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의 애꿎은 중국 때리기

지난 4월 16일 미 의회에서는 한 어이없는 법안에 관한 해프닝이 있었다. 이날 67명의 여야 의원이 찰스 슈머 민주당 의원에 의해 제안된 한 법안의 폐기에 대해 반대하였는데, 이 법의 주요 내용은 중국이 6개월 이내에 환율을 조정하지 않으면 중국의 모든 수출품에 대해 27.5%의 관세(!)를 물리자는 것이었다. 법안의 터무니없음과 함께 그러한 법안에 무려 67명이 실질적인 찬성의사를 보냈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이외에도 몇몇 의원들은 중국의 수출품에 대항해 자국 제조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제출하는 등 미 의회내에는 반(反)중국의 분위기는 팽배해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극약처방을 주문하는 이들의 논리는 이른바 자유무역(또는 자유방임)이다. 그들은 중국이 시장의 자율성을 무시한 채 정부차원에서 환율조작을 통해 자유무역을 방해하고 있으니 뭔가 벌칙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그러한 자유무역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은 보호무역적인 조치라는 것이 아이러니칼하다. 실제로 그들의 행동의 많은 부분은 WTO 규칙을 위반한 것이며 의회내 다수가 중남미와의 FTA에도 회의적인 태도를 표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중적이라고는 해도 사실은 이중적인 것도 아니다. FTA 건, WTO 건, 관세조치건 결국은 모든 조치가 자국내 자본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에서는 일관된 행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80년대의 일본과의 무역전쟁을 연상시킨다. 단 현재의 양상은 과거 80년대 일본과의 무역전쟁의 양상과는 몇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그 중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선봉에 선 자본들은 이전에 비해 중소규모의 자본이라고 한다. 대자본들은 중국의 값싼 원자재를 이용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있기에 중소자본에 비하여 갈등이 덜하다는 이야기다.

반면에 위기감은 좀더 정치적이다. 80년대의 일본은 분명히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또한 굳건한 미일 군사동맹으로 맺어진 사이였다. 오죽하면 플라자 합의로 환율을 강제로 조정하기까지 했지 않은가. 반면에 중국은 말을 듣지 않는다. 거기에다 공식적으로 중국은 여전히 공산주의 국가(!)이다. 과거에 핵무기와 사회혁명으로 대표되는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감이 이제는 값싼 공산품의 대량유입과 환율조작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환율을 절상하지 않으면 관세를 물리겠다는 혁명적인(!) 발상을 했을까.

어쨌거나 이 똘아이 의원들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포인트는 현재 세계 경제는 – 특히나 미국과 중국 경제 – 서로 얽혀있어서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조치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에 중국이 환율 페그제를 포기하면 어떻게 될까. 중국은 더 이상 미국국채를 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채 금리는 치솟는다. 자명한 이치이고 알란 그린스펀이 이미 의회에 설명을 했는데 의원들은 오직 어떻게 자본가들에게 선거자금이나 받아서 연임이나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느라 그 말을 못 들은 모양이다.

결국 중국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의 존재가 오늘날 미국 자본주의의 위기를 심화시키고는 있지만 – 값싼 원자재의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반드시 역기능만 있는 것도 아닌 듯한 – 의원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잘못 경영한 책임을 중국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 잘못된 이라크 전쟁을 승인해줬고, 재정적자가 눈 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도 부자들을 위한 감세를 승인해주었다. 전범이자 세금 도둑놈 부시의 졸개 노릇을 충실히 수행한 결과 나라꼴이 그 모양이 되었는데 애꿎은 중국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알란 그린스펀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연금을 개혁(?)하자고 해서 경제대통령 역시 자본가의 대통령임을 증명해보였다.

여하 간에 보호무역적인 법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되고 이것이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각국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그것은 단순히 동아시아 자본가들의 수익감소로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그것은 미국채권의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미국의 빚잔치가 종말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최대의 빚쟁이 나라 미국의 오만한 국회의원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엉뚱한 짓을 되풀이하는 것이 유독 신경이 쓰이는 것은 그들의 행동이 단순히 미국 자본가에게만이 아닌 전 세계 자본주의의 신경망을 해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그들은 근본원인의 제거보다는 연금개혁 따위의 대증요법에만 매달릴 것이기 때문에 그 고통의 상당부분은 역시 서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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