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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의 원인제공자에 대한 두 개의 상반된 입장

OPEC에서 가장 큰 수출업자로서, 사우디는 배럴당 37달러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가게 한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한 감산을 거부했다. 이는 이란이 오바마와의 핵협정을 통해 향상된 생산능력으로 원유를 수출하는데 대한 혜택을 대폭 감소시킬 것이다. [중략] 이러한 어떤 수단들도 이란-사우디의 직접적인 갈등이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당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독재 하일지라도 지난달 이란이 USS 트루만(미항공모함 : 역자주)의 1500 야드 내로 로켓을 발사할 명분은 없었다. 그러나 이는 아마도 미국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고자 함일 것이다. [Who Lost the Saudis?]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사우디의 집권 왕조가 “47명의 대량 처형이 분노에 찬 반발을 촉발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일이 더 진행하기 전에 그들의 정보기관이 최고의 비상단계를 유지할 것을 지시”한 사우디 정부의 메모를 공개했다. [중략] 아랍권에서의 탄압과 반작용의 중핵으로서의 사우디 왕조는 국내에서의 점증하는 반정부 세력을 분열시키고 지역에서의 주요한 라이벌인 이란을 고립시키고자 하는 수단으로 수니와 시아 사이의 긴장을 고의로 높여서 이를 활용하는 분파주의의 선도적인 선동자다.[Middle East tensions escalate in wake of Saudi mass beheadings]

현재의 중동사태에 대한 서로 상반된 입장의 글이라 한곳에 모아보았다. 첫 번째 글은 월스트리트저널의 글이다. 이글은 이번 사태가 사우디의 원유공급량 유지 등에 대한 이란과 러시아의 도발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글의 말미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사우디가 “아라비아 반도에서의 우리의 절친(the best friend we have in the Arabian peninsula)”이며 미국이 왕국을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현 사태의 귀책은 감히 미항공모함 근처에 미사일을 쏘아서 – 미국의 추가 제재의 위기에 놓인 – 이란이라는 것이 WSJ의 생각이다.

한편 두 번째 인용 글은 ‘세계 사회주의자 웹사이트(World Socialist Web Site)’라는 거창한 이름의 매체의 글이다. 이 글은 사우디 정부가 자국의 대량 처형이 불러올 후과를 잘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알다시피 사우디는 예상했던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전광석화처럼 이란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포했다. WSWS는 사우디의 이런 행동을 “분파주의의 선동자”라며 비난하고 있다. 어쨌든 애초부터 무리수가 있었던 처형과 이어진 반발, 이에 대한 빠른 대처를 볼 때 사우디의 행동은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이라 볼 여지가 많아 보인다.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는 두 매체의 글이 공통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대결구도는 대략 ‘미국과 사우디 對 러시아와 이란’ 인 것 같다. 지난번 예멘 내전이 이란과 사우디 간의 대리전의 성격이 짙다면 이번 갈등은 러시아와 미국 간의 대리전의 성격이 짙은 것일까? 아니면 미국이 사우디와 이란 간의 힘의 균형추 이동을 통해 중동에서의 새로운 패권구도를 정립하려고 하는 것일까? 어떤 음모가 숨겨져 있을지라도 분명한 사실은 이번 갈등은 단순히 시아와 수니 간의 종교 갈등을 넘어선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갈등의 원천인 유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전문 컨설팅사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역설적으로 유가가 폭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즉, “이란이 시장에 보다 많은 원유를 공급하려고 시도한다면 사우디가 생산량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인용한 WSJ의 분석과 유사한 논리다. 이란 역시 경제제재가 풀린다면 감산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때 일시 급등했던 유가도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어쩌면 이 사태를 촉발한 원인 중 하나가 저유가일 수도 있다는 사실, 참 역설적인 상황이다.

재밌는 것은 언급된 네 나라 모두 산유국이다.

