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비즈니스다

블로그 주제의 다양성(?) 재고 차원에서 2003년 작성한 글을 갱신하도록 한다. 당시에 민간군사기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어 정리해둔 글이다.

■ 전쟁의 비즈니스化

전쟁의 최고의 수혜자는 누구일까? 바로 승전국의 위정자들일 것이다. 국내의 혼란한 정쟁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장래 고갈될 에너지의 확보를 위해, 또는 대통령의 섹스스캔들의 무마를 위해 강대국은 전쟁을 벌이며 이를 통한 열매의 단 맛을 즐긴다. 또 다른 수혜자는 막대한 전쟁수행비용의 떡고물을 받아먹는 합법 또는 불법적인 무기생산/거래업자, 용병회사,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군사관련업자들이다.  

문제는 오늘 날 이러한 전쟁관련산업들이 과거에 비해 보다 광대한 범위에서 합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냉전 이후 소위 과거 용병의 보다 세련된 형태인 민간군사기업(PMCs : Private military companies)은 보다 대규모화, 합법화를 통해 강대국의 위정자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분쟁에 보다 깊숙이 개입되고 있으며, 향후 분쟁의 지연 또는 확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개연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분쟁, 또는 전쟁은 그들에게 시장(市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늘 날 전쟁은 보다 철저히 비즈니스化되어가고 있다.

■ 민간군사기업(PMCs : Private military companies)의 급부상

ICIJ(Public Integrity’s International Consortium of Investigative Journalists)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오늘 날 적어도 90개의 합법적인 회사가 전 세계 110개 국가에서 군대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전체 시장규모는 약 1,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군사훈련, 물류, 배식 등 직접적인 전투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한 예로 민간군사기업들은 200개가 넘는 미국 내 대학에서 군사훈련 과정을 맡고 있다. 미래 미군의 사관생도들이 민간회사의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민간군사기업을 통한 군대 민영화의 논리는 다운사이징과 아웃소싱 등 민영화를 통해 군의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하나 증가하고 있는 지역내 소규모 분쟁에 대한 직접적 개입의 회피가 용이하다는 논리이다.  

이런 논리에 따라 미군의 유틸리티 체계에 대한 민영화의 법적 근거인 USC 2688 가 미의회에서 승인되었다. 또한 1997년 11월 10일 당시 국방부 장관인 윌리엄 코헨(William S. Cohen)은 군대의 전기, 상수도, 가스와 같은 유틸리티시스템을 민영화시킬 것을 지시했다. 다만 특수한 보안을 요하는 부분이나 민영화해봤자 경제적 이득이 없는 부분은 제외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결과적으로 1994년 이후 미국방부는 미국에 기반을 둔 12개의 민간군사기업과 3천여 건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문제는 이들 계약 모두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ICIJ가 펜타곤을 통해 입수된 서류를 살펴본 결과 각 계약의 사업내용과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에서 이러한 민간군사기업들이 실제분쟁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를 알아보기로 한다.

■ PMCs의 분쟁개입 사례

최근 미국이 군대를 파견하기로 결정한 시에라리온은 현재 끔찍한 살육이 진행 중이다. 반군이 혁명통일전선(RUF : Revolutionary United Front)은 엄청난 살육을 자행하고 있으며 이에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서아프리카 평화유지군인 ECOMOG의 외피를 쓴 나이지리아 군과 남아프리카의 용병회사인 Executive Outcomes 등이 개입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미군이 파견되지도 않은 이 살육의 현장에서 미국의 깃발이 보이고 있다. 그들은 바로 오레곤에 위치한 민간군사기업 ICI(International Charter Incorporated of Oregon)다. 미정부와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이 회사의 주업무는 결국 정규군을 파견하기에는 애매하고 고약한 지역에 파견되어 통상적인 미국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데에 있다.

시에라리온에서 이들의 역할은 수송과 의료후송 서비스를 통해 나이지리아 군을 지원하는 것이다. 전투는 나이지리아 군이 수행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일부 전투에서 불가피하게 ICI 직원이 총상을 입게 되었고, 그렇게 되면 그들은 전투와 완전히 무관할 수 없는 행위에 개입하게 되었다. 응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군당국과 ICI는 이와 관련한 ICIJ의 질문에 일체 응답하지 않았다.

