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상인’

米국방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미국 중부군 사령부(CENTCOM) 작전지역에 파견한 펜타곤 계약자에 대한 개정된 수치를 발표했다. 총 계약자수는 2009년 3분기면 243,000명에서 244,000명쯤으로 약간 증가할 것인데, 이는 이 두 개의 전쟁에 파견된 민간 군사력이 계속하여 미국의 군사력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The Department of Defense has released an updated census of Pentagon contractors deployed in Iraq and Afghanistan and CENTCOM’s area of operations. The overall number of contractors in the third quarter of 2009 increased slightly from 243,000 to 244,000, which means that private forces continue to constitute about half of the total US force deployed in these two wars.[U.S. Increasing Use of Private Contractors in War Zone]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는 똑같이 중동지역에서 전쟁을 벌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아들 부시는 전쟁수행의 와중에 군대기능의 소프트웨어적인 부문을 혁신적으로(!) 민영화시켜 전쟁터가 곧 시장(市場)이라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아버지 부시를 넘어섰다. 민영화의 명분은 당연히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도입한다는 것이었는데, 진정 그 효과가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어찌 되었든 민영화로 인해 위에서 보다시피 오늘날 미국이 벌이고 있는 전쟁터에서는 군인 숫자와 민간인 숫자가 비슷해진 기이한 형국이 되어버렸다.

이들 민간업체는 대외적으로는 체신, 배식, 청소, 장비배급 등 비군사적 기능에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딘콥(DynCorp), 블랙워터(Blackwater)(최근 Xe Services라고 사명을 바꿈) 등 전직군인교관들이 임원인 민간군사기업들은 사병들의 훈련 등에 공개적으로 관여하였고, 더 나아가서는 전투에의 직접참여, 전쟁포로들에 대한 고문, 심지어는 최근 사실로 드러나 CIA로부터의 살인청부업에까지 관여하는 ‘죽음의 상인’ 노릇을 해왔다. 결국 정부가 주장해온 ‘창의와 효율’은 민간업체 직원이 죽었을 경우 상이용사로 간주하지 않는 숫자의 장난, 불법행위가 드러났을 경우 정부기관의 책임이 아니라는 발뺌의 용이성을 의미하는 것이 되었다.

여러 민간군사기업이 있지만 특히 블랙워터는 지난번의 바그다드에서의 참상과 함께 최근 CIA와 알카에다 지도자들을 암살하라는 청부계약을 맺었다는, 헐리웃 영화와도 같은 혐의가 드러나면서 그야말로 군대민영화의 대표적인 악질업자로 부상하였다.

현직 및 전직 정부관리에 따르면 지난 2004년 CIA는 사설경호업체인 블랙워터 USA와 알 카에다의 고위층을 찾아내어 암살하는 비밀 프로그램의 일부에 참여시키는 외주계약자로 고용하였다고 한다.
The Central Intelligence Agency in 2004 hired outside contractors from the private security contractor Blackwater USA as part of a secret program to locate and assassinate top operatives of Al Qaeda, according to current and former government officials.[C.I.A. Sought Blackwater’s Help to Kill Jihadists]

기사에 따르면 CIA는 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고위층과의 개인적인 계약을 맺는 형태로 그들 사이의 관계를 희석하려 했으며, 이들이 단순히 정찰이나 교육훈련에만 관여하였는지 아니면 직접 암살활동에 참여하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이라크나 남미의 작전수행에서의 전례로 보아 이들이 단순(?) 참여에 국한되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그들이 의도했던 암살은 실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재정의 낭비라고 비난하여야 할지 어째야 할지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오늘날 각국의 국가재정에 막대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국방비가 사실 이러한 상황이다. 국방기능은 국민의 공포심을 자원으로 지탱하고 있는데 결국 경제적 패권주의 혹은 이해관계와 맞물려 기능한다는 점에서 또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한다.(주1) 그런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국가들의 소프트웨어적인 군대기능의 민영화는 군사행동이 비즈니스의 보조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그 자체가 비즈니스가 되는 국면을 창출하고 있다.(주2) 그러므로 국방재정의 효율적 사용은 군사민간기업이 극대화된 – 그럼으로써 더욱 범죄화되는 – 업무수행의 여부에 달린 역설적 상황이 되고 말았다.

현재 오바마는 이러한 민영화의 폐해를 비롯한 부시의 전쟁범죄에 대한 수사를 보이콧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보험 개혁, 경제위기 극복 등 산적한 난제들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생각인 것인지 보수적 유권자를 의식한 탓인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어느 핑계를 대더라도 이전 정권의 반인륜 범죄를 덮어둘 수는 없다. 특히 오바마는 반드시 부시 이후 급격히 확대된 민간군사기업들의 범죄행위를 단죄하고 그들을 해체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들은 아프리카 각지에서 그러한 심증이 있어 왔던 것처럼, 시장의 창출(?)을 위한 자발적인 도발행위도 서슴지 않는 그러한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주1) 예를 들면 미국의 군사패권이 달러의 가치보존에 주요기능을 한다는 주장도 있다.

