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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공기업 밀어서 잠금해제

현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이미 출범 전 선거운동을 하면서부터 민간투자로 시행하여 정부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물론 그 주장을 할 당시 이 사업은 좀 다른 이름이었다.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 사업”.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여당의 주요 인사들은 대운하 사업이 “민간자본을 유치해 사업하니 국가 예산과는 상관없다”고 주장하였다.

대운하 사업은 “한반도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사업”으로 포장되었다. 한편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 “물 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면서 어느새 “대운하”가 “4대강”으로 이름을 바꾸고, “민간자본으로 추진할 만큼 사업성이 있는지, 정부 지원은 필요한 것인지 짚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가 예산과 상관없다던 사업이 상관있게 된 시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소위 “대운하 국책사업단”을 운영하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2008년 3월 해체한다. 하지만 그해 4월 중순 슬그머니 사업단을 재가동하는데, 이 사업단이 위치한 곳이 바로 정부 과천청사 인근 수자원공사 빌딩이었다. 이때쯤이면 사업의 목적은 물류에서 치수(治水) 쪽으로 주안점이 옮겨진다. 한편 청와대는 4대강 정비사업과 대운하는 별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요컨대 “대운하 사업”은 물류를 목적으로 민간자본에 의해 추진될 사업이고, “4대강 정비사업”은 치수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어서 별개가 되는 것인데, 어쨌든 강바닥을 파겠다는 것이 정부의 추진의지인 것이다. 이즈음에서 한 국책기관의 연구원이 “한반도 물길 잇기 및 4대강 정비 계획의 실체는 운하 계획”이라는 양심고백을 한다. 양심고백할 것도 없이 빤한 사안을 양심고백한 것이다.

어쨌든 강바닥을 팔 요량이던 정부에게는 이제 자금조달의 문제가 놓여 있었다. 물류를 위한 사업이라면 민간투자를 활용하면 될 텐데 치수라면 그것은 다른 이슈가 된다. 치수를 위해 민간이 돈을 대는 것은 명분이나 수익창출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수자원공사가 뒷돈을 대는 명분이 생겼다. 수자원공사는 “수자원을 관리하는 곳”이고 4대강 정비도 수자원 관리 중 하나니까 말이다.

국토부가 2008년 말 대통령에게 보고한 2009년 업무추진계획에는, 이른바 “한국형 뉴딜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포장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등장한다. 결국 수자원공사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다 실패한 경인운하와 “4대강 살리기”에 동원된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모두 35만6천여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38조4천억여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이 사업을 찬양했다.

최근 국정감사에 따르면 수자원공사의 부채비율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 이후 부채 증가율은 541%로 작년의 경우 부채가 약 12조5000억을 기록”했다. 이런 부실화의 원인은 경인운하와 4대강 살리기 이외에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 “친수구역조성사업”을 통해 회수한다는, 장부가액 8조원에 달하는 투자액의 회수가능성도 희박하다.


수자원공사 차입금 증가추이(출처 : 수자원공사 홈페이지)
 

그렇다면 왜 정부는 민간투자가 어렵게 된 사업에 정부가 직접 사업비 전액을 대지 않고 수자원공사를 끌어들인 것인가? 이는 정부재정투입이 적게 보이게 하려는 꼼수를 부리기 위해서다. 즉, 당초 민간투자를 통해 정부부담이 없게 하겠다는 호언장담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긴 하였지만 공기업을 통한 일종의 장부외조달(off-balance)을 통해 재정부담이 최소화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위장술이다.

즉, 4대강 정비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이나 부실화된 인천공항철도를 정부가 직접 매입하게 되면 정부의 대차대조표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게 된다. 그러므로 형식상 정부의 재정악화와는 크게 관계없는 공기업들이 이러한 일들을 거듬으로써 현재의 재정악화 없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사기업이 앞서 말한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통해 사업의 재무제표를 본사의 재무제표와 절연시키는 것처럼 말이다.[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공기업의 역할]

정부의 장부외조달(off-balance)의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민간투자사업이다. 이슈가 되고 있는 지하철9호선과 같은 도시 기반시설이 민간투자사업으로 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살리기”는 앞서 본바와 같이 물류 등 투자비 회수방안이 거의 없는 순수한 공공서비스다. 비록 정부가 “친수구역조성사업”이란 미끼를 던졌지만, 이런 허접한 미끼를 물 투자자는 없다. 정부의 봉 공기업을 빼고는 말이다.1

수자원공사의 현재 상황은 특정정권의 무모한 사업의지가 어떻게 한 우량공기업을 말아먹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아주 생생한 사례가 될 것이다. LH공사처럼 명목상으로 임대주택 등 공공적 성격의 사업을 하다 부실화된 것도 아니고, 코레일처럼 KTX 등 첨단시설을 도입하다가 부실화된 것도 아니고, 정권의 삽질의지 실현을 위한 장부외조달(off-balance) 꼼수로 인해 강바닥을 파다가 부실화된 것이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이러한 리스크는 비단 정권의 민주성이나 사업방식에 따라 좌우되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독재정권이 더 독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도 하고, 민간투자일 경우 좀 더 비공익적인 사업이 추진되기도 하지만, 대규모 사업 추진의 비합리성은 어찌 보면 대량생산사회에서 늘 존재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사업추진의 합리성을 담보할 시스템은 우리 문명사회가 풀어야할 주요한 숙제이기도 하다.

