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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위기 : 한 마르크스주의자의 분석”에 대한 독후감

고대 사람들은 부(wealth)가 어떻게 창출되는가 물으면 아마도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남의 것을 뺏으면 되지.”

전쟁을 해서 뺏고, 도둑질을 해서 뺏고, 노예로 만들어서 뺏고 등등 뺏는 방법은 지금보다 훨씬 투박했다. 그리고 솔직했다. 괜히 대량살상무기가 위험하다 화염병을 던지니 위험하다 핑계대지 않았다.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였고 패자는 노예가 되거나 죽임을 당했다.

사람들이 좀더 세련(?)되게 살기 시작했을 때에 그들은 무역을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전쟁과 도둑질이 손쉬운 돈벌이였지만 더 머리를 굴려 돈을 버는 방법도 번성하기 시작했다. 이때 조야한 경제이론이 등장한다.

“무역을 하려면 상품거래의 표준이 되는 등가물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금(金)이다. 금을 많이 가지는 자, 또는 나라가 부자다.”

이것이 중상주의(mercantilism)의 단순논리다. 우리는 적게 쓰고(수입하고) 남이 많이 쓰게 해서(수출해서) 차액을 남기는데 그것이 금의 형태로 체현되는 것이고 그 나라에 금이 많으면 그 나라는 부자라는 것이 논리였다.

이를 반박한 것이 바로 아담 스미스 등이 주창한 노동가치론이다. 금을 서로 뺏고 빼앗겨도 금의 총량은 더 많이 캐내지 않는 한은 불변이다. 그럼에도 사회는 점점 윤택해진다. 그것은 금이 더 많아져서가 아니라 바로 노동을 통해 자연자원을 쓸모 있는 물건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단순하지만 당연한 이치다. 과격급진 이론이 아니고 그저 사실일 뿐이다.

이후 무슨 정보가치론이니 뭐니 하는 이상야릇한 궤변으로 오염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노동가치론은 경제학에 있어서 하나의 공준이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생산의 3요소로 토지, 노동, 자본을 들면서 노동을 격하시키지만 나머지 두 개의 것은 경제학적으로는 노동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변화가 없는 것들이다. 토지는 부의 원천이랄 수 있고 자본은 혈맥의 역할을 하나 결국은 노동이 투입되어야 기능한다는 것이다.

칼 마르크스는 이 고전경제학의 노동가치론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는 생산과정에서 노동이 투입되면서 자본가가 투입된 노동에 상응하는 가치를 노동자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는 논리직관을 통하여, 잉여가치라는 핵심개념을 도출해낸다. 이 잉여가치가 결국 사회전체의 부의 증분을 설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잉여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이 어떤 노동이냐 하는 것은 때로 혼선도 있지만 대체로 1차, 2차 노동이다. 3차, 즉 금융업을 포함한 서비스업부터는 1,2차 노동으로부터 잉여가치를 나눠가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금융위기에 대한 해석에서 바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러한 전제를 당연시하는 것이다.

즉 금융업은 그 자체로는 가치(value)를 창출하지 못한다. 그것을 전유(專有 ; appropriation)할 뿐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된다. 세상 모든 노동자들이 1,2차 노동을 하지 않고 금융업에만 종사한다고 가정해보자. 창출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은 자명하다. 아이슬란드 전 인구가 금융업에 종사하며 타국의 화폐를 뺏어오는 것은 가능하지만 전 세계 모든 인구가 금융업에 종사하며 타국의 화폐를 뺏어오는 것은 금을 둘러싼 중상주의보다 더 어이없는 체제일 뿐이다.

결국 1,2차 노동으로부터 창출되는 잉여가치의 총량은 산술적임에도 그것을 전유하려는 금융업 등 서비스업의 기능이 기하급수적으로 활발해지면 사회는 두 가지 길로밖에 갈 수 없다. 화폐증발과 신용창출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키든가 아니면 그 금융기능이 마비되든가 둘 중에 하나로 가게 된다. 지난 몇 십년간 급속도로 발달해온 자본주의는 전자의 길과 후자의 길을 왔다 갔다 하다가 이번에 후자의 길로 깊숙이 접어들은 것이라 할 수 있다.

Nick Beams가 주장하는 자본주의의 고유모순이 바로 이것이다. 사회 전체가 요구하는 청구권, 예를 들면 이자, 지대, 집값 등은 노동으로부터 창출되는 잉여가치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하게 되면 그 잉여가치 비율은 여러 사정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점점 그 청구권은 늘어만 간다. 금융화, 증권화, 집값 상승 등이 청구권에 거품을 형성한다. 그리고 빵~ 하고 터진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시장의 자유화가 그것을 치유할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위와 같은 프로세스를 부정한다. 케인지언들조차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면 자본주의는 치유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이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건전성이 악화된다. 결국은 퇴출의 길로 접어든다. 유동성을 공급하는 국가는 어떻게 되는가? 건전성이 악화된다. 그 국가는 퇴출되지 않는 불사의 존재일까? 미래세대는 그들의 영원한 인질인가?

세계 경제 위기 : 한 마르크스주의자의 분석 (6)

다음은 사회주의평등당(the Socialist Equality Party) 호주지부의 국가서기인  Nick Beams가 2008년 11월과 12월에 걸쳐 호주 여러 도시에서 가졌던 강의를 요약 발췌한 내용이다. 번역이 일치하지 않은 점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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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노동계급이 그들만의 독립적인 이해관계로 나아갈 프로그램 및 전망 – 국제사회주의 – 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는 다양한 “좌파적” 개혁가와 급진적 경향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정책과의 분명한 차별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들 모두는 자본주의 질서의 영원성을 확신하면서 노동계급의 정치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그들 중 몇몇을 살펴보자.

