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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인간이 싫다

이용득 위원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중략] “정계 진출을 노리고 정책연대를 추진한 게 아니냐는 소리를 2년 전 기획을 시작할 때부터 들어와서 저는 가지 않겠다고 이미 수십 차례 공약을 해왔다”며 자신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41862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은 25일 자신의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 탈락에 대해 “장석춘 현 한국노총 위원장과 청와대의 밀실공천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주장했다.[중략]그는 “결국 나를 비롯해 88만명의 조합원, 전 국민이 거짓말에 속았다”며 장 위원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http://stock.moneytoday.co.kr/view/mtview.php?no=2008032517061524409&type=1

노동자의 이름을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도매금에 팔아먹고 그게 수포로 돌아가자 국민이 속았다 한다. 정말 인간이 싫다.

노동자 출신 의원이 하나도 없다는 이용득 위원장님께 부탁 하나

이런 남씹는 포스팅 자제하려고 했는데 참세상의 기사를 읽다보니 어이가 없어서 불가피하게 다시 한 번 ‘한국노총의 이명박 지지 사건(해프닝, 사태, 쇼 whatever)’에 대해서 한마디 하려 한다.

참세상 기사에 따르면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께서 “한국노총 출신들이 한나라당에 많이 가면 많이 갈수록 좋다”며 한나라당에 내년 총선 공천권을 요구할 뜻을 밝히셨다고 한다.

이렇게 속내를 거칠 것 없이 화끈하게 밝혀버리니 그 기상이 놀랍다. 그동안 혼자서 ‘이명박 지지가 한국노총이 차기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공천권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만 설마 그럴까 싶고 그런 이야기하면 음모론 주장하지 말라고 욕먹지 않을까 생각되니까 그런 소리는 하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했던 나의 소심함이 부끄러워진다.

모름지기 사람은 이래야 된다. 이렇게 화끈하게 자기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을 요새는 보기 어려웠다. 다들 자기 욕심 때문에 무언가를 하면서도 다들 나라를 위하고 민족을 위한다고 중언부언하지 않았던가.

근데 아무튼 그 공천대상자가 이용득 위원장 자신은 아니란다. 정계진출을 하지 않겠다고 수십 차례 공약했대나.(안할 줄로 믿고 있겠습니다만 갑자기 이회창이 떠오르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대목이 있다. 이 위원장이

“사용자 출신들은 많이 있는데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한나라당과 그런 얘기를 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한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일단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은 우리의 ‘액면 노동자, 행동 노동자, 복장 노동자’의 골수 노동자 의원인 단병호 의원이 있지 않은가. 그 외에도 심상정 의원도 노동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고 노동현장에서 헌신하다 온 이들로 치면 그 수가 상당수를 헤아린다. 막말로 한나라당에 배일도 의원도 노동자 출신이고 더 올라가자면 김문수 경기도 지사도 노동자 출신이다.(도바리를 까서 그렇지)

하여 나는 이용득 위원장이 이야기하는 “하나도 없다는 노동자 출신 의원”은 어떤 노동자 출신 의원을 말하는 것인지 참 궁금하다.(혹시 이명박 후보가 말씀하셨던 바이올린을 연주해서 금속노조에 소속된 금속노조 소속 예술노동자 출신 의원? 그런 분은 아마 국회에 없지 싶다.) 그렇지만 뭐 굳이 혼자서 또 추측을 하자면 ‘노동자 출신이 없다는 것이 국회에서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것 아니었겠냐는’ 것까지 짐작을 해볼 수 있겠다. 이런 추측은 다음의 이 위원장 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노조 위주의 정책정당이 없다. 민주노동당은 한국노총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결국은 자신이 보기에 한국노총과 (이념상 또는 정서상 또는 감정상) 거리가 있는 민주노동당과는 이참에 담쌓고 – 덤으로 민주노총하고도 담쌓고 – ‘노조 위주(?)’의 정책정당의 교두보 확보의 일환으로 우선 한국노총 출신 노동자가 의원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나라당에 애정공세를 펼치겠다는 이야기로 짐작된다.

결국 이용득 위원장으로 대표되는 한국노총의 기조는 ‘진보와 보수 양 날개를 구성하는 노사정 공동체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한나라당과 공동보조를 펼쳐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진보는 ‘한국노총’, 보수는 ‘한나라당’인 셈이다. 상생의 정치, 뭐 그런 것 같다.

건투를 빌어주고 싶다. 지난 선거에서는 녹색사민당인가 하는 정당 만들었다가 티끌만한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스러져간 아픈 추억이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노동자의 반노동자 후보 지지’라는 쇼킹한 제목의 해프닝으로 주목을 끄는데 성공하지 않았는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었다 한들 그것이 전적으로 한국노총의 지지 덕분이라고 이 대통령 당선자께서 생각하실 리 만무하리라 여겨지지만 열심히 당사를 출입하면 전국구 자리 말석으로 두어 개는 얻을지 모르겠다. 그렇게만 되면 녹색사민당 시절보다는 성공한 것이리라.

