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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거대 미디어 제국을 꿈꾸는가

방통위 ‘대기업·신문 방송진출 허용’ 수용키로”란 기사에 말보태기도 귀찮고 예전에 쓴 글이나 재탕한다. 2007년 11월 15일 작성한 글이다. 빌어먹을 놈들..

11월 15일자 조선일보를 보자.

2면에 보면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공중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에 관한 기사가 비중 있게 실려 있다. 방송위원회에서 열린 공청회를 비판하는 기사다. 이미 표결을 통해 결정된 사안을 가지고 공청회를 하는 방송위원회를 질타하는 내용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기사 바로 아래 딸린 기사였다.

“美, 신문, 방송 교차소유 확대”라는 제목의 기사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현재 미국에서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동일한 지역에서의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cross-ownership)”를 허용할 예정이라는 내용이다. 그동안 법으로 교차 소유를 금지한 사유는 미디어 독점을 막기 위해서였다. 허용하고자 하는 이유는 “언론사들이 경비 절감 등을 통해 지역의 뉴스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다.

조선일보는 다시 미디어 섹션에서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서 “신문, 방송 겸영 통해 뉴스품질 높여야”라는 기사로 이 소식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기사에는 미국의 미디어 업계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교차 소유를 긍정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국내 환경을 이에 비교하고 있는데 기사에 따르면 “신문사는 각종 규제법규에 의해 팔다리가 꽁꽁 묶인 상태”라고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두 유력 대선후보의 ‘교차소유’에 대한 입장이 긍정적임을 전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후보는 “매체 간 교차소유는 기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재밌는 사실은 FCC의 교차소유 허용은 아직 표결도 들어가지 않았고 해당 기사들은 오로지 FCC의 회장 케빈 마틴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틴 회장은 교차소유 안건이 다음달 18일 FCC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FCC 위원들 중 공화당 추천인사가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한 것뿐이다. 결국 그러한 내용을 이렇게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보도하는 것은 뭔가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한다.

요컨대 이러한 무리한 기사와 기사의 배치로 보건데 조선일보는 방송위의 중간광고 허용결정을 신문의 향후 위상 제고에 활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사실 마틴 의장의 이러한 제안은 사실 광고수입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문업계가 방송사 소유를 통해 수익성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조선일보는 뉴스의 품질을 말하고 있으나 실은 그들이 비판하는 지상파의 중간광고 허용만큼이나 경제적 이익에 목말라 있을 뿐이다.

그동안 신문, 방송 겸영 사안은 한나라당이 이종매체간의 교차소유를 허용하는 신문법 개정 법안을 제출했는가 하면 조선일보가 신문법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보수세력과 신문사의 지속적이고 주요한 현안과제였다. 이들이 이러한 주장을 하는 디딤판이 위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바로 ‘선진국’ 미국의 언론환경의 변화다.

미국에서 신문, 방송의 교차소유가 허용될 경우 국내 언론환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테고 여하한의 경우 국내에서도 교차소유가 허용되면 공중파 방송국에 신문사가 대주주로 참여하여 거대한 미디어 제국을 건설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계산이다. 그리고 해당 기사들은 그러한 분위기를 유도하려는 일종의 낚시 기사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에서 신문이 방송을 소유하거나 또는 방송이 신문을 소유하는 것이 조선일보가 말 한대로 “뉴스품질”이 높아지는 좋기만 한 일일까?  신문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 시장은 소위 조중동 3개 사가 전체 시장의 70%를 점하고 있고, 방송의 경우 지상파 방송이 전국 가시청 가구 점유율이 50%를 훨씬 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언론환경은 어느 나라 못지않은 독과점 시장이다. 이런 상태에서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허용한다면 엄청난 미디어제국이 탄생하는 것이다.

어쨌든 현재까지도 미국을 비롯한 유럽각국은 언론독점의 심각한 폐해를 잘 알고 있기에 신문, 방송 겸영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FCC의 이번 규제완화 시도는 2003년에도 있었다. FCC는 지난 2003년에도 규제완화 법안을 내놓고 표결에서 이를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미국 항소법원이 이 법안에 대해 무효판결을 내림에 따라 FCC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그만큼 언론에 대한 규제완화 사안은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고 중대한 사안임을 알 수 있다.

지상파의 중간광고에는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신랄한 비난을 해대는 한편으로, 신문사의 방송사 소유와 경영에 대해서는 뉴스의 품질을 높이는 시도로 칭송하는 모습이 현재 우리 언론의 상황이다.