작가 나오미 클레인 Naomi Klein 과 같은 케인지언에게 위기의 원인은 정치적이다. 위기는 전후 기간 동안 작동하였던 규제를 철폐한 의사결정의 탓이다. 전후 규제 시스템의 붕괴가 이데올로기의 산물이 아닌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의 심연의 모순이라는 인식과 같은 분석은 클레인에 의해 “근본주의”로 평가절하 당한다. 결국 그들의 역할은 이번 위기로 인해 급진화되는 사람들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는 것이다.

소위 “좌파적” 개혁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과거로부터의 교훈을 무시하거나 그들의 정치적 전망의 논리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거부하는 것이다. 영국의 반(反)부채 활동가 앤 페티포 Ann Pettifor는 10월 21일 가디언에 쓰길 실패한 “세계화” 실험의 파괴적인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의 주장은 금융시장은 “길들여지고” 국가는 “덩치를 키워서” 정부가 보다 효율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고 단일 글로벌마켓은 “덩치를 축소해야”하고 “적당한 규모”라는 컨셉 하에 국제무역 시스템을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페티포의 처방은 1930년대 초기 노동당 “좌파”의 경력을 쌓았던 오스왈드 모슬리 Oswald Mosley 가 주도한 운동을 포함한 우익과 파시스트 운동의 “좌파적” 정책을 상기시킨다. 이 운동은 국가적 이익 차원에서 세계시장을 비난하였고 “세계화”와 그 당시 지칭되었던 “세계주의(cosmopolitanism)”를 적대시하였다.

국민국가 정부의 힘을 키우자는 페티포의 호소는 구제금융이 개시되면서 잘 이행되고 있다. 금융위기는 이미 유럽의 정부들은 “자신들의” 기관들을 보호하면서 스스로 분열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미행정부가 자동차 회사들을 구제금융한다면 다른 정부들도 “국가의 챔피온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다른 말로 그들 모두가 1930년대 그러한 재앙을 몰고 왔던 관세장벽을 반대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그에 부합하게 파괴적인 형태의 보호주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페티포가 주장하는 국제무역의 “적당한 규모”는 1930년대의 세계시장의 붕괴와 더불어 형성된 무역블록의 잔재이다.

케인지언 “좌파”들은 경기부양 패키지의 실행을 지지한다. 그리고 1월 20일 오바마 행정부의 권력이 어서 오기를 갈망한다. 11월 22일 오바마는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2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경제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이미 지난 12개월 동안 해고자 수가 280만 명 증가했고 실업률은 1.7% 포인트 증가했다.

모든 국제 금융거래에 거래세(turnover tax)를 도입하자고 주창한 것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에 위치한 ATTAC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써 주창하길 “금융이 사회적 정의, 경제적 안정성, 그리고 지탱 가능한(sustainable) 개발에 기여하여야 하는 반면” 현재의 “모델”은 총체적인 불신을 얻고 있기에 “정치와 경제의 의사결정자들은 이 지탱 불가능하고 불공평한 금융 시스템을 인민의 요구, 평등, 그리고 지탱가능성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최근 ATTAC 와 같은 소위 반(反)세계화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조직들은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른 면에서 그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끝낼 수도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ATTAC 은 최근 그들의 슬로건을 다시 수정했다. “다른 금융 시스템은 가능하다 : 이윤에 앞선 안정성과 연대(Another finance system is possible: Stability and solidarity before profits.)”

이들의 요청은 “새로이 출발한 금융시스템을 엄밀히 규제하기 위해” UN의 후원 하에 새로운 기관을 창설하는 것인데 이는 2003년 이라크의 범죄적인 침략을 자행하려 했던 미국을 저지하는데 실패한 UN의 시도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도 공산당의 가장 뛰어난 지성인 중 한 명인 프라밧 파트나익 Prabhat Patnaik 은 케인지언의 정부지출 증대 프로그램에 “좌파적”인 맛을 가미했다. 10월 13일 공개된 “위기의 전망”이라는 글에서 그는 현 시점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세계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증가하는 소비를 통해 수요를 불어넣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그러한 지출의 일반적인 목적은 최근 수년간의 세계경제의 특징이었던 전 세계 보통사람들의 생활수준을 쥐어짜는 것과는 반대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성장 부양”은 새로운 투기적 거품이 아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의 인민들의 삶의 수준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확대된 정부 지출”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다소간은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고 이것이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개념을 개진하는 것은 노동계급과 반항하는 대중이 그들이 직면한 현실에 눈감게 만드는 것이다. 위기의 근본에는 전 세계 노동계급으로부터 착취된 잉여가치와 관련한 가상자본의 초과 축적이 놓여있다. 이는 여하한의 생활수준의 향상은 이윤의 위기를 악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Nick Beams 는 이후 몇몇 좌익들의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고발하고 있으며 심지어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일부 인사 발언까지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은 생략한다. 여기까지는 케인지언 “좌파”를 비롯한 급진적이나 Nick Beams 가 기회주의적이라고 간주하는 이들의 비판이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어 소개한다. 또한 이 뒷부분은 향후 사회주의 운동의 진로를 트로츠키주의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물론 이들 분파의 행동강령을 알아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으나, 이 글을 번역했던 애초 나의 관심사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 일단은 생략하기로 하겠다. 추후 의미가 있다고 판단될 때 별도로 소개할지도 모르겠다. : 역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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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위기 : 한 마르크스주의자의 분석 (5)

다음은 사회주의평등당(the Socialist Equality Party) 호주지부의 국가서기인  Nick Beams가 2008년 11월과 12월에 걸쳐 호주 여러 도시에서 가졌던 강의를 요약 발췌한 내용이다. 번역이 일치하지 않은 점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

시드니 대학의 Dick Bryan과 Michael Rafferty는 그들의 유용한 연구 ‘자본주의와 파생상품(Capitalism and Derivatives)’에서 파생상품의 필수적인 기능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그들이 “묶는(binding)” 기능이라 칭하는 것인데 현재의 자산을 미래의 자산과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고정 환율 시대의 몰락에 의해 초래된 점증하는 불확실성과 리스크로 인해 이 파생상품이 발전하였다.