미국은 시에라리온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한때 자신들이 지원했던 라이베리아의 독재자 찰스 테일러가 암암리에 지원하고 있는 반군에 의한 시에라리온의 학살과 불안으로 인해 미국에 다섯 번째로 많은 석유를 공급하고 있는 나이지리아와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시에라리온에 있는 다이아몬드 광산일 뿐이다. 결국 ICI에게 이번 전쟁은 비즈니스이고 미국으로서는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일종의 외교수단이다.

민간군사기업의 활동영역은 이라크전에서 보다 두드러지게 성장하였다. 민간군사기업은 배식에서부터 B-2폭탄의 관리체계 유지에 이르기까지 전투를 제외한 거의 전방위에 이르고 있다. 민간군사기업 직원의 숫자는 군인 10명 1명 꼴로 군인 100명당 1명 꼴이었던 지난 걸프전에 비해 거의 10배나 성장하였다.

그 활동영역도 질적으로 성장하였는데 현재 민간군사기업의 자문단은 새로운 이라크 군인과 경찰의 훈련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콜롬비아에서 마약소탕에 참여하였던 딘코(DynCorp)가 맡게 되었다. 2002년에만 23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민간군사기업의 간판급 기업이다.

이쯤 되면 과연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을 단순한 서비스 공급자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 PMCs의 이윤창출 방법

기업형태가 세련화되고 합법화되었다고 해서 이전의 용병들이나 무기거래상 들과 이윤창출 동기 및 과정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다만 보다 합법화된 공간에서 교묘하고 세련된 방법(이를테면 민영화 프로젝트의 입찰참가 등)으로 행동한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그 근본에는 역시 탈법적이고 정치적인 속임수가 존재한다.

이윤창출의 첫 번째 수단은 시장(市場)의 확대이다. 이들에게 전쟁은 끔찍한 비극의 현장이 아니라 회사매출을 실현하는 시장일 뿐이다. 이는 특정 지역에서의 분쟁 시 정부군과 반군이 서로 다른 민간군사기업의 도움을 받아 전쟁을 수행할지도 모른다는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빚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심지어 같은 기업의 도움을 받을지도….

더군다나 장래 시장이 침체될 경우 민간군사기업은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한 비정상적 노력을 기울일 개연성마저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경향은 비정부 분야에서 이러한 민간군사기업과 계약을 체결하여 군대를 유지하고 있다. 예로 World Wildlife Fund 라는 회사와 CARE같은 민간단체에서 민간보안회사를 고용하여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 수단은 비용절감이다. 그들은 비용의 과다청구, 업무시간(?) 부풀리기, 질 낮은 군사훈련 등을 통해 이윤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딘코의 해고당한 어떤 이에 의해 폭로되었는데 그는 회사가 육군 헬기의 기술담당에 비적격자들을 배치하여 비용을 부당하게 절감하였다고 말하였다. 이는 소위 효율화와 전문화를 통한 비용절감이라는 민영화의 기본논리의 어두운 측면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은 효율화를 통해서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동기만큼 질 낮은 서비스 제공을 통한 비용절감의 동기도 강하다.

그리고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권력실세와의 긴밀한 인간관계이다. 코소보 전쟁에서 미군 2만명의 식사, 식수, 세탁, 우편 등을 독점했던 KBR은 7700만 달러 규모의 이라크 유전 진화와 복구 등 재건사업권을 따냈다. 이 회사의 모회사는 헬리버튼이고 딕 체니 부통령은 이 회사의 대표이사 회장을 지냈다.

■ 그밖에 무엇이 문제인가?

