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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비판에 엄밀한 사실관계 확인 필요

필자 역시도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대운하란 사업은 애당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러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데 있어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비판을 할 때에 사실관계를 엄밀히 따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게 되면 결국은 아마추어라는 소리를 듣고 비판의 진실성이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이러한 소지가 있는 글이 바로 경향신문의 “[집중진단]하려는 사업마다 ‘민자 만능론’···과연 善인가”란 기사와 이를 인용한 오마이뉴스의 “왜 건설사가 운하에 뛰어드나 했더니”라는 제목의 기사다.

이 기사들에서 볼 수 있는 오류는 바로 프로젝트파이낸스(또는 프로젝트파이낸싱)에 대한 잘못된 설명과 이에 대한 확대재생산이다.

“하지만 민간이 사업성에 대해 100% 책임을 진다하더라도 재정부담이 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통상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전체 공사비의 10~20%를 건설사가, 50~60%는 은행·보험사·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스 방식으로 투자하고 정부가 보증을 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경향신문]

여기에서 주의해서 읽어야 할 대목은 “50~60%는 은행·보험사·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스 방식으로 투자하고 정부가 보증을 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라는 대목이다. 이것이 프로젝트파이낸스에 대한 설명이라면 잘못 되었다. 국내 민간투자사업에서 정부가 법률적이고 금융적인 용어상의 보증을 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해외에서도 대부분의 사업이 국가보증 없이 프로젝트파이낸스가 진행된다.(주1)

굳이 넓은 의미에서의 보증의 형태라고 한다면 경향신문도 언급하고 있는 예상 운영수입에 대해 일정비율을 보장해주는 운영수입보장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는 2006년 사업의 형태에 따라 그 제도 자체가 폐지 내지는 대폭 축소되었다. 따라서 현행 제도로만 본다면 BTO 방식으로 시행될 경우(주2) 민간사업자가 상당수 예상수입에 대한 부담을 지는 것은 사실이다.

요컨대 “보증”과 “운영수입 보장”은 서로 다른 개념이므로 기자가 사용한 보증이란 개념이 무엇인지 정확히 규정해주었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경향신문 기사를 인용보도한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읽으면 이런 점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정부는 2006년 1월 민간제안사업의 최소운영 수입 보장제를 철폐하고, 정부 고시사업의 보상 수준도 크게 줄였다. 이명박 당선인이 “기업들의 제안이 들어오면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민간에서 제안한 사업은 정부의 법적인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향>은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전체 공사비의 50~60%가 결국 정부가 보증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조달 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로는 정부가 결국 코가 꿰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향>이 한 건설사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건설사가 일단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운하 사업을 위해 하천을 파내다가 수익성이 안 맞아 공사를 못하겠다고 나오면 정부가 공사를 그만두라고 할 수 있겠느냐?”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의 기사는 최소운영수입 보장제가 철폐되었음을 지적하면서도 새 정부가 대운하 민간투자사업에서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질 것이라는 논거로 “결국 정부가 보증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주장은 틀린 주장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은 엄밀히 말하자면 정부보증의 여부가 아닌 사업의 재무적 타당성을 담보로 하는 금융기법이고 더욱이 프로젝트파이낸싱이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을 질 것이라는 것은 맞지 않는 주장이다.

둘째 정부가 코가 꿰일 것이라는 전망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그런데 그것은 민간투자사업이랄지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제도 자체가 잘못 되어서기보다는 바로 저 말을 한 건설사 관계자 자체의 못된 마음, 즉 배째라 정신이 문제인 것이다. 저런 못된 마음을 먹으면 어떤 일이든지 안 되게 마련이다. 저 말을 한 건설사 관계자와는 관계를 끊는 것이 좋다.