파생상품은 또한 “섞는(blending)” 기능을 지니고 있다. 즉 서로 다른 형태의 금융자산을 균등하게 만드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회사채와 주식을 서로 맞바꾸는(swapping) 계약이 있을 수 있다. 이 계약은 채권시장의 금리추이나 주식에 대한 배당의 추이의 상대적인 경향에 따라 실행될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둘은 모두 회사의 미래소득에 대한 청구권이지만 그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파생상품의 활용은 이러한 리스크를 감소시킨다.

파생상품의 활용은 하나의 자산의 특징을 다른 자산의 특징으로 바꾸는 효과가 있다. 즉 금융자본은 어느 특정한 형태로 묶이기보다는 보다 보편적인 형태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 이는 – 자본의 축적의 기본인 – 이윤의 전유가 금융시장 작동에 점점 더 의존해가는 조건 속에서는 굉장히 중요해졌다.

물론 다른 금융자산과 마찬가지로 파생상품은 투기의 주요한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그들이 이전의 규제 시스템의 붕괴에 의해 초래된 자본주의 경제의 객관적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달하였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시작된 파생상품은 역사적인 금융재앙이라는 리스크를 초래하면서 끝을 맺었다.

자본주의 발전의 곡선에 있어서의 터닝포인트

금융화를 바라봄에 있어 하나 더 고려하여야 할 과정이 있다. 증권화 현상이 그것인데 모기지 위기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였다.

국가의 규제시대에 미국은행들은 소위 “3-6-3 모델”로 운용되었다. 돈을 3%에 빌려다가 6%에 빌려주고 은행 임원은 3시에 골프장에 간다. 이 모델은 1980년대 급격한 금리인상과 이어진 경제의 금융화 현상에 따라 무너진다. 은행들은 이제 펀드들을 위한 다른 금융기관과 경쟁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은 대출을 빌려주고(originated) 은행이 보유하고(hold) 이자를 수취하는 예전의 모델을 기초로 해서는 불가능했다. 여신후 보유(originate-and-hold) 모델은 상당량의 자본이 장기로 묶여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과 다른 금융기관은 좀 더 빠른 속도로 그들의 자본을 순환시킬 수 있는 한에서만이 이윤을 증대시키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들이 보유하는 금융자산을 증권으로 바꿔서 팔아버리는 방식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데 IBM이나 GM같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과는 달리 모기지의 경우 정해진 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은행은 어떻게 다양한 모기지를 채권처럼 거래될 수 있는 증권으로 바꿀 수 있고, 그럼으로써 투자자들이 인수자산의 안정성을 살필 것 없이 오직 이자율과 상환기간만 신경 쓰면 되게끔 만들 수 있는가?

그 해답은 모기지의 풀을 만들어서 모기지 상환으로부터의 돈으로 이자를 지불하는 일련의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그 풀은 다양한 리스크에 다양한 지불조건을 구분하는 여러 개의 트랜치로 나눠진다. 신용평가기관이 리스크 평가를 제공한다. 이 기관들은 다양한 리스크 모델을 개발하여 평가하였다. 많은 경우 채권들은 최고의 등급을 부여받았다. 증권화 과정은 “여신후 보유(originate-and-hold)” 모델을 “여신후 분산(originate-and-distribute)” 모델로 대체하였다.(주1)

미국에서는 1930년대 이후 집값이 전국적으로 하락한 적이 없었기에 집값이 계속 뛸 것이라는 일반적인 가정 하에 모기지는 지불능력에 상관없이 이루어졌다. 모기지는 언제든지 갱신되었고 주택은 이윤을 남기고 거래되었다.

우리는 이제 이 위기의 다양한 구성요소와 그 역사적 함의를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그것은 단순히 대규모의 손실의 창출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축적(accumulation) 시대의 총체적인 붕괴를 바라보고 있다. 이 시대는 1970년대의 위기에 대한 반응에서 싹텄다.

은행과 금융기관은 더 이상 “여신후 분산(originate-and-distribute)” 모델을 이어갈 수 없다. 또한 과거의 모델로도 돌아가지 못한다. 우리는 레온 트로츠키가 “자본주의 발전의 곡선”이라 부른 변곡점에 도달하였다. 1970년대의 위기와 1980년대의 하강에 이어 새로운 상승국면이 1990년대에 자본의 국제순환에서의 초저임금의 노동력의 합병에 기초하여 시작되었다. 이는 축적의 새로운 양식을 가능케 했지만 파괴적인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원문보기]

(주1) 개인적으로는 여신후 분산 모델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금융기능이 존재하는 한에는 여신은 있어야 하고 그 후 그 여신의 처리방법은 보유나 분산, 그 둘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보유와 분산이 가지는 계급적 함의는 별도로 하고 말이다.

세계 경제 위기 : 한 마르크스주의자의 분석 (4)

다음은 사회주의평등당(the Socialist Equality Party) 호주지부의 국가서기인  Nick Beams가 2008년 11월과 12월에 걸쳐 호주 여러 도시에서 가졌던 강의를 요약 발췌한 내용이다. 번역이 일치하지 않은 점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

1971년 브레튼우즈의 몰락으로 말미암아 세계 화폐 시스템의 안정적인 닻이라 할 수 있는 달러의 역할이 끝을 맺었다. 또한 어떠한 일개 국가의 화폐도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1970년대 새로운 화폐운동으로부터 발생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메커니즘이 개발되었다. 금융 파생상품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생상품은 금융계약이나 금융장치, 어떠한 임의의 것의 가치로부터 파생되는 가치로 규정된다. 파생상품은 오랜 기간 존재하여 왔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선물계약(futures contracts)이다. 금융 파생상품은 새로운 개발품이다. 물리적인 상품이 아닌 돈과 다른 금융자산에 연계된다. 1972년에 화폐 선물 시장이 시카고 선물거래소(Chicago Mercantile Exchange)에서 열리게 된다. 이 시장에서 금융기관, 수입업자, 수출업자 등이 환율변동을 헤지(hedge)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환율 선물은 다음 기간 개발될 수많은 금융 파생상품의 한 종류일 뿐이었다.

