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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주인의식 없는 주주에 관한 이야기 (한국 버전)

지난 4월 말, 40조 원 규모의 ‘위기극복과 고용을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의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중략] 코로나19 극복과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해 혈세를 투입하는 만큼 기간산업기금 지원을 받는 기업에 대한 대주주의 책임 분담과 고용안정보장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산업은행법 개정안의 내용을 뜯어보면 지원대상 기업의 경영을 정부가 감독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전무하고, 고용유지 대책은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있습니다. 일례로, 개정안은 기간산업기금이 출자 등 자금지원으로 보유하게 된 기업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코로나19 시대, 기업 공적자금 지원에 대한 단상, 이지우 경제금융센터 간사, 참여사회 통권 276호, 참여연대, p54]

지난번 ‘재난 자본주의’에 대한 글을 쓴 바 있는데, 위 글쓴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구제 금융이 ‘재난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국가와 자본가와의 결탁의 한 사례일지도 모르겠다. 알다시피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기업은 노동자를 고용하여 산업을 영위하며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존재다. 기업의 규모가 커져온 와중에 이런저런 사유로 기업이 위기에 몰리면 실업이 증가하는 등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 악영향이 대공황이나 팬데믹 상황에서처럼 시스템을 통째로 흔들 경우 국가는 기업에 구제 금융을 실시하곤 한다. 문제는 국가가 자본가에게 통제권 및 재산권 제한 등 위기의 책임을 확실히 묻지 않을 경우, 자본가는 위기로부터 이득을 얻는 ‘재난 자본주의’ 혹은 “부자를 위한 사회주의”의 수혜자가 된다는 점이다.

제29조의4(기간산업안정기금의 관리ㆍ운용 및 회계 등) ⑤ 한국산업은행과 회사등은 제2항제1호에 따른 자금지원으로 인하여 보유하는 기간산업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출자지분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아니한다. 다만, 제29조의5제2항에 따른 자금지원의 조건을 현저하게 위반하여 자금회수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42조(자금지원 등에 관한 특례) ① 제3장의2에 따른 자금지원으로 기간산업기업에 출자하는 경우 해당 기업은 「상법」 제344조의3제2항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5조의15제2항에 따른 한도를 초과하여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개정 한국산업은행법]

위 조항을 근거로 산업은행은 보유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게 된다. 즉,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에서는 상법자본시장법에서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는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이 총수가 발행주식 총수의 일정비율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조항 등을 무력화시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금융위의 보도 자료를 봐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참여연대의 비판처럼 “고용”을 위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굳이 추측해보자면 여전히 산은의 골칫덩이인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과 같은 “자회사”를 더는 늘리지 않겠다는 의중이 아닌가 한다. 관치 논란도 싫고, 혹여 골칫덩이 자회사가 되면 처치도 곤란하니 의결권 없는 주식이나 보유하겠다는 심산이 아닐까?

이렇게 관(官)이 굳이 사기업을 통제하지 않으려는 의지의 이유는 개정안 제41조의 “한국산업은행 및 그 임직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없이 업무를 처리한 경우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면제한다.”는 조항에서도 엿볼 수 있는 데, 그 유명한 ‘변양균 신드롬’이 생각나는 조항이다. 그간의 부실기업에 구제 금융을 실시하는 목표가 기업의 재무적 위기의 해소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있었다면 이번 구제 금융의 목표에는 팬데믹으로 인하여 악화될 수 있는 고용상황의 안정이라는, 어찌 보면 재무상태 개선과 양립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는 목표가 또 하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관(官)이 의결권도 갖고 싶지 않고 “중과실이 없으면” 책임도 면제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런 관치에 대한 두려움은 비단 우리나라 정부만의 두려움이 아니기는 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미행정부의 행태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당시 그들은 씨티그룹에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를 투입한달지, 말 그대로 “국유화”한 패니메와 프레디맥에 대해 실은 정부가 “후견체제(conservatorship)”의 역할만 할 뿐이라는 되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대(對)기업 통제기피증은 “국유화”라는 개념에 대한 공포감도 한몫했겠지만, 결국 관료 엘리트와 자본가들의 공동운명체적 행보를 통해 “재난 자본주의” 혹은 “부자를 위한 사회주의”가 구현된 전형적 사례인 것이다. 그 결과 위기는 현재까지 이연되었고 지난번 글에서 말한 것처럼 Fed는 또다시 엄청난 부실채권을 사들여 자신의 자산 건전성을 망가뜨리고 있다.