사우디-이란 사태에 대한 Fortune의 분석

원유 거래업자들 사이에서 두 OPEC 생산국 간의 긴장이 재빠르게 군사적 대치로 이어지고, 전 세계 원유공급에 심각한 차질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그러나 양측 모두 모욕적 언사를 퍼붓고 있고 근시일내에 서로 제재를 가할 것이지만, 최소한 아직까지는 전면전으로 나아갈 생각은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의한 제재는 다분히 상징적인 것이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상업적 항공노선도 없고 두 나라 간에 무역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 모두 원유수출국이기 때문이다. [중략] 하메네이는 페르시아만에서의 원유거래를 이란이 방해하려는 일체의 시도가 바로 바레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제5함대의 응전으로 이어질 것을 알고 있다. 이란-이라크 전 당시 미국의 해군선박들은 페르시아만을 통한 이라크 원유를 보관하고 있는 쿠웨이트의 오일탱크 들을 방어했다. 이란 공군은 그 후 재빨리 탱크 공격을 중지했다. 이 모든 것들은 ‘사마귀 작전(Operation Praying Mantis)’으로 중지되었는데, 미군이 이란 해군에게 치명타를 날린 사건이다. 미국은 이란에게 화내고 있는 사우디가 편하진 않지만, 그들은 또한 그들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Here’s Why Saudi Arabia-Iran Tensions Will Not Lead to Oil Market Mayhem]

포츈의 분석은 ▲이 두 나라 간의 긴장국면이 처음도 아니었고 ▲그 조치들은 상징적인 조치일 뿐이며 궁극적으로 ▲미군이 원유자원 보호 때문에 군사적 행동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사우디-이란 국교 단절에 대하여

중동에서 세계의 관심은 ISIS가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의 민간인들에 대한 위협에 쏠려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더 큰 이슈는 천여 년 동안 반목하고 있는 시아와 수니 무슬림 사이의 갈등이다. 그 대부분의 기간과 그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아는 수니의 손 안에서 차별에 – 때로 잔혹한 범죄에 – 직면해왔었다. 그러므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수니가 지배하고 있는 걸프 지역의 여타 국가들은 시아가 권력을 장악한 이란을 그들의 전략적인 천적으로 여기고 있다.[The Global Economy Confronts Four Geopolitical Risks]

이 글을 읽고 글쓴이의 혜안에 고개를 끄덕거렸는데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우려가 현실화되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이란과의 외교단절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사우디 정부가 시아파 반정부인사를 처형하였고, 이에 분노한 이란 시위대가 사우디 총영사관 등을 공격한 데에 따른 조치다. “반정부인사”의 처형이 현지시각으로 1월 2일 치러진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초스피드 국교단절이 아닌가 짐작된다.

한편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유가가 한때 3% 일시 급등하는 등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전문가는 양국 갈등으로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지 않지만 투기적 요소 등에 의해 유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가 주요 유전지대를 둘러싼 갈등도 배경에 있다는 점에서 유가 폭등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여하튼 현 사태는 이 지역에서 촉발될 수 있는 지리정치학적 리스크를 증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태의 배경에 오랜 기간 동안의 종교적 갈등이라는 표면적 이유이외에도 이 지역의 후진적 정치체제와 이를 용인 내지는 장려하고 있는 서구열강의 이기주의1 2 3가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사우디가 처형한 “반정부인사”는 무려 47명이다. 21세기에도 왕정을 유지하고 있는 이 국가는 이토록 많은 인명을 국가의 이름으로 처형하고 있는데, 서구에서 이런 야만적인 행위에 대해서 비난성명이라도 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4

영화 시카리오는 멕시코의 미국과의 접경도시인 시우다드 후아레즈에서의 패권을 둘러싸고 마약 카르텔 간에 벌어지는 끔찍한 살육전을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인 FBI요원은 미국 수사당국이 겉으로는 마약 카르텔을 응징하려는 것으로 보였지만, 결국 카르텔 간의 힘겨루기를 막후 조종하여 지역의 거짓 평화를 도모하려는 목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미국을 포함한 서구 역시 지금 시카리오에서의 그 수사당국과 같은 태도가 아닐까?