1973년 피셔 블랙(Fischer Black)과 마이런 숄즈(Myron Scholes)가 가격 옵션의 공식을 개발하면서 더욱 발전하게 된다. 어떤 선물 거래는 참여자들을 구매와 판매의 역할로 국한시키는 반면 옵션은 일종의 보험과 같은 것이다.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대가로 그것은 구매자에게 특정시기에 일정한 가격으로 자산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준다. 만약 가격이 예측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옵션은 가치가 없고 구매자는 프리미엄만을 손해볼 것이다. 1973년 시카고 옵션거래소(the Chicago Options Exchange)가 문을 연다.

옵션은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어떤 구매자가 6개월 후 50달러의 주식을 살 수 있는 옵션을 산다. 옵션의 가격은 5달러다. 100주에 대한 가격은 500달러다. 6개월 후 주가가 60달러가 되었다고 가정하자. 구매자는 옵션을 행사하고 5달러의 주당이익을 얻을 것이다. 총이익은 500달러가 될 것이다. 수익률은 100%다. 이 구매자가 그냥 주식 100주를 50달러에 사서 6개월 동안 보유했다고 치자. 이익은 1,000달러가 되지만 수익률은 20%다. 옵션의 사용은 더 많은 수익률의 기회를 준다.

반대로 주가가 60달러로 오른 것이 아니라 49달러로 떨어졌다고 가정하자. 옵션 구매자는 500달러를 잃어서 손해율은 100%다. 반면 주식 구매자는 100달러만 잃어서 손해율은 2%에 불과하다. 옵션은 더 큰 기회와 더 큰 위험의 가능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또 다른 타입의 파생상품도 등장했는데 바로 환율 스왑이다. 이어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가 상호 교환되는 이자율 스왑도 등장한다. 1990년대 보유자가 채권 지불 실패 위험을 보장하는 신용부도스왑(the credit default swap)이 등장한다. 이러한 계약은 거래소 또는 더 빈번하게 이른바 장외(over the counter) 거래에서 당사자들 간에 이루어졌다.

처음 파생상품은 리스크를 방어하고자 만들어졌으나 곧 투기의 수단이 된다. 그리고 그 성장은 눈부시다. 전 세계 외환거래 계약은 1973년 일 150억 달러, 1980년 일 800억 달러, 1995년 1조2천6백억 달러로 증가한다. 1973년에 이들 계약은 총 상품 및 서비스 거래의 15%를 구성했다. 1995년에는 불과 2%다. 외환거래의 폭발은 무역이 아니라 금융계약의 결과가 되어버렸다. 2008년 6월 OTC 거래에서의 파생상품이 기초하고 있는 자산은 683조7천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 세계 산출의 10배에 해당한다. 1973년 금융 파생상품은 사실 존재하지도 않았다.

미국 경제의 금융화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로부터 시작된 파생상품의 융성의 계기 이외에 또 하나의 계기가 있는데 무엇보다 미국에서 지난 30여 년간의 축적 양식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닉슨이 1971년 미 달러의 금태환을 포기한 것은 미국 자본주의의 금융 지배를 유지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말 오히려 달러의 가치는 급격히 떨어졌고 이윤은 축소되고 주식시장은 침체에 빠졌고 미국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들었다. 1979년 10월 폴 볼커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의장으로 취임한다. 볼커는 인플레이션을 치유하고자 고금리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볼커 충격”으로 잘 알려진 이 프로그램으로 금리는 사상 최고로 치닫고 경제는 1930년대 이래로 가장 깊은 침체로 빠져든다. 노동계급은 강하게 저항하였다. 수백만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미국 자본주의의 구조가 변했다. 1865년 남북전쟁 이후 미국경제는 제조업이 이끌었다. 미국식의 생산방식은 가장 효율적이고 이윤이 많은 것으로 증명되어 왔다. 그런데 그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볼커의 조치의 핵심은 축적의 새로운 레짐은 금융자본의 확대에 기초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새로운 축적양식으로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1981~1982년의 경기침체 뒤에 느리게 경기가 회복되었다. 주식시장은 1982년이 되어서야 오르기 시작했다. 이 10년은 저축대부조합이 촉발한 위기로 막을 내린다. 소비에트의 붕괴와 중국의 자본주의 세계로의 편입은 세계 자본의 순환에서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이를 통해 금융자본에 근거한 축적양식이 가능해진다.

미국과 다른 주요 자본주의 국가의 노동력의 1/3에 해당하는 중국의 개방은 노동계급으로부터의 잉여가치 착취의 엄청난 확대를 의미한다. 아이팟을 생산하는 중국 제조공장이 미국에서 290달러에 파는 기계를 만들어주고 받는 돈은 4달러다. 값싼 제조상품은 인플레이션을 방지한다. Fed는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계속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값싼 신용이 다양한 자산 거품을 촉발했다. 실질임금의 인상 없이도 소비는 증대했다.(주1)

1982년 금융회사의 이윤은 세후 총기업이윤의 5%를 차지했다. 2007년 그들의 지분은 41%로 증가한다. 지난 시절 부채는 제조업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금융부문의 발전에 따라 부채는 더 많은 금융활동을 위한 금융업에서 발생했다. 자산에 기초한 증권의 매매가 부의 축적의 새로운 방식이 되었다. 경제의 금융화는 생산과정에 대한 적출(extraction)이라기보다는 잉여가치의 전유(專有 ; appropriation)에 가까웠다.(주2)

[원문보기]

 

