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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신념과 공약 사이의 화해할 수 없는 모순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는 12일 “급식지원센터를 세워 로컬푸드 무상급식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략] 유 후보는 “이천에는 2만5000명의 초·중학교 학생들이 있고, 3만여 명의 농업생산과 유통 종사자들이 있다”며 “양쪽을 경기도 로컬푸드 급식으로 연결하고, 도내 생산 식자재로 급식을 하면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유시민, “로컬푸드 무상급식 확대하겠다”]

유시민 씨의 공약이다. 아주 바람직하다. 무상급식과 이에 연계되는 건강한 먹거리, 환상의 조합이다. 문제는 그로서는 실현불가능한 공약이라는 점이다. 그가 한계로 들고 있는 예산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의 정치신념이다.

유 전 장관은 [중략] 5당 연쇄 초청 토론회’에서 “지방선거는 모든 쟁점이 다 반영되는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입장이) 다른 것은 내버려 둘 수 있는 선거”라며 “한미FTA, 해외파병 등 지자체와 직접 관계는 없지만 각 정파 사이에 갈등을 초래하는 이슈는 못 본 척 하고 놔두자”면서 야권의 정책연대에 근거한 선거연합을 강조했다.[“혼인하기로 마음먹으면 혼수는 별거 아냐”]

유시민 씨는 한미FTA가 지자체와 “직접”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치부하였다. 하지만 그가 공약으로 내놓은 무상급식 계획, 그 중에서도 로컬푸드 급식은 한미FTA와 매우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한미FTA는 바로 그와 같은 “불공정”를 매우 싫어하기 때문이다.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승인이 이루어지면 한국으로 수출되는 미국 농산물의 거의 3분의 2가 지체 없이 면세품이 됩니다. 식량과 농수산물에 대한 지극히 높은 관세를 제거함으로써 이런 생산품들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이 제공되고, 여기 노쓰다코다의 우리 생산물의 한국시장에 대한 경제적 안정을 확보할 것입니다.” North Dakota Agriculture Commissioner Doug Goehring [ND Ag Commissioner Backs South Korea Free Trade Agreement]

미국의 한 농업이익단체 대표의 이 바람은 헛된 바람이 아니다. 그의 말대로 농산물에 대한 무관세가 가지는 위력도 클 뿐 아니라 유시민 씨의 생각은 일단 WTO또는 국제관습법상 ‘차별대우  금지’ 또는 ‘최소기준 대우’에 따라 무력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 관료들은 유시민 씨와 같은 생각이 WTO, 자유무역협정, 국제관습법 등에서 보호해주고 있는 투자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한미FTA는 최소기준 대우를 명문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종전 시행되고 있는 ‘제주도 친환경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사용에 관한 지원 조례’를 폐지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제주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될 경우 현재 시행 중인 ‘친환경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사용에 관한 지원 조례’는 비합치 조례로 분류돼 폐지될 수밖에 없어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으로 명칭과 내용을 바꿨다고 설명했다.[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조례 폐지 논란]

상황이 이런데 유시민 씨는 한미FTA는 지자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모순되게도 로컬푸드를 통한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둘 간에 어떠한 모순이 있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아니면 모른 척 하는 것인가?

어쨌든 한미FTA에 대한 국민참여당의 입장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도 홈페이지 어디에 가도 한미FTA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찾을 수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잇겠다는 정당이 그의 최대 추진과제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유시민 후보도 3일 기자간담회에서 “참여정부의 국무위원이었고 협상 당시 보건분야를 지휘했던 내가 한미 FTA 반대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하루 빨리 정부가 비준안을 국회에 이송해 이번 국회에서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가세했다.[‘이명박+5’, “한미FTA 비준 처리해야”]


‘유시민, 신념과 공약 사이의 화해할 수 없는 모순’에 관한 보론

KBS는 그때 어디 있었을까

다리미님의 글 보기

다리미님이 속이 많이 상하셨군요. ^^; 그나저나 다른 분과 대화가 길어지는 바람에 답글이 늦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답글을 달아야 할지도 망서려지는 군요. 온전히 김규항씨와 풀어야 할 문제인 것 같아서요. 그런데 김규항씨의 블로그는 댓글을 막아놨더군요.

일단 제 생각을 말씀드리지요. 저도 김규항씨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그의 발언의 취지를 이해합니다. 즉 저도 일반민주주의가 과연 실질적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되고 그것을 고양시키느냐 하는 문제에 있어 희망적으로 생각하여 왔으나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많이 실망 했습니다. 왜냐하면 절차적 민주주의가 고양된 이 시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실질적 민주주의가 역으로 파괴되는 현상을 목도했거든요. 대표적인 경우가 지금 거론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과 한미FTA입니다. 두 정부는 민주화를 한다고 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방관하는 것을 떠나 양산하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비정규직법이 제정될 때 민주노동당이 그렇게 그 법은 보호법이 아니라 양산법이라고 저항했을 때에 청와대나 열린우리당 아무도 이에 호응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딴죽을 건다고 비아냥거리기만 했죠.