그리고 그렇게 국회 입성하시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지금 부탁말씀 드리자면 부디 한나라당 출신 의원을 배출하시더라도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 의원’이 되어 주십사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투명인간으로 여기는 것인지 어떤 것인지 ‘하나도 없다는 그 노동자 출신 의원’ 들이 또는 ‘새로운 노동자 출신 의원’들이 차기 국회에 다시 입성한다면 그들과 손잡고 일하시기 바란다. 가진 자들의 정당 한나라당에서 노동자 출신 의원이라는 희소성에 안주하지 마시고….

참세상 기사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41862

한국노총의 이명박 지지, 나를 우울하게 하는 장면

“정책연대, 노동자의 꿈과 희망을 열어갑니다.”

멋진 말이다. 그리고 멋진 기획이었다. 노동자 조직이 조직원들과 함께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실현시켜줄 대통령 후보와 함께 보조를 취하겠다는 것은 참 예쁜 발상이다. 그래서 진행된 것이 한국노총의 ‘정책연대’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게 그리 순탄하게 진행되어 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른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핵심강령으로 내걸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내세운 권영길 후보는 한국노총과의 비정규직 법안 통과 등과 관련하여 몇몇 껄끄러운 설전과 감정싸움이 있었던 탓에 결국 이번 정책연대의 후보 대상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정동영 후보와 이회창 후보 측에서 반노동자적 인사가 후보에 포함되어 있는 점(주1),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찰의 BBK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등의 이유로 조합원들의 지지후보 투표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노총은 예정대로 투표를 진행시켰다.

그리고 놀랍게도 – 사실 개인적으로 웬만한 것 가지고 놀라는 성격이 아니라 별로 놀랍지는 않다 – 이명박 후보가 한국노총에서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후보로 지명되었다. 그리고 이후 5년 간 두 주체간에 이루어질 정책연대에 관한 협약식도 거행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노동자 의식 부재’니 ‘계급투표의 부재’니 말하고 싶지 않다. 괜히 먹물근성이라고 욕만 먹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자기 찍고 싶은 대로 찍으라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투표 행위이고 어찌되었든 조합원들의 45% 정도가 – 물론 유효한 투표율이었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지만 – 이명박 씨를 선택했다.(주2) 잘된 일이다.

여하튼 이제 남한의 노동운동의 큰 축을 담당하는 한국노총이 노동자를 대표하여 – 노조 조직률이 대략 12%되므로 한국노총의 지지는 노동자의 6%로 간주하겠다 – 대통합민주신당 측에서 반노동자 후보로 규정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였으니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용득 위원장께서는 그러시지 않겠지만 이번 결과를 통해 제2의 배일도 의원이 되려는 꿈은 가지시지 않았으면 한다.

다 좋은데 나를 우울하게 하는 것은 사실 다음과 같은 투표방침이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지지율 10%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원문보기)

앞서 말했듯이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한국노총이 대표하고 있는 인구는 “노동자 중 6%”이다. 그럼 유권자 중에서 비율은 얼마나 될까. 한국노총 조합원 숫자가 87만 명인데 2007년 대선 유권자 예상숫자는 3천7백만 명이라 한다. 비율이 2.35% 정도 된다. ‘천만노동자’라는 슬로건이 대략 무색해지는 숫자다. 그런데 그런 소수집단이 특정 후보를 10% 지지율이 안 된다는 – 즉 당선가능성이 없다는 – 이유로 배제시키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의사협회나 변호사협회도 숫자가 얼마 되지 않고 그들도 소수임에도 다수가 지지하는 주류 후보를 고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양적인 소수가 아닌 질적인 소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노동자 수가 천만 명이어도 그들은 아직도 이 사회와 정치권에서 약자이자 소수이고 더군다나 노조는 그 노동자들 중에서도 소수다.

그런 소수자가 꾸는 꿈은 늘 현실 속에서 초라하게 꽃피웠던 것이 사실이다. 국회의원 10명을 배출한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10% 미만을 맴돌고 있는 현실이다. 노동자, 농민은 여전히 소수이고 그들의 꿈을 펼치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았음을 말해주는 모습이다. 그렇기에 노동자라면, 노조라면 이념을 떠나서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공평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어떤 연유인지 한국노총은 문국현 후보와 이인제 후보를 편의적으로 배제했다. 더군다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또 다른 축인 한국사회당의 금민 후보는 아예 거론도 되지 않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다른 이유에서였지만 그 이유가 아니라면 10% 지지선에 걸려 탈락할 뻔 했다.

노동자 정당의 후보가 낮은 지지율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험한 꼴 당하는 형상이다. 소수가 소수를 배제하는 희한한 선거방식이었다. 이것은 마음 깊은 곳에 그들 스스로 이 사회의 주류라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지 않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당선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훌륭한 선택 하신 거다. 가장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와 정책연대를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부디 그 후보 당선시키셔서 노동자가 주류가 되는 멋진 세상 만드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 대신 이번 투표처럼 엉터리 정책이나 방침 정하지 마시고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반드시 정책에 포함시켜 이명박 대통령에게 관철시키시기 바란다. 왜냐면 그대 자신이 소수자이므로.

 

(주1) 아마도 이명박 후보를 가르키는 모양이다

(주2) 그렇지만 한마디 하자면 나는 개인적으로 투표는 가장 이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엔 이타적인 투표행위가 많은 것도 사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