분명히 지금 대운하는 재무적, 경제적 타당성도 없고 환경파괴가 눈에 선한 사업을 억지로 끌고 가고 있는 반(反)시장적, 반(反)환경적인 사업이다. 두 기자들이 우려하듯이 이대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정권과 자본의 결탁으로 하나의 거대한 재정적, 환경적 재앙을 맞을 개연성이 크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것을 비판할 때에 주의하여야 할 것은 사실(facts)의 확인이다.(주3) 그렇지 않으면 상대로부터 진실(truth)에 대한 거센 도전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1) 민간이 국가보증을 요구하는 사례는 주로 제1세계의 사업자가 제3세계에서 프로젝트파이낸스를 진행시키는 경우다

(주2) BTL의 경우는 임대료의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100% 수입보장의 성격이 강하다. 다만 이러한 안정성으로 인해 약정수익률은 국고채+a로 매우 낮은 편이다

(주3) 한때 유행하던 표현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운하, 모든 절차 밟아 1년 안에 착공한다니

연합뉴스 기사를 보니(원 기사 보기) 이명박 당선자가 “대운하는 모든 절차를 밟아 추진하겠다”고 이경숙 인수위원장에게 말했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이제사 뭔가 좀 제대로 되가나 싶었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재밌다. “국내 민간 투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착공까지는 취임 후 1년이 걸린다고 확실히 (이 당선인(주1)이)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모든 절차를 밟아 5개월 안에 애를 낳겠다.”
“모든 절차를 밟아 열다섯 살이 되기 전에 성인이 되겠다.”

뭐 이런 멘트랑 비슷한 수준이다.

이 블로그에서도 몇 번 추진기간의 무리함에 대해 이야기했고 다른 매체에서도 같은 소리를 냈지만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하려면 필요한 각종 절차, 즉 사전타당성 검토(VFM;Value For Money), 기본계획 수립, 각종 영향평가, 민간사업자 선정을 위한 사전절차 및 협상, 자금조달이 각각의 절차에만도 몇 개월 길게는 1년이 넘게 걸리는 일이다. 그러니 어림잡아도 3~4년은 걸려야 정상이다.

그런데 당선자는 그런 사업을 “모든 절차를 밟아 1년이 걸린다”라고 이야기하신 것이다.

기사는 그런 한편으로 이 당선자가 이천 화재사고에 대해 언급한 내용도 보도했다. 이 당선자는 “소방안전 시설이 준공되기도 전에 검사가 끝났다는 보도를 보면서 현장에 안 가보고도 어떻게 준공했느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원인을 처음부터 제공하지 않겠다는 마음의 대비와 새로운 각오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비와 각오는 대운하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옳은 일이다. 냉동창고 하나 짓는데도 안전시설이 준공이 되어야 검사가 끝났다고 할 판에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대운하를 만드는 마당에 모든 안전여부, 환경영향 여부, 자금조달 가능성 여부, 향후 국민부담의 정도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꼼꼼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절차가 1년이 소요된다면 … 그것은 돌관 공사도 이만저만한 무식한 돌관 공사가 아니다.

 

(주1) 어느 블로그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당선인이라는 표현은 틀렸고 당선자가 맞다고 본다. 필자도 얼마 전에 모든 매체가 당선인이라고 하기에 무심코 당선인이라고 했다가 다시 고쳤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계속(물론 초지일관은 아니지만) 당선자라는 표현을 쓰는 매체가 있다. 바로 조선일보다.

건교부의 대운하 말 뒤집기 관전기 2탄

건교부가 대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건교부는 경제성에 대한 타당성 분석을 언급하면서 수자원공사 등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물동량을 고려한 비용대비편익(B/C)을 산출한 값이 0.16밖에 안돼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관광수입, 지역산업파급효과 등까지 고려하면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개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경제, 건교부 “대운하특별법 상반기 추진필요”, 2008년 1월 6일)

B/C에 대해 알아보자. B는 ‘편익(Benefit)’을, C는 ‘비용(Cost)’을 의미한다. 그래서 B/C라 함은 ‘편익나누기 비용’으로 이 수치가 1보다 크면 타당성이 있다고 보는 간단한 분석기법이다. 결국 대운하의 비용이 20조 원이라 가정하였으니 건교부 추정에 따르면 편익은 3조2천억 원인 셈이다. 이런 형편없는 사업을 추진하라고 건교부가 건넨 충고는 나머지 16조8억 원을 관광과 지역산업 부양 등의 효과로 땜빵하라는 것이다.(주1)