(주1) 현대 자본주의에 있어 중국의 개방은 대항해 시대의 지리상의 발견에 맞먹는 파급효과를 가져온 셈이다

(주2) 이 문구는 많은 의미를 함유하고 있는데 적출, 즉 착취와 전유 사이의 뉘앙스의 차이를 확실하게 이해하여야 하는 부분이다. 간단히 말해 착취는 노동을 통한 잉여가치를 빼앗는 행위이고 전유는 남이 착취한 잉여가치를 자기의 것으로 재차 착취하는 것에 가깝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세계 경제 위기 : 한 마르크스주의자의 분석 (3)

다음은 사회주의평등당(the Socialist Equality Party) 호주지부의 국가서기인  Nick Beams가 2008년 11월과 12월에 걸쳐 호주 여러 도시에서 가졌던 강의를 요약 발췌한 내용이다. 번역이 일치하지 않은 점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

밀턴 프리드먼 Milton Friedman 과 안나 스와르츠 Anna Schwartz 는 그들의 저서에서 미국의 역사는 “대불황(great contraction)”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그릇된 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 “자유시장”에 대한 열렬한 주창자인 프리드먼은 1930년대 대공황이 경제의 실패나 수축에 의해서가 아닌 수축적인(contractionary)(주2) 통화정책에 의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프리드먼의 가정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금융위기에 대해 멜론(주1)이 주창한 청산(liquidation)의 반대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란 그린스펀 Alan Greenspan 그리고 이제 벤 버냉키 Ben Bernanke 는 화폐발행(monetisation)으로 돌아섰다. 첫 시도는  1987년 10월 주식시장의 폭락에 대응하여 Fed의 신용 마개를 땄을 때이다. 이후 모든 이어지는 금융위기에서 – 아시아 금융위기,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사태, 닷컴 버블 등 – 같은 정책이 사용되었다. 금리는 내렸고 신용조건은 완화되었다.(주3)

그의 임기 동안 그린스펀은 Fed의 임무는 자산 거품의 형성을 막거나 그것이 나타날 때 물가를 인하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붕괴된 후 깔끔히 치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하나의 거품은 값싼 신용을 기초로 하여 새로이 형성되는 거품으로 대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버냉키 역시 그린스펀의 의견을 따르고 있다. “만약 자산가치의 급격한 조정이 발생하면 Fed의 첫 임무는 위기가 지나갈 때까지 비슷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버냉키의 발언이다.

10월 초 미의회는 재무장관 헨리 폴슨 Henry Paulson 에게 7천억 달러의 구제금융 펀드(Troubled Asset Relief Program ; TARP)를 허가했다. TARP의 목적은 은행과 주요 금융기관으로부터 소위 말하는 “악성자산(toxic assets)”을 사들이는 것이었다. 이는 미재무부의 자원을 활용하여 허구의(fictional) 자산 가치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11월 12일 폴슨은 이 계획의 포기를 선언했다. “상황이 악화되고 사실이 바뀌었다.” 폴슨은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만약 정부가 가치 없는 자산에 올바른 가격을 지불한다면 은행들은 엄청난 손해를 입을 것이다. 반면 은행이 손실을 입지 않도록 과다 계상된(inflated) 가치를 지급한다면 7천억 달러는 푼돈밖에 안될 것이다.

이는 다른 마로 폴슨의 마음이 바뀐 것은 위기가 하도 대규모여서 지난 20년간 자산 가치를 부풀렸던 정책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TARP는 구제할 가치가 있거나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은행들과 금융기관들을 재자본화하는 데 사용되었다. 즉 통화정책을 사용하여 자본주의 경제 법칙을 모면하고자 하는 시도는 끝을 보았다.

두 개의 근본적인 모순

자본주의 사회는 심연의 모순이 놓여있다 : 즉 생산력(the productive forces)의 물적 발전과 그 발전이 이루어지는 안에서의 사회적 관계(the social relations) 사이에 말이다. 이 모순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는, 자본주의 하의 생산력의 국제적 발전과 부르주아지의 정치적 권력이 기반을 둔 국민국가 시스템 간의 모순이다. 둘째는, 생산력의 성장과 생산수단의 사적소유와 임금노동 시스템을 통한 노동계급의 착취에 기반한 자본주의 생산의 사회적 관계간의 모순이다. 이 모순은 이윤율 저하 경향(the tendency of the rate of profit to fall)(주4)과 이에 의한 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이윤율 저하 경향은 노동이 잉여가치, 즉 이윤의 유일한 원천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노동력에 대한 지출은 자본가가 지출하는 자본의 일부분만을 구성한다. 이는 총자본이 같은 비율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노동이 잉여가치의 증분을 계속 생산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현재의 위기에 비교해보자. 위기의 기원은 전후 호황의 마지막 시기인 1970년대 시작된 자본주의 위기에서 비롯된다. 전후 호황의 종말로 브레튼우즈가 붕괴하고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의 이윤율이 급속히 떨어졌다.

브레튼우즈 협약은 전후 경제 질서의 이정표 중 하나였다. 이 협약은 미 달러의 가치를 금 온스 당 35달러에 고정시켰다. 그 결과로 무역과 투자가 증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확대는 브레튼우즈의 모순을 노출시켰다. 지구적 경제 확장과 국민국가에 기반을 둔 화폐 시스템 사이의 모순.(주5) 한 동안은 미국의 압도적인 경제우위로 말미암아 금에 기반 하여 세계 화폐로써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달러의 이러한 모순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위기가 고조되어 세계시장에 돌아다니는 달러가 포트녹스 Fort Knox(주6) 에 있는 금의 양을 훨씬 초과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미국 바깥을 벗어나 순환하는 화폐는 새로운 금융 네트워크, 이른바 유로-달러 시장의 기반을 제공한다. 은행들은 국가범위의 규제당국의 손아귀를 벗어난 곳에서의 달러 보급지를 발견하였다. 1960년대에 걸쳐 케네디, 존슨, 닉슨 행정부는 영국 당국과 함께 화폐의 국제적 운동을 규제하고 브레튼우즈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 노력은 유로-달러 시장의 작동으로 인해 좌절된다. 결국 닉슨 행정부는 1971년 8월 15일 금태환을 정지함으로써 사태를 해결해버린다.