수자원 공사, 한때 좋은 공기업이고 직장이었는데… 이제 이명박이 부채의 늪으로 밀어서 잠긴 철밥통을 해제해버렸다. 누구도 그렇게 단기간에 하지 못했을 일을…

공항철도, KTX 민영화, 코레일, 그리고 노동자의 죽음

‘공항철도’는 현대건설, 동부건설 등 컨소시엄이 지난 2007년 3월23일 개통 후 운영하다 수요창출에 실패해 정부의 합리화 정책에 의해 2009년 11월30일 코레일에 인수됐다. [중략] 코레일은 재정부담 증가라는 정부고충을 고려하고 철도운영 전문기관의 노하우를 살려 다각적인 영업활성화 노력으로, 인수 이듬해인 2010년에 1일 평균 이용객을 인수 이전인 2009년보다 37% 증대시켰다.[민간실패 ‘공항철도’ 코레일 인수 후 이용객 급증]

민간투자사업으로 시행되었던 인천공항철도는 운영수입이 당초 예측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민영화가 얼마나 큰 폐해를 끼치는가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될 정도로 악명이 높았던 사업이다. 인용한 기사의 제목대로 코레일이 인수한 후 이용객이 크게 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기사제목은 코레일의 각고의 노력 끝에 이용객이 증가한 것으로 비춰지는데, 과연 그게 가장 중요한 변수였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사실상 이용객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 여겨지는 ‘인천공항~서울역 구간’ 개통은 코레일 인수 후인 2010년 말 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기사를 살펴보면 코레일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코레일 전국역 공항철도 승차권 발매’ 등 코레일만이 수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축적된 운영 노하우를 통한 비용절감이랄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코레일 만의 장점이라고 내세울 수 있다. 기사는 이런 비용절감 노력을 비교적 자세히 적고 있다. 즉, 코레일이 인수한 후 인천공항철도는 열차횟수를 2배, 운행거리를 3배 늘린 반면, 운영인력은 21%로 최소화하고 급여를 동결하여 운영을 효율화시켰다고 한다. 이런 노력 등이 모아져서 결국 인천공항철도의 채산성을 개선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친구의 죽음 소식을 듣고 철도노조 분들을 찾았었다. 그 자리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그 분들은 그런 사고는 너무 흔하고, 맨날 장례식 쫓아다니는 게 일이라고 했다. 구조조정으로 인력은 모자라고,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아주 위험한 방식으로 일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천천히 달리는 열차에 매달려 타고 뛰어내려 작업을 한 뒤 다시 뛰어오르는 (‘비승비강’) 작업까지 한다고 했다.[공항철도 노동자 다섯 명의 처참한 죽음 끔찍한 이윤추구 시스템이 죽였다]

공항철도는 사실 수익성을 떠나 국제공항과 수도권을 잇는 철도라는 명분을 가지고 출발한 사업이다. 이런 정책목표는 정부의 부외금융 수단인 민영화를 통해 추진되었지만 –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다양하게 혼합된 원인으로 인한 – 형편없는 운영실적 때문에 정부보조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시설을 코레일에 넘기는 또 다른 부외금융 방식으로 사업을 합리화(!)시킨 것이다. 코레일은 이에 조속한 사업정상화를 위해 인용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가혹하게 허리띠를 조여 왔다. 그 와중에 벌어진 철도노동자들의 죽음에서 정부의 ‘부실자산 떠넘기기’와 코레일의 허리띠 죄기는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한편 코레일의 한 간부는 한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에서 공항철도를 민영화 실패의 대표사례로 비판하고 있다. 이 비판은 ‘KTX일부구간 민간위탁’을 비판하는 근거로 삼기 위함이다. 개인적으로 두 사업은 단순비교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리가 있는 항변도 있다. 문제는 “공기업”이라는 코레일 또한 공항철도 사업자처럼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공존하며, 채산성이란 목표가 공익성에 앞서는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코레일은 예전에도 노동자를 탄압하는 공기업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당시 사장은 “민주투사” 이철이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요구에 의해 부실자산을 떠안는 공기업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국가기간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수익성을 떠나 정책적 목표를 가지고 추진되었던 철도산업은 철도청이 공사로 전환한 이후, 본격적으로 채산성의 논리가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사는 여전히 공익적 목표를 유지하였겠지만 독립채산제가 된 공사의 특성상 인력 외주화 등 민간기업과 다를 바 없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제표를 개선해온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진정 공익성을 이유로 KTX의 민영화를 반대한다면, 노동자의 죽음에 원인제공을 한 코레일 자체의 非공익적 체계에 대한 반성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꼼수다’ 8회 방송을 듣던 중에

그 유명한 ‘나는 꼼수다’를 몽땅 다운받아 몰아 듣고 있다. 김어준, 정봉주, 김용민이라는 세 명의 구라쟁이들이 기존 미디어에서는 쓸 수 없는 표현들을 써가며 세상이야기를 풀어내니까, 마치 해적방송을 듣는 듯한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 이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정봉주 “17대 국회의원”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의정활동을 통해 알게 된 여러 가지 상세한 이면의 사실들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단연 돋보인다. 김어준 씨도, 잘 몰랐는데 의외로 식견이나 아는 내용들이 많아 꽤 놀랐다.