여하튼 이 부분에서 애매한 것이 바로 편익 부분이다. 단순히 경제적 편익이라 하면 계산하기가 편하다. 그것은 오직 운하 운영관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수입, 예를 들면 운영회사(민간 또는 정부)가 벌어들이는 통행료 및 기타 부대 수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적 편익이라면 좀 더 복잡해진다. 앞서 언급한 기대수익뿐만 아니라 운하건설과 유지로부터 파생되었다고 여겨지는 모든 부대수입(관광, 지역산업 등)과 물류비용 절감에 대한 기회비용, 기타 화폐가치로 계상되지 않는 각종 편익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경제적 타당성으로 분석하면 매우 간단하고 계산이 그나마 나름대로 객관적인데 비해 사회적 효용성을 위주로 한 타당성 분석이라면 계산이 매우 복잡하고 주관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운하주변 어느 관광지에 손님이 붐비거나 도시의 고용이 늘었는데 그 중 몇 퍼센트가 운하 효과라고 명확히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 분석자의 주관이 더욱 많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건교부가 B/C 비율 0.16짜리 사업도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큰 소리 치는 것이다.

인수위는 경제성 분석과 관련, “대운하는 민간투자업체가 주축이 돼 추진하는 BTO(Built Transfer Operate) 방식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민간에서 경제성 분석을 하는 것이 맞다”며 “경제성 분석을 5대 건설업체가 컨소시엄으로 할지, 다른 업체와 묶어서 할지는 전적으로 민간이 스스로 결정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건교부 “대운하특별법 상반기 추진필요”, 2008년 1월 6일)

따옴표 친 인용부분은 맞는 이야기다. 경제성 분석은 민간이 한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그것은 편익을 단순히 대차대조표 상의 이익, 민간이 벌어들일 통행료 및 기타 부대수입만을 고려한 것이다. 사회적인 전후방 연계효과는 고려하지 않는다.

다만 앞서의 인용문과 연계하여 지적할 부분은 민간이 경제적 분석을 하게 되면 각종 비용과 편익의 시간가치까지 고려한다. 돈의 가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절하되기 마련이므로 이를 할인율로 할인하여 계산하는 기법이다. B/C 분석은 통상 이러한 시간가치를 반영하지 않는다. 즉 같은 1,000원이어도 B/C분석에서는 1년이 가도 1,000원이지만 민간이 사용하는 NPV기법으로 하면 1년 후에는 5% 할인율 기준으로 대략 952원이 된다.(주2) B/C 비율 0.16짜리 사업을 NPV분석으로 계산할 경우 더욱 형편없는 수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둘째로 ‘경제적 분석’은 민간이 하는 것이 맞지만 그럼에도 정부 측에서의 ‘사회적 편익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행 민간투자사업을 비롯한 모든 공공사업이 다 그렇게 하고 있다. 이른바 ‘예비 타당성 분석’이나 ‘Value For Money’라는 어려운 용어의 분석도 있다. 이 작업이 선행되어 그 타당성결과를 민간의 사업계획과 비교하여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이를 인수위가 모르고 저 이야기를 했으면 무식한 것이고 알고도 저 이야기를 했으면 국민을 속인 것이다.

그리고 한마디 더하자면 지금 아는지 모르는지 다들 그렇게 떠들고 있는데 5대 건설사 운운하면서 그들을 마치 이 사업의 추진주체로 당연시하는 발언들은 엄밀하게 보자면 모두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발언들이다. 친시장 정부의 첫 작품이 이렇게 반시장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참 역사의 코미디다.

 

(주1) 대운하 하나 덕분에 그 주변이 관광, 지역산업으로 16조 원 이상의 편익을 누리려면 그야말로 나라를 몽땅 뒤집어 엎는 난리를 피워야 할 것 같다.

(주2) 계산방법은 “NPV=미래가치/(1+할인율)^해당년도” 다. 이 방식으로 계산하면 1000/(1+5%)=952 가 산출된다.

대운하를 소재로 한 건교부의 반전(反轉)쇼

얼마 전에 정부 한 부처의 고위공직자가 공무원은 ‘영혼이 없는 존재’라고 발언했다가 새 정부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던 한 언론매체로부터 호된 비아냥거림에 시달린 적이 있다. 해당 인물은 정권의 성향에 따라 맡은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의 존재의의를 표현한 말인데 언론이 곡해했다고 말했다가 또 언론 핑계 댄다고 다시 한 번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

그 공무원의 발언이 다분히 기회주의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를 기사화하여 노골적으로 놀려댄 그 언론도 못지않게 기회주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기회는 찬스라고 모처럼 자신들의 세상이 온 마당에 ‘무엇이 두려울쏘냐’ 하는 오만함이 그 기사에 배여 있었다.