확실히 여러 면에서 군 관련 서비스의 민영화는 비용절감적인 측면도 있다. 그 반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이 산업분야에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관련산업의 놀라운 성장에 비해 관련 제도와 공적영역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통상 민영화의 성공요소에는 공공의 적절한 법적 근거와 입찰제도, 그리고 사후감시를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 규제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이 산업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국제법(활동범위가 국제적이므로)이나 국내규정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더욱이 민간군사기업을 움직이는 데에는 의회의 감시의 눈길을 피할 수 있다. 장래 더욱 비대해질, 그래서 그 자체가 권력이 될지도 모르는 민간군사기업을 통제할 국가기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러한 감시와 통제의 미비의 결과로 장래 우발적인 지역분쟁 개입의 가능성이 보다 많아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개입 시 발생할 수 있는 고의적인 또는 고의하지 않은 사고는 분쟁을 더욱 격화시킬 수도 있다. 한 예로 1998년 한 미국회사가 구성한 첩보기관에서 일하던 콜롬비아 공군이 실수로 한 마을에 폭탄을 떨어뜨려 17명이 사망하였다. 페루에서는 CIA와 계약한 한 민간업자가 제공한 잘못된 정보에 의해 선교사들이 타고 가던 비행기를 격추시켰다. 이쯤 되면 과연 전투 영역과 비전투 영역이 어떻게 분리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 결론을 대신하여

전쟁은 인간사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어온 필요악이었다. 전쟁을 통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희망을 잃었다. 반면 다른 이들은 전쟁을 통해 권력을 얻고 막대한 부를 얻었다. 21세기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오늘 날 전쟁은 시류에 맞게 새로운 질적 변환을 겪고 있다. 군대는 합법적인 민영화 회사가 제공하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군산복합체는 전쟁터를 구식 무기의 소비장소 또는 신무기의 실험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뉴스채널은 매출극대화를 위해 전쟁터를 전자오락 화면으로 조작하고 있다.

인류의 진보를 믿어 의심치 않는 이들에게 보다 깔끔해진 전쟁의 이면이 보다 추악해졌다는 사실은 하나의 역설이다. 더불어 효율과 공공영역의 축소만이 올바른 사회개혁이라고 생각하는 신자유주의론자에게도 역설이긴 마찬가지이다.

만에 하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그건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일까? 남한? 미국? 무기업체? 아니면 민간군사기업?

관련사이트

전쟁의 비즈니스화에 대한 자료 : http://www.theexperiment.org/articles.php?news_id=1884
전쟁의 비즈니스화에 관한 기사 : http://www.icij.org/dtaweb/icij_bow.asp?Section=Chapter&ChapNum=1
미군의 유틸리티 민영화 과정 : http://www.gdsassociates.com/milpriv/
미군의 유틸리티서비스 민영화 진행현황 : http://www.acq.osd.mil/ie/utilities/status/status1qtrfy02.htm
군대 민영화에 관한 논문 : http://www.cfr.org/public/armstrade/privmil.html
민간군사기업에 관한 기사 : http://www.moscowtimes.ru/stories/2003/07/23/202.html
시에라리온 사태에 관한 기사 : http://www.icij.org/dtaweb/icij_bow.asp?Section=Chapter&ChapNum=2
라이베리아 찰스테일러 대통령에 관한 기사 : http://nwkold.joongang.co.kr/200008/445/nw445014.html
ICI 의 홈페이지 : http://www.icioregon.com/
DynCorp 의 홈페이지 : http://www.dyncorp.com/

8 thoughts on “전쟁은 비즈니스다

  1. 푸른곰

    음. 좀 뜬금없긴 하지만 폴 버호벤 감독의 을 보시면 Omni Consumer Products 라는 회사가 나옵니다. 그 회사는 군납도 하고 서비스도 제공하죠. 아시다시피 배경인 디트로이트의 치안 업무를 아웃소싱받아서 경찰력이 민간회사 소유고, 로보캅도 그런 상황에서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는’등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서 만든 ‘업무 자산’인데…

    foog님의 글을 보니 부패한 OCP 중역과, 그에게 돈먹이고 비호받는 범죄자의 대화가 기억납니다. 그 악당이 “그녀석(로보캅)을 없애려면 military grade weapon는 필요할텐데…”(기억이 잘 안나서 죄송합니다) 그러자 OCP 부사장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We ARE the army.”라고 대답하죠.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후에는 각종 중화기로 무장하고 뭐 그렇죠 ㅡㅡ;

    무장과 사유화 그리고 디스토피아 하니까 생각납니다. 로보캅의 배경이 ‘가까운 미래’라고 설정되어 있습니다만. 그걸 생각하니 섬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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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로보캅 본지가 오래 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여하튼 디스토피아SF의 걸작 중 하나죠. 특히 독점군사기업의 전횡에 대항하는 반사이보그/반인간이라는 설정도 맘에 들고요. 다만 부디 그런 사회가 되면 안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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