지금 8회를 듣고 있는 중인데, 이 회에서 등장한 주진우 시사IN 기자도 걸작이다. 맥아리없는 목소리로 “에리카 누나~ 에리카 누나”해가며 능청스럽게 말하는 솜씨가 일품인데, 이전 7회 동안 다져진 세 명의 개그장벽을 간단히 허물어뜨리고 단박에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8회 방송에서 우선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 바로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고 – 이 방송에서 주제로 삼았던 ‘인천국제공항’의 인수주체로 거론되고 있는 맥쿼리에 관한 그의 언급에 관해서다.

우선 주 기자는 맥쿼리가 천안-논산 고속도로, 마창대교 등 “정부기간산업망에 지분을 투자”했다는 사실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사업에서 그들이 어떻게 수입을 창출하는지 거론하면서 실제로는 “수익을 내는 고속도로가 거의 없지만 이면계약으로 일정 정도 수입을 보장”받는다고 표현한 부분에서 오류가 있다. 이 부분에서 정봉주 씨가 치고 들어오며 “이면계약이 아니라 단서조항이죠”라고 말하는데, 이는 정봉주 씨가 잘 지적하였다. 정부가 수입을 보장해주고 있는 것은 “이면계약”이 아니다.

정봉주 씨의 말대로 맥쿼리가 지분을 투자하고 있는 그 사업들의 수입을 정부로부터 일정 부분 보전 받는 것은 맥쿼리와 – 정확하게는 그들이 투자한 특수목적법인 – 정부 간에 정식으로 체결한 실시협약에 담겨져 있는 조항이다. 이를 그 업계에서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 Minimum Revenue Guarantee)이라고 표현한다. 이 부분을 굳이 지적하는 이유는 앞서의 글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시나리오의 재구성>에서 지적했다시피 사물을 관찰함에 있어 시스템의 일반원리와 비리는 구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정식으로 MRG를 보장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이면계약”을 통해 챙겨주고 있다고 말하는 것에는 차이가 크다. 하나는 합법이고 또 하나는 불법이다. 예로 우리가 어떤 투자자의 수익을 부당하다고 여기면서 그것의 불법성을 지적할 때, 그 반대진영에서 ‘그 수익이 합법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게 되면 그 투쟁동력은 급격히 사그라질 것이다. 사실관계는 그만큼 중요하다. 그리고 합법적인 자본주의 시스템과 그 안에서의 비리를 구분해야 한다는 원칙은 인천국제공항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이 정부가 친인척 이권을 위해 꼼수를 동원해 알짜배기 공기업을 먹어치우는 비리를 저지한다고 해서 모든 모순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인천국제공항 민영화가 MB정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이야기도 아니고, 차기 정부에서도 여전히 재정위기 해소 또는 공기업 혁신 등을 명분으로 한 민영화 이슈는 계속 제기될 것이고, 민영화 로드맵이 폐기된다 할지라도 공기업의 “공익(public interest)”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은 여전히 남는다. “이면계약”을 찾아내는 것만큼 “단서조항”의 원리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p.s. MRG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전에 쓴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오해(?) 하나>와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오해(?) 하나[보론]>을 참고하시라.

국가재정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알아도 별 관심 없었던 몇 가지

국회예산정책처는 국회의 재정통제기능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2004년부터 ‘대한민국 재정’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특히 2010년 대한민국 재정은 이력추적이 가능하도록 분야별 예산현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분석한 최초의 ‘확정예산 분석서’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읽던 중 흥미로운 사항을 발췌하여 보았다. 참고하시길.

관리대상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재정수지로서, 재정건전성을 보다 정확히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 사용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보장성기금은 장기적으로 상당한 재정문제를 낳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는 통합재정수지의 흑자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는 아직 연금수급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있는데 반해 보험료 수입은 누적됨으로써 큰 폭의 흑자가 발생되고 있기 때문이다.[p29]

즉, 통합재정수지의 적자규모는 2.0조원(GDP대비 0.2%)에 불과하지만 관리대상수지는 30.1조원 적자, GDP대비로는 2.7%에 달한다. 참여정부 이래 국민연금의 재정악화가 우려된다며 지속적으로 그 틀을 바꾸려 하고 있는데, 적어도 현재까지는 위와 같이 막대한 흑자를 기록하여 오히려 재정수지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GDP대비 국가채무는 2002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그 증가속도는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07~2010년 중 24.9% 상승하였으며, 이러한 증가속도는 G-20국가들 중 여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향후 세수증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복지지출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재정수지 및 국가채무 전망은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2009년 유례없는 대규모 추경으로 큰 폭의 적자국채를 발행함에 따라 국가채무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pp 39~40]

우리나라의 GDP대비 국가채무는 2010년 현재 36.1%로 다른 나라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상승속도인데 인용한 바와 같이 매우 빠른 속도로 채무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어쨌든 국가채무가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두고 다른 나라에 비해 양호하다는 사실에 그리 안심할 상황도 아니다. 향후 경직성 예산의 증가, 통일비용 등을 감안할 때에는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2010년도 SOC관련 예산 중 도로, 철도, 해운, 항만 분야의 경우 전년에 비해 예산이 감소하여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편성되었다. 그러나 수자원, 물류 등 기타, 지역 및 도시, 산업단지의 2010년도 예산은 계속적인 투자 필요성으로 인해 오히려 증액 편성되었다. 특히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의 하천정비관련 사업이 속한 수자원 분야의 예산은 전년대비 2조2,642억원이 증액된 5조 1,076억원이 편성되어 가장 큰 폭으로 증가를 보였다.[p 94]