‘영혼이 없는’ 부처에 건교부도 가세한 느낌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해 말 한 기사에 건교부의 한 간부가 “무슨 특별한 철학이 있어서 이 당선자의 정책에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며 “청와대의 뜻을 따르는 게 공무원의 숙명”이라고 말했다고 전하였다. 생각해보면 참 딱한 존재다. 문제는 그 숙명을 완수하기 위한 오버질이다.

새 시대를 맞이하여 건교부는 6일 한반도 대운하를 이명박 당선자 임기 내에 완공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건교부는 인수위에 제출한 보고서에 특별법 없이 현행법으로 대운하를 추진할 경우 3~4년이 걸려 임기 내 완공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2페이지에 걸쳐” 개진했다 한다.

필자 생각에도 건교부 말이 백번 맞다. 환경영향평가나 문화재 지표조사 등 각종 영향평가, 토지보상 절차, 민간투자사업 추진 절차 등 난관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이 사업도 새만금 사업이나 행정복합신도시처럼 특별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옳은 말 한 셈이다.

문제는 정권에 따라 입장을 확 바꾸는 그 기회주의적 속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임기 내 공사 끝내시고 성군으로 칭송받으시라고 급행열차 티켓을 자진해서 끊어주기 위해 부처업무의 소신을 저버리는 그 비굴함에 있다. 아무리 환경부가 아니라 건교부라 하지만 환경의 보전을 위해 필수적인 각종 영향평가를 패스할 특별법으로 만들라는 소리를 그렇게 쉽게 할 수가 있는가 하는 말이다.

새만금 사업과 행정복합시도시 사업을 거론하는 것은 그때의 시행착오를 또다시 반복하자는 소리다. 환경을 무시하고, 수요예측을 무시하고, 주변지가 폭등으로 인한 시장교란을 무시하자는 이야기다. 하물며 이 사업은 국토의 젖줄을 파헤치는 사업이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도 모자랄 사업에 당초 반대 입장을 표명하던 건교부가 ‘임기 내 준공’이라는 Mission Impossible의 해법을 자진해서 제시한 것이다.

사실 이쯤 되면 건교부는 영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새 정부에 헌납한 셈이다. KIN

한반도대운하, 빚잔치 자신있으면 추진해라

한반도대운하의 추진속도가 예상외로 빨라지고 있다.

장석효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한반도대운하 TF팀장은 건설사 사장들이 대운하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이명박 당선자 핵심 측근은 또 “두바이 소재 펀드가 한반도대운하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며 “대통령 취임식 직후에 MOU(주1)를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인수위는 2월 초 공청회를 열고 네덜란드 운하 기술진이 다음 달 입국해 기술적인 부분을 조언할 것이라 한다. 각종 실무도 발 빠르게 진행되어 당분간은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 전문가들을 민망하게 만들고 있다. 역시 불도저 추진력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는 상황이다. 어떤 이는 총선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진위야 알 수 없다. 하여튼 의지표명이 상상외로 강하다.

지난 번 짧은 글에서도 잠깐 언급하였지만 대운하의 추진가능여부는 자금조달에 달려 있다. 적게 잡아도 인수위 주장의 20조원 정도로 예상되는 사업비를 국고로 댄다는 것은 나라 곳간을 거덜 내겠다는 발상이고 이를 잘 아는 이명박 당선인 측은 경부대운하의 15조원의 자금조달은 민간투자사업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말한바 있다. 바로 그 이유로 5대 건설사, 두바이 펀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단편적인 정보를 통해 한반도대운하의 사업타당성 여부를 검토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나 일단 그 재무적인 타당성 여부를 간단하게나마 가늠해보도록 하겠다.(주2)

재무적 타당성의 기본은 투입과 산출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다. 투입은 건설비용을 비롯한 각종 부대비용이 될 것이다. 산출은 대운하를 통해 얻어지는 통행료 수입, 골재판매, 기타 관광 등 부대사업 등 경제적 이득이다.(주3) 투입에 대해서는 아직도 말이 많으나 그래도 어느 정도 오차가 적게 예측이 가능하다. 문제는 산출이다.

