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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에 대한 기득권의 저항에 관하여

조선일보는 2020년 1월 14일,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실의 자료를 받아 <한수원, ‘1778억 이득’ 초안 보고서 19개월간 덮었다>라는 기사를 냈고 ‘월성 경제성 평가 조작’ 프레임을 본격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2019년 9월 6일 이후 현재까지 조선·중앙·동아·경향·한겨레·한국일보 6개 주요일간지 지면 기준 ‘월성 경제성 평가 조작’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는 총 326건인데 이 중 121건이 조선일보 기사였다. 타 언론사의 경우 25~50건이였다.[보수진영은 왜 ‘월성 1호기’를 겨냥했나, 공시형, 참여사회 202104, p8]

2012년 설계수명이 만료된 월성 1호기는 당시 행정절차를 무시하고1 7천억 원에 달하는 수리비를 들여 재가동시킨 이후에도 막대한 적자 운영이 이어왔다. 감사원은 2020년 10월 20일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이 시설의 경제성 분석에 관한 자료를 삭제하며 감사에 저항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고, 검찰은 자료 삭제를 이유로 산자부 공무원 3명을 기소하였다. 극우 매스미디어는 이 이슈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이 모든 것이 지향하는 바는 동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바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전반을 흔들고자 함이다.


월성1호기는 운영 연장 이후에도 계속 적자였다(출처)

사실 현 정부의 최대 실책 중 하나가 대통령의 무리한 인사권 행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함에도 대통령이 인선한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부처가 정부의 공약 이행 과정에서의 갈등에 대해 이렇게 과하게 시비를 거는 상황은 한편으로는 권력에 대한 견제를 통한 자정작용이라고 좋게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원자력 기득권의 힘이 여전히 막강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선언적으로는 탈원전과 탄소중립을 표방한 현 정부의 정책 이행속도는 여러 면에서 지지부진한 편이다.

신재생 정책에 있어서도 초기에 새만금 등지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소와 풍력발전소를 설치하겠다고 나섰지만, 생각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수소경제’와 ‘그린뉴딜’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아직까지는 특별히 가시적인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한 상황에서의 탈원전이 불러올 부정적 이미지를 – 전기료 인상 등 – 극우 매스미디어가 계속 부추긴다면 극단적으로는 임기말에 탈원전 정책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이 지자체 정권 교체만으로도 도전받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현 정부의 많은 것이 그렇지만 부동산과 탈원전 등의 개혁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배경에는 그 방향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개혁이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 규제는 양질의 사회주택 공급을 병행했어야 함에도 그 역할을 방기하여 가수요를 부추긴 정황이 있었고, 탈원전 역시 원전 폐쇄로 인한 공백을 신재생발전으로 재빨리 메워야 함에도 현재 수요공급의 조절이 적절히 이루어질지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불철저한 개혁이 초래할 결과는 결국 개혁에 대한 염증과 수구로의 회귀다.

일본의 원전사고 악화원인은 무엇일까?

France’s ASN nuclear safety authority said on Tuesday the nuclear accident at Tokyo Electric Power Co’s (9501.T) Fukushima Daiichi plant could now be classed as level six out of an international scale of one to seven. Level seven has been used only once, for Chernobyl in Ukraine in 1986. The 1979 accident at the Three Mile Island nuclear power plant in the United States was rated a level five.[French nuclear agency now rates Japan accident at 6]

일본의 대지진에 이은 후꾸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악화되고 있다. 프랑스의 핵관련 당국은 화요일 이번 사태를 레벨6급의 위험으로 분류하였는데, 레벨7까지 간 경우는 1986년의 체르노빌 사태 단 한번이었다고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에서 레벨 7로 분류할 수도 있다고 하니, 도쿄에서 불과 24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지역이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일본은 그야말로 국가적인 위기라고 할 수도 있다.

이번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물론 궤멸적인 지진과 쓰나미였다. 한편으로는 사태의 확산과 피폭자 수의 증가에 대해서는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던 기업인 도쿄전력(東京電力)의 정보 미공개와 늑장대응 때문이라는 비난도 들린다. 일본정부의 에다노 관방장관은 초기 원전사태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가, 급기야 도쿄전력이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호소하며 뒤늦게 정부 차원의 통합대책본부를 만들기로 하였다.

도쿄전력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데에는 그 회사가 민간 기업이며 주식이 상장되어 있기에 주가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아닌 게 아니라 이 기업의 주식은 지금 곤두박질치고 있다). 1951년 설립된 도쿄전력은 일본의 4200만 주민에게 전력을 공급한다. 세계 4위의 민간발전회사로 매출액은 457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이 정도의 회사라면 민이건 관이건 을 떠나서 지극히 관료화된 조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한편 애초 사고가 시작된 후꾸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1호기는 1971년에 지어진 노후화된 시설임에도 여태 운영된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한 NGO의 주장에 따르면 가동 당시 발전소의 수명은 30년이라고 했었다. 그러하기에 낡은 시설을 연한을 넘겨가며 계속 가동해온 것은 도쿄전력의 이윤동기, 그것을 허가한 정부의 나태함의 책임이라는 것이다(이러한 상황에 자극받은 독일 정부는 즉시 1980년대 가동을 시작한 원전을 일시정지시켰다).

지진이라는 天災가 방사능 사고라는 人災로 진화한데에는 도쿄전력의 이윤동기가 한몫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비용대비 매출극대화는 민간기업의 본능이며 도쿄전력 역시 이러한 유혹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그러한 기업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 관료주의도 책임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간이 아무리 시장 자유주의적으로 행동한다 할지라도 결국 그것은 당국의 통제 하에서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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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kushima I by Digital Globe” by Digital Globe – Earthquake and Tsunami damage-Dai Ichi Power Plant, Japan. Licensed under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시장은 한국전력이라는 거대 공기업으로 오랜 기간 존재하다가 1990년대 후반 이후 전력사업구조개편의 일환으로 발전사업의 민자유치가 추진되었다. 이에 따라 2001년 한전의 발전부문이 수력/원자력 1개 회사, 화력 5개 회사 등 6개의 발전회사로 분리되었다. 한전 자회사의 민영화와는 별도로 6개의 대형 민간발전사업자가 있다. 이중 문제가 되고 있는 원자력 부문은 한국수력원자력이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영화가 되었다고는 하나 한수원은 실질적으로 정부 소유인 한전(정부와 정책금융공사가 53% 소유)이 100%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 산하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이 도쿄전력과 다르기에 이윤동기에 덜 민감하다고 할 개연성도 있겠으나, 관료주의도 무시할 수 없는 人災의 한 요소이며 우리 역시 1978년 설치한 고리원전 1기를 2007년 10년 더 쓰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국가 역시 채산성이란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정황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발전량 중에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현재 34%에 달한다. 이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원은 유연탄으로 43%다. 하지만 발전단가에 있어 원자력을 따를만한 연료원이 아직까지 없으며, 유연탄 역시 온난화라는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라 단 기간 내에 대체연료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를 교훈삼아 에너지 정책의 인식을 전환하여야 할 시기다.

요컨대, 이번 사고는 에너지원으로써의 원자력에 대한 근본적 회의, 발전사업의 소유형태 및 관리운영의 시스템에 대한 반성,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보의 처리방식 등의 화두를 전 세계에 던져주고 있다. 해답은 쉽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원자력은 어느새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고, 민영화의 대안이 단순히 재국유화일 수는 없는 것이고, 여전히 상당수 정보는 권력자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세기초인데 세기말과 같은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