현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2009년 10월 2일 정부는 2010년도 국가하천정비 사업(4대강 살리기 사업 포함)예산안을 구체적인 사업내역 없이 포괄적으로 편성하여 국회에 제출하였다. 국회의 예산심사 과정에서 국가하천정비 사업(4대강 살리기 사업 포함)의 포괄적인 예산안 편성의 적정예산에 대한 검토를 어렵게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중략] 수자원공사는 2008년 현재 부채비율 28.3%로 4대강 살리기 사업 투자 관련 금융비용 전액을 정부가 지원하더라도 사업이 종료되는 2012년에는 부채비율이 138.5%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pp 133~134]

문제는 이러한 사업이 단순히 재정을 통해서만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수자원공사라는 국가기업까지 함께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의 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공기업의 역할’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국가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국가가 공기업을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 — 처음에 구체적인 사업내역도 없이 제출한 예산안은 결국 사후에 국토해양부에 의해 일부 구체적 내역이 보완되었다 한다 — 에 끌어들이려는 유혹은 상존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자칫 그러한 시도는 공기업의 부실로 이어진다.

2009년 정부가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SOC분야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게 되자 국회의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SOC투자에 따른 일자리 창출효과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정부는 건설업의 고용유발계수(14.8)가 서비스업(12.6)에 비해 커 SOC에 대한 투자는 고용효과가 크다고 하였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SOC는 주로 토목사업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이에 해당하는 토목 및 특수건설(14.1)의 고용유발계수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서비스업 중 교육서비스(20.4)나 사회복지사업(29.3)의 경우 건설업에 비해 고용효과가 더 크다고 논의된 바 있다.[p 141]

적절한 지적이다. 고용유발효과를 빌미로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논리는 이전에도 무수히 있어왔지만, 바로 그러한 이유로 건설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시도는 수치상의 GDP 수치만 올리려는 시도인 동시에 산업구조의 후진성만을 반복할 뿐이다. 또한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그 사실 여부마저 분명치 않은 것이다.

건강보험은 정부가 운영하는 8종의 사회보험 중 가장 지출규모가 크고 재정지원액수가 많지만, 현행 재정제도에서는 국회가 건강보험에 대한 예산, 결산 심사를 할 수 없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 수입과 지출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 하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체회계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타 사회보험 재정이 기금으로 운용되면서, 통합재정에 포함되고 국회의 심의, 의결을 거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은 여타 사회보험에 비해 재정당국과 국회의 통제가 미약하므로 적자발생 등의 재정건전성 악화문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p 185]

건강보험이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는데 매우 놀랍다.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상황은 그 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2010년 하수도사업 예산안이 지역별 실제 하수도 보급현황을 반영하지 못한 주요 원인은 하수도사업 중 국가시책으로 추진되는 ‘4대강 살리기사업’의 직접연계사업인 하수처리확충사업, 하수관거정비사업, 댐상류하수도시설설치사업, 농어촌마을하수도정비사업, 면단위하수처리장설치사업에 대한 국고지원이 특정지역에 집중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전체 하수도사업비의 88.7%를 차지하는 이들 5개 직접연계사업에 대한 국고지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 대상지역에 집중 투자될 계획이었던 바, 이로 인하여 4대강 살리기사업 대상권역에 위치한 대구, 광주, 대전 등의 하수도사업 국고지원은 전년 대비 대폭 증액이 예정되고, 반대로 4대강 살리기사업의 영향을 적게 받는 제주와 전북 등의 지역에 있어서는 감액 지원이 이루어질 계획이었다.[p 214]

결국 일부 예산조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현 정부가 얼마나 4대강 사업에 매달리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경찰청 소관 일반회계의 불법집회시위 홍보체계 구축사업은 시위 장면에 대한 촬영, 편집 장비를 도입하여 불법집회시위상황을 촬영, 경찰청 홈페이지를 비롯한 주요 인터넷매체에 게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집회시위에 대한 실상을 홍보하려는 것으로 2010년도 예산안에 신규로 8억 7,360만원이 편성되었으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5억 8,240만원이 삭감된 2억 9,120만원으로 확정되었다.

참 할말이 없다.
한편, 최근 5년간 재해 원인별 피해현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의 가장 큰 피해의 원인이 되는 것은 호우로 인한 것인데, 정부는 호우로 인한 피해예방을 위하여 하천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하천의 현황을 살펴보면, 국가하천, 지방하천, 소하천 중 소하천의 총연장이 35,815km로 가장 길고, 정비율은 38.9%로 가장 저조하다. [중략] 총 하천 피해액 1조 8,052억원 중 소하천에서 발생한 피해액이 7,937억원으로 44.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하천정비 예산의 하천등급별 투입규모를 살펴보면, 소하천에 대한 예산투자는 전체 하천정비 예산의 5.8%에 불과하다.[pp 256~257]

일전의 공중파 방송에서도 한번 지적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바로 4대강 사업의 명분 중 하나인 ‘홍수대비’가 허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려주는 서술이다. 홍수로 인한 피해가 제일 큰 곳은 바로 소하천이다.