대운하는 국내에서 유례가 없는 사업이다. 외국에서도 내륙운하에 대한 사례가 많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 적용도 어려울 것이다. 한마디로 수요분석에 대해서는 시계제로인 사업이다. 도로사업의 경우에도 예측 교통량과 실제 교통량의 편차가 40~50%가 나는 바람에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상황인데 운하는 어떻겠는가.(주4)

투입은 예측할 수 있는데 산출을 예측할 수 없으면 투자는 이루어질 수 없다. 민간투자사업의 자금조달 방식인 프로젝트파이낸싱의 전제조건이 재무타당성 분석이기 때문이다. 산출예측이 불가능하면 자금조달도 없다. 기업의 돈은 “신정부에 대한 자선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수위는 그래도 대운하를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해관계가 그렇다면 방법은 있다. 바로 수요에 상관없이 투자를 보장해주는 방식을 채택하면 된다.

“관건은 과연 경부운하가 그만한 수익이 날 것이냐는 점. 건설사들은 선박 통행료나 정박료 등을 받아 투입공사비를 회수하게 될 텐데, 건설사들은 이 부분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사업비 규모가 얼마든 수익성을 보장해줘야 민자사업이 진척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수익확보가 되지 않으면 정부가 예산을 받아 공사비손실을 보전해줘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대운하 본격 시동] 건설업계 “구미는 당기는데…”, 2008년 1월 1일, 한국일보)

이를 전문용어로 “정액구매보증계약(take-or-pay contracts)”이라고 한다. 현재 민자 발전소 사업, BTL 사업, 과거의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에서의 운영수입보장이 이에 가깝다. 운영수입보장은 폐지되었다. 민간사업자가 수요위험을 책임지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국내건설사와 두바이 펀드가 수요위험을 못 지겠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업은 추진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고 싶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투자를 보장해주면 된다.

통상 민간투자사업의 사업운영기간은 20년의 장기이고 이 기간 동안 민간의 회수분은 초기투자에 수익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여 계산할 때 대략 4~5배 된다. 20조원이 최종투자비라 가정할 때 80~100조 원을 국가가 지불하여야 된다는 이야기다. 이를 운영기간으로 나누면 매년 4~5조 원의 돈이다. 적은 돈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명박 당선인은 민간투자사업 추진을 재고할 수도 있지 않은가. 또는 대운하 자체를 재고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그대로 밀고 갈 동인도 있다. 자신의 임기 안에 민간에게 그 돈을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은 임기 안에 공사 진행상황이나 보고 있고 이에 따른 경기부양효과를 누리면 되는 것이고 뒤치다꺼리는 차기정부의 몫이다.

이것이 대충의 예측 시나리오다. 이보다 더 암울한 시나리오를 쓴다면 두바이 펀드 등 해외 투자펀드들이 더 높은 (확정) 수익률을 요구하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국가채무(주5) 는 곱절로 뛸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 한국은 신용도가 그저 그런 제3세계일뿐이다.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세계 최대의 금융회사 씨티그룹에 투자할 때조차도 확정수익률이 10%를 넘었다.(주6) 그러면 우리는 그보다 낮은 수익률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대가 챔피언이다.

(주1) MOU는 “양해각서 [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의 약자로 통상 지방/중앙정부와 투자자간의 향후 사업추진에 대한 개략적이고 느슨한 사업추진방안을 규정하는 문서로 아무런 법적근거는 없다. 보통 사업추진을 대내외에 선전하기 위해 요식행위로 추진한다.

(주2) 기술적 타당성과 환경에의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능력 밖이므로(!) 논외로 한다. 이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만화를 http://blog.naver.com/etacarina85/130021721758 에서 보시도록…

(주3) 사회적 효용은 민간투자사업 타당성 분석에서 민간 측의 고려요소가 아니다.

(주4) 그래서 현재 신공항 고속도로도 주민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비싼 통행료를 책정하였고, 별도로 국고지원까지 받고 있다.

