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베이컨이 무슨 죄길래 학생들이 시비를 거나

CommonDreams.org 라는 사이트가 있다. 미국 내 진보적인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이트로 주로 미국 및 주변국과 관련된 진보적인 이슈의 글이 많다. 이곳에 얼마 전에 인상적인 글이 하나 올라왔다. “착취의 여섯 단계 : 反착취공장 운동가들 케빈 베이컨을 표적으로 삼다(Six Degrees of Exploitation: Anti-Sweatshop Activists Target Kevin Bacon)”라는 다소 난해한 제목의 글이었다.

우선 케빈 베이컨에 대해서 알아보자. 1978년 데뷔하여 영화 Footloose(1984)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이 배우는 확실한 주연급은 아니지만 많은 영화에서 비중 있는 배역을 맡은 연기파 배우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배우다. 정치적으로는 꽤나 리버럴한 배우로 알려져 있다. 그런 양반이 왜 反착취공장 운동가들의 표적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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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vin Bacon” by SAGIndie from Hollywood, USAFlickr. Licensed under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시작은 이렇다. 도미니카에 위치한 직물공장의 노동자이자 갓난아이의 엄마인 Marlenny Franco가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위험한 작업조건에 항의했다가 해고되었다. 이에 동조했던 다른 노동자들도 함께 해고되었다. 그러자 이에 항의하는 “착취공장에 반대하는 학생연합(USAS ; United Students Against Sweatshops)” 소속의 학생 운동가들이 케빈 베이컨에게 이에 대해 직접 나서서 항의 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가 왜?

바로 그가 이 직물공장의 모기업인 Hanes 의 대표 광고모델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첫째 이유고 두 번째 이유는 평소 그의 리버럴한 정치적 입장을 감안하여 그에게 한편이 되어줄 것을 은근히 강요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유가 하나 있는데 이는 제목과도 연관이 있다.

“착취의 여섯 단계(Six Degrees of Exploitation)”라는 말은 “케빈 베이컨의 여섯 단계(Six Degrees of Kevin Bacon)”라는 게임에서 빌려온 말이다. 그런데 이 게임의 어원은 다시 “6단계 법칙(Six Degrees of Separation)”이라는 이론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여섯 다리 건너면 다 연관되어 있다는 법칙이다. 그 원리를 응용해서 만든 게임이 “케빈 베이컨의 여섯 단계(Six Degrees of Kevin Bacon)”인데 다작으로 유명한 이 배우와 웬만한 헐리웃 배우들이 출연작으로 모두 연결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가 별로 인지도가 없어서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지만 미국에서 하도 인기 있어서 보드게임까지 나왔다. 여하튼 학생들은 이에 착안하여 Six Degrees of Exploitation.com 라는 웹사이트까지 만들어 그를 못살게(?) 굴고 있다. 도미니카의 노동자들이 케빈 베이컨과 연결이 되니 그에게도 일정 정도 사회적 책무가 있다는 논리다.

요컨대 Hanes의 대표 광고모델이 때마침 정치적으로 리버럴하고 그와 관련된 게임을 통해 대중들의 흥미도 유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케빈 측에서는 공식적인 답변이 없다고 한다. 사실 그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자기 말고도 제니퍼 러브 휴잇(Jennifer Love Hewitt)과 쿠바 구딩 주니어(Cuba Gooding Jr.)도 같이 광고모델을 하는데 자기가 무슨 봉이라고 물고 늘어지는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어쨌든 당초 글의 댓글을 보면 그 곳 사람들 역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dcbeltway 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용자는 ‘왜 직접 Hanes 에 항의하지 케빈 베이컨을 끌어들이느냐 그는 얼굴마담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제3자다’라는 논리로 USAS를 비판하고 있다. 반면 tommybones 라는 이용자는 케빈을 끌어들이면 미디어의 주위를 환기시킬 수 있는 면이 있다라고 USAS를 옹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른 의견들도 있지만 크게는 이렇게 두 가지 의견으로 나눌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역시 사회의 진보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언론과 여론의 조명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고민이다. 어떻게든 이슈화시키기 위해서는 뭔가 다소 충격요법을 동원해서 환기를 시켜야 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지 간에 Hanes가 도미니카에서 이렇게 착취공장을 운영하는 저변에는 역시 북미의 남미에 대한 오랜 기간 동안의 착취구조가 이어져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말 드물게 도미니카 출신의 야구선수들이 미국에서 성공하여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하기도 하지만 절대 다수의 도미니카인들, 그리고 남미인들에게 미국은 착취하는 나라로 인식될 뿐이다. 케빈 베이컨이나 제니퍼 러브 휴잇의 섹시한 미소 뒤에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산재에 시달리는 도미니카 노동자의 눈물이 배어 있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방법이야 다소 무리수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여전히 남을 위해 행동할 줄 아는 학생운동권이 미국 내 존재한다는 사실이 한편으로 반갑기도 하다. 더불어 케빈도 여유가 되면 학생들의 요구에 화답해주길 바라본다.

공장과 노동자들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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