부처별 편성현황을 살펴보면,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가 4,837억원으로 전 부처 특수활동비의 56%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방부(1,632억원), 경찰청(1,250억원), 대통령(271억원), 법무부(260억원) 등의 순으로 규모가 크며, 이들 5개 부처의 특수활동비가 전체 특수활동비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편성 단계에서 세부내역 없이 총액으로 편성될 뿐만 아니라, 집행이 이뤄진 이후에도 집행내역이 공개되지 않고 있어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저해하는 문제가 있다. [중략] 한편, 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는 G20 경호 명목으로 21억원이 증액되었다.[p 273]

G20 경호 명목이면 20억원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물론 농담~)

이에 따라 기존에 지원된 사업들을 살펴보면, 박정희 전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총208억원이 지원되었고, 김대중 전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총 60억원이 지원되었다. 참고로, 박정희 전대통령 기념관 건립사업은 사업추진이 부진하고, 국고보조금으로 충당되는 부분 외의 경비를 조달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2005년에 보조금 교부결정이 취소되었으나, 기념사업회가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2008년 1월에 최종적으로 정부가 패소하여 현재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가 잔여 국고보조금 174억원을 보유하고 있다.[p 278]

이건 예전에 어떤 정당에 몸담았던 시절 반대운동을 하러 다녀서 감회가 새로워 옮겨 적어봤다. 정부가 패소했고 기념사업회가 208억원을 날로 먹었다니 놀랍다.

2009년 경제위기 조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방채무가 급증하고 있다. 2009년 지방채 발행액은 약8조원 전망(2월말 결산 후 확정)되고 있는데, 지방채 잔액은 2006년 17.4조원, 2007년 18.0조원, 2008년 19.2조원, 2009년 25.9조원으로 전망되고 있어서 2008년 이후 지방채무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중략] 현재 제도상 지방재정관리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자치단체별 재정운용 상황을 정기적으로 분석공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있다.[pp 304~305]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는 망하지 않는다. 그러니 거칠 것이 없다. 그래서 수천억짜리 청사를 짓곤 한다. 좀더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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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중도 실용주의’ 노선?

박 대통령이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주재하는 회의 중의 하나가 내각 기획조정실의 국가기본운영회계에 대한 분기별 심사분석회의이다. 내각 기획조정실은 국무총리 직속기관으로 행정부 또는 국무총리 소속 여러 기관의 장기, 중기, 단기 기획의 조정 및 예산편성의 기준인 행정부기본운영계획의 목표와 방침을 결정하고 조정하는 기능을 담당하였다.[중략]
3개월마다 하는 심사분석 보고에는 국영기업체도 심사분석 대상에 포함되었으며 배석하고 있는 평가교수들의 평가비평도 받았다. 한국 경제는 민간 사기업체제이지만 민간자본이 약하여 1960~1970년대를 통해 볼 때, 의회민주주의이면서도 사회주의적 경제체제를 가지고 있던 인도만큼 산업자산 중 공공기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중략]
경제학에서나 경영학에서 비능률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공기업, 즉 국영기업이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주요사업의 분기별 심사분석’의 엄격한 심사분석 덕분으로 능률을 올릴 수밖에 없었고, 다른 나라의 경우에 비해서도 비교적 효율적으로 운영되었다.[아 박정희, 김정렴 지음, 중앙M&B, 1997년, p102]

반공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박정희 정권이 실상은 소위 생산수단의 국유화를 지향하던 현실 사회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국가주도의 자원동원 체제에 경도해있었음을 알려주는 증언이다. 저자 김정렴은 박 정권 시절 재무부 장관과 비서실장을 역임한 인물이니 서술내용이나 당시 상황에 대한 그의 분석의 신뢰도는 매우 높다.

인용문을 간단히 요약해보면 박 정권은 ‘약한 민간자본 ->  국영기업 설립 -> 엄격한 심사분석 -> 효율성 증대’라는 실질적으로 사회주의 계획경제나 다름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현실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이, 특히 트로츠키 진영의 경우 과거 사회주의 블록을 “국가자본주의 체제”나 다름없다고 비아냥거렸는데 박 정권에게도 해당되는 소리다.

실제로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CEO나 다름없다. 인용한 행태는 일반 사기업에서와 똑같은 모습이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시장을 저해하는 계획경제를 혐오하지만 사실은 사기업 단위에서는 완연한 ‘계획경제’ 체제다. 그리고 박정희는 그러한 계획경제를 사기업이 약한 시절 스스로 계획경제를 주도하는 CEO역할을 한 것이다.

한편 이러한 유사 사회주의적 성향을 보였던 – 그것도 반공을 국시로 내세우면서 –  나라가 우리나라 뿐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전후 신생 자본주의 국가는 앞서 인용문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민간자본이 약했기 때문에 – 즉 본원적 축적이 없었기에 – 상당수 국가 동원 체제를 통하여 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러한 행태가 그 행동주체들이 ‘현실 사회주의’나 ‘계획경제’ 체제를 궁극적 지향점으로 상정하고 취한 행동은 아니다. 장하준 교수의 말마따나 자본주의 체제의 “공기업은 자본주의의 폐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본주의적 발전의 시동을 걸기 위해 사용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요즘 누가 유행시키려 하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 쯤 되겠다.

