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얼굴의 미키마우스

1998년 미국의 저작권 보호 기간 연장법은 ‘저자 생존 시와 사망 후 50년, 법인에 의한 저작물인 경우 75년’이던 저작권 보호 기간을 ‘저자 생존 시와 사망 후 70년, 법인에 의한 저작물인 경우에는 95년’으로 늘렸다. [중략] 하지만 1998년의 법은 불명예스럽게도 미키마우스 보호법(미국식 표현으로 ‘미키마우스’는 ‘수준 이하’ 혹은 ‘엉터리’라는 의미가 있다. – 옮긴이)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은 디즈니가 (만화영화 <스팀보트 윌리>를 통해) 1928년에 최초로 만든 미키마우스 탄생 75주년을 내다보고 저작권 연장 로비를 주도했기 때문이다.[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나쁜 사마리아인, 2007, 부키, p207]

위에 잘 설명되어 있다시피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캐릭터인 미키마우스는 아이들의 절친한 친구인 동시에 자동 소멸될 저작권을 억지로 늘인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이중적인 모습의 미키마우스 (two faces?) 에게 또 하나의 비밀이 있을지도 모른다. (three faces?)

LA타임스는 최근 Disney’s rights to young Mickey Mouse may be wrong 이라는 기사를 통해 디즈니가 저리도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이 사실은 원인무효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디즈니는 브랜드 전문가들이 3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 미키마우스의 브랜드 가치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기자가 첫 번째로 제기하는 의문은 저작권을 얻었던 예전의 캐릭터와 지금의 캐릭터의 묘사의 차이에 관한 것이다.

저작권 문제는 예전의 묘사에 관한 것이다. 미키의 연출은 여전히 알아볼 만 한 것이지만 약간은 다르다. 첫 동시녹음 만화인 “스팀보트 윌리”와 다른 초기 고전들의 스타였던 오리지널 미키는 더 긴 팔, 더 작은 귀, 그리고 보다 뾰족한 코를 가지고 있었다.
Copyright questions apply to an older incarnation, a rendition of Mickey still recognizable but slightly different. Original Mickey, the star of the first synchronized sound cartoon, “Steamboat Willie,” and other early classics, had longer arms, smaller ears and a more pointy nose.

Mickey Mouse concept art.jpg
Mickey Mouse concept art” by San Francisco Sentinel; from the collection of The Walt Disney Family Museum. Licensed under Fair use of copyrighted material in the context of Mickey Mouse“>Fair use via Wikipedia.

미키마우스의 초기 컨셉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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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key – Fantasia” by desktopnexus, originally from Fantasia. Licensed under Fair use of copyrighted material in the context of Mickey Mouse“>Fair use via Wikipedia.

판타지아에서의 미키마우스

몇몇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만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학문적 호기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과 법정에서 유효성을 다투는 것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점이다. 연구 차원에서야 그런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이 의의가 있을지 몰라도 이를 정색하고 법정에서 다룬다면 그것은 만화왕국이자 엄청난 재력을 자랑하는 디즈니와의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에 관한 또 하나의 미스터리는 전직 디즈니 직원이었던 Gregory S. Brown에 의해 제기되었다. Brown은 디즈니를 퇴사한 뒤 디즈니가 잊고 있었던 저작권 갱신을 이용하여 돈을 벌어보려 했다. 하지만 거대기업은 물러서지 않고 그에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그에게 50만 달러의 벌금을 선고했다. 열받은 Brown은 1928년 Walt Disney Co. 가 창조하여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미키마우스의 정체성을 파헤쳐보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그는 “스팀보트 윌리” 만화에서 다음과 같은 타이틀카드(필름이나 슬라이드로 처리되는 것과는 달리 카메라에 잡히도록 만든 그래픽 카드 캡션 caption 이라고 한다)를 발견한다.

“Disney Cartoons
Present
A Mickey Mouse
Sound Cartoon
Steamboat Willie
A Walt Disney Comic
By Ub Iwerks
Recorded by Cinephone Powers System
Copyright MCMXXIX.”

이 타이틀카드가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요는 “월트 디즈니”라는 이름과 관계된 “저작권”이라는 단어의 위치다. 시네폰과 디즈니의 수석 스튜디오 아티스트 Ub Iwerks라는 이름도 있었던 것이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이 이 셋 중 어느 하나라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고, 이를 통해 1909년의 저작권법의 난해한 규정에 따라 어느 특정인의 권리주장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The key was location of the word “copyright” in relation to the name “Walt Disney.” There were two other names listed in between — Cinephone and Disney’s top studio artist, Ub Iwerks. Arguably, any one of the three could have claimed ownership, thereby nullifying anyone’s claim under arcane rules of the Copyright Act of 1909.

LA타임스는 이 기사의 나머지에서 이러한 Brown의 항변에 대한 법원의 무시, 한 법대에서의 이 케이스에 대한 연구, 그리고 그러한 시도에 대한 디즈니의 대응 등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결론은 디즈니의 작품이 늘 그렇듯이 (적어도 현재까지는) 해피엔딩이다. 물론 디즈니에게 말이다. 정의로 – 저작권의 횡포에 저항하는 이들이 생각하는 정의 – 가는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한가 보다.

기자는 한편으로 다음과 같이 디즈니의 모순된 행보를 고발하고 있다.

