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화 금융, 그 자체가 악(惡)인가?

어찌 보면 구조화 금융도 사실 말이 어려워보여서 그렇지 기존의 자금조달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 수도 있다. 자금조달은 금융시장 혹은 자본시장에서 돈을 빌리고 싶은 사람(또는 기관)과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사람(또는 기관)이 시장에서 존재할 때에 발생한다. 즉 수요와 공급이 상호 맞교환되는 상황이다. 구조화 금융은 이러한 기존의 자금조달에서 몇 가지 특수한 기법이 더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구조화 금융의 가장 큰 특징을 들라면 ‘맞춤식 금융’이라고 이야기하겠다(어쩐지 동어반복처럼 들리지만). A 회사가 1백억 원의 자금이 필요할 경우 회사는 자체적인 판단으로 증자를 할 것인지 아니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것인지 결정하고 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였다. 구조화 금융은 금융자문사가 그 자금조달의 목적 및 성격을 분석하고 그것의 자금조달 방안을 쪼갠다.

만약 이 자금이 부동산 개발사업에 쓰일 돈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회사의 운용자금과는 달리 일정수익의 창출이 기대된다. 그러므로 미래의 현금흐름의 분석이 중요하다. 큰 수익창출이 기대되면 이것을 바탕으로 자금공급자들에게 보다 유리한 조달조건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금융자문사는 이 사업타당성을 검증해줄 객관적인 신용평가기관을 선정하여 자산실사(Due Diligence)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의 좋은 평가는 상품(즉 1백억 원의 자금조달)의 가치를 높여준다.

그 다음으로 자금조달 주체를 결정하는데 이 말은 A회사가 차주가 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주체가 차주가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소위 ‘부외금융(off-balance sheet financing)’ 기법인데 보통 A회사가 주주가 되는 ‘특수목적법인(Special Purpose Company)’인 B회사를 설립하여 B가 차주가 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통제받지 않고 대출을 증대시킨 주범으로 간주되고 있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SPC설립의 목적 중 중요한 것 하나는 자금의 사용을 A회사와 절연시켜 부동산 개발이라는 사업목적에만 쓰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B회사의 설립 여부가 결정되었으면 이제 1백억 원의 자금조달 구성방법이다. 일단 금융자문사는 A회사가 일정비율의 자본금(예를 들어 1백억 원의 20%)을 태워 책임감을 부여시키려 한다. 더불어 A회사 입장에서도 출자를 해야 그 배당을 얻게 된다. A사가 가장 많은 위험을 부담하는 동시에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갈 것이다. 그 다음으로 금융자문사 – 이제 주선의 기능으로 바뀌게 되었는데 – 는 80억원을 부담할 은행을 찾아 나선다. 은행은 A회사의 신용등급, 자산실사의 결과 등을 감안하여 B회사에 자금을 대출해준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신생회사인 B는 A회사에 준하는 대접을 받게 된다. 위험은 A회사보다 적고 수익(대출이자) 또한 상대적으로 적다.

1백억 원을 투입하여 부동산 개발을 하고 분양을 하여 1백 5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가정하자. 먼저 B회사는 대출이자를 10억원 내고 세금을 15억원 낸다. 나머지 25억 원은 A회사의 배당으로 지급된다. 그리고 B회사는 청산된다.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다. 이것이 선순환이다. 그런데 분양에 실패했다고 가정하자. 실패한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어쨌든 은행으로서는 부실대출이 된 셈이고 국가는 세금을 못 걷고 A회사는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다. 악순환이다.

이 과정이 악순환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거시적인 차원이나 미시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것들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1) 경기가 좋아서 사람들이 구매력이 있어야 할 것이고, 2) 해당 사업의 사업성이 우수하여야 할 것이고, 3) 이러한 과정을 신용평가기관이 자산실사에 충실히 담아야 할 것이고, 4) A회사의 사업수행능력이 뛰어나야 할 것이고, 5) 금융자문사가 구조를 잘 짜야 할 것이고, 6) 은행이 이런 일련의 과정을 잘 이해하고 부실대출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말이 그렇지 쉽지 않은 일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대출업체의 막가파식 대출 – 즉 6번 과정의 실패 – 이 한몫했지만 이는 또한 미국에서 전국적으로 집값이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는 1번 과정에 대한 과신이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모든 금융기관들이 그렇게 광적으로 그 시장에 몰려들게 한 것은 3번 과정에서의 심각한 실패가 한몫하였다. 이 과정은 어쩌면 금화를 만듦에 있어 실질적으로 담겨야 할 금의 양보다 적게 만드는 악화(惡貨)의 주조과정과 비슷하다. 예전에는 그런 짓을 탐욕스러운 군주가 저질렀지만 이번에는 탐욕스러운 신용평가기관이 저질렀다.

예전에는 화폐 자체를 악으로 보기도 하고, 이자를 받는 행위를 죄악시하기도 하고, 금융기관 자체를 금권주의의 상징으로 간주하기도 하고, 불태환 지폐를 사기라고 여기기도 하고, 지급준비율이 엉터리라고 하기도 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대부분은 열거한 기능을 시장에 필요한 요소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것이 어떻게 기능하느냐 하는 문제는 어찌 보면 보다 큰 시스템적인 문제일 것 같다. 같은 이치로 이번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구조화 금융 그 자체를 지목하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화폐가 나빠서 신용위기가 왔다기보다는 그 화폐를 지배하는 자가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사용했는지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8 thoughts on “구조화 금융, 그 자체가 악(惡)인가?

  1. 고어핀드

    이번 글은 좀 어렵군요. 사전을 찾아가면서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탐욕스러운 군주가 악화를 양산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기 때문에, 신용평가기관의 행태가 좀 더 확실하게 이해가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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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뭐든지 위험하죠. 칼을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요리사가 쓰는 칼과 강도가 쓰는 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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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Nine

      아…댓글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군요;;;
      ‘어영부영 이해하는 것’ = ‘이거’
      경제 관련된 지식을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위험하지 않냐는 뜻이었습니다. ㅎㅎ
      예만 보고도 잘 쓰면 모두가 해피, 삐끗하면 재앙이라는 것은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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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JNine

      충분히 오해할 댓글이었는데요 뭐…foog님이 아둔한 이해력이라면 많은 사람은 급 좌절모드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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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olarnara

    예전에는 ‘선순환만 계속 돌리면 되는데 뭐가 문제야?’ 라는 쪽으로 생각했습니다. 누군가가 ‘이제 슬슬 악순환을 해봐야 하지 않겠어?’ 라고 하지 않는 이상, 안 될 이유도 없어보였거든요. 뉴스에서나 혹은 ‘어떤 분’이 ‘망한다고 망하면 정말 망한다 그러지 말자’ 라고 할 때 어느 정도는 저도 그 편에 서 있었구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이젠 왜 그게 안되는지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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