그 점에서 사우디의 이번 행동에는 오바마 집권과 세일원유 등을 배경으로 악화되어온 사우디-미국 동맹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을지 모른다.5 석유를 위해 사우디의 후진적 정치체제와 지역맹주 자리를 인정해왔던 미국이 이란과 가까워진다는 사실은 사우디로서는 분명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우디는 원유 공급량 유지를 통해 유가 전쟁에서 승리했을지 모르지만 이란이라는 새로운 라이벌 카르텔의 급부상을 초래한 것인지도 모른다.

전 세계 경제성장은 어느 나라에서 주도하고 있을까?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2014년에서 2016년간의 기간 동안 전 세계의 경제성장의 약 52%는 중국과 미국에 의해 창출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16개국이 전체 경제성장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BSG는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에 가지고 있는 의욕적인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Courtesy of: Visual Capitalist

 

한편 지난 한해 어느 자산의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을까? 맥쿼리에 따르면 달러와 나스닥 등이다. 그래프를 보면 애써 원자재와 같은 대체투자에 몰두했던 투자자들에게는 고난의 한해였음을 알 수 있다. 달러화의 강세는 곧 국제유가의 추가하락 예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유가가 바닥이 어디라고 함부로 이야기할 사람이 없을 듯.

Courtesy of: Visual Capitalist

골드만삭스의 투자 실패 사례에 대한 단상

협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콜롬비아에 있는 석탄 광산들을 손해를 보고 팔아치우는 협상 중에 있다고 Ianthe Jeanne Dugan이 보도했다. 골드만은 저항, 하락하는 석탄 가격, 환경법, 상업은행이 원재료를 생산하고 저장하고 판매할 수 있는 방식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Fed의 고려 등에 직면하고 있어, 그들의 투자에 대해 성과를 올리지 못할 위험에 처해있다. 골드만이 발전소와 알루미늄 저장 비즈니스를 매입하던 즈음에 했던 거래 중 하나가 원자재의 생산자로서의 은행의 미숙한 경험의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은행은 원자재 거래와 관련한 금융도구, 그리고 그들의 고객을 위한 상품에서의 시장 조성은 계속할 것이다. 그들의 상품운용은 2013년 매출 중 15억 달러로 이는 2009년의 34억 달러에서 감소한 수치다.[Goldman Sachs May Sell Coal Mines -Energy Journal]

투자은행이 1, 2차 산업에 직접 뛰어드는 경우가 흔치는 않다. 투자은행의 역사로 보건데 이들은 주식 또는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성하고자 하는 산업계나 국가를 상대로 주식 및 채권을 언더라이트하고 이를 시장에 내다팔고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를 위주로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선기관으로서의 기능이 금융업이 커지면서 고유계정으로 직접 투자를 실행하는 비즈니스까지 확대되었지만 이 역시도 주로 금융상품을 – 실물투자를 자산으로 깔고 있다 할지라도 – 위주로 투자하였다.

투자은행이 인용문에서처럼 직접 실물자산의 주인이 되어 투자를 하는 경우가 드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인용문에 그 이유가 잘 나와 있다. 골드만이 투자하고 있는 석탄 광산들은 평판 리스크, 가격 리스크, 법률/규제 리스크 등 열거할 수 있는 주요 리스크가 전부 거론되고 있다. 구체적인 조건으로 설계된 금융상품이라면 이러한 리스크가 어느 정도 헤지되어 있었겠지만 골드만이 실질적 주주로 실물투자를 하고 있다면 그는 기업경영자처럼 모든 리스크를 다 감내하며 사업을 경영하여야 한다.