여하튼 신자유주의 시대에 접어들며 이른바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도모한다는 취지하에 수많은 공기업이 민영화되었다. 공기업은 비효율과 낭비의 온상으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그런 마타도어도 금융위기를 맞아 별로 호소력 있게 들리지는 않는다. 완전한 사기업 AIG나 RBS가 상상을 초월한 ‘낭비’를 일삼다가 국유화된 세상이 왔으니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공기업의 역할

최근 내 관심을 끄는 두 가지 사건은 모두 공기업과 관련이 있다. 4대강 정비 사업에서의 수자원공사의 참여, 코레일의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시설 매입이 그것이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정부가 수행하고자 하는 사업을 자신의 돈을 들이지 않고 공기업을 끌어들여 수행하려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렇게 공기업을 끌어들이려는 것은 마치 민간이 특정사업 수행에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여 off-balance sheet(설명 보기) 효과를 노리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에서다.

즉, 4대강 정비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이나 부실화된 인천공항철도를 정부가 직접 매입하게 되면 정부의 대차대조표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게 된다. 그러므로 형식상 정부의 재정악화와는 크게 관계없는 공기업들이 이러한 일들을 거듬으로써 현재의 재정악화 없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사기업이 앞서 말한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통해 사업의 재무제표를 본사의 재무제표와 절연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우선 수자원공사의 4대강 정비사업 참여의 경우를 들여다보자.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사업에 소요되는 국토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수자원공사(이후 수공)가 부담키로 함에 따라 수공이 사업 시행자로 참여해 4대강 하천 주변을 직접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개발 우선권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수공의 투자와 역할이 큰 사업인 만큼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4대강 본예산 15조4000억원 중 정부가 7조4000억원, 수공이 8조원을 충당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수공의 4대강 사업 참여 및 하천 개발권 부여 등은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는 없던 내용이다.[4대강 결국 ‘개발사업’ 변질]

정부는 지금 막대한 재정지출 – 호기롭게 4대강 정비, 복지지출, SOC지출을 모두 소화해내겠단다 – 과 감세라는 한 열댓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큰 소리치고 있다. 하지만 무슨 신통한 재주가 없는 한은 결국 그것은 불가능한 약속이다. 그러하기에 4대강 본예산의 반절이 넘는 돈을 수공에게 부담시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공기업이라도 정부가 하는 것처럼 반대급부 없는 사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수공에게 하천 개발권을 부여하겠다고 한 점이다. 하천 개발의 성공여부는 알 수 없는 노릇이고 해당 기사에도 지적하듯이 땅값 상승 등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엉성한 사업계획 및 집행으로 박살이 난 경우가 바로 – 비록 민간투자사업이지만 – 인천공항철도 사업이다. 이 사업은 허다한 수요예측 실패 사례 중에서도 전범으로 남을만한 데, 당초 수요예측 대비 7%의 처참한 운영현황을 보이고 있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향후 막대한 재정보조가 예상되자 정부는 해당사업을 매입하기로 하고 이를 코레일에 떠넘긴 것이다. 수공사업이 사업의 타당성 여부가 불투명함에도 일단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다면 이 경우는 향후 막대한 적자가 기정사실화된 사업의 폭탄처리 역할이라는 점에서 더 안쓰럽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철도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2039년까지 13조8000억원의 세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계약으로 부담을 6조7000억원 이하로 낮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하게 되면 정부와 코레일은 재계약을 맺어 투자수익률을 조정하는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그러나 인천공항철도 인수로 코레일의 경영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매입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데다 최근 수익개선 사업으로 추진중인 용산역세권 개발 등이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인천공항철도, 1조2045억에 팔려]

위 기사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세금부담을 13조8000억원에서 6조7000억원으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숫자의 마술은 정부가 코레일이 해당 시설을 인수할 경우 민간사업자와 맺은 실시협상 상의 투자수익률을 낮추겠다는 의미다. 현재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의 의미를 지닌 약정수익률이 민간기업의 요구수준인데, 공기업인 코레일이 인수할 경우 조달비용이나 신용등급 등을 고려할 때에 더욱 낮출 수 있으므로 이를 낮춰 결과적으로 미래에 보전해줘야 할 돈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은행대출을 받았는데 6%금리 대출을 4%대출로 전환하면 지급이자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과연 단순히 부실사업이 민간에서 정부투자기관으로 말갈아탄 것만으로 그러한 절감효과가 있다면 애초에 인천공항철도를 코레일이 추진하는 것이 옳지 않았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 정부조달비용이 민간조달비용보다 싸니 말이다. 이는 이미 코레일의 인천공항철도 인수를 위해 채권을 발행하여야 한다는 위 기사에서 답이 나와 있다. 그들 역시 기존에 부채가 쌓여있는데다 신규로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부실기업이다. 부실기업에 부실사업을 떠넘기고 조달비용이 국가등급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담이 줄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두 사업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공기업이 가지는 위상과 그 활용에 있어서의 우리가 주의해야할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공기업들은 정부 혹은 정치가의 정치적 의도에 휘말릴 소지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이윤추구를 절대 진리로 하는 것도 아니고 소위 말하는 공익 추구도 아닌, 이번처럼 정부의 실패를 떠안는 창고로 전락하고 마는 경우다. 아무리 정부투자기관이라고는 하지만 조 단위의 막대한 사업의 사업권을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으로 허술하게 결정해도 되는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다. 수공이나 코레일 자신에게도 이러한 사업수행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규모의 엄청난 의사결정인 것이다.

