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hwon [3]

챈, 앤디, , 미구엘, 앨리스, 순이, 스즈끼

그날 저녁 – 시간상으로는 저녁 – 휴게실에서는 앤디와 챈이 앉아 있었다.

“역시 존이 앨리스에게 치근댔더군.”

챈이 말을 꺼냈다.

“그걸 어떻게?”

“그녀의 일기를 뒤져봤어.” 앤디가 할일을 챈이 한 셈이다.

“7월 3일 그녀의 일기에 적혀있더군.”

그러면서 일기장을 앤디에게 건넸다.

앨리스의 일기 2057년 7월 3일

Son of bitch!
거만한 녀석이 성욕까지 강하다. 어디다대고 사랑한다느니 하는 소리를 해대는지… 어차피 천박한 동양년이랑 놀아나는 녀석이라 신경도 안 썼는데 기분 더럽다. 그런데 방을 나섰을 때 복도의 꺾어지는 부분으로 얼핏 그의 모습을 본 것 같다.

앨리스의 일기 2057년 7월 4일

그는 자못 태연했다. 그가 범인일까? 상관없다. 이따위 살인 게임.

어떤 남자

“어떤 남자가 있었군.” 앤디가 중얼거렸다. 챈이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적어도 앨리스의 일기를 토대로 보자면 그녀는 존의 범인이 아닌 것 같고 복도에 있었다는 그 남자. 그가 의심스러워.”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챈이 말을 이었다.

“이제 남자는 셋이야. 미구엘이 범인이 아니었다고 가정하면, 그리고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이제 범인은 너하고 선장 중 한명.”

앤디는 그 말을 듣자 벌떡 일어섰다. 챈의 말에 화가 나 보인 반응은 아니었다. 서둘러 휴게실을 나와 숙소로 향했다. 선장의 숙소가 아닌 순이의 숙소였다. 그리고 그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던 그녀를 발견하자 살짝 안도의 숨을 쉬었다. 순이를 그를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왜 그래?”

뒤따라오던 챈이 대신 대답했다.

“이 녀석이 그냥 네가 걱정되었나봐.”

순이는 살짝 미소지었다.

“걱정해주니 고맙네.”

둘은 살짝 눈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떴다. 복도를 걸으며 둘은 말없이 눈빛으로 의사를 교환했다. 둘은 선장의 숙소로 향했다. 승무원의 숙소와 달리 조종실 쪽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순이의 일기 2057년 7월 7일

휴게실에 놓여있던 앨리스의 일기를 보았다. ‘그’는 누구일까? 그가 존을 죽인거다.

스즈끼의 일기 2057년 7월 7일

앤디가 비장하게 말을 꺼냈다. 누가 살인자든 간에 더 이상 살인하지 말자고 했다. 이유는 죽음을 대하는 것이 피곤하다는 것. 나, 챈, 앤디는 서로 약속했다. 누가 범인이든 간에 더 이상 죽이지 말자고. 희한한 도원결의였다.

또 하나의 죽음

이 도원결의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챈이 죽은 것이었다. 이번에는 장비실에서였다. 여태의 죽음과 또 하나의 차이가 있다면 칼이 아닌 둔기로 당했다는 점. 물론 여태의 사망자를 죽인 칼도 여전히 소재불명. 셋은 이제 기진맥진해져 있을 따름이었다. 죽이는 것도 이제 관성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범인은 어쩌면 우주선을 떠도는 죽음의 신?

(계속)

4 thoughts on “erehwon [3]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