관련글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1/15/2007111500091.html
http://www.kpf.or.kr/public/public_paper_02_viewdetail.php?txtId=20030801C001003
http://www.kpf.or.kr/datas/pdsindex/simimg/200702061422468.pdf
http://www.ccdm.or.kr/board2/board_read.asp?bbsid=declar_01&b_num=31148&page=8

이번 대선은 자본이 집권하는 선거

어쩌면 이번 대선은 일개 정당, 또는 일개 정치인이 정치권력을 잡는 선거가 아닌 자본권력이 실질적으로 정치권력까지 접수하는 선거일지도 모른다. 과거의 경우 정치권력이 자본권력을 종속시킨 상태에서의 정경유착이 이루어졌거나 혹은 일단 자본과 독립적인 제스처를 취하다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자본권력과 친해지는 양상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력 대선후보와 다수당이 그 어느 때보다 자본, 특히 재벌과 독점언론의 이해관계를 노골적으로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은행소유

일차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금산분리 철폐’가 있다. 한나라당에서 떨어져 나와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이회창 후보는 홈페이지에 정책 올릴 시간이 없어 아예 깨끗이 비워두었기에 그의 정책이 이명박 후보 혹은 한나라당의 정책과 같다고 간주할 때 50%를 훨씬 웃도는 후보들이 자본의 은행지배를 허락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의원의 폭로덕분에 우리는 이 정책이 삼성이 핵심적인 이해당사자임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최근 이명박 후보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민영화까지 거론하였다. 이는 실질적으로 국가가 고유의 금융정책 집행수단을 포기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며, 국가경제의 동맥이라 할 수 있는 금융기능을 마비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이후보는 13일 중소기업중앙회 초청 강연 자료에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민영화함으로써 20조~30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중소기업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중소기업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하는 전형적인 물타기다. 그는 또 국책은행의 인수주체를 국민연금이나 중소기업의 컨소시엄을 지목하고 대기업을 차별하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했는데 인수규모로 봐서도 비현실적일뿐더러 정녕 그가 이런 계획이라면 현행 은행법 체제에서도 얼마든지 추진이 가능한 사안이므로 이를 금산분리와 연계시킬 이유가 없다.

신문의 미디어 제국화

또 하나 노골적인 편들기 정책은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신문언론이 사활을 걸고 있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혹은 교차소유 허용’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지난해에도 방송개혁이랍시고 공영방송의 민영화와 신문의 방송소유를 골자로 하는 각종 법안을 계속 상정하고 있던 상황이다. 이명박 후보는 이 역시 허용할 방침이라고 선언하였다. 더불어 최근 앞서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민영화와 함께 강력한 공기업 민영화 방침을 밝혀 지상파 방송의 민영화 방침을 밝힌 셈이 되었다.

문제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내지는 교차소유가 조중동이라는 3대 신문사가 신문시장의 70%를, 지상파 방송이 방송시장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독과점 구조를 더욱 강고하게 만들어 이 나라에 거대한 미디어 제국이 탄생함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곧 한 개의 미디어 기업이 생산해내는 뉴스를 신문, 방송, 라디오, 인터넷 등 모든 매체에서 귀가 따갑도록 접하게 되는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국토를 파헤칠 운하건설

이와 더불어 이미 끊임없이 그 타당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애물단지 ‘경부운하’가 있다. 운하를 파는 목적도 바뀌고 그 사업성도 바뀌고 뭐 하나 온전하게 그 실체가 밝혀진 것이 없는 경부운하는 이제 이름과 그 추진방식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추진방식은 민간투자사업으로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예산을 절감하겠다고 한다. 신공항철도를 보면 잘 알겠지만 민간투자사업은 거저먹는 사업이 아니다. 시설의 건설비에 운영비까지 합쳐 일정 수익률로 매년 민간에게 지불하여야 하는 사업이다. 그 채무는 현 세대 뿐 아니라 미래세대까지 짊어지게 될 것이다.

서민복지에는?

반면 그의 홈페이지에 쌓여있는 각종 선심성 복지공약에 대해서는 그 실천의지가 의심스럽다. 한 예로 보육문제나 교육문제를 보자. 이 후보는 얼마 전 한 어린이집을 찾아 “보육 문제도 중요하지만 방과 후 교육문제도 중요하다”며 “방과 후 학교가 있지만 예산부족으로, 선생님의 수가 적고 임금도 적어 높은 수준이 되지 않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16일 ‘공공부문 슬림화 구상’에서는 공공부문의 민간이양과 공무원 수 동결을 이야기했다. 공공부문의 개혁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의 갖은 복지공약과 ‘공공부문 슬림화 구상’은 상호 모순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울한 점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추세가 현재 범여권의 후보가 집권한다 하여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사회공공성의 대폭적인 축소를 가져올 한미FTA는 현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시킨 사안이다. 그것만으로도 차기 정부가 반외세 정부여야 하느니 어쩌느니 하는 소위 자주세력의 반한나라당 노선은 착시현상임을 알 수 있다. 정동영 후보의 최근 좌향좌 행보가 그간 그가 보여 온 보수적 행태를 살짝 가리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요컨대 현 상황은 신자유주의화와 자본승리를 위한 세계화에 대한 저항은 단순히 정치권력의 이양이 아닌 좀 더 폭넓은 범위에서의 과제임을 상기시켜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