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립우주군 [オネアミスの翼 王立宇宙軍]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지닌 우주 어딘가의 상상의 별 오네아미스에서 우주탐험의 꿈을 키우며 살아가는 시로츠크라다트라는 젊은이와 그 주변사람들의 모험을 그린 작품. 일본 애니메이션 계의 큰 축을 담당하는 제작사 가이낙스의 초창기 작품으로 감독·원작·각본은 야마가 히로유키[山賀博之], 제작은 히로아키 이노우에[井上博明]·오카다 토시오·스에요시 히로히코[末吉博彦], 음악은 류이치 사가모토[坂本龍一]가 맡았다.

우주여행을 꿈꾼다는 소재 면에서 필립카우푸만 감독의 ‘Right Stuff’를 연상시키지만 그 전개방식은 사뭇 다르다. 순전히 우주탐험을 위해 설립된 우주군에 소속된 시로츠크는 나태한 생활에 찌든 무기력한 젊은이였지만 삶에 대한 태도가 무척 진지하고 독실한 종교인인 레이쿠니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면서 대오각성하고 최초의 우주비행사에 지원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 궤도에 접어든다. 한편 이웃국가들은 우주군이 제작하고 있는 로켓을 탈취하려 전쟁을 벌이게 되고 로켓 발사지역이 전쟁접경지역에 위치해 있는지라 로켓 발사를 포기하려 하지만 시로츠크의 다부진 결의에 모두 감화되어 마침내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데 성공한다.

이 영화의 하나의 큰 상징은 불이다. 이 행성의 종교의 성전(聖典)에는 타오라는 중간자가 – 마치 프로메테우스처럼 – 신으로부터 불을 훔쳐오지만 그로 인해 큰 고통을 겪게 된다. 불은 파괴와 창조의 이중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고 불을 뿜는 로켓은 바로 그 불이 형상화된 물건이다. 영화 속에서 평화주의자들은 파괴적인 로켓의 개발을 중지하고 그 돈으로 다리를 지으라고 데모를 하는데 그것은 바로 불의 파괴적인 이미지를 두려워함에서 기인한 행동이었다. 시로츠크는 한편으로 그러한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결국 불굴의 의지를 통해 불을 새로운 창조로 승화시킨다. 그런 한편으로 인간의 영역이 우주로 확장되었음에 인간이 우주마저 오염시킬 것이라는 안타까움에 신께 기도를 올린다. 인류의 역사에 있어 과학발전이 가져온 – 불과 마찬가지로 – 파괴와 창조의 모순된 모습을, 그리고 그 모순이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순기능적인 부분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지구와는 다른 별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의상에서부터 언어, 비행기, 그리고 생활양식에 이르기까지 새로이 하나의 다른 문화를 창조해냈는데 그 디테일에 기가 질릴 정도다. 또한 순수한 셸애니메이션으로 그 디테일을 묘사함에 있어서도 일종의 지독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전설적인 일본의 테크노 밴드였던 Yellow Magic Orchestra 의 프론트맨이었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미래주의적인 음악이 귀에 멋지게 휘감긴다.

2 thoughts on “왕립우주군 [オネアミスの翼 王立宇宙軍]

  1. 프리

    가이낙스 초기의 열정이 담겨져 있는 애니…
    이번 개봉관에서는 화질이 좋지 않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DVD로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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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그랬군요.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개봉관에 가보지도 못했습니다. 굼벵이는 문화생활 누릴 자격도 없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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