업계/업종을 뛰어넘는 투자는 사실 증권화 추세와 맞물려 이미 상당 정도 진행 중이다. 투자행태에 있어 좀 더 자유로운 PEF는 이런 종류의 투자를 자주 실행한다. 다행히 투자자가 업태를 잘 이해하고 흐름을 잘 타면 성공적으로 수익을 실현하겠지만 때로는 인용기사처럼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투자자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수익률을 쥐어짜는 방법을 택한다. 인력감축을 대표로 하는 구조조정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확실히 손바꿈이 잦은 금융투자자의 투자라면 더 만만한 수단일 것이다.

보다 자세한 소식은 여기로

지렛대 효과의 무서움

셰일 가스의 붐이 웨스트텍사스의 – 한동안 방문자들은 작동하는 펌프잭보다는 뛰어다니는 멧토끼로 가득 찬 들판을 볼 수 있었던 곳 – 풍경을 바꿔놓은 것처럼 미국 신용시장의 모습에도 드라마틱한 영향을 미쳤다. 바클레이스의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채권은 1조3천억 달러의 정크본드 시장에서 15.7%를 차지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단지 4.3%에 불과했다. [중략] 비슷한 추세가 레버리지대출 시장(the leveraged loan market )에서도 진행되어 왔다. S&P캐피털 IQ에 따르면 2004년 3.1%던 미상환 대출 비중은 4.6%까지 커졌다. [Crude slide sparks oil-related debt fears]

어제 살펴본 석유시장과 금융시장과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검색을 해보았다. 파이낸셜타임스에서 괜찮은 기사를 하나 발견해서 그 중 일부분을 번역해보았다. 어제 글에 프로젝트파이낸스 시장이 유전개발 등 석유 시장과 함께 발전해 왔다고 말했고 여전히 해당 시장은 PF의 주요 시장이지만 인용한 기사를 보면 최근에는 프로젝트파이낸스 시장보다 정크본드 시장이 더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기사에서 언급한 레버리지대출은 PF 상품과 대부분 겹친다. PF를 구조화할 때에 소요자금은 크게 자본과 대출로 나뉘고 이때 통상 자본에 비해 대출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데 바로 이런 지렛대(leverage) 효과를 노린 대출을 레버리지대출이라고 칭하기 때문이다. 이 시장도 시간이 흐르면서 비중이 커지기는 했다. 하지만 정크본드 시장은 그 시장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셰일 가스 시장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전통적인 석유메이저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체자금이나 장기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PF 등을 선호할 것이다. 채권을 발행해도 그들의 채권은 단연 우량채권이다. 하지만 셰일 가스는 벤처 산업이다. 그들의 PF시장에로의 접근은 쉽지 않을 것이고 결국 높은 금리를 줘야 하는 정크본드 시장이 주요한 자금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채권(bond)이든 대출(loan)이든 어쨌든 자본(equity)이 아닌 돈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바로 위에서도 언급한 지렛대 효과를 위해서다. 만약 그 돈이 같은 에쿼티로 들어왔으면 채무보다는 덜 괴로운 일이지만 채권이나 대출은 사업의 부침 여부와 상관없이 때가 되면 원리금으로 갚아야 할 돈이다. 호황기에는 경제 확장을 가속화시키지만 이렇게 불황기에 접어들면 몰락을 가속화시키는 것이 바로 지렛대 효과다.

유가하락의 원인에 대한 BIS의 분석에 대하여

그러나 다른 요소들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새롭고도 중요한 요소는 최근 석유 섹터가 부담하는 부채의 현저한 증가다. 투자자들이 기꺼이 원유자산과 매출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려고 하기 때문에 원유기업들은 부채 수준이 광범위하게 상승하는 와중에도 대규모 자금을 차입할 수 있었다. [중략] 생산자들이 변제능력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오일 섹터의 이러한 과중한 부채부담이 석유 시장의 최근의 역동성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중략] 높은 부채 수준으로 인해 유가 하락이 생산자의 재무상태표를 악화시키고 잠재적으로 원유자산 판매의 결과로써(예를 들어 더 많은 생산량이 선물로 팔린다) 가격하락을 부추기면서 신용수준을 조이게 된다. 둘째로, 낮은 유가는 현금흐름을 감소시키고 기업이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유동성 부족의 위기를 증가시킨다. 부채 상환 요구 조건은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질 생산을 지속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이것이 시장에서의 공급 감축을 지연시킬 수 있다.[Box: Oil and debt (February 2015)]