얼마 전에 유시민씨의 동영상이 유행하더군요. 나치의 등장을 비유로 들면서 불가촉천민인 유태인, 동성애자들이 제거되기 시작하면서 일반민주주의가 하나씩 제거된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벌어질 모른다는 묵시록과 같은 강연이던데요. 그러면서 바이마르공화국을 공격하여 결과적으로 나치의 등장을 도왔다고 알려진 독일 공산당과 민주노동당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판하더군요. 하지만 명확하게 이야기해보자면 대한민국의 불가촉천민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농민들을 낭떠러지로 몰아세운 것은 사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자신들의 업보를 민주노동당에 뒤집어씌운 꼴이죠.

물론 이런 제반의 것들이 KBS사태와 큰 관계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결국 이런 일련의 사태를 목도한 이들 중 몇몇은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KBS를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KBS는 과연 실질적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시점에 어디 있었느냐는 볼멘 소리도 전혀 억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저역시도 아직 제 입장이 무엇인지 솔직히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많이 고민되는 지점입니다.

어느 정도 답변이 되었길 바랍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

유시민표 진보정당의 정체가 의심스럽다

앞서 “좌우를 구분하는 백한 번째 방법”이란 글에서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를 혼동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유시민 의원을 뽑았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시지 않는다.

유시민 의원이 16일, 그러니까 오늘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했다고 한다. 탈당사유는 “지금 신당에는 제가 꿈꿨던 ‘진보적 가치’가 숨 쉴 공간이 너무나 좁아 보인다”라는 것이고 진보적 정책노선을 가진 ‘좋은 정당’을 5년을 내다보고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다.

좋은 이야기다. 유력한(?) 정치인이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소신을 밝혔으니 말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와 같이 진보에 대한 가치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고 그에 대한 유권자들의 믿음이 희박한 나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문제는 그 진보가 어떠한 진보인가 하는 문제다. 진보를 굳이 좌우로 나누자면 아직까지 이 사회에서는 ‘좌’쪽에 가까운 가치일 것이다. 앞서 글에서의 좌익이냐 좌파이냐 하는 구분법으로 살펴볼 것 같으면 좌익, 즉 몇몇 핵심적인 정치적인 가치와 경제적인 가치를 포함하여야 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굳이 표현한다면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다원주의’, ‘자유주의’적인 가치를 포괄하는 것,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사회공공성’, ‘약자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보호’, ‘강자에 대한 민주적이고 사회적인 통제’와 같은 가치를 포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시민 의원의 다음 말을 들어보자.

“한미FTA를 통한 전면 개방으로 다양한 기회 속에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국가적 인프라를 제공하는 한편, 전통적 진보 가치인 사회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21세기형 유연한 진보”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유연한 진보이자 진보정당’이다. 그의 기준에 따르면 한미FTA를 반대하는 민주노동당은 ‘유연하지 않은 꽉 막힌 진보(?)정당’인 셈이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그가 생각하는 ‘유연’의 판단기준은 ‘한미FTA의 찬반 여부’일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유시민 의원으로 대표되는 사이비 진보의 비극이다. 그들은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 그리고 ‘자유무역협정’에서 쓰이는 ‘자유’라는 단어가 모두 같은 뜻이라고 여긴다. 그들은 박정희 독재세력에 대한 반대테제로 상정한 자유는 박정희의 정치적 독재에 대한 자유, 박정희의 국가주도 경제에 대한 자유라 생각한다. 그러니 관치는 나쁜 것이고 시장은 좋은 것이다. 시장의 자유를 저해하는 것은 나쁜 것이다. 시장의 자유는 자유무역을 통해 만개한다.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궁금한 것이 한미FTA를 통해 전면 개방될 이 사회에서 어떻게 유시민 의원이 만들 진보정당 또는 다른 정치세력이 “전통적 진보 가치인 사회투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더불어 좌익의 핵심적인 가치인 약자에 대한 보호, 강자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가능하겠는가 하는 점이다.

