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기반시설의 공급과 유지관리,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1663년 영국의 도로 관련 법규에 또 다른 이정표가 등장한다. 최초의 유료도로법(Turnpike Act)이 “하트퍼드, 캠브리지, 헌팅턴 주내의 고속도로 보수를 위한 법”이란 이름으로 통과된 것이다. [중략] 이 법의 서문이 말하길 “이 지역에 대한 법령에서 정한 통상의 과정이 도로의 효과적인 보수에 불충분”하기 때문에, 그리고 도로가 놓인 지역의 거주민들이 더 많은 자금 지원 없이는 이를 고칠 수 없기 때문에, 법에 정한 수단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최대한 치유하는데 조력하는 것이 이 법에서 고려되었다. [중략] 이들 세 개 주의 도로를 보다 신속하게 보수하기 위해 각 주의 감찰관은 사법관의 동의하에 현재가치로 자금을 내는 이에게 9년 이하의 범위에서 그 이윤을 저당 잡힐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The Development of Transportation in Modern England, W. T. Jackman, Cambridge at the University Press, 1916, pp 61~62]

이 도로들과 법률이 오늘날 흔히 “민자도로”라고 불리며 민간자본에 의해 건설 및 유지·관리되는 도로와 – 예를 들면 신공항 고속도로나 천안~논산간 고속도로와 같은 – 이 사업을 규정하는 법률의 원조 격의 법률이다. 도로와 같은 사회기반시설은 통행하는 이들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생기거나 무역의 필요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이들 도로에 대해 통행인이 직접 대가를 지불하게끔 하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된 것은 이 시기가 처음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보다 더 이른 시기에 통행료가 징수된 역사도 존재한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13세기 경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일부 성은 왕의 허가 하에 성에 들어오고자 하는 상인들에게 일종의 통과세인 이른바 “성벽세(城壁稅, Murage)”를 징수하였다. 이 돈은 주로 성벽의 보수에 사용되었으나 또한 성 주변의 도로의 보수에도 이용되었기 때문에 넓은 의미의 통행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도로에 대해 본격적으로 통행료를 걷은 것은 앞서의 유료도로법에 의해서가 처음이다.

여하튼 도로 이용자가 통행료를 지불하는 원칙, 이른바 “오염자 부담원칙(Polluter Pay Principle)”이 영국에서 시도된 데에는 이전의 법령과 권위로 도로의 건설과 유지·관리가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사회기반시설은 여러 특징이 있지만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외부효과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기꺼이 도로를 건설 혹은 관리하려는 이가 없었기에 당국은 꽤 오랜 기간 지주, 교구 등에 그 의무를 부담시키고 주민의 강제노역을 부과하는 등의 수단을 동원해 왔다.

A toll bar in Roumania, 1877.jpg
By The Graphic – The Graphic,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20435592

하지만 이것이 가지는 한계는 명백했다. 즉, 강제적인 경제행위 – 물론 자발적인 노동으로 미화되었겠지만 – 가 가지는 인센티브 부여의 실패가 그것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사회기반시설의 또 하나의 특징인 비배제성(非排除性)1을 배제성으로 전환하여 그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유료도로의 영단어 turnpike는 창(pike)을 길 가운데 설치하여 돈을 낸 이가 지나갈 수 있게 돌린다(turn)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권한을 민간에게 위양한 것이 중세의 민자도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이 유료도로가 저항 없이 순탄하게 유지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19세기 중반 남부와 중부 웨일스 지역에서 발생한 레베카 폭동이다. 영국에서의 유료도로로 돈을 버는 유료도로 기금(turnpike trust)는 한때 1천개 이상일 정도로 흥했다. 그런데 어느새 준조세가 된 이들의 징수요금이 가난에 시달리는 농민 계층에게 분노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 폭동의 결과로 당국은 입법을 통해 부당한 요금의 인하 등을 시행하여 민심을 달랬다.

자원의 강제동원 실패가 “정부의 실패”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면 레베카 폭동의 사례는 “시장의 실패”의 한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날의 사회기반시설은 이러한 역사의 양측에서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계속 그 시행방식을 바꾸어가고 있다. 우리의 상황을 보면 정부주도의 공급이 정치적 요소에 따라 지역편중적인 폐단이 있다면 민간주도의 공급은 비싼 서비스 가격에 대한 저항의 폐단이 있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 현재진행중인 것 같다.

  1. 특정 소비자를 특정 재화 및 서비스의 소비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배제시키는 데에 지나치게 과다한 비용이 소모되는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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