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상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경고?

언제부터인가 경제학에 복잡한 수학공식과 물리학공식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이라는 용어는 철지난 좌파 경제학자들에게나 어울리는 용어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주류 경제학자들의 주된 연구는 그 이후 정치와 경제의 상호관계를 파헤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 시장가설에 맞는 시장을 구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자기들만이 아는 암호를 동원하여 이론으로 구현해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온 듯하다.

이런 와중에 금년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레오니트 후르비치 미네소타대 교수, 에릭 매스킨 프린스턴대 교수, 로저 마이어슨 시카고대 교수 등 3명이 고안하고 발전시켜온 ‘메커니즘 디자인’은 정치와 경제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제시하는 분야로 추측되어 한편으로 반갑기도 하다.

‘메커니즘 디자인’은 어떻게 하면 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가를 연구한 이론으로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정책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고 한다. 설득의 수단은 각종 지원, 규제, 또는 폭력적 억압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이 이론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상황에서의 전략에 대한 연구이론인 게임이론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자세한 이론의 얼개는 알 수 없으나 밀턴프리드만 유의 극단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시장은 그 자체로 자기완성형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은 어떤 식으로든 시장을 왜곡시키고 오도하게 한다는 논리와는 배치되는 이론으로 생각된다. 이 이론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아이디어는 수상자중 한명인 에릭 매스킨 교수의 수상소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환경을 보호하거나 모든 시민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시장의 힘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전제하면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몇몇 서방 지도자들이 옹호하고 있는 엄격한 자유시장 논리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은 경제학자들이 사유재산이라고 부르는 분야에서 활발하게 작동하지만 공공의 이익에 관해서라면 제 기능을 하지 못 한다”면서 “공익 분야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장만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적절한 수준’을 선택해야 하는 과정이나 메커니즘, 기관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언제나 옳다’라는 시장신봉자들이 들으면 거품을 물 발언들이 거침없이 쏟아낸 멋진 수상소감이다. ‘메커니즘 디자인’의 경제학상 수상은 한편으로 보면 노벨 평화상의 주제가 ‘환경’이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즉 올해 노벨상의 주제는 ‘시장만능론에 대한 경고’일지도 모르겠다. 수상위원회 측이나 이들로 대표되는 유럽의 정치적 엘리트들은 사회주의 블록의 해체 이후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의 지구차원의 확산과, 구 사회주의권의 급속한 자본주의화 및 산업생산기지화로 말미암은 폐해가 이제 서서히 우리의 목을 죄어오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시장만능론으로 말미암아 환경은 피폐해지고 공공서비스의 영역은 급속한 민영화로 몸살을 겪고 있다. 계급간 사회양극화는 심해지고 제1세계는 잉여자원의 과잉소비를 통해, 제3세계는 필수자원의 획득을 위해 자연을 착취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의도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올해 노벨상이 주는 함의는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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