(주2) 물론 이전에도 군산복합체는 무기판매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를 영위하여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고, 이제는 그러한 하드웨어에서 전투기능을 제외한 – 사실은 그것까지 포함한 – 소프트웨어까지 비즈니스가 되었다는 면에서 현재의 국면은 새로운 질적 변화의 시기라 할 수 있다

16 thoughts on “‘죽음의 상인’

  1. Henry

    제국주의가 민영화된 모습인가요? 전쟁을 아웃소싱하는 혁신(!)은 정말 대단하군요…
    그나저나 Xe Services는 어떻게 발음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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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다시다

    제목 보고 이영애와 결혼했다는 정 모씨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제가 병이 깊습니다…;

    Henry/ ‘지’ 라고 읽는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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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힘찬

    오바마는 절대 “부시 이후 급격히 확대된 민간군사기업들의 범죄행위를 단죄하고 그들을 해체시키지 않는다”에 10불 겁니다!! 어떤 나라는 모병제를 넘여 용병제를 도입했는데 아직도 징병제인 대한민국은 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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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진범

    블랙워터는 민간군사기업들 중에도 특히 악명이 높은 것 같습니다. 몇몇 민간군사기업은 비도덕적으로 여겨지는 계약의 경우, 보장된 높은 수익에도 불구하고 거절-흔치는 않지만-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데에 비해 블랙워터는 멀쩡한(?) 계약들도 엄청난 사건사고로 키워버리는 재주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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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쉐아르

    그런데 한편으로는 죽어도 상이용사로 여기지 않음, 불법행위에 대한 발뺌의 용이 등에서는 비정규직의 설움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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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예전에 죽임을 당해 끔찍하게 불태워졌던 그 민간군사기업의 직원들이 바로 그런 경우였죠. 인터뷰에서 그 직원의 어머니는 아들이 그렇게 비참하게 죽었음에도 상이용사로 인정받지도 못한다며 원통해 하더군요. 바로 그 점이 또한 미국 정부가 민간군사기업을 활용하려는 목적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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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고어핀드

    우리는 중앙집권이 일찍 발달한 나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중세 유럽 같은 곳에서는 오히려 저런 식으로 전쟁을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더군요. 용병들을 고용하는 돈은 보통 이탈리아 도시 국가의 은행가들이 댔던 만큼, 자본의 형성과 자본주의의 등장과도 궤를 같이 하는데, 이제 와서 다시 보려니 묘한 기분이 듭니다.

    폭력을 판매하는 용병단 자체는 중세 내내 있었지만, 중세가 끝나는 17세기에 이르면 대포 사용이 확산되면서 단순한 용병 서비스가 아니라 대포 + 소모품(돌로 만든 포탄 등) + 포병 + 수리 및 관리 등을 패키지화 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보입니다. 14 ~ 15세기의 백년전쟁도 끔찍하지만, 17세기 초의 30년전쟁은 이런 “패키지 상품” 이 대량으로 매매되면서 그 포악함과 잔인함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대포까지 보유한 무장집단이 임금이 체불되면 강도떼로 돌변하니 단순한 전쟁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겠죠. 독일 전토가 쑥대밭이 된 것도 이해가 갑니다.

    저는 이런 걸 보다 보면 포악하기 이를 데 없던 중세의 용병단이 떠오릅니다. 정말 죽음의 상인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네요.

    ps) 당시 유명한 용병대장에 대한 에피소드 하나. 지금도 그리 다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성직자: 당신에게 신의 평화가 깃들기를.
    용병대장: 그 신 따위 엿이나 먹으라고 해라! 평화가 오면 난 뭘 먹고 살라는 것이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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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저련

    용병의 존재 때문에, 서양 정치가들이나 저술가들의 정치평론의 핵심에는 언제나 군대를 인민의 통제 하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었죠. 제일 잘 알려진 인물로는 마키아벨리가 있겠군요. 제가 봤던 데모스테네스의 연설문 같은 경우에는 인민이 용병의 일정 비율 이상 동행하여 같이 싸움으로서 통제하자는 뭐 그런 주장질도 있었고. 하여튼 서양의 맥락에서는 이렇게 지들 맘대로 놀 수 있는 군대와 인민 일반을 묶어주는 상당히 중요한 제도로 개병제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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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고어핀드님도 말씀하셨지만 지배체제의 차이때문에 유럽에서는 다른 곳에서와 다른 그러한 군대문화가 발전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기회되면 한번 더 자세히 들여다 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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