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대륙은 발견되자마자 잊혀졌다. 유럽은 아직 그것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을 일으키기 아주 오래전에 이미 발명된 상태였다(어쩌면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가져왔다기보다는/역주]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의 보급을 가져온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발명의 사건사는 그 자체로만 보면 요술 거울의 방과 같은 것이다. 앙리 피렌이 말한 다음과 같은 멋진 말이 이 논의를 잘 요약해준다. : “[바이킹들이 발견했던] 아메리카 대륙은 발견되자마자 곧 잊혀졌다. 유럽은 아직 그것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물질문명과 자본주의 I-2 : 일상생활의 구조 下, 페르낭 브로델 지음, 주경철 옮김, 까치글방, 1997년, p476]

이미 고대 알렉산드리아의 학자 헤론이 발명했다는 에올리오스라는 기계가 증기기관이었다는 설이 있다. 그렇게 오래전에 발명된 증기기관은 당시에는 신기한 생산품이었을 뿐이다. 그것이 상품(商品)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 상품의 가능성을 필요로 하는 시장이 있어야 한다. 즉, 증기기관을 이용한 높은 생산력으로 소비재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증기기관 열차를 통해 그 소비재를 대량으로 소비할 수 있는 또 다른 시장으로 실어 나를 그런 상태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생산관계다. 증기기관이라는 생산력과 자본주의라는 생산관계가 조응하는 상태가 바로 산업혁명이다.

Aeolipile illustration.png
By The entry under Aeolipile in volume one of this work states “The cut is copied from Hero’s “Spiritalia”, edited by Woodcroft, of London.” – Knight’s American Mechanical Dictionary, 1876. source, Public Domain, Link
헤론이 발명했다는 증기기관 상상도

진보의 조건이란 아마도 인력과 그것을 대체하는 다른 에너지원 사이에 합리적인 균형이 이루어지는 것일 것이다. [중략] 고대 그리스나 중국에서의 상황인데, 이곳에서는 결국 싼 인력 때문에 기계 사용이 봉쇄되었다. [중략] 사실 인간의 가치가 어느 정도 보장되지 않으면 진보는 불가능하다. 사람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많은 비용이 들 경우 결국 사람의 노동을 돕게 되거나 아니면 대체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일을 가축이 대신하는 것은 일찍부터 이루어졌지만, 그것은 일종의 사치로서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아주 불규칙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같은 책, pp482~483]

고대 그리스, 중국,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아직 인간의 가치가 높지 않았다. 그들은 노예 주인과 노예의 관계 등 보다 현대의 임노동 관계에 비해 보다 열악한 관계였기에 이들의 노동력을 굳이 증기기관이나 가축 등 다른 비싼 에너지원으로 대체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생산력으로 만들어진 상품을 내다팔 시장도 없었다. 시대가 바뀌어 계급투쟁 등으로 인해 인간의 가치가 높아지고 노동자가 소비자로 격상되어 시장이 커지자 증기기관과 가축 등을 활용한 생산력의 증대방안은 비로소 생산자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비로소 다시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된 것이다.

An automat in Manhattan, New York City in 1936.
By Berenice Abbotthttps://digitalcollections.nypl.org/items/510d47d9-4f4a-a3d9-e040-e00a18064a99, Public Domain, Link
무인판매기도 이미 진작에 사용되었었다

양키[미국의 北部人]들은 碎石機를 발명하였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 작업을 하는 “불쌍한 사람들”은 그들의 노동의 매우 적은 부분에 대해서만 보수를 받으므로, 기계는 자본가들의 生産費를 증가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運河에서 배를 끄는 등의 일에 때때로 말 대신에 아직도 여성들을 사용하는데, 그것은 말과 기계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노동[그것들의 가치]은 數學的으로 규정된 크기이지만, 그와는 반대로 剩餘人口 중의 女性들을 부양하는데 필요한 노동[임금]은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칼 마르크스 지음, 김수행 옮김, 자본론I[下], 비봉출판사, 1994년, p502]

이렇듯 새로운 에너지원이 인간을 대체하는 과정은 시대적으로 그렇거니와 공간적으로도 불규칙한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개척시대에 노동력이 귀했기에 쇄석기를 활용하였다. 그러나 같은 시기 영국은 노동력이 흔했기 때문에 인간을 선호했다. 그리고 운하에서도 말 대신 여성이 배를 끌게 하였다. 현재 노동이 귀하거나 비싸지고 있는 여러 생산 현장에서도 키오스크, AI 등 각종 자동화 장치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다. 이미 예전부터 존재했던 자동화 장치지만, 인간에게 더 이상 좋은 대우를 해주고 싶지 않은 시대와 공간이 생겨나자 그것들은 재발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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