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이런저런

근황 및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상념

새로운 삶터가 결정됐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정신이 없는 와중에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태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웬만한 전문가조차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에 트위터에 중국에서의 사태를 바라보는 유럽인의 상황이라는 설명과 함께 올라온 동영상은 저 멀리서 벌어진 눈사태를 백인들이 ‘나름 스펙타클한 광경’이라며 멍하니 바라보다 급작스레 눈이 그들을 덮치자 혼비백산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었다. 프랑스 영화의 한 장면이라는 누군가의 멘션도 있었지만, 아무튼 현재의 유럽 등 서구권의 인식이 잘 반영된 동영상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이 토니 주트의 ‘포스트 워 1945~2005’인데 요즘 상황과 여러모로 오버랩되면서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토니 주트의 이념(?)은 한마디로 ‘유럽주의’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러시아의 볼셰비키 주의도 미국의 자본주의도 아닌 유럽의 ‘유럽주의’. 토니 주트는 그것을 복원하는 것만이 바람직한 이상향이라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그런데 요즘의 상황을 그가 봤으면 과연 유럽 공동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까? 중국이 이탈리아에 “인도적 차원”에서 기부한 마스크를 체코가 가로채려 한 것이 아니냐는 해프닝은 – 사실은 체코 세관의 실수였다고 한다 – 실제로 무너지고 있는 유럽 공동체, 더 나아가 전 세계의 공동체주의에 대한 웃픈 해프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은 우한 사람을 조롱하고, 아시아는 중국인을 조롱하고, 나머지 세계는 아시아인을 조롱하고, 중국 정부는 코로나 19가 자국에서 비롯된 바이러스가 아닌데 자국이 슬기롭게 극복했다며 정신승리 중이다.

근황

조만간 일신상의 또 다른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은 이유가 일신상의 큰 변화로 인해 경황이 없어서였는데 이번의 또 다른 변화로 여유가 좀 생길지 아니면 오히려 더 여유가 없어질지는 현재는 미지수입니다. 아무튼 블로그 주인은 이 블로그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는 정도의 생각을 남겨두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올해의 즐거움 : 食堂편

가조쿠식당
가츠돈, 함바그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분식을 내놓는 곳이다. 카레라이스에 함바그 등을 얹어 먹으면 할인을 해주는 것도 맘에 들고 전반적으로 깔끔한 맛이다. 이 식당에서 먹은 중 제일 감동한 메뉴는 밥 위에 얹어진 생강절임과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던 스끼야끼돈.

광화문 닭곰탕
질 좋은 닭다리가 한 개씩 들어가 있는 개운한 국물의 닭곰탕이 이집의 특기. 밥은 현미밥 등이 따로 담겨져 나와 양껏 덜어먹을 수 있다. 닭칼국수도 파는데 갈 때마다 닭곰탕만 먹어서 맛을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양질의 닭고기로 요리한 국수라면 분명 맛있을 것이다.

리틀파파포
이미 그 명성이 하늘에 닿아 갈 때마다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베트남 쌀국수집. 내 경우엔 팍치를 너무 좋아해서 같이 가곤 하는 팀 동료와 함께 팍치를 따로 달라고 해서 잔뜩 집어넣어 팍치 향을 맡아가며 즐기곤 한다. 합정동에 가야할 강력한 이유 중 하나.

무삼면옥
평양냉면 식당 중에서 가장 심심한 육수를 내놓는 것으로 명성을 쌓은 식당. 처음 먹었을 때는 정말 냉수에 면을 말아서 내놓은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기도 했다. 그 뒤로 점점 육수에 맛이 진해지더니 가장 최근에 갔을 땐 현실과 타협한 양념 맛이 났었다.

봉피양
이 식당 역시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식당이다. 물론 평양냉면도 맛있긴 한데 내가 반한 것은 엉뚱하게 막걸리와 돼지갈비. 이곳에서 내놓는 막걸리는 송명섭이라는 분이 직접 빚었다는 生막걸리. 다른 막걸리처럼 달지 않고 걸쭉한 맛이 일품이라 냉면에 잘 어울린다.

산수갑산
식당 중에서 가성비를 따져보자면 랭킹 안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짐작되는 식당. 찹쌀로 만든 순대와 맛있는 간이 듬뿍 담긴 모둠순대와 순댓국을 양껏 먹고 나서도 2~3만 원 대면 충분하다. 오늘 낮에 들른 유진식당과 함께 서울에서의 가성비 최고의 식당.