한미FTA는 분명 ‘자유’무역협정이다. 그런데 적어도 현재 체결된 한미FTA에서의 자유는 시민사회의 자유, 경제적 약자의 자유가 아니라 기업의 자유, 시장의 자유다. 모든 시장은 개방되고 공공과 민간이 똑같은 기준으로 경쟁하며 모든 사회적 가치는 화폐로 환산된다. 기업은 국가가 공공성을 이유로 기업 활동을 제한할 경우 기업의 자유를 제한하였다는 명목으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유시민 의원이 예를 들어 사회투자를 확대하겠다며 특정 공공서비스의 독점적 시장을 인정하는 조치를 취했을 때 투자자들이 그러한 조치가 한미FTA 조약을 위반하였다고 소송을 걸 때 어떻게 그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진보 가치”를 수호할 것이고 그의 지지자들에게 무슨 변명을 늘어놓을 것인가 하는 점이 궁금하다.

한미FTA는 필요악이라고 할 것인가?

나는 유시민 의원이 어찌 되었든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남한 사회와 같이 정치적 스펙트럼이 지극히 편협적인 곳에서 ‘진보’라는 이름을 단 정치집단이 하나라도 많아져서 나쁠 일은 없다고 본다.

그런데 그 진보정당이 한미FTA를 찬성하는 진보정당이라면 나는 그것은 모순이라고 본다. 그의 판단기준으로 보자면 한미FTA 반대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힐러리와 오바마는 ‘유연하지 못한’ 정치인이고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진보정당은 미국의 민주당보다 훨씬 유연한(?!) 정당일 테니 적어도 나는 그 정당을 “진보정당”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의료보험 논쟁에서 간과되고 있는 것, 돈 문제

난데없이 ‘의료보험’이 블로고스피어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문제의 발단은 몇몇 블로거들이 이명박 당선자가 의료보험을 민영화 – 내지는 당연지정제를 폐지 – 할 것이라고 이슈를 제기한 것에서 비롯된 것 같다. 이어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를 비판한 마이클무어 감독의 Sicko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디스토피아로 제시되면서 논쟁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그 논쟁의 하이라이트는 고수민님과 이카루스님의 글이 아닌가 싶다.(고수민님에 대한 반론 하나) 두 분 모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블로거 분들이라서 꽤 꼼꼼히 읽어보았다. 논점은 약간씩 틀리지만 실제 미국에서 거주하시는 블로거로서 현재 시점의 미국의료 체계에 대한 소상한 정보를 들려주셔서 적지 않게 도움이 되었다.

필자는 두 명의 외국인 친구가 있다. 한 명은 캐나다인 한 명은 미국인이다. 몇 달 전 셋이서 술집에서 소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바로 그 Sicko와 미국의 의료체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미국인 친구는 평소에도 캐나다인 친구를 Socialist라고 빈정거려 온 터라 그날도 주로 미국의 의료체계를 변호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나와 캐나다인의 양면공격에 – 특히 캐나다 친구는 정치문제에 꽤 열정적이고 타협하지 않는 타입이다 – 결국 자국의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시인하는 선에서 이야기를 마쳤다. 실제로 캐나다의 그것에 비해 열등한 것도 사실인데다 미국인 친구가 철저한 반공주의 내지는 보수주의로 무장한 그런 스타일이 아닌 열린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날의 해프닝은 미국인이 바라보는 미국 의료체계의 단편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날의 느낌은 사회가 개인의 복지를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천성적으로 자유주의적 입장이 강하여 – 경제적인 면에서도 –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도 개인적으로 능력이 된다면 능력 되는대로 살겠다는 미국인의 낙천적 기질이 엿보이는 그런 것이었다.

어쨌든 좋다. 요컨대 미국은 간단한 수술에도 수천 달러를 지불해야 하고 보험료도 비싸며 그나마도 보험 미가입자가 수천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에 비해 유럽이나 캐나다, 심지어 쿠바는 무상의료 정신을 구현하며 병자들이 치료비 걱정 없이 병원을 다닌다고 한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지 않은가. 대한민국이 가야할 방향은 미국의 반대방향이다.

상황종료?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다. 왜 ‘의료보험 민영화’라는 말이 회자되는지부터 짚어봐야 한다. 이는 역시 서구에서 케인즈 주의적 국가관리 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1970~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당시 영국 쌔처 정부나 닉슨 정부는 정부의 공적부조를 비효율의 본산지, 정부재정의 기생충으로 공격하면서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기 시작하였다. 영국에서는 강력한 저항으로 여전히 ‘국민건강서비스(NHS, National Healthcare Service)’가 존재하고 있지만 쌔처의 민영화 드라이브 기조는 여전히 이어져 NHS도 꾸준히 민영화되고 있는 추세다.(관련 기사)

