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언론과의 싸움,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대선이 끝났다. 기쁜 이들, 분노한 이들, 씁쓸한 이들, 관심없는 이들….  다양하다. 여하튼 대통령은 한 나라의 우두머리로서 그 지위가 가지는 중요성과 책임감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1970년대 세계 최고의 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의 사소한(?) 거짓말을 두 기자가 어떻게 집요하게 파헤쳤으며, 이로 인해 그 대통령이 어떠한 대가를 치뤄야 했는지를 잘 말해주는 영화 한편을 대선에 즈음해 소개한다.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은 Alan J Pakula 의 ‘Paranoia Trilogy(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편집증 삼부작?)’ 으로 꼽히는 작품들 중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작품(나머지 두 작품은 Klute, The Parallax View)으로 그 시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정치권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워터게이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그해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최우수 작품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수상은 하지 못하였지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과 각색상 수상) 뉴욕 영화 비평가 협회의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수많은 비평가들이 꼭 봐야 하는 명작으로 선정하는 걸작이다.

1972년 어느 날 미국 민주당의 전국위원회 사무실이 자리 잡은 워터게이트 빌딩에 정체모를 무리들이 몰래 침입하였다가 경찰에 들키고 만다. 헌데 이들의 몸속에서는 공화당 재선본부의 수표가 발견되고 침입자 중 한명이 전직 CIA 요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등 뭔가 석연치 않은 커넥션이 감지된다. 워싱톤포스트의 신참기자 Bob Woodward (Robert Redford)와 Carl Bernstein (Dustin Hoffman)은 최고 권력층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가지고 사건을 파헤쳐가지만 취재요청 거부, 위협, 발뺌 등 수많은 난관에 부닥친다.

결국 이들의 집요한 탐사보도를 통해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고 사건의 핵이었던 리차드 닉슨은 미국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1974년 백악관을 떠난다. 이로써 이 사건은 대의 민주주의 정치의 후미진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정치적 술수와 더러운 유착관계, 이러한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는 제3의 권력으로서의 언론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시켜준 문명세계의 주요한 사건으로 기록되게 되었다.

영화는 이런 긴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생동감 있게 재현하고 있다. 전작 The Parallax View 와 마찬가지로 카메라는 대도시의 거대하고 수직적인 구도와 그 안에 자리 잡은, 상대적으로 왜소한 사람들의 모습을 대비시키면서 다수의 개인의 뒤에 존재하는 거대한 권력집단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영화 말미에 닉슨의 재선장면을 방영하는 두 대의 텔레비전을 앞뒤로 배치하고 그 사이에서 부지런히 타이핑을 하는 두 기자를 배치한 장면은 영화사에 기록될만한 명장면으로 뽑힐 만하다.

결국 ‘정의의 승리’로 환호해야 마땅할 결말이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여전히 대의 민주주의의 외피를 뒤집어 쓴 Inner Circle 이라는 거대악은 해소되지 않은 채 체제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측면에서 ‘절반의 승리’로 폄하할 수밖에 없다. 닉슨에 이어 대통령직을 맡은 제럴드 포드가 대국민 성명에서 ‘미국의 긴 악몽이 끝나고 헌법이 제 기능을 한다고’ 천명한 사실은 그 내부권력집단이 건재함을 과시하는 은유로 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사족 1) Bob Woodward 에게 결정적 제보를 제공했던 이른바 Deep Throat 는 FBI 의 전 관리 마크 펠더 였던 것으로 2005년 밝혀졌다. 오랜 동안 취재원 보호를 위해 밝히지 않았던 이 사실은 펠더씨의 측근에 의해 공개되었는데 그는 닉슨이 에드거 후버 FBI 국장의 후임으로 자신을 앉히지 않자 이에 불만을 품고 제보를 했다고 한다. 어쨌든 이 사건을 기점으로 미국에서도 ‘내부고발자(Whistle-Blower)’에 대한 보호 법제화 등 시민사회의 발전에 뚜렷한 영향을 미쳤다.

사족 2) Deep Throat 라는 별명은 당시 미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포르노 영화의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성감대가 목에 있는 여자라는 설정의 영화로 극장에 개봉하며 큰 사회적 이슈를 불러온 작품이다. 이는 바로 워터게이트의 언론이슈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즉 ‘표현의 자유’라는 이슈를 제기하였고 포르노배우들은 본의 아니게 문화게릴라로 격상되기도 했다. 이 당시 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Inside Deep Throat 가 있다.

6 thoughts on “대통령과 언론과의 싸움,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1. foog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여하튼 그 표현이 내부고발자 혹은 밀고자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죠. (왠지 입만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상상이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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