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인수 소식이나 KKR과 인피니티 연합군의 OB맥주 매각 소식 등이 언론에 보도되며 어느새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그 업계의 업무에는 다양한 금융기법이 사용되기도 하나 기본적인 구조는 국민연금 등 몇몇의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모은 돈을 출자금과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대출을 섞어 유망기업에 투자했다가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면 배당과 매각 프리미엄을 받고 빠지는 구조다.

한번 출자하여 계속 주식을 보유하면서 기업을 운영하는 전통적인 대주주와 달리 이들 사모펀드는 큰 기업을 쪼개 팔아 즉시 현금을 챙기거나 5년 정도의 중기에 걸쳐 기업을 운영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챙기기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런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사모펀드도 인력감축 등으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는 대신, 더 많은 투자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향상시켜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등의 시도도 하고 있다.

프라이빗에쿼티 회사들은 강요당하는 판매자일 뿐만 아니라 강요당하는 구입자이기도 하다. 펀드들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4000억 달러의 현금을 손에 들고 있고, 그 중 3분의 1정도는 유럽에 있다. 이 돈을 전부 쓰지 않는 것은 실패나 다름없다. 그저 그런 중고 거래를 하는 것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어떤 바이아웃 회사들은 위기의 후유증으로 빈약한 팀들로 남겨지기도 했는데, 이는 그들이 부족한 인원으로 복잡한 기업분할에 뛰어들기를 꺼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고 거래는 보다 쉽다. 많은 자산실사 보고서는 이전의 거래에서 쓰던 것을 꺼내 쓰면 된다. 처음에 자금을 제공한 은행들이 다시 참여하기도 한다. 기본적인 거래가 준비 작업에만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 반면, 중고 거래는 필요하다면 몇 주 만에도 작업할 수 있다.[Buy-in barons]

무한정 기업에 돈을 묶어놓을 수 없는 업계의 속성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현상에 관한 기사다. 넘쳐나는 돈, 빈약한 인력,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사전 작업 등으로 인해 사모펀드들이 전통적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거래하기보다는 동종업계의 매물을 인수하는, 이른바 “중고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사모펀드에 몰리는 돈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2003~2010년 간 프라이빗에쿼티의 자금조달 추이(출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업계에서의 자금조달은 큰 폭으로 증가하다가 신용위기를 기점으로 2000년대 초반 수준으로 횡보하고 있다. 하지만 인용기사에도 알 수 있다시피 그 동안 모아진 4천 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이 지난 2000년대의 호황기에 모여졌고 쓰여야 하는 금액이 있다. 그리고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정황은 사모펀드의 큰 손인 연기금의 사모펀드 투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짐작할 수 있다.

각국의 연기금은 전통적으로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자산에 주로 투자해오다가 저수익성 채권의 증가, 포트폴리오 구성의 다변화 등의 정책변화에 따라 실물자산과 사모투자 등, 소위 “대체투자”로 투자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2003년 3.5%에 머물렀던 “사모투자 및 헤지펀드”에로의 자산 비중은 꾸준히 늘어 2012년 현재는 8.6%에 달하고 있다. 주식, 채권의 시장이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한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연기금의 “사모투자 및 헤지펀드” 부문 자산배분 비중

2003년 2006년 2009년 2012년
3.5% 4.2% 6.8% 8.6%

출처 : 한국금융연구원, 금융포커스 23권 3호, “글로벌 연기금의 대체투자 현황과 시사점”

요컨대, 사모펀드를 통한 기업의 인수합병은 계속 늘 것이다. 과거에는 기업 간의 필요에 의해 이러한 인수합병이 이루어지는 것이 대세였다면, 앞으로는 자금공급자인 사모펀드의 필요에 따른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여겨진다. 나아가 이코노미스트의 기사처럼 사모펀드 스스로가 자금 소진의 필요성으로 인한 중고시장에서의 거래까지 가세하면 M&A 시장에서의 불필요한 거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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