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의 어원

사실 여기에 기적은 없다. 하데자는 예로부터 내려오던 전통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인도의 농촌과 도시 외곽에서는 지금도 곳곳에서 버려진 연못을 볼 수 있다. 19세기 초반까지 인도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계곡 아래에 진흙을 바른 얕은 저수지를 만들어놓고 몬순 기간에 내린 빗물을 모아 농업용수로 이용했다. 인도에서는 이 저수지를 ‘탄카tanka’라고 불렀고, 이 단어가 영국에 가서 ‘탱크tank’라는 외래어로 정착했다.[중략]
그러나 서구식 모델을 기반으로 한 관개체계가 인도 전역에서 실패하고 농민들이 지하수를 얻기 위해 점점 더 땅속 깊이 파 들어가는 오늘날, 구시대의 유물인 탄카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강의 죽음, 프레드 피어스 지음, 김정은 옮김, 브렌즈, 2010, pp433~435]

‘강의 죽음’ 읽기가 거의 막바지로 가고 있다. 소름끼치는 재앙에 대한 부분을 넘어서 이제 ‘그렇다면 과연 대안은 무엇인가’하는 부분을 배회하고 있다. 작가는 대안으로 대규모 관개시설 대신 고대의 지혜를 본받자고 주장하고 있다. 마을단위에서 빗물을 받아 재활용하는 이 방식은 현대인이 보기에는 원시적으로 보이지만 그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물 확보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 역시 생태적으로 조화로운 이러한 방식이 도시와 농촌에서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인용한 부분은 또 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인용한 것이다. 즉, 우리가 당연히 영어로 알고 있었던, – 물론 나같이 무식한 것이나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 ‘탱크’라는 단어가 사실은 인도의 언어였고, 바로 물 부족을 해결할 대안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기 때문에 인용했다. 실제로 지금도 우리나라 고지대 동네에 보면 옥상에 노란 탱크를 만들어두어 갈수기에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니 과거 ‘탄카’의 모습이 일부 남아있는 셈이다. 물론 그 안에 채워지는 것은 빗물이 아니라 수돗물 내지는 지하수다.

온라인에서 ‘탄카’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식의 보고 위키피디어마저 ‘탄카’에 대해 “Tanka (reservoir), as found in India”라 적혀 있을뿐 아무도 본문은 채워놓지 않았다. 오히려 tank를 검색했더니 우리가 잘 아는, 무시무시한 전쟁무기 탱크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나온다. 물론 같은 어원이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편으로 인도 시골에서 평화적 목적으로 만들어놓은 저수지의 이름이 바다 건너 서양에 가서 전쟁무기의 이름으로 발전(?)한 양상을 보고 있자니 쓴 웃음이 입가에 번진다.

끝까지 읽고서 독후감을 다시 한번 쓸까 생각중이지만 결국 ‘강의 죽음’은 우리가 자연의 정복자 행세를 하며 자연을, 특히 강을 지배하려 할 때에 어떠한 불행을 자초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뉴올리언스 지방의 카타리나 피해가 그 사례인데, 물론 직접적 원인은 부시 정부의 무능력하고 미흡한 대처였지만 근저에는 애초에 범람지역이었던 곳에 도시를 세운 인간의 아집이 그 원인이기도 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그러므로 자연에 저항하거나 정복하려 하지 말고 자연에 순응하여 살아온 옛사람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대규모 저수지가 아닌 주거에 근접한 소규모 저수지가 훨씬 유용하다는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 따지고 들어가자면 그 체제의 여부를 떠나서 현대경제의 대량생산/대량소비의 메커니즘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무정부적’으로 강을 파괴했고 사회주의는 ‘계획적’으로 파괴했을 따름이다.

2 thoughts on “‘탱크’의 어원

  1. 힘찬

    인도어가 어원인 단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말 ‘건달’도 인도의 ‘간다르바’에서 온 거라 함. ‘향기를 먹고 사는 사람, 구름속에서 사는 음악의 요정’ 뭐 이런 뜻이라는데 지금 한국에선 할 일 없이 건들거리는 사람이나 조폭들이 자신들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으니, 남의 나라 와서 탄카 만큼이나 수난을 겪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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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그럼 제가 누님을 건달이라고 칭해도 그 어원을 아시는 누님은 결코 기분 나빠하시지 않겠군요.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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