재무부는 250억 달러 규모의 정부 보유 우선주뿐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민간 주주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데 동의했다. [중략] 놀랍게도 재무부는 씨티에 자구책을 모색하라는 요구를 거의 하지 않았다. 보통주 전환을 통해 정부가 확보한 씨티 지분은 전체 주식의 3분의 1이 넘었다. 그뿐 아니라 연방예금보험공사에는 씨티그룹의 자회사이며 부보은행인 씨티은행의 영업을 정지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었다.[정면돌파, 실라 베어 지음, 서정아/예금보험공사 옮김, 곽범국 감수,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p302]

그런 “재난 자본주의”의 악몽이 산업은행에서 재연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대량의 중앙은행 언와인드(great central bank unwind)”

Fed가 다음달 4조5천억 달러에 달하는 그들의 재무상태표를 줄이기 시작하기로 하면서 도이치뱅크는 이번 주 그들이 “대량의 중앙은행 언와인드(great central bank unwind)”1라고 부르는 이 조치가 다음 금융위기를 초래할 몇몇의 후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략] 언와인드에 관해 Fed는 예상한 것처럼 10월에 그들의 재무상태표를 서서히 줄여가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재무상태표는 장기 이자율을 내리고, 위험자산에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투자를 촉진하고, 위기로 인해 고통 받는 경제를 떠받치기 위한 목적의 공격적인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결과로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였다. [중략] 도이치뱅크의 분석가들은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재무상태표 규모와 소위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수반되었던 효과적인 화폐 발행의 범위에 대해 시큰둥해하기만 할지 의문스러워했다.[How the ‘great central bank unwind’ could ignite the next financial crisis]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했던 조치 중 가장 황당한 조치를 꼽으라면 중앙은행의 채권 직매입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역할을 시장의 조성자로 국한하여야 할 중앙은행이 끝내는 직접 시장 그 자체가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MBS의 매입은 더욱 놀라웠는데, 패니메와 같은 정부보증기관이 보증 또는 발행한 채권을 정부나 다름없는 Fed가 다시 사주는 자금흐름을 보면 ‘과연 이게 자본주의 경제가 맞나’하는 의문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시장의 상품 공급자가 모두 사실상의 정부라면 시장경제라 부르기에 민망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MBS는 장기국채와 함께 Fed의 재무상태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산이 됐다. 그 덕에 Fed는 가장 돈 많이 버는 은행이 되기도 했었다. 시장금리도 낮게 유지가 됐다. 그래서 Fed는 이제 경제가 정상화되어가고 있고, 이에 따라 자신의 비정상 자산을 정상화시킬 때가 도래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실제로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열기도 고조되고 있는 듯 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저신용 기업이나 사모펀드가 고금리로 빌려 쓰는 레버리지드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2 하이일드 채권 거래도 폭증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용문에서의 분석가의 우려대로 상황이 녹록치 않다. 레버리지론과 하이일드 채권 거래의 폭증은 Fed의 채권매입을 통한 금리 안정화라는 전제 하에 가능한 투자행위였다. Fed가 이제 시장이 정상화됐으니 자신의 자산도 정상화시키겠다고 결정한 것은 자신의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Fed의 현재 자산은 미국 GDP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런 규모의 자산이 시중에 풀린다면 채권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상화된 시장이 사상누각임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Fed도 이런 우려를 알고 있는 듯 채권을 한꺼번에 매각하는 방식 대신 만기도래 채권을 재매입하지 않고 상환 받는 방식을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미온적인 편인데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방침은 아직도 여전하기 때문인 것도 한 몫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동안의 매입 프로그램이 유례가 없었듯이 이번 조치 역시 유례가 없기 때문에 그 여파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조치가 경제의 어떤 티핑포인트를 건드린다면 도이치뱅크의 우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한편 Fed 자산 축소가 하필 지금 시점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관점으로 보자면 Fed의 결정은 다소 정치적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 정부는 오바마의 QE정책과 이를 통해 낮은 금리를 향유하며 정부부채를 끌어다 썼던 오바마 정부를 좋아하지 않는 공화당 정부다.3 게다가 얼마 전에 美정부의 또 다른 권력자 이방카가 옐렌을 만났다.4 물론 탁 까놓고 말하자면 늘 경제는 정치적이었다. Fed의 사상 최대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은 면밀한 경제성 분석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정치적 임시방편이었고 그 자산의 언와인드도 또 다른 정치적 고려로 여겨진다.

“Fed를 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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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m PierceOwn work, CC BY-SA 4.0, Link

“Fed의 문제는 무엇인가? 미국의 가장 큰 몇몇 은행들의 CEO가 이사회에 참여할 수가 있다. 2007년 월스트리트 위기 동안 JP모건의 CEO이자 이사회 의장인 Jamie Dimon은 그의 은행이 Fed로부터 3천900억 달러의 재정지원을 받는 동안 뉴욕 Fed의 이사로 재임 중이었다. 내년에는 지역 Fed의 12개의 수장 자리 중 4개가 오직 한 회사의 전직 임원들로 채워질 것이다. 골드만삭스, 이것은 명백하게 이해상충의 문제가 있다. 이런 일은 다른 기관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엑슨모빌의 수장이 환경보호기관을 운영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베리존 임원들이 지휘하는 연방통신위원회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금융기관 규제를 관장하는 주요 기관의 이사회에 대형은행 임원들이 복무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Bernie Sanders, To Rein In Wall Street, Fix the Fed

미국 대선은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이념전쟁터가 되어버린 것일까?

