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놈의 국적이 중요한가?

질문 : 이익을 2,800억원을 내고도 세금을 한 푼도 안낼 수 있는 방법은?
답변 : 론스타를 벤치마킹하라

론스타코리아는 서울 강남 스타타워를 매각해 2800억원의 차익을 올렸으나 이중과세 방지협약에 의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론스타코리아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벨기에 국적의 스타홀딩스가 조세회피용 회사로 이중과세 방지협약에 따라 세금을 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9월 29일 국세청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스타홀딩스는 들러리만 섰을 뿐 미국 론스타 본사가 건물 대금을 송금하는 등 실질적으로 건물의 취득·관리·양도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에 근거해서 한-미 조세협약과 국내법상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해 세금을 추징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와 더불어 론스타, 칼라일, 웨스트브룩, 골드만삭스, 에이아이지(AIG) 등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외 펀드에 대하여 2,148억원의 탈루세금을 추징하기로 결정하였다.

뒤늦게나마 투기자본의 꼼수에 철퇴를 가한 국세청의 조치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또 한번 국세청에 대한 외압이 있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어 투기자본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국세청은 공식적으로 “외압은 없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조사를 하다 보니까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에 굉장히 방대한 규모의 로비스트들이 뛰고 있더라. 방해세력이 많아 놀랐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대판 매국노들이다.

또 하나 남는 문제점은 세금추징에도 불구하고 해외 투기자본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금액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앞으로도 이와 같은 국부유출이 횡행할 것임에 – 정상적인 세금추징이 이루어진다 할지라도 – 어떻게 그들을 통제할 것인가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외국자본들은 지난 7년간 기업(은행 포함)과 부동산 분야에서 알려진 것만 대략 5조원 이상의 매매차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결국 순전히 돈 놓고 돈 먹는 투전판에서만 이런 엄청난 금액이 국외로 빠져나갔다는 소리다.

여기서 잠깐 소위 ‘펀드(fund)’에 대해 알아보자. 펀드하면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속된 말로 ’투전(投錢)‘이다. 즉 도박의 판돈과 다를 바가 없다. 국제적 투기 펀드는 주인이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 없다(음모론자들은 로스차일드가 판돈을 댄다고도 한다). 돈을 대는 대상은 제한이 없다. 부동산, 주식, 채권, 심지어 전쟁에도 돈을 댄다. 지역은 주로 ’신자유주의적‘인 선진화(?)를 통해 자신들의 투기행위가 인정되고 적당히 썩은 집권층이 존재하는 제3세계 중 신흥개발국이 유리하다. 주로 쓰는 법률적 수단은 이중과세방지협약과 조세피난처 등이다.

이러한 신흥 금융투기자본에 대한 지역적 대응책은 현재까지는 미흡하다. 주로 대안으로 내놓고 있는 것이 이번의 경우와 같은 과세를 통한 폭리취득방지책이 있다. 그 다음으로 이른바 ‘토종 펀드’ 육성을 통한 대항이다. 몇 년 전 이헌재가 주장한 사모펀드가 이에 해당한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투기자본의 실체와 그들의 합법성을 인정한 채 같이 한번 링에서 싸워보자는 대응책이다. 엄청난 법률적, 정치적 지원과 뒷돈을 무기로 하는 그들과 한판 붙어보겠다는 소리는 보통 체격의 사람이 바디빌딩으로 몸 좀 다듬어놓고 최홍만과 한판 붙자고 호기부리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한편 기본적으로 싸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일부 자본진영에서는 해외 투기자본으로 인해 국내자본이 역차별을 받는다면서 국민경제단위의 보다 강도 높은 조절장치를 만들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많은 나라가 특정 산업의 국적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WTO 체제 역시 자국 금융시스템의 통합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조치를 용인하고 있다는 논리다(재밌는 사실이 자본가들이 망해가는 국내농업에 대해서는 이러한 논리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 대안연대나 투기자본감시센터에서 하던 주장을 자본가가 같이 외치고 있는 꼴이다. 얻어맞으니까 철드나보다.

어쨌든 철드니까 좋긴 좋은데 이에 대한 해결책이 결국 국내자본의 규제완화로 귀결되고 있어 결국 아직도 속을 못 차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본가들이 주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해결책이 바로 산금(産金)분리 원칙의 철폐다. 그동안 실질적으로 산금분리의 원칙이 있으되 그 처벌 방법이 없었던 차에 얼마 전 마련된 금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발한 바 있는 국내 자본가의 실질적인 목적은 금융지배다. 한마디로 ‘은행을 외국 도둑놈이 먹는 것보다 한국 도둑놈이 먹는 것이 낫지 않냐’라는 논리다.

금융시스템은 자본가들도 주장하듯이 국적성, 통합성, 안정성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금융시스템이 자본의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공공성에 입각하여 금융정책을 비롯한 산업정책의 중추가 되어야 하는 공기(公器)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미 카드사, 제2금융권을 자회사로 거느리며 주계열사의 돈줄로 금융계열사를 부실화시켰던 화려한 전적을 자랑하는 자본가들이 해외 투기자본에 대항(?)하여 제1금융권까지 주무르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보듯이 현대의 금융시스템은 세계화, 개방화의 추세에 따라 단순히 일국의 금융시스템이나 금융정책으로 통제 가능한 변수가 점점 적어지고 있는 추세다. IMF에 혼쭐이 난 정책당국이 천문학적인 외환을 쌓아놓고 있지만 메뚜기 떼와 같은 해외 투기자본의 폭식성에는 근본적인 대비책이 될 수 없다. 해외투기자본은 막강한 자금력과 로비력을 바탕으로 한 나라의 금융시스템 전반을 혼란에 몰아넣고 막대한 이익을 챙겨 달아난다. 딜레마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하에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해외 투기 자본의 투기행위에 대한 엄격한 통제와 적절한 이익환수 시스템, 소수 지분으로 산업자본을 휘두르는 재벌형 경제의 타파, 금융 시스템의 통합성과 안정성 유지를 위한 통제수단, 종국적으로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통한 실질적으로 근로대중을 위한 경제 시스템 구축만이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이 사회를 더 이상의 무정부적인 착취의 세계로 전락하지 않게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옳은 조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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