신성각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식당 33곳’이라는 포스트에서 보고 찾아간 중국식당. 메뉴는 짜장 종류와 탕수육, 그리고 군만두가 다다. 테이블이 4개여서 자칫 늦었다간 한참 기다려야 할 곳. “죽기 전에”까진 모르겠지만 한번쯤은 찾아가서 먹어볼만한 맛의 수타 짜장면이었다.

오가와
빠에 앉아서 요리사가 눈앞에서 직접 만드는 생선초밥을 한 시간여에 걸쳐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초밥집. 혼마구로, 청어, 연어 등 10여점에 이르는 수준 높은 스시로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점심은 최근 가격이 올라 1인당 4,5000원.

진진
진진 역시 이미 “지역명물”이 되어 있는지라 따로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어쨌든 ‘올해의 즐거움’ 중에 충분히 꼽을 수 있을만한 식당이다. 팀원들에게 소개해줬는데 모두들 맘에 들어 만족스러웠다. 미리 주문해야 먹을 수 있었던 대하 요리도 먹었다는 점이 포인트.

청정골
갈매기살이 실제로 어떻게 생긴 부위인지를 알고 싶으면 이 집에 가면 된다. 갈매기와 비슷한 모양의 돼지고기 부위인데 이집에서 내놓는 갈매기살은 서울 지역 다른 곳에서 맛보기 어려운 수준 높은 육질의 고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주차가 어려우니 미리 감안하고 가실 것.

호미곶 : 막회물횟집
올해 먹었던 여러 음식 중에서도 이곳에서 점심에 먹은 생선구이와 저녁에 먹은 막회와 문어가 기억에 남는 음식이라 할만하다. 도미나 갈치 등 질 좋은 생선이 가득 담긴 생선구이도 일품이었는데, 산지에서 직송했다는 도톰한 문어도 술맛을 당기게 했던 별미였다.

近況

# 얼마 전 보직이 팀원에서 팀장으로 바뀌었다. 관리업무가 늘어나며 업무시간에 한층 여유가 없어졌다. 그러다보니 블로깅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회사에서 팀장에게만 인터넷을 열어주는 시스템이어서 인터넷은 자유롭게 하게 되었는데 여유가 없어 인터넷을 할 수가 없다. 참 효율적인 시스템인 듯

# The Martian을 봤다.(감동실화!) 우주판 로빈슨크루소라 할 수 있는데, 그래비티와는 달리 명랑한 분위기로 연출된 것이 이색적이었다. 영화 하이라이트에 디스코곡 Love Train이 쓰여 생각난 건데, 개인적으로는 이 음악이 가장 멋지게 쓰인 경우는 바로 ‘디스코의 마지막 날’의 이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 집에서 쓰는 PC를 맥북으로 바꿨다. 이전의 윈도우 환경에 익숙해 있던 나에게 맥북은 참 이질적인 경험이다. 현재까지 가장 어색한 것은 콘트롤씨를 누르는 상황에서 새끼손가락이 아닌 엄지손가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맥북은 시종일관 “이런 기능도 안 된단다. 놀랐지?”라고 속삭이고 있는 것 같다.

# 최근 업무와 관련하여 몇몇 불편한 일이 있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대개 담당하는 이들의 욕심, 즉 탐심(貪心)이 문제였다. 돈이든 명예든 또는 순수하게 일 욕심이든 말이다. 지내놓고 보면 불과 몇 달 만에 상황이 완전 바뀌어 있는데도 당시엔 욕심을 부린 탓에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 요즘 경제와 관련한 가장 큰 관심사는 Fed의 금리인상 여부다. 그들이 내가 블로그에 엉터리 분석 글에서 지적한 이유로 행동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어쨌든 내 예상대로 금리를 선뜻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의 다음 금통위에서 위원들이 어떤 행보를 취할지가 궁금하다. 금리 기습인하?

이스탄불 紀行文 – 이스탄불의 박물관

구시가지는 유명 관광지가 몰려 있는 덕분에 관광객을 유혹하는 많은 식당이 몰려 있다. 우리 일행은 큰길가의 식당을 피해 골목 안의 조그맣지만 깔끔한 Old Anatolia Cuisine이라는 식당을 가보기로 했다. 진열장 안에 칸칸이 요리가 담겨져 있었고 손님은 요리를 직접 보며 주문을 할 수 있어 편했다. 나는 양고기와 밥, 그리고 간을 넣고 볶아 달걀지단으로 감싼 밥을 시켰는데, 특히 볶음밥이 맛있었다. 매너 좋은 웨이터가 서비스로 제공한 케이크와 애플티를 먹으며 포만감을 만끽했다.