브레튼우즈는 그것으로 인해 촉진된 세계경제와 투자의 확대가 – 자본의 국제적 확대 – 국가 차원의 규제 시스템 안으로 품을 수 없다는 이유로 인해 좌초하였다. 세계경제와 국민국가 시스템 사이의 모순이 그 사실을 재확인했다.

두 번째 모순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알아보자.

[원문보기]


(주1) 대공황 당시의 재무장관으로 각종 자산을 청산하여 긴축재정을 펼칠 것을 주장함 : 역자 주

(주2) 앞에 “대불황”이라고 해석해놓은 단어와 여기에서 “수축적인”이라고 해석해놓은 단어가 똑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음을 유의하라 : 역자 주

(주3) 물론 아시아 금융위기 사태 당시 해당국가에 대해서는 고금리와 긴축정책이 강요되었다. : 역자 주

(주4) 사실 이 이윤율 저하 경향 (‘법칙’을 뒤에 달기도 한다)이 마르크스주의의 매력 포인트이자 약점이다. 즉 마르크스주의는 이윤율이 저하됨에 따라 결국 자본주의가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귀결되는 아름다운 구조를 띠고 있는데 그 이윤율 저하를 역사적으로 반드시 떨어졌고 앞으로 그럴 것이라고 검증하는 것은 이런 저러한 이유로 매우 어렵다. 그런 이유로 한 발 물러서서 ‘경향(tendency)’이라고만 한다. 그래놓고는 또 ‘법칙(law)’이라니 참 우스운 꼴이다. 여하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풀어야 할 큰 숙제 하나가 바로 이 경향과 자본주의 미래와의 상관관계일 것이다. : 역자 주

(주5) 뒤에도 설명이 나오지만 결국 브레튼우즈는 국민국가에 기반을 둔 미 달러가 세계화폐의 역할을 금 대신 떠안는다는 점에서 모순이다. 왜냐하면 미 달러가 세계화폐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달러는 자국의 경제활동보다 더 많은 화폐를 찍어내야 하므로 화폐가치가 떨어지게 될 터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통화증발을 억제한다면 세계화폐로써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역자 주

(주6) 미국 정부가 지불준비를 위해 금을 보관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곳. 음모론자들은 여기에 금은 한 개도 없다고 주장한다. : 역자 주

세계 경제 위기 : 한 마르크스주의자의 분석 (2)

다음은 사회주의평등당(the Socialist Equality Party) 호주지부의 국가서기인  Nick Beams가 2008년 11월과 12월에 걸쳐 호주 여러 도시에서 가졌던 강의를 요약 발췌한 내용이다. 번역이 일치하지 않은 점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

우리가 증명해야할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 어떻게 이 금융위기가 발생하였는가? 어떻게 18개월 전 발생했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의 340억 달러가 연루된 문제가 미국 금융 시스템과 전 세계의 금융시장에 57조 달러에 달하는 재앙으로 발전했는가? 어떻게 지구상의 수억 명의 사람들이 그들이 관련되지도 않고 통제할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위기로 인해 고통 받는가? 어떻게 자산담보부증권, CDS와 같은 고도로 복잡한 금융상품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그토록 깊은 영향을 미칠 수가 있는가? 왜 이러한 금융위기가 침체와 전쟁에의 위험을 증대시키면서 지구적 자본주의 질서의 붕괴를 초래하는가? 이것들이 이 강의에서 우리가 들여다 볼 이슈들이다.

자본주의의 ABC

자본주의의 동력은 사용 또는 수요를 위한 생산이 아니다. 더군다나 시장을 위한 생산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자본의 축적, 이윤의 창출이다. 가장 간단한 형태에서 축적과정은 M 이라는 화폐형태의 자본에서 시작한다. M은 더 큰 양의 자본인 M’으로 바뀐다. 즉 자본의 초기량에 그 증분 “델타 M”을 더한 것이다.

이 증분의 원천은 생산과정에서 노동계급으로부터 착취한 잉여다. 자본으로써의 화폐는 생산수단과 함께 노동자의 노동력(labour power)을 구입하는데 쓰인다. 이 노동력 또는 일할 능력은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구입 가능한 상품(commodity)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계약의 형태로 판매되는 이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가치(value)는 노동자 가족의 생활유지에 필요한 음식, 의류, 주거 그리고 기타 필수재(necessities)의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주1)

그러나 이러한 필수재 들의 가치(노동자의 임금)는 생산과정에서 자본가에 의해 공급되는 상품에 노동자가 부가하는 가치와 같은 것은 아니다. 다른 말로 노동자의 임금은 그들이 생산과정에서 기여한 가치보다 적다. 이 차이가 잉여가치(surplus value)의 원천이다. 노동력이 생산과정에서 소비되지만 그것에 의해 생산되는 상품은 그 안에 추가적인 또는 잉여의 가치를 체현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시장에서 M’ – M에 델타M을 더한 – 를 실현하기 위해 팔린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생산력의 거대한 축적을 추동한다. 이전 양식들과 달리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에 대한 지속적인 갱신에 주력한다. 축적은 노동생산성의 증가에 의존한다. 경쟁의 압박은 이러한 과정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자본의 모든 부문은 소멸의 고통에 두려워하며 생산성을 증대시켜야만 한다. 생산과정의 항구적인 규모증대는 자본주의 경제의 금융구조의 변화를 초래했다. 이는 이제 자본의 축적과정이 단순히 개별 자본가의 능력을 훨씬 초과하여 진행되는 것을 요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사회 전체의 자원(resource)에서 조달된다. 두 개의 극적인 금융발전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신용 및 은행 시스템과 합자회사 또는 주식회사의 형성.

