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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진보세력은 지식생태계부터 연대하라”

블로그 이웃인 Periskop님의 ‘개혁-진보세력은 지식생태계부터 연대하라’라는 글의 일부다.

그러니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앞에서 질러놓은 거대담론을 구체화할 정책지식은 사후에 국책연구소나 기업연구소의 역량을 빌릴 수밖에 없다. 물론 국책연구소와 기업연구소가 지식생산자로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연구소들은 나름 투철한 ‘고객만족’의 마음가짐 ? 컨설턴트라면 무슨 의미인지 잘 아실 것이다 ? 으로 접근하는데 능란하다. 보완적인 정책지식 생산자로 잘 활용할 여지도 많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전 정책지식이 빈약한 정권은 이를 보완적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뒤늦게 현실의 벽을 절감하고 거꾸로 휘둘려가기 쉽다. 거기에 대통령의 의중, 정치구도의 변화까지 겹치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그로 인해 나오는 결과물들은 누더기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진보세력의 과제 중에서 가장 원초적인 부분의 하나를 잘 짚어주셨다. 위의 인용문처럼 행동한 대표적인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그러한 행동이 행동에 있어서는 진보적이나 철학에 있어서는 불충분했던 노무현, 그리고 그를 따르는 세력들의 불철저함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으나, 더 근본적으로 Periskop님이 지적한 바와 같은 현실적 장벽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여하튼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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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홈페이지를 갔다가 모욕감을 느끼다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일을 얼마 안 남겨두고 출마를 선언하시어 ‘마라톤 중간부터 달리기’라는 새로운 스포츠 종목을 개척하신 이회창 후보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였다. 현재 스코어 20%를 상회하는 지지율로 후보군 2위를 달리고 있는 막강 후보시기에 유권자 된 도리로 방문하였던 것이다.

나는 이것저것 젖혀두고 정책을 중요시 여긴다. 정책이 아니면 도대체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겠다는 이야기냐 하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장한 출마선언문은 무시하고 ‘정책창’ 폴더로 갔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올라온 글은 3일 전에 올린 ‘대한민국을 살리겠습니다.’ 란 제목의 포스팅 달랑 하나. 굴하지 않고 열어보았다.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OTL

최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캐치프레이즈, 심지어 폰트까지 표절했다고 의심받고 있는 바로 그 ‘대한민국을 살리겠습니다’ 구호의 이미지뿐이다. 그리고는 “준비 중입니다.”

정말 심하게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헌정 50년이 넘는 이 공화국에서 유력 대권후보가 아무리 서둘러 출마를 결심했다고 쳐도, 아직 채 완성되지 않은 홈페이지라고 쳐도 이건 너무하다. 도대체 유권자를 뭐로 보기에 정책이 “준비 중입니다” 달랑 하나란 말인가. 말장난이 아니라 이건 유권자 모독이다. 정책선거를 말살하려는 음모다.

한때 4수 하던 김대중 할아버지가 “준비된 대통령 후보”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유행시킨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회창 씨가 “준비 안 된 대통령 후보”로 역발상을 한 모양이다. 아무리 칩거를 하면서 장고를 쳤는지 장고를 하였는지 하느라 시간을 다 까먹었다 쳐도 측근을 통해 그동안 2번이나 후보로 나섰을 때 뿌렸던 공약집이라도 스캔해서 올려놓을 시간도 없었던 말인가.

당선되면 핏자를 의무적으로 돌려야 한다고 해서 빈축을 사고 있는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것보다는 정책이 많을 것이다. 반드시 남녀 함께 짝꿍이 되도록 하겠다든지 월마다 한 번씩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시간을 갖게 하겠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도대체 유권자의 20%는 지금 어디를 보고 이회창 씨를 지지하는지 한번 통렬한 심정으로 묻고 싶다.

그가 ‘대쪽’이라서?

홈페이지에 보니 참 염치도 없이 “살아있는 원칙 이회창”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그의 대국민 출마선언에 보면 “그런 제가, 오늘은 스스로 국민 여러분께 다짐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번 다짐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으면 그는 더 이상 “살아있는 원칙”이 아니다. 좋게 봐줘도 “반쯤 정신 나간 원칙”이다.

아니면 그가 “원칙”이 아니더라도 “좌파정권이 앗아간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줄 것 같아서?

이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착시현상’이다. 이미 손석춘 씨의 정곡을 찌르는 글에서 잘 드러나 있듯이 이 나라에는 “좌파정권”도 없고 보수우익에게 “잃어버린 10”년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10년 동안 조성된 남북화해무드와 갈팡질팡하는 경제정책으로 말미암아 자산가에게는 더욱 뿌듯한 10년이었다.

그저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면장감도 못 되는’ 사람이 대통령이라고 앉아 있는 꼴이 못마땅한 것이다. 그동안 얼치기 우파정권이었으니 이제 제대로 된 우파정권 한번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있는 자들의 잔치에 기득권도 없으신 일부 열혈애국자 분들께서 정치공학의 거미줄에 걸려 부화뇌동하고 계신 것이다.

선택은 자유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서는 자신을 대변할 정치인으로 극좌를 뽑을 수도 있고 극우를 뽑을 수도 있다. 다만 바라건 데 진정 자신을 대변할 정치인을 뽑자. 정말 이기적인 마음으로 말이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 경제적 지위, 사회적 비전 등을 고려하여 이기적으로 뽑아야 한다. 그런데 그러자면 정치인이 무슨 정책을 지니고 있는지 봐야 한다. 반드시 봐야 한다. 그런데 그 정책이 “대한민국 살리겠다는” 그 말뿐인 사람은 어떻게 봐야 하는 가 말이다.

왜 이회창을 찍으려 하십니까? 핏자 라도 한판 돌린답니까?

이회창 후보 홈페이지 http://www.leeh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