맛나게 즐긴 점심. 달걀지단으로 감싼 볶음밥이 맛있었다.

맛나게 점심을 먹은 후 향한 곳은 토카피 궁전으로 가는 길에 있는 각종 박물관들이었다. 아야소피아 뒤편에서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은 정겨운 돌담길이어서 운치가 있었다. 이곳을 지나면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고양이들 때문에 우리 일행의 발길은 더뎌지기 일쑤였다. 어쨌든 우리 일행은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Istanbul Archaeology Museums)이라고 통칭하고 있는 박물관에 도착했다. 이곳은 크게 고대오리엔트 박물관, 고고학 박물관, 도자기 박물관 등 세 개의 빌딩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고대인도 고양이를 좋아했다(고대오리엔트 박물관)

이 박물관들은 오스만 제국의 현대화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된 박물관 건립계획에 따라 조성된 것들이다. 오스만 제국도 파리의 루브르와 같은 그럴싸한 박물관이 갖고 싶었던 것이다.1 술탄의 지시로 1869년부터 시작된 박물관 건립 시도는 여러 해의 작업을 거쳐 출중한 큐레이더 오스만 함디 베이(Osman Hamdi Bey)2의 마무리 하에 토카피 궁전의 바깥 정원에 1891년 정식으로 설립되었다. 각각의 건물들은 15세기 건물을 사용하거나 박물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새로 지어진 건물 등을 사용하였다.


도자기 박물관 입구의 아름다운 장식

박물관 건립을 위해 터키 각지에서 수집된 문화재들은 술탄이 부러워하던 서구의 다른 유명 박물관만큼이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컬렉션을 자랑하고 있다. 고대오리엔트 박물관과 고고학 박물관은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수많은 유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메인 빌딩의 많은 부분이 차양이 쳐진 채 관람이 허락되지 않아 카데쉬 조약 등 주요 문화재를 많이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도자기 박물관은 이슬람의 도자기 문화재를 전시해 놓은 조금은 다른 성격의 박물관이어서 이채로웠다.


공원에서 만난 고양이들. 잠시 뒤 놀라운 광경이~

관람을 마친 후 아내가 피곤하다고 해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또 다른 일행을 트램 역에서 배웅하고 우리는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이 와중에 우리는 터키 방문 중 가장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가는 도중에 있던 조그만 공원에서 고양이 네 마리를 발견한 우리는 늘 그렇듯 먹이를 주기 위해 이들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순식간에 어디선가 수많은 고양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밀려드는 고양이 무리에 넋이 나가 우리는 먹이를 주고, 사진을 찍고, 비디오를 찍어댔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공원에 몰려든 고양이 무리

이스탄불 紀行文 – 블루모스크와 아야소피아를 보다

오늘 아침 IS로 추정되는 테러 집단이 거침없는 풍자만화로 유명한 파리의 언론사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를 공격하여 많은 사상자를 냈다는 소식을 접했다. 현재까지 언론이 추정하는 이유는 샤를리 엡도가 이슬람 교도에게 있어 불경한 그림들을 그려 온 것에 대한 복수라는 것이다. 이슬람이 거의 국교나 다름없는 나라의 기행문을 쓰고 있는 와중에 접한 소식이라 한층 마음이 착잡했다. 종교와 인간 사이에 어떠한 것이 작용하기에 아야소피아와 같은 웅장한 건축물을 만들며 사람들을 무차별로 죽이는 것일까 하는 물음이 뇌리 속에 맴돈다. 돌아가신 이들의 영면과 부상당한 이들의 쾌유를 기원한다.

12월 23일 오전 블루모스크와 아야소피아를 보다

실질적인 이스탄불에서의 첫날, 시차 때문인지 새벽에 잠이 깼다. 다시 잠들 것 같지 않아 산책을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잘 알려진 관광지는 “작은 아야소피아”로 알려진 모스크였다. 아야소피아와 비슷하지만 한층 작은 모습의 정교회 성당이었지만 오늘날엔 모스크로 쓰이고 있다. 아야소피아에 도착하여 안에 들어갔지만 아직은 문이 열리지 않았고 창에 앉아 있던 고양이만이 눈에 띄었다. 숙소 쪽으로 발길을 돌려 숙소 맞은편에 있는 공원을 산책했다. 그런데 거기 한 노숙자가 담요를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놀랍게도 그의 옆엔 고양이 한 마리가 같이 잠들어 있었다.


