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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샌프란시스코의 인공지능 개발자가 올린 트윗을 보고 느낀 단상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다.

“민트플라자에서 월 700달러를 내고 30일간 머물 예정이다. 몇몇 인공지능 개발자들과 독립적인 해커들이 여기 머문다.”

라는 트윗과 함께 그가 잠을 잘 캡슐의 사진을 올렸고, 이어 타래로 제법 그럴듯한 그 캡슐이 설치되어 있는 곳의 공용 공간의 사진들을 올렸다. 많은 이들이 ‘합법적으로 지어진 공간이냐’, ‘따로 책상은 있느냐’, ‘화장실은 더럽지 않느냐’, ‘주차는 어떻게 해결하냐’ 등의 질문을 던졌고 원래의 글을 올린 이는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고 있다.

어쨌든 이 공간을 보면서 생각나는 공간은 우선 창도 없이 사실상 잠만 자는 값싼 숙소의 역할을 하는 한국의 고시원이나 일본의 캡슐호텔이다. 노동자 이하 빈곤층이 장기적으로 묵는다는 점에서는 고시원이, 공간 디자인의 유사성에 있어서는 캡슐호텔이 어울린다. 요컨대 인공지능 업계에서 근무하는 실리콘밸리의 노동자가 묵을만한 제대로 된 주거지의 느낌은 아니다.

런던, 뉴욕 등 주요 대도시의 높은 임대료는 팬데믹 이후 임대료는 더욱 오르는 추세라고 한다. 어떤 노동자는 임금의 절반 가까이를 집세로 낸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영상을 올렸고, 캡슐에서 지내겠다고 트윗을 올린 이가 머무는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높은 집세로 인해 도시경쟁력이 악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도시가 공동화/슬럼화/범죄화되는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의식주 중에서 노동자가 가장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주(住)다. 대도시는 생산과 소비의 입지가 우월하다는 점에서 높은 주거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당위를 감안하더라도 고임금의 노동자마저 감당할 수 없는 주거비용으로 인해 자산소유자가 노동소득자로부터 전유하는 몫이 계속 커진다면 그것은 공멸의 길임은 상업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사태가 잘 말해주고 있다.

부동산이나 젠트리피케이션 역시 때로 신규로 진입한 이가 주택 매입이나 권리금 차익을 통해 일정 정도 이윤을 향유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노동자나 자영업자는 노동소득을 목적으로 근무지 근처에 거주하거나 장사를 한다. 그들 대부분이 이제 대출을 통해 자산을 보유하고 이에 대한 차익을 기대하기에는 자산은 너무 과점되어 있고 기대 인플레는 낮기 때문이다.

솔직히 저 트윗을 보고 처음 떠올렸던 것은 고시원이나 캡슐호텔이 아니라 19세기 말 노동자나 홈리스들이 숙소로 삼았다는 ‘관(棺)으로 만든 여관(coffin house)‘이다.

Fourpence coffin.jpg
By Unknown author – West, Rebecca (1996). London. London Crescent Books, a division of Random House Value Publishing, Inc (Avenel). Public Domain, Link

홍석천 씨의 선의는 어떻게 악의로 둔갑하는가?

방송활동을 하면서도 수완 좋게 여러 접객업소를 운영 중이던 홍석천 씨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근황을 밝혔다. 수완 좋은 그 역시 높은 임대료와 상승하는 최저임금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로 운영 중이던 가게 두 곳을 닫는다는 소식이다. 인터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현재 문제는 기존의 높은 임대료라는 한계상황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그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가는 상황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임대료와 임금 이 둘은 자영업자의 목을 죄고 있는 가장 큰 두가지 변수임은 틀림없다.

