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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기 – 도야코 자전거 하이킹

기차역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12시경 우리가 도착한 호텔은 Sun Palace. ‘태양의 궁전’이라는 호텔이었다. 오후 2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한지라 우리는 집을 프런트에 맡기고 길을 나섰다. 첫 일정은 점심식사, 그다음은 자전거 하이킹이었다. 호텔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점포가 있는 버스터미널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했으므로, 가는 길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적당히 때울 요량이었다.[사진을 크게 보시려면 이미지를 클릭]


기차의 연착때문에 그 비싸다는 일본 택시를 타고 호텔로~

호텔벽에 그려져 있는 다람쥐들

호텔을 나서면 보이는 도야 중심지 모습

도야코 옆을 끼고 만들어진 산책로를 걷고 있는 아내와 욘사마

도야코의 유람선

가는 길의 거리들은 내가 좋아하는 70~80년대 레트로 풍의 건물디자인과 간판들이 많아 즐거웠다. 터미널 주변에 식당이 몇 군데 있었는데 라멘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점심으로 라멘을 먹기로 결정. 때마침 몰려든 중국 관광객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어 우리까지 중국 관광객으로 오해받는 혼란의 와중에 가까스로 주문을 마쳤다. 홋카이도가 본산지라는 미소라멘과 간장라멘 등등. 맛은 평균 이상 수준이었다.


수준급의 캐릭터들로 장식되어 있는 예쁜 가게

레트로풍의 멋진 빠

대로변에서 바라본 도야코

레트로풍의 오락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라멘 가게

다음 일정은 도야코(湖)를 자전거로 일주하는 하이킹. 점심을 마친 후 자전거 집을 찾아 두리번거렸는데 라멘 가게 바로 옆이 자전거 점포였다. 가게 문은 열려져 있었는데 주인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궁금해 하고 있던 차에 아까의 라멘 가게의 조리사이셨던 초로의 할아버지가 나오신다. ‘아~ 이분에게 물어봐야겠다.’하고 맘을 먹고 있었는데, 정작 그 분이 또한 자전거 점포의 사장님임을 알게 되었다. ㅎㅎㅎ 재벌이시네요~


우리가 빌린 자전거

비지터센터 풍경. 멋진 목조건물이다.

일본인 특유의 싹싹한 매너로 자전거 세대를 골라주셨다. 은빛 바디의 심플한 자전거였다. 자전거에 올라타 패달을 내딛으니 시원한 가을바람이 조금은 더 강하게 느껴졌다. 거리는 한산한 편이라 특별히 자동차 주행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일단 도야의 비지터 센터에 들른 후 본격적인 도야코 일주에 나섰다. 차선이 2차선인데다 자동차 주행방향도 우리나라와 반대인지라 조금은 신경이 쓰였으나 거의 모든 차들이 얌전하게 운전을 해서 큰 위협은 느끼지 못했다.


드디어 자전거 하이킹 출발!

충만한 가을풍경을 품은 도야코

아름다운 구름이 떠있는 도야코

이후 펼쳐지는 풍경은 개인적으로는 일본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가을풍경이었다. 쾌청하게 파란 하늘에 동글동글 예쁜 구름이 떠있었고 시야는 확 트여있어 호수 옆 도로 하이킹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사실 여행 전에 알아본 바로 일정 내내 비가 올 것 같다는 예보였고 도착일과 당일 아침까지도 부슬부슬 비가 내려 내심 걱정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씨가 개어있었다.

한 시간 정도 호수 도로를 타고도니 제법 다리도 당겨서 호숫가로 갈 수 있는 통로가 있는 지점에서 휴식을 취했다. 호수는 화산지역의 화산활동으로 생기는 이른바, 칼데라 호수라고 한다. 섬 가운데는 또 자그마한 섬들이 모여 있었는데 가장 큰 섬 이름이 재밌게도 ‘오지마(大島)’였다. 그래서 우리끼리 ‘오지 말라 하니 가지말자’라고 농담을 했다. 사실 이 섬도 가볼 계획이었으나 어쨌든 결과적으로 이 섬은 못 갔다.

