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쟁점이 된 금산분리에 대한 소고

이번 대선은 금산분리 원칙의 대결?

이명박 후보가 세계 지식포럼에서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를 공식적으로 주장하였다.  중앙일보의 기사에 따르면 이 후보 측은 “론스타는 외환은행과 극동건설을 소유한 적이 있다”면서 금산분리 정책의 완화를 주장했다고 한다. 이 주장은 자신의 주장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자본 소유에 대한 우대정책(?) 내지는 묵인정책의 연장선상, 또는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의 시정의 성격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막말로 “니들이 외국자본한테 해준 대로 국내자본한테 해주려는 것인데 뭐 잘못된 것 있느냐”는 투다.

한편 정동영 후보는 같은 자리에서 이 후보의 이런 주장에 대해 금산분리 원칙을 재확인하였다. 정말 그가 이 원칙의 고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음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매일경제는 사설을 통해 “두 후보가 이번 포럼에서 경제정책을 놓고 충돌한 것은 유권자들로서는 반가운 일”이며 “선택은 결국 유권자 개개인의 몫”이라고 짐짓 중립적이고 너그러운 척을 하고 있다.

론스타가 몇 천억 벌고 세금 한푼 안낸 사연

그렇다면 이제 시간을 거슬러 이 후보측이 언급한 론스타가 시장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할 즈음으로 돌아가 보자. 외환 위기 이후 외국 자본은 초토화된 한국 시장을 마음껏 유린했다. 론스타 뿐만 아니라 뉴브리지캐피탈, 푸르덴셜, 알리안츠 등이 금융기관을 손에 넣었고 GM, 르노 등도 국내 굴지의 자동차 회사를 헐값에 사들였다. 파이낸스센터, 스타타워 등의 부동산도 외국자본에 의해 사들여지고 거래되었다.

이러한 무혈입성의 뒤에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요구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있었다. 이들은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이 곧 낙후한 금융과 산업을 선진화하는 것이고 그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에 부화뇌동하거나 심지어 결탁의 의혹까지 일고 있는 경제관료들이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해외자본의 무혈입성 시에 마름 노릇을 자처하였다. 비록 진정으로 부실한 기업들도 있어 정리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으나 외환은행 등 아직까지도 부실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는 기관들까지 이 기간에 도매금으로 넘어간, 그럼으로써 수많은 실직자를 양산한 우리 경제에서 참으로 우울한 시기였다.

이후 론스타를 비롯하여 외국자본에 대한 반대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로부터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려 여유를 갖게 되자 그들이 거두어들이는 상상을 초과하는 매매차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한 예로 론스타코리아는 서울 강남 스타타워를 매각해 2800억원의 차익을 올렸으나 이중과세방지협약에 의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론스타코리아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벨기에 국적의 스타홀딩스가 조세회피용 회사로 이중과세방지협약에 따라 세금을 내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부터 세금당국과 해외자본과의 세금전쟁이 시작되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국세청에 대한 외압이 있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어 투기자본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국세청은 공식적으로 “외압은 없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조사를 하다 보니까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 굉장히 방대한 규모의 로비스트들이 뛰고 있더라. 방해세력이 많아 놀랐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대판 마름이자 매국노들이다.

금산법은 국내자본에 대한 역차별?

한편 이 즈음부터 일부 자본진영에서는 해외 투기자본으로 인해 국내자본이 역차별을 받는다면서 국민경제단위의 보다 강도 높은 조절장치를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 근거로 많은 나라가 특정 산업의 국적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WTO 체제 역시 자국 금융시스템의 통합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조치를 용인하고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재밌는 사실이 이렇게 읍소하는 기업들이 망해가는 국내농업에 대해서는 이러한 논리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 대안연대나 투기자본감시센터에서 하던 주장을 자본가가 같이 외치고 있는 꼴이다. 얻어맞으니까 철드나보다.

어쨌든 철드니까 좋긴 좋은데 이에 대한 해결책이 결국 국내자본의 규제완화로 귀결되고 있어 결국 아직도 속을 못 차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기업들이 주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해결책이 바로 지금 이명박 후보가 칼집에서 꺼내든 금산(金産)분리 원칙의 철폐다. 그동안 실질적으로 은행법에 의한 금산분리의 원칙이 있으되 그 처벌 방법이 없었던 차에 몇 년 전 개정된 금산법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발한 바 있는 국내 기업의 실질적인 목적은 금융지배다.

한국금융연구원은 5일 ‘기로에 선 한국금융’ 보고서를 통해 “경쟁 촉진 및 경제의 이중구조 해소, 금융시스템 안전을 위해 산업과 금융을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같은 계열 금융회사를 통해 부당지원 및 빼돌림으로 시장의 효율성과 공정성, 안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전체 그룹 주식의 극소수만 소유하고 있는 재벌의 총수가 신으로 군림하며 전체 그룹을 쥐고 흔드는 국내 재벌체제 하에서 연구원의 경고는 괜한 우려가 아니다.

금융시스템은 기업들도 주장하듯이 국적성, 통합성, 안정성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금융시스템이 자본의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공공성에 입각하여 금융정책을 비롯한 산업정책의 중추가 되어야 하는 공기(公器)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미 카드사, 제2금융권을 자회사로 거느리며 주계열사의 돈줄로 금융계열사를 부실화시켰던 화려한 전적을 자랑하는 재벌들이 해외 투기자본에 대항(?)하여 제1금융권까지 주무르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외국 도둑 대신 한국 도둑?

이상에서 보듯이 현대의 금융시스템은 세계화, 개방화의 추세에 따라 단순히 일국의 금융시스템이나 금융정책으로 통제 가능한 변수가 점점 적어지고 있는 추세다. 외환위기 당시 혼쭐이 난 정책당국이 천문학적인 외환을 쌓아놓고 있지만 메뚜기 떼와 같은 해외 투기자본의 폭식성에는 근본적인 대비책이 될 수 없다. 해외투기자본은 막강한 자금력과 로비력을 바탕으로 한 나라의 금융시스템 전반을 혼란에 몰아넣고 막대한 이익을 챙겨 달아난다. 딜레마는 현재와 같이 금융시스템이 해외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국내산업자본에 대한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 내지는 철폐는 답이 될 수 없다.

해외 투기 자본의 투기행위에 대한 엄격한 통제와 적절한 이익환수 시스템, 소수 지분으로 산업자본을 휘두르는 재벌형 경제의 타파, 금융 시스템의 통합성과 안정성 유지를 위한 통제수단, 종국적으로 모든 산업과 금융을 선순환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 구축만이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해외자본의 투기성에 대항하여(?) 국내 자본이 은행을 소유하게끔 하자는 주장은 ‘외국 도둑이 곳간을 털지 못하도록 국내 도둑에게 맡기자’라는 이야기다.

참고글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0885.html

7 thoughts on “대선 쟁점이 된 금산분리에 대한 소고

  1. 민노씨

    반가운 글이네요. : )
    저로선 과문해서 내용이 썩 정리되지 않았는데, 정말 깔끔하게 잘 정리해주신 것 같습니다.
    제 글에 링크 및 본문 일부를 인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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