홍석천은 “일부 건물주는 이미 임대료의 과도한 폭등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고 이제 현실화해야한다는 데 다행히 동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저임금제의 인상 역시 너무 가파른 게 현실이지만 결국 장사를 잘해야만 해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홍석천은 수제맥주의 본산지였던 경리단길의 특색을 살려 특정 요일에 차 없는 거리, 수제맥주의 축제, 원주민이었던 아티스트의 전시공간 확보 등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홍석천 “저도 가게 문닫아..사람 모이게 임대료 내려야 상권 살아요”(인터뷰)]

홍 씨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안을 “장사를 잘해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원칙적인 해법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가 보기에 그간 경리단길은 – 또는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많은 상업지역 – 상업지역으로 인기를 얻은 후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리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였고, 그 와중에 최저임금이 올라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 상황이다.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사람들이 경리단길을 찾았던 그 매력을 제시해주는 것이 현 위기의 타개책이라 보는 것이고 나도 그의 그런 아이디어에 공감하는 바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홍 씨의 소식을 전한 일부 “언론” 들의 보도행태가 논란이다. 홍 씨가 직접 페이스북에 언급한 중앙일보는 홍 씨의 이데일리 인터뷰를 전하는 기사 타이틀에 마치 자사 기자가 직접 그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따옴표를 따서 홍석천 “이태원 가게 2곳 문 닫아 … 최저임금 여파”라고 적어놓았다.1 홍 씨는 페이스북 글에서 “욕은 제가 대신 먹겠습니다만 그래도 전화한통이라도 하시고 기사내시면 좋았을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는데 이는 기본도 안 된 “기레기”들을 향한 쌍욕을 점잖게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동아 역시 임대료 언급은 쏙 뺀 채 최저임금만 걸고넘어진 악랄한 기사 타이틀로 소식을 전하고 있다. 특히 동아의 타이틀은 한발 더 나아가 ‘연매출 70억’ 홍석천 레스토랑 中 두 곳 폐업…“최저임금 인상 감당 못 해” 이라고 써서, 홍 씨처럼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자영업자도 버티지 못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타이틀로 보도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같은 매체에서 다시 홍석천 씨의 중앙에 대한 항의 소식까지 전하며 홍 씨를 소재로 조회수 장난질을 두 번 우려먹었다는 사실이다. 정말 웬만한 뻔뻔함으로는 할 수 없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린 이후 대다수 언론의 최저임금에 대한 맹공은 융단폭격에 가깝다. 상업중심지가 텅 비는 것도 최저임금 탓이요,2 청년들이 취직이 안 되는 것도 최저임금 탓이요, 며느리가 집을 나간 것도 최저임금 탓이다. 이러한 꾸준한 마타도어는 실제로 여론을 움직이기도 한다. 갤럽이 최근에 조사한 최저임금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는 최저임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다. 그 직접적 수혜자라 할 청년층의 예비노동자군에서조차 최저임금 상승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높고,3 이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는 그런 점에서 자기충족적 예언에 가깝다.

보수 “언론”이 노리는 궁극적인 목적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을, 나아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보다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폐기시키는 것이다. 그들이 이 정책이 폐기돼야 진정으로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의 여부는 별개로 하고 현 정부의 경제 축을 이루고 있는 그 정책의 폐기가 궁극적으로 “진보”의 패배로 이어질 것이고 그들이 꿈꾸던 우익국가로의 회귀의 첩경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월급이 오르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조선일보 기자는 왜 자기들 월급은 올려달라고 난리법석을 피우겠는가?4

한국 자영업의 위기에 대한 단상

지난 3월말 기준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93조6000억원으로 작년 이맘때(176조6000억원)보다 9.6% 증가했다. 같은 이간 중 중소기업대출 증가율(6.4%) 및 가계대출 증가율(4.3%)과 비교하는 증가세가 훨씬 가파르다. 자영업자 대출은 은행 총대출(1179조2000억원)의 17%를 차지한다. ‘내수경기 침체 장기화→자영업자 대출상환능력 악화→대출 등 외부차입 증가’라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내수침체로 자영업자 폐업 속출…193조 대출금 ‘시한폭탄’ 되나]

자영업자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기사 제목에서 보듯 고질화되어가는 내수침체는 자영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하지만 내수침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닐 텐데 유독 우리의 자영업의 위기가 더 두드러져 보인다.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영업 소득감소의 원인’ 1,2위는 ‘동종업종과의 경쟁’(41.8%)과 ‘대형 및 온라인업체와의 경쟁’(22.9%)이다. 내수침체도 원인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한정된 시장 안에서 경쟁이 너무 심한 것이 자영업자가 바라보는 위기의 원인이다.