BIS가 최근 세계경제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는 유가하락의 원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3월쯤에 완전한 보고서로 발간될 예정인 이 연구의 대강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았기에 일부를 번역해보았다. 전체적인 내용은 현재의 유가의 폭락이 금융과 상당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도래와 금융화 현상과 함께 어쩌면 가격의 등락에 금융이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론이지만 정작 매체에서는 사우디와 미국의 기 싸움, OPEC내에서의 갈등 등 정치적인 이슈만을 화제로 삼아 오히려 신선한 감이 있다.

유가와 금융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민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 10년간의 유가 폭등에도 주요변수로 주장되어 왔던 것이 금융자본의 시장 가세로 인한 이상폭등이었다. 시간이 상당히 흐른 지금도 그 정확한 원인을 발라내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금융화 현상이 실물가격의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개연성은 이제 자연스러운 추론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때와는 반대 양상으로 유가가 폭락하고 있음에 또한 금융화 현상이 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BIS의 추론이다. 그리고 인용한 부분은 바로 석유기업의 높은 부채수준이다.

우리가 오늘날 투자은행이라고 부르는 부문은 사실 시작부터 석유시장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석유시장에서 사업을 하려면 큰돈이 필요하다. 이 돈을 모두 자기 돈으로 조달하기에는 벅찬 사업가가 손을 벌린 곳이 바로 초기의 월스트리트였다. 유전개발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발달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흔히 PF라 부르는 프로젝트파이낸스(Project Finance)다. 1930년대를 기점으로 한차례 시장의 성장을 겪은 석유 파이낸스 시장은 1970년대의 북해유전의 개발과 1980년대 세계화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왔다.

그런데 그렇게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면 왜 최근에야 유가가 하락할까? BIS가 제시하고 있는 그래프가 판단의 단초가 될 것 같다. 2006년과 2014년의 석유/가스 회사의 미상환 부채 수준이다. 금융위기를 거쳐 왔음에도 미국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들의 부채수준은 다른 부문의 부채청산 경향에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늘었음을 볼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을까 하는 것은 오히려 금융위기 시절에 유가가 더 올라 그들의 수익성이 좋아졌음에서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즉, 그들의 부채청산 시기는 이제 돌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향후에는 이런 높은 부채수준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일단 최근 적지 않은 에너지 부문에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한계상황에 부닥친 기업들은 회사를 청산할 것이다. 사우디가 기대하고 있었을 치킨게임에서의 승패가 어느 정도 가려질지도 모르겠다. 공급은 줄어들고 다시 유가가 정상화(?)되는 그런 상황 말이다. 그런데 그런 예측이 단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에너지기업의 부채가 정상화까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할 것이다. 그 전에 채무불이행에 도달한다면 시장은 다시 혼란에 빠질 것이다.

전 세계 프로젝트파이낸스 연도별/섹터별 추이(단위 : 10억 달러)

출처 : Global Project Finance Infrastructure Review Full Year 2013, Infrastructure Journal

다음으로 향후 에너지 시장에 신규 생산자가 얼마나 진입할 것인가 하는 데이터도 유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Infrastructure Journal이 조사한 최근 3년간 프로젝트파이낸스 시장을 보자. Oil & Gas 부문은 여러 부문 중에서 항상 1위를 차지했고 특히 2013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투자의 대폭적인 증가세는 “투자자들이 기꺼이 원유자산과 매출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려고 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시설들은 향후 몇 년에 걸쳐 차근차근 생산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유가를 출렁거리게 하는 변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