사회 모든 분야의 돈이 은행으로 모이게끔 만드는 이른바 신용이라는 것은, 자본주의 기업에게 개인이나 심지어 개인들이 모인 집단의 능력을 월등히 초과하는 규모의 자원을 제공한다. 자본가는, 마르크스가 설명하길, 이제 다른 사람들의 돈의 단순한 관리자가 될 뿐이다. 이 돈이 없으면 루퍼트 머독도 평범한 시민에 불과할 뿐이다.

자본을 공급하는 대가로 은행은 노동계급으로부터 착취한 잉여가치의 일부를 이자지급의 형태로 수령한다. 은행과의 대출계약이나 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채권자에게 정기적인 이자지급을 약속한다. 즉 그 소지자는 소득을 보장받는다.

주식의 발행을 통해 설립되는 주식회사의 경우에는 화폐자본을 공급한 대가로 재산권을 보장받는다. 그들이 회사의 일부에 대해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매체인의 주주라고 해서 당신이 가게에 들어가 그 회사의 부분적인 소유주라는 이유로 물건을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 상품은 기업화된 법인의 소유물이다. 당신이 보장받는 것은 배당의 형태로 지급되는 이익의 일부분이다.

신용과 주식소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새로운 시장을 갖게 되었다. 채권과 주식과 같은 소득 형태를 수여하여 그것들이 거래되는 금융시장. 그리고 이들 금융자산의 가격은 오르고 떨어진다. 그래서 그것들을 사고팔면서 이윤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신용 혹은 주식의 형태로 제공되는 화폐는 노동력과 생산수단을 구입하는데 공급된다. 그것들은 생산자본이 되어 노동계급의 잉여가치를 착취하는데 관여한다. 이는 또한 화폐만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과 채권은 마르크스가 “상상의(imaginary)” 자본, 혹은 가상(fictitious)자본이라 부른 것들이다. 그것들은 최종적으로는 생산자본이 착취한 잉여가치의 지분을 소득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의 세계에서, 즉 가상자본의 세계에서는 금융자산을 거래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는 황홀한 세계다. 환상의 세계다. 왜냐하면 여기서는 화폐의 조작을 통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관리자의 영리한 조작과 거래를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세상에서 어떻게 노동이 모든 이윤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 초기 시절부터 금융시장은 그것을 말살하거나 최소한 통제하고 싶어 하는 –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 전체를 흔들지는 않고 – 이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자본주의의 나쁜 부분을 규제하자”가 그들의 구호였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이야기했듯이 자본주의의 “좋은 면”은 “나쁜 면”과 구분할 수 없다. 사실 때로 “나쁜 면”이 역사적인 발전의 추동력이 되기도 했었다. 한 예로 합자회사라는 수단을 통한 집중화(Centralisation)는 짧은 시기에 철도라는 거대 사회간접자본의 설치를 가능케 했다.

가상의 자본과 부채의 증가

수많은 통계들에서 지난 30여 년간 금융 시스템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수치 중 하나는 부채수준이다.

1981년 미국 신용시장은 GDP의 168%로 추정되었다. 2007년 그것은 350%로 증가한다. 금융자산은 1980년의 GDP의 다섯 배였는데 2007년에는 열 배였다. 설상가상으로 이렇게 늘어난 부채는 점점 더 생산자본의 확장 보다는 금융시장 그 자체의 금융활동을 위해 사용되었다. 은행과 다른 금융기관이 취득한 부채는 1997년 미국 GDP의 63.8%에서 2007년 113.8%로 늘었다. 2004년 대형 투자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자산 비율은 23이었다. 2007년에는 30이었다.

이토록 레버리지 비율을 늘이는 것은 그들의 수익 때문에 그렇다. 만약 어떤 자산이 매년 10%씩 가치가 증가하는 1억 달러의 자산이라면(연말에는 1.1억 달러의 가치가 될) 그리고 이 자산이 1천만 달러의 자본(equity)과 5% 이자의 9천만 달러 대출(borrowing)로 구성되어 있다면 연말에 4백5십만 달러의 이자를 치르고 난 뒤 이윤은 5백5십만 달러가 될 것이다. 이는 수익률이 55%라는 것을 의미한다.(주2) 이 과정의 핵심은 값싼 신용(cheap credit)에 의한 자산가치의 증가다. 화폐가 싸면(주3) 그것은 자산시장에 투입될 것이다. 시장은 주식이나 다른 상품 또는 주택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자산 거품의 형성에 관련하여 그러한 폰지 스킴이 종국에는 붕괴될 것이라는 것을 아는 데에는 대단한 지적능력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관련된 것은 개인적인 실패나 지적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금융시장 그 자체의 구조다. 신용이 저렴한 한에는 그리고 자산가치가 오르는 한에는 모든 금융기관이 참여하도록 강요당한다. 시티그룹의 CEO 척 프린스는 2007년 7월 이렇게 말했다. “음악이 멈추면, 유동성의 관점에서, 일이 복잡해질 것이다. 그러나 음악이 흐르는 동안은 당신은 일어나서 춤을 춰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춤추고 있다.”

이제 음악이 멈췄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는 지난 수십 년간 쌓여져 온 부채의 산의 붕괴의 방아쇠가 되었다. 이 붕괴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어보자. 10%의 수익이 예상되는 1억 달러의 자산이 이제 5%의 수익밖에 창출할 수 없다. 그러면 자산가치가 5천만 달러로 줄 것이다. 시장전체의 자산가치가 반절로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 빌린 돈 9천만 달러로 구입한 자산을 가정해보자. 자산의 시장가치가 줄어든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부채는 여전히 9천만 달러다. 그러나 자산은 그것을 구입할 시 투입된 가치만큼도 안 된다. 어떻게 부채를 갚을 것인가? 현금을 얻기 위해 다른 자산을 팔수도 있다. 그러나 경계를 뛰어넘어 이런 일이 벌어지면 특정자산의 가치는 떨어지고 위기는 악화될 것이다.

