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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to do with clients”

평소에 블로그 잘 보고 있습니다만, 골드만 삭스의 수익구조에 대해 제가 본 자료와 좀 다른 내용이 있어서 질문 드립니다.

Goldman Sachs, which generated at least 76 percent of 2009 revenue from trading and principal investments, gets the “great majority” of transactions from customers, according to Chief Financial Officer David Viniar. About “10-ish percent” of the New York-based firm’s revenue comes from “walled-off proprietary business that has nothing to do with clients,”[출처]

인용하신 자본 시장 연구원 자료에는 “trading and principal investments” 전체를 proprietary trading 으로 간주한 것으로 나오던 데, 골드만 삭스의 annual report 를 읽어 보면, trading and principal investments 에는 Equities commisions 등을 포함한 것으로 나오네요. principal investments + a를 prop trading 으로 보면 결국 bloomberg 자료에서처럼 10% 정도 선으로 나올 것 같습니다. annual report 를 읽어보아도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결국 client trades 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영향이 결정될 거라는 점 그리고, 의회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 생각이 들어서 몇자 적습니다.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출처]

Ethan님께서 내가 올린 ‘고유계정거래’라는 글에 위와 같이 의견을 달아주셨다. 우선 꼼꼼하고도 날카로운 지적 감사드린다. 직접 내가 간략하게 언급한 보고서를 찾아보고 세부항목에 대해서 검토하신 듯 하다. 요컨대 이번 오바마의 연설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구인 “고객에 대한 봉사와 관계없는(unrelated to serving their customers)” 거래가 어떠한 부분이냐 하는 질문과 그 해석을 다시 한번 짚어주신 것이다. Ethan님이 인용해주신 불름버그 기사에서 골드만 삭스는 “고객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nothing to do with clients)”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과연 골드만 삭스는 ‘고객(customers 혹은 clients)’과의 관계에 있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부자의 말을 들어보도록 하자.

오브라이언은 자기 재산 외환 거래의 책임자로서 종종 통화나 채권의 많은 포지션을 안았다. [중략] 이렇게 멋진 출발을 하면서 오브라이언은 그해에 결국 5억불 이상을 벌었다. 이것은 회사 전체 수익의 20퍼센트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중 대부분을 회사의 자기 재산 거래인(proprietary trading에 대한 번역자의 직역)들이 기록했다. 과거의 모든 기록을 깨고 엄청난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1993년에 점점 더 커졌다. [중략] 뿐만 아니라 거래 사업과 관련된 일부 고객들이 변화를 감지했다. [중략] 골드만 삭스는 이제 고객들과 몇몇 분야에서 경쟁을 벌였다. [중략] 일부 고객들은 이제 경쟁 상대가 된 골드만 삭스에 고급 정보를 주려 하지 않았다.[세계를 움직이는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 리사 엔들리크 지음, 형선호 옮김, 세종서적, 1999년, pp286~287]

저자인 리사 엔들리크는 골드만 삭스의 외환거래 담당이사를 지낸바 있고, 이 책을 통해 회사의 탄생과 성장을 다룬 외부인 들에게 말해주고 있다. 그에 따르면 대략 1993년부터 골드만 삭스는 고유계정 거래가 가지는 놀라운 가능성을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미 그해에 이 거래를 통해 한 개인이 벌어들인 돈이 회사 전체 수익의 20%를 차지했다. 한편 이러한 회사 수익의 급격한 변화는 이른바 그들의 ‘고객’을 불편하게 했음도 서술하고 있다. 바로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를 도모하여야 할 투자자문사가 고객과 똑같은 내용의 거래를 하면서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모럴해저드의 문제도 발생했다.

당연히 1993년이 저물면서 거래 부서의 모든 사람들은 자기 재산 거래를 원했다. [중략] 이제는 잘만 하면 수백만 불을 벌고 덤으로 승진까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실패해도 손해볼 것은 없었다. 손해는 회사가 보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관행이 성행했고, 그래서 골드만 삭스는 이 기간 동안에 (대부분의 다른 회사들처럼) 큰 손해를 보았다.[같은 책, pp288~289]

