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churian Candidate : 지적사고를 요하는 스릴러

인간의 의식은 조정당할 수 있을까?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든 그렇지 않든 영화라는 매체는 이러한 소재를 지속적으로 이용해왔다. 의식의 조종, 이중성격, 기억의 불충분함과 같은 인간의 의식과 성격에 관한 것들이야말로 영화의 극적긴장감을 구성해주는데 있어 최고의 요리재료이기 때문이다.

‘양들의 침묵’의 감독 조나단 드미가 감독하고 덴젤 워싱턴(베넷 마르코 소령 역)이 주연한 2004년작 ‘맨추리언 캔디데이트(The Manchurian Candidate)’는 가공할 음모집단에 의해 의식을 조정당한 한 전도유망한 정치가를 둘러싼 음모와 배신의 드라마이다. 복잡한 플롯으로 관객들을 헷갈리게 하는 요즘의 스릴러 경향을 보면 그다지 정교하게 구성되었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지만 실은 이 초현실적인 영화의 오리지널이 1962년산이라면 한번쯤 흥미를 느낄 것이다.

시대를 앞선 걸작 스릴러로 평가받는 오리지널은 존 프랭큰하이머가 감독하고 프랭크 시나트라(베넷 마르코 소령 역), 로렌스 하비(레이몬드 쇼 역) 등이 출연하였다. 한국전 당시 소대가 통째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이후 소대원들은 한결같이 레이몬드 쇼 하사가 영웅적으로 그들을 구했다고 증언하고 그 결과 레이몬든 쇼는 전쟁영웅이 되어 금의환향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 그 모든 영웅담은 국제적인 규모의 음모집단에 의해 조작된 것이고 레이몬드 쇼를 비롯한 소대원 전부는 철저한 마인드컨트롤에 의해 조정을 받고 있었다. 결국 최면상태에서 자신의 사랑하는 여인과 그 아버지까지 죽인 레이몬드 쇼는 로봇이 되어버린 스스로의 몸을 자신의 의지로 포기하고 만다.

오리지널 작품은 이러한 으스스한 설정 아래 매카시즘, 전쟁의 광기, 그리고 가공할 음모론을 바탕에 깔고 있다. 영화의 원작자 리차드 콘돈은 이러한 음모론을 현실로 받아들인 이 중의 하나이다. 그는 실제로 현실에서도 이러한 의식의 조정이 음모집단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는 이였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반공주의적 메시지로 전락하지 않고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며 마침내는 상상 못할 반전을 연출하게 되는 것이 오리지널 영화의 미덕이다.

스릴러를 리메이크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관객이 반전의 묘미를 즐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조나단 드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모험을 감수했고 일단은 원작보다 조금 더 꼬아서 반전을 시도했기에 어느 정도 그 모험은 성공했다라고 평가내릴 수 있다. 더불어 오리지널이 담고 있던 매카시즘 광풍의 시대상황은 요즘의 정치상황에 맞게 일극체제의 신안보주의 상황으로 적절히 대치되었다.

그리고 음모집단의 정체도 오리지널의 중국-소련 연합 공산주의자에서(이 부분이 영화의 묘미인데 언뜻 이러한 설정때문에 반공주의적인 영화로 보이나 실은 매카시즘의 비판이 감독의 진정한 의도로 추측된다) 사모투자펀드 ‘맨츄리언 글로발’로 설정되어 보다 현대적인 ‘공공의 적’(!)을 창조해냈고, 오리지널에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던 ‘맨츄리언’이라는 단어의 타당성도 나름대로 부여하고 있다.

극중 캐릭터의 분석도 나름대로 진일보하였는데 다만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레이몬드 쇼의 어머니 역할은 그녀의 뛰어난 연기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에서 같은 역을 연기한 엔젤라 랜스베리의 소름끼치는 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느낌을 준다.

히스테릭한 반공주의 시대를 비판하였던 오리지널이 21세기인 2004년에 또다시 리메이크되었다는 사실은 관객으로서는 즐거움일지 몰라도 리메이크가 만들어질 수 있을 정도로 정치적 광기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불행한 시대상황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비판의 대상은 미국 일극체제의 안보에 대한 공포로 변하였는데 그것이 반공주의만큼이나 조작된 정치적 허상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이 영화를 국제적인 무기 암거래를 소재로 한 2005년 작 ‘전쟁의 지배자(Lord Of War)’와 비교하여 감상하면 보다 흥미 있을 것이다.

3 thoughts on “Manchurian Candidate : 지적사고를 요하는 스릴러

  1. beagle2

    미스테리-스릴러 영화에 늘 굶주리고 있는지라 글의 첫번째 문단만 읽어보고선 다음 날 빌려서 보았습니다. 재밌긴 했지만 좀 아쉬웠어요. 평이했달까? 군더더기는 버리고 마지막 부분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들었다면 좋았을텐데… 말씀대로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나쁘진 않았는데 뭔가 좀 안 맞다 싶었고요.

    1962년에 보았다면 대단하다고 느꼈을런지 모르겠는데 이젠 악덕 지배집단의 음모를 그리는 영화는 흔해져서 전형적이다 싶더군요.

    그나저나 foog님이 가장 재밌게 본 미스테리-스릴러 영화는 무엇입니까? 저는 no way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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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예 큰 기대 안하고 보면 볼만한 영화입니다. 역시 오리지널을 따라가지는 못하더군요.

      암튼 저에게도 최고의 스릴러는 역시 노웨이아웃입니다. 남녀주인공 미스캐스팅 빼놓고는 최고죠. 🙂

      생각난 김에 탑텐이라도 한번 뽑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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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ingback: 또 한번의 차베스의 승리 | fo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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