그렇다면 진짜 재원이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정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나는 정말 재원이 없다는 주장에 일정부분 동의한다. 왜 없냐면 이유는 다양하다. 세율 자체가 낮아서 일수도 있고, 자영업자나 고소득층의 탈세 때문 일수도 있고, 친기업적인 조세정책으로 세수가 줄어서 일수도 있고, 복지예산을 삭감하여 국방비 등 – 특히 미국 같은 경우 ‘국토안보(Homeland Security)’ 소요비용 등 – 다른 곳에 전용하여서 일수도 있고, 보수주의자들의 사회공공성에 대한 공격에 따른 예산삭감 때문일 수도 있고, 노령인구가 늘고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 일수도 있다. 사실 언급한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아무리 의료체계가 멋지게 짜여 있어서 이를 통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값싸게 제공받을 수 있게끔 멍석이 깔렸다고 하더라도 돈이 없으면 말짱 황이다. 특히 자본주의 국가의 의사들이 사회주의 조국의 명을 받아 우간다고 어디고 인류애 정신에 입각하여 봉사하는 쿠바의 의사들 같지 않은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돈이 없으면 세상이 굴러가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영화 Sicko에서 내가 불만스러운 점이 바로 이 점이다. 마이클무어는 특유의 그 ‘들이대는’ 스타일로 영화를 찍은 탓에 영국, 캐나다, 쿠바의 환상적인(?!) 의료 서비스 현장만을 소개했지 그 멋진 서비스들이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어떻게 보수층으로부터 공격을 받는지, 그래서 어떠한 위기에 처해있는지, 그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말이 없다.

앞서도 말했지만 공공의료의 전형으로 여겨지는 영국의 NHS도 민영화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거시적으로 자유화, 세계화에 따라 자본의 수익은 증가하는 반면 세금으로 그것들이 걷히지 않고 있어 이것이 공공서비스 재원의 고갈에 한 몫 하는 것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자본은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재원고갈이 공공서비스의 비효율을 증명한다면서 민영화를 주장하는 형국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더군다나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방예산, SOC 예산 등으로 말미암아 복지예산 비중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의료뿐 아니라 허다한 공공서비스가 경제규모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제공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이명박 당선자가 저지른 잘못도 아니고 노무현 정부가 저지른 잘못도 아니다. 성장 위주의 개발독재의 잔재라 할 수 있고 신자유주의 시대에 접어들어 참여정부 등이 이제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통한 구조해체의 길을 터준 것뿐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이후 의료보험 민영화를 이명박 호의 디스토피아로 제시하는 것은 일종의 공갈이다. 정동영이 당선되었다 해서 모자라는 공공서비스 재원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가 의료보험 체계를 캐나다 수준으로 높일 의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정동영 밑에 있던 유시민 씨가 연기금 개혁(?)의 총대를 매려고 했음은 잘 아는 사실이지 않은가. 또한 한-EU FTA에서 약값 폭등을 불러올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는 주체도 바로 현 정부다.(관련글) 재원이 확보되지 않은 공공서비스는 끊임없이 자본과 정치권의 공격을 받을 것이다.

대안은 많지는 않지만 굳이 제시를 하자면 의료체계를 비롯한 사회공공성에 대한 예산확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도리밖에 없다. 그러자면 그러한 정책을 내건 정치적 집단을 조직하여야 하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그 엄청난 분단유지비용을 사회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비용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평화체제는 단순히 이산가족 상봉이나 민족적 자긍심의 고취 등의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한반도가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인 것이다.

사족 : 글쓰기의 미숙함때문에 마지막 문단에 대한 여러분들의 오해가 있었기에 그 중 대표적으로 조나단95님이 제기한 반론에 대한 댓글을 주석으로 달도록 한다

정치적 집단이라 함은 정당뿐만 아니라 말그대로 정치적 의지를 가진 사회제반 모든 집단을 아울러야 겠죠. 이들이 총선에서 신당 등에게 관련분야에 대해 조직적으로 저항하여줄 것을 요구하고 관철해내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신당이 야당이 되었으니 더욱 쉽지 않을까요?

평화체제는… 이 문제는 따로 책한권이 나와도 다 의견이 틀릴 복잡하고 다소는 주관적인 문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혹자는 남북이 평화체제가 되어도 주변국때문에라도 절대 국방비 안줄어든다고 하는데…

하여튼 국방비에서부터 징병제에 따른 노동력손실,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한국의 분담분, 이라크 파병, 뭐.. 기타 모든 기회비용은 해방 이후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의 발전에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반공주의를 통한 사회적 요구에 대한 폭력적 탄압까지도 말이죠.

요컨대 저는 (그냥 제 개똥철학인지 몰라도) 남북문제 해결없는 사회평등은 다소는 불완전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라 건강보험 이야기하다가 뜬금없이 그 이야기가 튀어나온 것 같습니다. 🙂

좋은 말상대를 만나서 반갑고요. 앞으로도 더 좋은 글 기대합니다.

http://diegeschichte.tistory.com/entry/건강보험-재정에-관한-원인과-해결방안에서-난독증을-불러일으키는-글#comment206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