이것이 전형적인 모럴해저드(moral hazard)다. 이 단어를 우리는 ‘도덕적 해이’라고 직역하는데 그것은 다른 뉘앙스고, 엄밀한 의미는 수익은 사유화되면서 손실은 더 큰 조직(회사 범위에서는 회사, 국가 단위에서는 중앙은행)에서 맡아줄 것이라는 수익/손실 책임의 비대칭성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위험부담을 말한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부터 심화된 이런 모럴해저드가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의 범위로 확대되어 이번과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원래 Ethan님의 지적으로 돌아가 보자. 결국 골드만 삭스의 수익 중 고유계정거래가 얼마만한 비중을 가지느냐 하는 문제는 ‘고객과 관련된’ 서비스가 어디에서 어디까지냐 하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오바마도 모를 리는 없을 것 같고 전문가들도 지적하는바 이 범위는 참으로 애매하다. 골드만 삭스의 CFO가 “고객 관련 조직과 Chinese Wall로 격리되어 있는(walled-off)”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렇게 좁게 해석하면 1993년에 20%의 비중을 차지했던 고유계정 거래의 비중이 2009년에는 10% 내외로 줄어드는 것을 일도 아닐 것이다. 마치 법인세 절감(?)을 위해 당기순이익을 매만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그 개념의 정의와 비중에 있어 누구의 분석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숫자로 어떠한 의견이 표현되더라도 그것은 결국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정치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CFO가 해외 IR에 나섰다면 – 골드만 삭스가 그게 필요한지는 모르겠으나 – 저렇게 엄밀한 잣대로 수익을 분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오바마가 고유계정 거래에 철퇴를 가하겠다 하니 자라목이 쏙 들어가듯이 수익비중을 ‘조정’해서 말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오바마의 칼날 역시 지금은 날카롭게 갈아진 듯이 비장하지만 정말 목표를 단칼에 베고 호탕하게 웃을지, 볏짚으로 만든 허깨비를 베고 ‘나 잘했지?’라고 비겁한 미소를 지을지는 그때 가봐야 알 일이다.

고유계정 거래

고유계정 거래는 자기자본투자(principal investments)를 포함 주식, 채권 및 관련 상품들의 시장조성, 스페셜리스트로의 활동 및 매매, 파생상품거래의 구축 및 수행, 자사계정 매매와 차익거래 업무 등을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자기자본투자는 금융기업이 보유한 고유자금을 주식, 채권, 부동산, M&A등에 직접 투자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업무이다.

금융기업의 이러한 고유계정 거래가 금융시장에서 긍정적으로 기여한 점은 구조화 금융에서 가장 리스크가 큰 부분을 떠안음으로써 나머지 낮은 리스크를 떠안고자 하는 Senior/Mezzanine/Subordinate Debt 의 대주들이 금융조달에 참여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원자재 시장이나 기타 시장이 조성되기 어려웠던 각종 파생상품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증권화, 유동화가 8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금융이 세계화되면서 유동성의 원활함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지나치게 공급된 유동성은 수익성을 좆아 세계 곳곳을 헤매게 되었고, 이는 부적격자에 대한 지나친 대출기준 완화, 원유 등 원자재 시장의 비정상적인 시장변동, 이를 통한 자산시장의 거품을 형성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국내를 비롯한 이머징마켓의 고유계정 거래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어서 그것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월스트리트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2006년 기준으로 볼 때 골드만삭스 순수익 중 자기거래 비중은 68%다. 모건스탠리의 경우에는 48%였다. 본래 의미로 컨설팅업에 가까운 금융기업이 직접 장사에 나선 것 치고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다.

출처 : 자본시장연구원

자기거래, 즉 고유계정 거래가 그만큼 수익성 좋은 분야이므로 더 권장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역으로 생각하면 월스트리트의 금융기업들이 그렇게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근저에는 머니게임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비교우위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 물음을 던질 수 있다. 바로 고유의 자문업무와 이해가 상충되는 부분이다. 골드만삭스에 관한 책을 보면 바로 그러한 이유로 그들은 한동안 고유계정 거래를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바마가 언급한 “고객에의 봉사와 관계없는 고유계정거래(proprietary trading)”의 금지는 원칙적으로 보면 옳은 방향이다. 특히나 세금을 통해 예금보호를 받는 은행이 포함된 금융지주회사나 은행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있는 증권사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할 수 있다.

문제는 과연 ‘대고객 업무와 관계된’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와 실무적으로 그런 거래를 어떻게 발라낼 것인가 하는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국제적 공조의 여부도 큰 문제다. 사실 금융복합기업의 등장은 투자금융과 상업금융의 복합화와 과점화를 통한 시장독점의 욕망이 반영된 결과다. 오바마는 이제 그 길을 포기하겠다는 것이고 유럽이 그것을 넙죽 받아먹으려 할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