OECD기준 국내 자영업자1 비중은 28.2%(‘11년 기준)로서 OECD국가 평균(16.1%, 10년), 27개 EU국가 평균(16.6%, ’11년) 등을 크게 상회. 특히 지속적인 자영업자 비중 감소에도 불구하고2, OECD 24개국(총 34개국 중 10개국이 ’11년 자료 미공개) 중 상위 4번째 수준3. 일본 11.9%, 독일 11.6%(‘10년), 미국 7.0%(’10년), 캐나다 9.0%, 영국 13.9%(‘10년) 등 주요 국가들의 자영업자 비중은 10% 내외.[최근 자영업자 대출 현황 및 감독방안, 금융감독원, 2013.2.14.]

이러니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 해마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리 의미 있는 감소 같지는 않다. 더구나 최근 KT와 금융권의 대규모 인력감축은 신규 자영업자의 공급을 예정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치킨집이나 커피숍 같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는 업종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다. 거기에다 2위의 소득감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대형 및 온라인업체와의 경쟁’으로 인하여 슈퍼마켓이나 음반가게 등 특정 업종은 사양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올 1월 평균 보증금이 12% 이상 오른 가운데, 월 평균 임대료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8.3% 증가한 323만원을 기록했다. 매년 1월 기준 월 평균 임대료가 300만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월은 연말 성수기가 끝나고 설 연휴를 앞둔 시기로 대부분 업종에서 비수기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 월 평균 임대료가 처음으로 3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수도권 소재 점포의 임대료 수준이 시기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수도권 점포 평균 임대료, 300만원선 넘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기악화’, 즉 내수 침체가 소득감소 원인 3위(14.6%)다. 4위는 11.5% ‘임대료, 인건비 등 운영비’다. 하지만 3,4위로 지목된 이러한 원인들이 경쟁심화의 와중에 자영업자의 경영을 악화시키는 기본을 제공할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다. 위의 매경 기사를 보면 자영업의 임대료가 대폭 인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내수침체와 저물가 와중에도 임대차보호법이 규정하고 있는 임대료 상한선을 훌쩍 뛰어 넘은 것이다. 그리고 그 인상률은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율도 넘어서고 있다.

국내 가계(비영리법인포함)의 총자산대비 금융자산 비중은 절대적으로 낮음. 국민대차대조표(2014.5)에 의하면 국내 가계의 총자산대비 금융자산 비중은 34.3%로 조사․ 일본의 경우 60.2%, 미국의 경우 70.4%, 유로존의 경우 58.3%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매우 낮은 수준. 일본을 제외하고 원금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현금과 예금’, ‘보험 및 연금’ 등 안전 금융자산에 대한 비중이 72.4%로 매우 높음[가계자산의 구조적 특징과 시사점, 현대경제연구원, 2014.6.20.]

왜 저물가의 와중에도 임대료는 오르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단초가 아닐까 생각돼서 인용해보았다. 내수는 침체되고 있는 와중에 자영업자 시장은 신규진입자 등으로 인해 공급이 늘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 가계의 자산은 비금융자산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금융자산조차도 저수익 자산 위주다. 그렇다면 자산수익을 제고해야할 입장의 지주에게는 임대료 인상이라는 수단이 남는다. 자영업자의 대출증가, 임대료 상승, 가계자산의 높은 비금융자산 비중 등의 상황의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