앞에서 가상의 자본은 최종단계에서 노동계급으로부터 착취한 잉여를 원천으로 하는 소득에 대한 청구권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자본은 그것이 종국적으로 의존하는 것 이상으로 자랄 수 있다. 금융시장 조작은 가상의 자본의 엄청난 성장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특정 시점에서 이 확대는 멈추고 위기가 폭발한다. 자본은 이 불균형을 극복하여야 한다. 서로 연관된 두 개의 과정 : 잉여가치 증대를 위해 노동계급 착취를 심화시키는 방법, 그리고 자본의 총 부문을 부도내거나 제거함으로써 가용 잉여가치에 대한 그들의 청구권을 없애버림으로써 남아있는 자본 부문의 지분을 보존하는 것.

그러한 “재평가”는 단순히 회계 상의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르크스가 지적하였듯이 “폭력적이고 날카로운 위기”를 통해 갑작스러운 가치하락, 실질적인 불경기, 재생산 과정의 중단을 수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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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이 부분이 사실 노동력을 상품으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의 논쟁의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데 다른 상품들이 정확히 투입된 가치대로 측정할 수 있다고 간주될 수 있는 반면 노동력은 여기서 말하듯이 단순히 필수재의 가치에 상응한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것은 어느 면에서는 가격(price)으로 측정할 수밖에 없는 면이 있고, 필수재 그 자체의 범위도 그야말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예전에 휴대전화가 사치재였다면 지금은 필수재라 할 수 있다. : 역자 주

(주2) 물론 이는 시간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나눗셈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 역자 주

(주3) 이자를 화폐에 대한 가격이라고 간주한다면 저금리는 화폐가 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 역자 주

세계 경제 위기 : 한 마르크스주의자의 분석 (1)

다음은 사회주의평등당(the Socialist Equality Party) 호주지부의 국가서기인  Nick Beams가 2008년 11월과 12월에 걸쳐 호주 여러 도시에서 가졌던 강의를 요약 발췌한 내용이다. 번역이 일치하지 않은 점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


전 세계 주식시장이 붕괴되었는데 약 25조~30조 달러의 주식가치가 지난 6개월 동안 사라진 것으로 추측된다. 주요회사들의 가치는 38% 정도 없어졌다. 한 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체였던 제네럴모터스가 부도의 위험에 처해있다. 공식적인 통계를 보아도 세계경제의 주요지역들이 이제 경기침체로 접어들었다 : 미국, 유로 지역, 영국과 일본. 세계경제를 부양해왔던 중국과 이른바 신흥시장 역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융위기가 그랬듯이 경제침체도 미국이 중심이 되고 있다. 사적부문의 고용치가 11월 개월 동안 계속 떨어지고 있다. 11월에만 533,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이는 1974년 12월 이후 월간으로는 최악의 수치다. 미국기업의 적어도 1/4이 내년에 고용을 축소할 계획이다. 해고증가와 집값 하락으로 말미암아 미국에서 12백만 채의 집이 소위 “수면 아래(under water)”의 상태로 내몰렸는데 이는 그 집에 대한 모기지보다 값어치가 덜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는 수직낙하 중이다. GDP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의 소비부문은 3분기에 3%하락했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4분기에는 2.9%, 2009년 1분기에는 1.3%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2차 대전 이후 한번도 3분기 연속으로 소비가 감소되지 않았었다. 10월 소비자물가는 1947년 이후 월간으로 가장 높은 수치인 1%하락했다.

세계경제 역시 미국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데,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1억9천만 명으로 추산되는 2007년의 실업자 수치가 2009년에는 2억1천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세계은행은 2009년 경제성장이 전 세계적으로 따져 1%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고소득의 국가들에서는 0.1%의 하락이 예상된다. OECD는 경제성장률이 각각 미국 0.9%, 일본 0.1%, 유로 0.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무역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수치중 하나인 무역규모에 대해 세계은행은 2009년 2.5%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수치는 올해는 5.8%, 2006년에는 거의 10%까지 상승하여왔다. 이 수치가 감소한 것은 1982년의 심각한 경기후퇴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1월 15일 국제산출의 90%를 아우르는 경제권인 G20의 지도자들이 경제위기와 금융위기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에 모였다. 그러나 이 모임은 현 상황을 극복할 여하한의 프로그램도 제시하지 못하였고 당사자들의 분열만 심각해졌을 따름이다. 이 정상회담의 문제는 면면의 지적인 특성뿐 아니라 경제적 갈등과 긴장에 대해 합의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에 있다. 객관적 모순의 뿌리는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규제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대한 여하한의 조사에서도 상호 연결되고 통합된 시장의 “효율적” 기능을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국제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이유가 바로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 그 자체에 있다. 모든 시장은 규모 면에서 국제적이지만 세계는 여전히 자본주의 권력들로 분열되어 있다. 자본의 각 부문은 이윤을 증대시키기 위해 국제적 라이벌과 항구적인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 투쟁에서 각 부문은 자신들의 “고유한” 국가를 자신들의 이해를 증진시켜줄 정치적 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갈등이 존재하는 것이다.

G20에 모인 모든 참여자들, 수많은 조언자들과 경제학자들은 보호무역주의의 발흥이 세계경제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그럼에도 그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여전히 합의되지 않은 것은 많다. 금융과 무역의 문제에 있어서도 그렇고 정부의 개입에 있어서도 그렇다.

발췌한 이의 간략의견 : 전형적인 국제주의자의 의견이랄 수 있다. 즉 현재의 위기가 지구적이며 특히 선진국에서 그러한 위기가 심각할 것으로 예측됨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이해관계를 가진 자본, 그리고 그들의 이해를 보호하는 국민국가들로 분열되어 있는 세계경제에서 실질적인 규제에 대한 합의로의 도출이나 입으로만 떠들고 있는 자유무역 원칙은 깨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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