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시장에 대한 斷想

유고슬라비아의 경제학자들은 기업의 자율성을 지지했으며, 여기에서 노동자 평의회가 기업가로 행동할 것을 지지했다. 1964년이 되면 유고슬라비아 정부는 국가 투자기금을 폐지하고 자금배분에 있어서 은행의 역할을 증대시킨다. 지방 정부들도 자체적인 은행을 만들 수 있게 허용되며, 이 은행들이 기업의 중요한 자본 원천이 된다. 이와 관련된 방식으로 중앙계획 자체도 철폐되어 더 나아간 신고전파 모델의 한 버전을 실현하게 된다. 유고슬라비아 국가가 결정하는 고정가격의 숫자도 줄어들어, 순수 경쟁 모델에서는 시장이 가격을 결정하며 따라서 균형가격은 최적의 생산 수준을 반영한다는 신고전파의 신념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신자유주의의 좌파적 기원, 조하나 보크만 지음, 홍기빈 옮김, 글항아리, 2015년, p184]

언뜻 생각해보면 참 소름끼치는 모델이지 않은가? 국가는 경제행위 프로세스에서 배제되고 모든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된다. 어쩌면 적어도 이 문장만 놓고 보면 이 모델은 완벽한 “신자유주의”가 아닐까? 물론 현실사회에서 그런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매정한 국가여도 복지와 같은 공공재에서는 결국 가격왜곡을 감수하고 공공이 개입하게 되고 당시 유고도 그랬을 것이다. 어쨌든 이렇듯 균형가격은 국가의 개입이 배제된 채 철저히 시장에서 결정되게 하고자 했던 것이 유고슬라비아의 시장 사회주의자의 생각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한편 이 문장에서 배제되고 있는 또 하나의 경제주체는 이를테면 국가처럼 균형가격을 찾는데 방해가 되는 존재, 바로 독점자본가다. 기업의 경영이 노동자평의회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은 어느 자본가가 기업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도록 기업을 이끌고 가지 못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럴 경우 가격은 왜곡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그룹의 기업합병 시도다. 소수지분의 개인의 “기업승계”를 위해 계산된 시나리오는 시장이 차익거래의 가능성이 있다고 여길 만큼 가격이 왜곡되게 되었고 행동주의자 펀드가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양 사 합병안 발표 당시에도 삼성물산 저평가는 핵심 이슈로 부각됐다. 합병 가액 산정을 위해 책정된 삼성물산 지분가치는 8조 3893억 원이었다. 이는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 계열사 주식 가치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중략] 하지만 삼성물산이 상장사인 까닭에 보유 자산과 관계없이 최근 1개월 간 평균 주가로 기업가치가 매겨졌다. 더욱이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삼성물산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던 시기에 합병을 결의했다.[총대 멘 ‘엘리엇’, 합병 반대 구심점 되나]

이렇듯 시장주의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정치적인 의미가 가미된 경제 시스템과 별도로 놓고 보자면 어쩌면 완벽한 시장주의자는 가장 완벽한 자유주의자일 것이다. 그들은 시장의 민주성을 저해하는 그 어떠한 개입도 반대하는 경향을 갖는데, 좌로부터의 접근은 그룹총수의 전횡에 반대하는 주주 행동주의, 우부터의 접근은 시장을 왜곡하는 공공재 등에 대한 국가 개입의 반대를 들 수 있겠다. 문제는 시장은 결국 발전해나감에 따라 독점기업과 같이 시장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존재가 그 안에서 성장하는 모순의 변증법을 지닌 존재라는 점이다.

시장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참여자인 소비자 및 생산자의 행태가 한계효용뿐만 아니라 기대인플레이션에 크게 영향 받는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시장의 상대적인 단기적인 합리적 의사결정 시에는 한계효용 곡선이 유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경기에서의 시장참여자의 의사결정은 경기호황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이랄지 자산보유에 따른 심리적 안정감과 같은 요소로부터도 영향 받는다. 결국 이 기대감을 지속시켜주는 주체는 국가라는 본질적 한계가 있다. 국가가 아니라면 누가 이자를 결정하고 주택금융을 공급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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