둘째, 그럼에도 그러한 부실이 정부 수준의 신용등급이라는 특수한 지위로 포장된다는 점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재정자립도 낮은 지방자치단체, 심지어 그들의 지분이 투입된 지방개발공사마저 단지 정부(투자)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최상의 신용등급을 받는 특수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이러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사업진행의 유혹에 빠질 개연성은 더 크다. 이번 금융위기의 진원지 중 하나가 신용평가사의 ‘묻지마’ 등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위험은 더욱 크다.

대안은 결국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사업수행에서의 철저한 타당성 검증과 적법하고 순리적인 의사결정이다. 그 타당성 검증은 사회적 효용과 경제적 효용이 공존하는 객관적 절차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고, 의사결정은 내,외압에 휘둘리지 않는 공정한 의사결정단위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번 수공과 코레일의 사업 참여를 들여다보면 그 위험성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또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민간부문의 대안으로 정부부문의 역할을 주장하는 일종의 케인즈식(?) 해법이 과연 옳은 대안인가 하는 물음을 남기는 사례이기도 하다.

공기업은 이윤을 내면 안 된다?

지난번 “美모기지 시장의 두 거인, 법정관리 임박?” 에서 나는 오바마의 프레디맥/패니메에 관한 발언을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논평한바 있다.

언뜻 명쾌한 논리인 것처럼 보이나 실은 수익성 사업을 영위하는 공기업은 꽤 많으며, 아무리 자유방임을 표방하는 정부일지라도  시장을 크게 교란시킬 정도 파괴력을 가진 대마(大馬)를 어떤 식으로든 그대로 방치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교조적(?)이거나 단순하거나 또는 순진한 발언으로 느껴진다.

다음은 인용했던 오바마의 발언

민주당의 대권후보 오바마 의원은 그 회사들이 “기묘하게 섞여 있다”고 말하면서 “만약 그들이 공기업이라면 이윤을 내는 사업을 하면 안 되었고, 만약 그들이 사기업이라면 우리는 그들을 구제해주지 않아야 한다.”
Sen. Barack Obama, the Democratic nominee, has said the companies are a “weird blend” and that “if these are public entities, then they’ve got to get out of the profit-making business, and if they’re private entities, then we don’t bail them out.”

이 글에 대해 친절한 답변 남겨주셨던 Inigo님은 다음과 같이 언급하셨다.

전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공기업은 ‘경제적’ 이익을 거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때때로 ‘회계적’ 손실을 보는 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구요(KBS).

이상에서 다음과 같이 간단히 두 가지 기본적인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1) 공기업은 이윤을 내는 사업을 하면 안 된다.(Inigo님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고 전제함)
2) 사기업은 구제해주면 안된다.

이는 비단 오바마뿐만 아니라 거리를 오가는 일반적인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재벌이 망쳐놓은 부실기업에 수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꼴을 묵묵히 봐야만 했던 우리나라 서민들은 2번 생각에 상당수가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간결하고 깔끔한 표현으로 명성이 높은 오바마이니만큼 그의 발언의 한 부분을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이렇게 뚝 떼어내어 그를 평가하는 것은 그에게는 억울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비단 이 발언을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비단 오바마의 경제에 대한 무지를 탓하고자 함이 아니라 그의 발언을 계기로 일반화되어 있는 위와 같은 두 가지 생각을 다시 반추해보고자 함이다. 오바마씨 이해하세요~

공기업은 이윤을 내는 사업을 하면 안 된다

모르긴 몰라도 자본주의 내에서 국가의 공공적 역할을 지지하는 체제내 좌파들도 상당히 동조할 발언이 아닐까 싶다. 공기업(그가 영어로 표현하길 public entities)의 정의에 대해 우선 한번 돌아보자.

사기업(私企業)과 대조적인 기업 형태이다. 공기업의 목적에 관해서는 ① 공기업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적 기업(私的企業)과 똑같이 이윤추구를 직접 목적으로 한다는 설(說)과, ② 공기업의 직접적인 목적은 이윤이 아니라 생산이나 서비스에 있다는 설이 있다. 대체로 ②의 설이 통설(通說)로 되어 있으나,[하략]

이 정의가 맘에 든다. 어떤 공공적 기능이니 뭐니 하는 잔가지붙이지 않고 간단하게 “사기업과 대조적인 기업 형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공기업은 사기업의 형태를 띰으로서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재화나 용역에 대해 공공이 소유하는 형태를 띤다. 이때 소유의 주체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연기금이나 각종 국가투자기관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정의를 염두에 두고 공기업의 역할을 되돌아보자. 오바마는 공기업이 “이윤을 내는 사업을 하면 안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상당히 다르다. 사실은 자본주의 발달 단계에서 수많은 이윤창출기업이 공기업의 형태를 띠었다. 이는 시급히 육성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유치산업에 대해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보조와 지원을 유지하여야 할 필요성에 의해서였다. 이는 ‘시장의 실패’로 말미암아 불가피하게 국가가 공급하여야 했던, 그리고 Inigo님의 의견처럼 회계적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이른바 사회간접자본(infrastructure) 등 공공서비스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주1)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을 보면 이러한 공기업의 역사를 상술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포항제철을 비롯하여 싱가포르의 싱가포르항공, 프랑스의 르노, 독일의 폭스바겐,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 등 전 세계에서 (이윤을 엄청나게 창출하는) 수많은 일류 기업들이 공기업이거나 공기업이었다. 다만 이 중 여러 기업들은 1980년대 신자유주의의 맹공에 따라 민간에 매각되기도 했다.