모순된 것이 이 회사가 비록 그들의 미키마우스는 방어하려 하지만 공공 영역에서 몇몇 캐릭터들에 대한 — 밤비나 피터팬 같은 —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경주해왔다. 디즈니의 가장 유명한 등장인물 중 많은 것들은 다른 이들의 창작품인데 이 중에는 신데렐라, 피노키오, 푸, 그리고 백설공주 등이 포함된다. 비록 회사는 그들의 묘사를 강력히 보호하고 있지만 말이다.
Ironically, the company has mounted international efforts to claim some characters for the public domain — such as Bambi and Peter Pan — even as it defends Mickey Mouse. Many of Disney’s most famous figures were the creations of others, including Cinderella, Pinocchio, Pooh and Snow White, though it has vigorously protected its depictions of them.

이는 타당한 주장이다. 자신이 창조한 – 또는 창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 쥐 한 마리를 지키기 위해서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다른 이들이 창조한 캐릭터들은 정당한 대가 지불없이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 디즈니의 현재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저작권, 지적소유권, 그리고 특허권에 대한 배타적인(exclusive)한 권리보호를 주장하는 거대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행태다. 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법이다.

여하튼 Boing Boing 의 한 독자는 이런 모순된 위치에 놓여 있는 미키마우스의 모습에 측은지심을 느꼈는지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15 thoughts on “세 얼굴의 미키마우스

    1. foog

      오드리님 의외로 잔인하시군요!~ 아이들에게 꼭 산타클로스가 코카콜라의 발명품이라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미키마우스가 복잡한 송사에 시달리면서도 열심히 작품활동을 하는 것에(요즘은 뜸한 것 같지만) 박수를 보내야죠. 맘고생도 심할텐데… ㅋㅋㅋㅋ

      추. 흰 장갑을 언제부터 끼었는지 조사해보는 것도 재밌겠네요. 무슨 기념식에서 커팅하느라 끼고 그때부터 벗는 것을 까먹고 계속 끼고 있는 것일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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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Odlinuf

      foog님 말씀듣고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 제가 또 조사를 해 봤다는 것 아닙니까. 🙂 그런데, 1930년도에도 장갑은 착용하고 있더군요.
      미키가 요새 작품활동보단 돈맛을 본 탓인지 장사에만 급급한 것 같습니다.
      아래 댓글 읽다가 깨달은 점 하나. 저도 크롬쓰고 있는데, 여태까지 foog님 특유의 폰트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점.
      추석 즐겁게 쇠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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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oog

      이 폰트를 우습게 여기시면 안됩니다. 돈을 얼마를 주고 샀는데 말이죠.. ^^; 익스폴로러의 유일한 장점이 아닌가 생각되는 그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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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미키마우스 법이 통과될 때 참 어이가 없었던 게 기억 나네요.
    문제는 미키마우스 하나 살리려고 수많은 다른 저작물의 지적재산권 행사기간까지 불필요하게 길어졌다는 점이지요. 지적자산이란 저작권자가 죽은 담에는 모두에게 공유되는 게 인류의 발전을 위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냥 저 법 이름을 미키마우스 법으로 하고 미키마우스에 한해서만 디즈니가 100년 동안 저작권을 가져라.. 뭐 그런 식으로 만들었다면 (불공평하게는 느껴진다 하더라도) 인류를 위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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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저도 그때가 생각납니다. 하여튼 욕심이란 끝이 없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지요. 여하튼 저작권때문에 처음 펄님의 블로그를 알게 되기도 했지만 저의 지속적인 관심사랍니다. 저는 이 저작권이란 기본적으로 마르크스가 제시한 생산수단의 사유화 개념의 비물질적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정당성 여부를 떠나서 말이죠.

      추.

      구글크롬으로 쓰고 있는데 로딩속도 빨라서 흐뭇하네요. 🙂 다만 기껏 돈주고 산 폰트가 무력화된다는 점. 그리고 댓글창이 이상하게 뜬다는 점. 어떤 문자는 아주 작게 나온다는 점…. 이 개선되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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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잠본이

    사실 진짜 요즘 미키를 보여주려면 저 위의 놈도 약간 시대에 뒤진 편이죠.
    70년대 이후엔 흰자위도 있고 머리는 더 둥글어졌고 옷도 거의 인간처럼 차려입고 다니니…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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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초기의 미키는 사실 방송 사정이 여의치 않을때 무슨 초기 무성영화 상영하는것처럼 단편적으로 봤던 잔상이 남아있었지요… 위에 말하는 초기 캐릭터도 그때 캐릭터로 잔상이 남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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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ginu

    시간이 흐르면서 미키도 점점 세련되게 진화(응?)한달까요?
    회사가 거대해지면 탐욕은 제곱으로 커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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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시간이 흐르면서 진화하다보니 예전 미키 영상을 보면 ‘이 미키가 아닌가봐~?’하는 생각이 들지요. 🙂 암튼 회사의 크기와 욕심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회귀분석도 해볼 필요가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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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쿨짹

    디즈니에 그런 다크싸이드가 있었군요.

    그래도 예전 미키마우스 만화영화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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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멋진데요 dark side of mickey 뭐 이런 제목으로 애니를 한편 만들어도 좋을 것 같네요.. 미키는 다스베이더의 헬멧을 쓰고 등장! 픽사에서 만들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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