당초 호수 한바퀴를 일주할 계획이었으나 한 시간여를 돌아봐도 여전히 전체거리의 1/4정도밖에 돌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3시경. 그래서 우리는 다음 일정을 위해 일주를 포기하기로 했다. 오는 도중 가로변의 농민 직영의 자그마한 과일가게에서 사과를 사먹었는데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꿀맛이었다. 인심 좋은 아주머니가 건넨 수박도 먹었는데 우리나라 수박보다 물기가 많고 개운한 맛이었다. 맑은 호수, 상쾌한 날씨, 꿀맛의 과일들. 바랄게 더 없는 기분 좋은 오후였다.


과일을 사먹은 과일가게

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도야 읍내 풍경

일본 여행기 – 노보리베쓰에서 도야까지

우리 일행이 머물렀던 마호로바 호텔

당초 노천목욕을 즐기는 로망을 실현하는 것도 일본행의 – 특히 홋카이도행의 – 하나의 목적이었음은 새삼 말할 나위없다. 그런데 첫날 갔던 탕에서는 노천탕이 없었다. 아내가 여탕에는 노천탕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다행히 일본은 하루마다 번갈아가며 남탕과 여탕을 바꾼다.(일종의 음양의 기(氣)를 바꿔준다는 의미라는데 정확한 유래는 모르겠음) 그래서 욘사마와 나는 아침에 서둘러 노천탕으로 갔다. 비록 시야가 확 트인 노천탕은 아니었지만 앞으로는 단풍이 어느 정도 물든 산이 보이는 노천탕이었다.

어쭙잖은(!) 로망을 어느 정도 실현시키고 끼니를 때운 후에 우리는 재빨리 도야市로 향한 여정에 올랐다. 노보리베쓰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 도시는 역시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도야코(洞爺湖)라는 호수와 쇼와진잔(照和新山)이라는 산이 유명한 곳이었다. 우리의 – 아니 욘사마의 – 계획은 1) 호텔에 도착하여 짐을 맡기고 2) 도야코에 가서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고 3) 유람선을 타고 4) 우스잔(有珠山)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탄다는, 야심에 찬 계획이었다.[과연 이것들을 하루에 다 할 수 있을까??]

계획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시내버스를 타고 도착한 노보리베쓰 기차역, 전형적인 시골 역이었다. 이 곳에서 기차를 타고 도야까지 가는 여정이었는데 무려 40분 연착! 시간 잘 지키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이 이토록 긴 시간을 연착해놓고도 별다른 사과도 없다. 아~ 과연 시골역이란! 사람들도 그러려니 하고 있다. 덕분에 기차역 관광은 실컷 했다. 심심해서 역내 풍경, 역사무실, 역 입구에 서있는 곰 박제, 나무에 앉아 있던 까마귀, 현상수배자 포스터까지 카메라에 담았다. -_-

역내 풍경

역바깥 풍경.. 정말 시골역이다.

어디나 그렇지만 역시 기차여행은 근사했다. 특히 홋카이도 남부의 해안가를 타고 가는 노선인지라 수시로 넓고 푸른 바다가 보여 기분이 상쾌했다. 가져온 아이팟으로 일본여행에 어울리게 일본의 유명한 팝그룹 안젠치타이(安全地帶)의 노래를 감상했다. 욘사마가 안젠치타이가 홋카이도 출신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가져간 카메라로 바깥 풍경도 부지런히 찍어댔다.(내가 매일 흉보곤 하던 찌질한 여행객의 모습 그대로) 때마침 근사한 구름 한 덩이가 마치 포효하는 짐승의 모습을 하고서는 우리를 따라왔다. 그래서 연속사진으로 찍기도 했다.

우리를 따라오던 짐승구름!

그런 와중에 도야에 도착했다.

도야로 가던 도중에 본 푸른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