(주5) 사실 현재 민간투자사업을 위해 국가가 지불하는 돈은 채무로 계상되지는 않는다. 일종의 말장난인데 사실이 그렇다.

(주6) 지금 우리나라 민간투자사업의 Take-or-pay 방식 사업의 통상수익률이 6% 초반 언저리다.

대운하 공약내용 요약 및 개략검토

공약내용

1. 추진사유

2020년 우리나라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4700만TEU로 2005년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돼 새로운 운송수단의 확충이 불가피(해양수산부 추정)

2. 사업개요

– 한반도를 가로질러 5000톤급 컨테이너 선박 등이 이동할 3100Km의 물길건설
– 2010년 호남 운하를 시작으로 2012년에는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경부운하를 건설
– 총사업기간 : 4년

3. 대운하의 자금계획

이명박 당선자의 정책자문을 담당한 유우익 서울대 교수의 언급

구  분

건설비

재원조달방안

경부대운하

15조원

준설되는 토사를 건축자재를 사용하여 재원절반 충당

나머지는 민자유치(BTO) *

호남대운하

3조5천억원

국고충당


4. 추진일정

– 2008년 상반기 대운하 추진계획 수립
– 2008~2009년 특별법제정
– 2009년 2월 착공
– 2010년 호남운하, 2012년 경부운하 완공

5. 사업 타당성

1) Input

18조5천억원

==> 반대론자들은 40~50조원의 건설비용 예상

2) Output

– 물류비용은 지금의 3분의 1수준으로 감소
– 2012년까지 40만개의 일자리 창출 및 간접고용 효과 창출
– 대운하를 이용해 지역균형개발 추진
– 관광레저 산업 활성화 및 부동산 시장 활성화(효과가 아닌 부작용?)
– 용수확보 및 하천환경 개선효과

==> 경부운하 완공 뒤 30년간 발생할 편익은 37조5천억원
* 50년 동안의 편익은 2조5000억원(건교부 및 수자원공사)
==> 반대론자 2010년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대운하 경제성 감소

개략검토

1. 사업기간

현재 공약내용을 보면 1년 만에 모든 계획을 수립하고 2009년 2월 착공하겠다고 되어 있다. 이는 현실적인 여건을 볼 때, 특히 민자로 추진할 계획이라면 절대적으로 추진기간이 부족하다. 왜냐하면 민자로 추진할 경우 사업자 지정과 협상, 자금 파이낸싱에 최소한 2년은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발생 예상되는 문제점은 순연된 기간만큼의 추가 비용, 즉 땅값 상승비용 – 벌써 운하예정지역 지가가 상승하고 있다 – , 물가변동비용 등이 추가된다.

2. 민자추진가능여부

민자사업이 공공시설에 대한 사용료 과다청구, 보조금 지급 등의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측면도 있지만 좋은 면도 있다. 적어도 공공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 사회적 효용과 또 다른 의미에서 – 에 대해 국가에서 막연히 추정하는 것보다는 정밀성이 높다. 적어도 민간의 입장에서 보면 이 사업은 경제적 타당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일단 output 인 수요추정이 굉장히 막연하다. 그렇지 않아도 신공항 철도만 해도 잘못된 수요추정으로 엄청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하물며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운하사업의 수요를 누가 근사치라도 추정을 할 수 있을까. 게다가 건설비용도 주장마다 편차가 천지차이다. 속된 말로 경제적 타당성 불가능 사업에 가깝다. 이 상태에서 민자가 추진 가능할까?

3. 국고부담여부 및 물류비용 감소 여부

당초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은 세금을 들지 않고 운하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호남대운하가 추가되면서 3조5천억원의 국고부담이 필요하다고 말이 바뀌었다. 경부대운하는 민자로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세금부담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민간이 조달한 건설비용은 전액 운하 통행료로 전가시킬 것이라는 이야기다. 정말 그렇다면 물류비용이 3분의 1로 감소될 것이라는 청사진은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 민간은 건설비용의 상각비용과 운영비에 일정이익을 추가하여 통행료를 산정할 것이기에 단순 운영비용의 국가사업 구간보다 3배 내지 5배는 비싸게 통행료를 책정하여야 채산성이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