믹 스파이물 Austin Powers 를 보면 Austin이 Dr. Evil을 체포하려는 장면에서 Dr. Evil이 다음과 같이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즉, 자신과 Austin Powers 는 90년대 상황에서 비슷한 처지라는 것인데 Austin이 60년대의 프리섹스와 난잡한 파티를 벌인 것이 90년대에는 악(evil)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Austin이 자유는 여전히 유효하며 ‘책임’이 함께 따르면 된다고 일갈하지만 Dr. Evil 은 ‘나이든 힙스터(aging hipster)’만큼 비참한 것은 없다고 맞받아친다.

이 영화에서 돈존스턴이 바로 그 ‘나이든 힙스터’이다. 그가 아들의 엄마를 찾는다는 핑계로 옛 애인들을 쫒아 다닌들 자신이 힙스터로 되돌아갈리는 만무한 것이었다. 그 부질없음이 영화의 큰 주제라 여겨진다. 짐자무쉬의 영화에서 자주 비쳐지는 주제이기도 하고 “American Beauty”에서 제대로 써먹은 주제라 식상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고정 관객은 확보할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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