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연대가 애초에 어불성설임을 보여주는 사건

유럽 극우의 연대 좌절

극우파 정치집단에게 있어 국제적 연대란 어쩌면 애초에 불가능한 정치적 과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민족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사고방식에 찌들어 있는 그들이 어떻게 국내에서의 정치적 지향점이 비슷하다고 해서 국제적 연대를 맺겠는가 말이다. 여하튼 이러한 사태가 최근 유럽의 극우정당 블록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의 한 정치인의 발언이 유럽 의회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 정치인은 바로 파시스트 독재자였던 베니토 무쏠리니의 손녀딸이자 이탈리아 출신 유럽의회 의원인 알레산드라 무쏠리니다. 그녀는 최근 한 신문 인터뷰에서 루마니아인을 “습관적인 범법자(habitual law-breakers)”라고 비방했다고 한다. 그녀는 또한 “범법은 루마니아인들의 생활습관이 되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에 동상이몽

이러한 그녀의 발언은 얼마 전 있었던 이탈리아 당국의 루마니아인의 추방령의 연장선상에 있는 발언이라 할 수 있다. 이탈리아는 얼마 전 루마니아 이민자를 비난하였던 한 이탈리아 여인의 살해사건 뒤에 수십 명의 루마니아 출신 범죄혐의자를 추방하였다. 이러한 추방령에 대해 루마니아에서는 루마니아인의 추방은 불공정한 표적수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여하튼 무쏠리니 의원의 발언에 대하여 다섯 명의 루마니아 출신 유럽의회 의원은 강하게 비난하며 유럽의회 내 극우 블록인 ‘정체성, 전통과 주권(The Identity, Tradition and Sovereignty;ITS)’에서 탈퇴하였다. 유럽의회는 최소한 여섯 개 국가의 스무 명 이상의 의원들이 모인 정치 그룹에게 공식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데 ITS는 스물세 명의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공식 그룹으로 인정받아 왔다. ‘위대한 루마니아 당(the Greater Romania party)’ 소속의 이 다섯 의원이 그룹을 떠남에 따라 ITS에는 열여덟 명의 의원만 남게 되어 비공식 그룹으로 전락하였다.

내부분열로 사망한 극우

ITS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가 유럽연합에 가입하고 이 곳의 극우정당 의원들이 의회에 진입함에 따라 올해 1월 발족되었다. 이 그룹은 당연한 일이지만 유럽의회 내의 주류 그룹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왔다. 의회의 사회주의자 블록의 지도자 마틴 슐즈는 ITS의 소멸이 “유럽에 매우 좋은 일”이라고 말하였고 리버럴 그룹의 지도자인 그래험 왓슨은 ITS가 스스로의 인종혐오주의적인 철학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도 언급하였지만 극우주의자들의 행동은 나라를 불문하고 서로 비슷하다. 다른 인종을 혐오하는 순혈주의 사고방식은 대표적인 공통점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이 이 ITS가 바로 그 사고방식이 비슷하다고 바로 다른 인종, 다른 민족, 다른 국가의 의원들끼리 뭉쳤다는 사실이다. 궁극적으로 적대세력인 이들이 함께 정체성, 전통, 주권의 이름 아래 뭉쳤다는 것은 참으로 희극적이다. 그들의 전통과 주권은 바로 서로 연대하였던 다른 국가의 전통과 주권을 짓밟고서야 존립 가능한 것들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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