새벽에 찾은 리틀아야소피아

잠을 깬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안타까워했다. 어쨌든 이스탄불은 길고양이의 도시인 동시에 많은 가난한 이들이 거리에 있는 도시였다. 노숙자가 많다는 점에서는 서울 역시 그런 곳이지만 그 결이 또 다르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어쨌든 서둘러 첫날 투어에 나선 우리는 공원에서 길냥이에게 사료를 나눠주고 또 다른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히포드롬 광장으로 향했다. 히포드롬 광장에는 두 개의 모스크와 정자 등 유적이 있는 광장으로 바로 옆에 그 유명한 아야소피아, 블루모스크라 불리는 술탄아흐멧자미, 바실리카 저수지, 토카피 궁전 등 주요 유적이 죄다 모여 있는 이스탄불 관광의 중심지였다.


아내 주위를 맴도는 길냥이들. 금세 친구가 될 수 있다.

합류하기로 한 다른 친구와 합류하여 처음 찾은 곳은 술탄아흐멧자미. 술탄아흐멧 1세가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패한 후 정치적 위기를 종교적으로 돌파하기 위하여 만들었다는 거대한 규모의 모스크다. 의도적이었던 것 같지만 당시까지 가장 큰 규모의 모스크로 쓰고 있던 아야소피아 앞에 지어져서 그 압도적인 규모의 쌍벽을 이룬다. 규모는 크지만 오히려 적막하고 푸르스름한 분위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사람을 압도한다기보다는 안도감을 주는 장소였다. 보는 시점에 따라서는 구조물의 모양이 마치 부엉이가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는 아내에 말에 재밌게 그 모습을 바라본 기억이 난다.


관광객의 가장 큰 즐거움은 기념촬영

12월이었음에도 날씨가 쾌청한 탓인지 아야소피아 앞에는 표를 사기 위한 관광객들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운 좋게도 광장 한 구석에 당초에 사려다 관둔 박물관 패스(Museum Pass)를 파는 트럭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엔 줄이 훨씬 짧았다(다른 관광객들은 그 용도를 잘 모르기 때문이었을 듯). 만약 당신이 단 하루라도 이스탄불의 주요 유적을 돌아볼 요량이라면 뮤지엄패스가 훨씬 이익이다. 3일 권과 5일 권으로 웬만한 유적은 다 볼 수 있고 두세군데만 돌면 이미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 긴 줄을 기다리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으니 성수기라면 더욱 필요한 입장권이다. 그야말로 머스트해브아이템.


블루모스크에서 볼 수 있는 부엉이눈

아야소피아의 역사나 이 유적이 품고 있는 아이템들에 대해서는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하지만 꼼꼼한 관광을 위해서는 봐야할 장소들을 미리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나는 그저 그 웅장함과 켜켜이 쌓여있는 역사의 무게감 때문에 멍하니 천장을 응시할 뿐이었다. 비잔틴 제국 기독교의 총본산으로, 이후의 정복자인 무슬림의 모스크로, 그리고 지금은 터키 공화국의 박물관으로 쓰이면서 지나온 세월의 두터운 공기와 경건한 분위기의 햇빛이 실내에 머물러 있었다. 관광 비수기인지라 건물 내부의 거의 반쪽이 공사 중이어서 구조물로 가려져 있었지만 감동이 반감되는 것은 아니었다.


비잔틴과 오스만의 복합체, 아야소피아

블루모스크와 아야소피아를 보고 난 후, ‘인간에게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경외감 섞인 질문을 마음속으로 던져보게 되었다. 이 천년왕국의 수도에 살아왔던 이들은 기독교 혹은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위해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지었고 그 안에서 신성(神聖)을 영접하는 것을 최고의 존재가치 중 하나로 여겼다. 그것이 또 문명발전의 밑거름이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오늘 다시 같은 질문을 보다 참담한 심정으로 떠올린다. 무엇이 종교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죽이게끔 하는 것인가? 그런 살인자도 블루모스크와 같은 경건한 장소에서 기도를 올리며 피의 복수를 꿈꾸었을까? 그 모순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