이쯤에서 왜 자본주의 국가는 ‘시장의 효율’대신 공기업을 선택했는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장하준 교수는 경제적 상황과 기술의 격차가 현저한 국가들 사이에서 자유무역 또는 시장의 자유를 통한 경쟁을 부르짖는 것은 미취학 아동이 경쟁력을 갖게끔 학교도 보내지 말고 바로 일터로 보내 일을 시키자는 주장과 진배없는 논리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근대화에 성공한) 대다수의 국가들은 경제발전기에 유치산업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

결정적으로 이러한 유치산업 육성론의 이론과 실천을 다진 나라는 – 꼭 공기업의 형태는 취하지 않더라도 – 오늘 날 예외 없는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영국과 미국이다. 영국은 18세기 무렵 자국의 면직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고율의 관세, 수입조건 제한 등 보호무역을 강화하였을 뿐 아니라 노예무역을 통한 노동인력 충원, 군사력을 동원한 시장의 개척 등 무차별적이고 폭력적으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였다. 그리고 유치산업이란 표현은 미국의 초대 재무부 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작품이다.

요컨대 “이윤을 내는 공기업”은 자본주의 역사에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강국이었던 미국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나라들이 강대국의 일정정도의 용인 하에 자국의 산업을 일정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였고 그 핵심적인 거시 전략은 수입대체 전략/수출지향 공업화 전략 등이었고 그 플레이어들은 자본과 기술의 축적이 일천한 민간기업의 경쟁력을 능가하는 공기업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공기업들이 ‘이윤을 내지 않으면’ 그냥 망하는 것이다.

이제 다시 왜 공기업은 이윤을 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이는 위에서 잠깐 언급한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선입견이다. 즉 자본주의 사회일지라도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으로 인해 시장이 적절하게 제공할 수 없는 도로, 통신, 국방, 의료, 치안과 같은 공공서비스는 국가에 의해 제공되었다. 이중 일부는 국가기구 그 자체이기도 했지만 일부는 공기업의 형태를 띤다. 요즘 들어 공기업화된 통신, 철도, 체신 등이 대표적인 예였다.

그리고 이들 기업들은 실제로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수요(demand)’가 아닌 ‘소요(needs)’에 부응하는(주2)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이를 통해 지불능력이 없는 저소득층들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임금이 형편없이 낮아도 국가에서 의료보험을 제공하기에 그나마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서비스를 민영화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겠다는 것에 요즘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공기업의 이윤창출 불가론의 정서다.

그 정서에 공감하는 한편으로 그 이면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에서의 공공서비스는 – 공기업의 의한 것도 마찬가지거니와 – 소위 복지의 실현이라는 국가목표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자본주의 사기업이 임금수준을 낮게 유지하여 이윤을 초과 창출할 수 있게 만드는 기제기도 하다. 국가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라.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임금으로 건강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하거나 반항하였을 것이다. 그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위협이다. 모든 것은 사적(私的) 시장에 맡기자는 이에게 그럼 너희가 주는 임금에 노동자들의 의료비용도 포함시키라고 주문한다면 질색을 할 것이다. “그런 것은 국가가 알아서 해줘야지!” 하면서 말이다.(주3)

또 다른 방식으로 공공서비스는 사기업에 봉사한다. 통신, 체신 등의 낮은 비용은 저소득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다. 사기업 역시 이들 싼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원가를 절감한다. 특히 기업이 이용하는 공공서비스는 오히려 더욱 싸다. 전력요금은 산업용이 더 싸다. 철도 역시 마찬가지다. 철도가 적자라고 해서 몇 해 전 살펴본 바에 따르면 여객운송 부문은 흑자였는데 화물수송 부문이 적자였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잘 알 것이다.

요컨대 자본주의 국가에서 제공되는 공공서비스는 그것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꼭 지켜내야 할 지고지순한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이라고 신성화하는 것도 또 하나의 편견이다.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논리 중 하나인 ‘수익자부담원칙(polluter pay principle)’이 완전 헛소리만은 아니다. 시장가격보다 낮게 책정된 공공서비스 요금에는 분명 누군가 ‘무임승차자(free rider)’가 있게 마련이다. 가장 어처구니없는 무임승차자가 바로 사기업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2) 사기업은 구제해주면 안된다.”에 대해서는 쓰다 지쳐서 다음에 이야기하겠다.(sooner or later or forever)

 

(주1) 바로 이러한 성격의 공기업이 일반인이 생각하는 이윤을 내서는 안 되는 공기업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주2) 수요는 willing to pay, 즉 시장가격을 주고라도 서비스를 제공받을 용의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소요는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하나 지불능력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주3) 같은 이치로 공공적 성격이 강한 부동산 역시 산업경쟁력을 위해 가격을 적정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것이 국가의 이해관계이기도 하다. 바로 그러한 취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또한 전세값이나 집값이 오르게 되면 이것이 근로자의 임금인상 요구로 이어져 경제의 경쟁력 저하요인이 되는 등 그 부작용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 가운데 하나로 삼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코자 하는 것입니다.”라고 발언하였다.(관련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