부진한 경제성장과 우리의 치명적인 부채부담은 망가진 연방정부의 결과다. 워싱턴은 우리의 천부적인 권리를 보호하고,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고, 모든 이 – 특별히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 기회를 증진시키는 것 등의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양 당은 수 년 동안 지탱할 수 없는 수준까지 지출을 늘림으로써 정부를 그 핵심적인 기능이상으로 밀어붙였다. 연속되는 불완전한 미봉책은 미국이 잃어버린 10년 또는 잃어버린 세대로 접어드는 상황으로 몰고갈 뿐이다. 확실하게 부채를 줄이고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구조적 개혁이 이러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Republicans must return to free-market principles]

밋 롬니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면서 일약 공화당의 새로운 젊은 피로 떠오른 폴 라이언이 부통령으로 지명받기 전인 7월에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인용문도 그렇지만 글 전체의 논지가 깔끔하고 선명한 색깔을 띠고 있어 4년 전의 부통령 후보 사라 페일린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공화당이 바라던 지식인상에 가깝지 않은가 생각될 정도다.

이러한 이미지에 부합하기라도 하듯 폴 라이언은 부통령으로 지명되자마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아인 랜드 등 대표적인 보수주의 사상가들의 이름을 거명하며 미국 대선을 난데없는 이념투쟁의 장으로 만들어버렸다. 베인 캐피탈의 은행가로서의 길을 걸었던 롬니와 보수주의의 십자군과 같은 캐릭터 폴 라이언이라는 재밌는(?) 조합이 탄생한 것이다.

폴 라이언은 지난 기간 양당 모두가 정부지출을 과도하게 늘렸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런 시각은 오바마의 과도한 정부지출이 부시의 해법의 연장선에 있다는 현실인식에 기인하는 것이다. 또한 그 비판은 그의 정신적 지주 면면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정부의 존재에 대해 가장 호전적인 우익이라 할 수 있는 리버타리안적 성향이기에 가진 시각일 것이다.

그의 이러한 호전적이고 학구적인 정책 드라이브가 채택된 것인지, 아니면 밋 롬니가 진작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 롬니 캠프는 폴 라이언이 “구조적 개혁”이라 부를만한 놀랄만한 공약을 발표했다. 바로 ‘금본위제로의 복귀’와 ‘연방준비제도의 회계감사’다. 가장 강한 수준의 재정적 견실주의적(fiscal prudence) 조치라 할 것이다.

재정적 견실주의는 굳이 하이에크까지 바다 건너가지 않더라도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지니고 있던 경제적 신조다. 물론 이러한 신조는 거의 정치적 레토릭에 가까웠고 실제로는 오히려 공화당 치하에서 군비지출 등 재정지출이 더 증가한 정황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가장 최근 금본위제 복귀를 검토한 것도 레이건 정부였고, 이번이 그 리바이벌이다.


출처 : whittier.edu
 

우선 금본위제는 여러모로 한심한 공약이다. 닉슨이 금본위제를 유지할 수 없었던 근본적인 한계에 대한 역사적 성찰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은 둘째 치고, 스스로 가장 강력한 화폐인 美달러의 통화량을 제어할 수단을 포기하겠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위기가 근본적으로 각국이 통화주권을 포기한데서 비롯되었다는 최근의 경험도 무시한 발상이다.

Fed를 회계감사 하겠다는 것도 비슷한 발상이다. 여태 Fed가 저지른 짓을 보면 사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그들의 재무제표를 뒤집어 까고 싶을 것이다. 거기에다 정부의 경제적 개입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리버타리언적 입장에서는 Fed는 “또 다른 재무부”이기에 감사를 통해 금융견실주의를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시장근본주의적 원리를 관철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사실 이런 시장근본주의적 조치는 시장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이 오바마가 포드와 같은 자동차업체를 구제한 것을 비난하지만 시장은 좋아했다. 자본가는 사실 자본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Fed가 돈을 풀지 않으면 자본가들의 먹거리도 줄어든다. 그래서 전 세계의 경영자들 사이에서 오바마의 지지율은 롬니의 지지율보다 22% 더 높다.

이데올로기로써의 재정적 견실주의는 그러한 견실주의가 경제를 망친다는 케인즈의 발상에 확실한 대척점을 긋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부의 역할을 극단적인 야경국가로 한정하고 있는 티파티와 같은 극우주의 정치집단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을 반영한 공화당 경제노선의 선명성은 십자군적 캐릭터 폴 라이언이 나섬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져 보인다.

하지만 유명한 경제평론가 배리 리트홀츠는 누가 대선에서 이기든지 경제 로드맵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각 시기의 대통령은 대개 경제순환주기의 큰 흐름에 발을 걸쳤을 뿐이라는, 이번에는 증세와 같은 재정확대밖에는 해답이 없다는 냉소적 진단이다. 어떠한 “혁명적” 조치가 없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는 난 그의 입장에 공감한다.

중앙은행의 독립은 신기루일까?

요컨대, Fed는 아무런 부작용 없이(없어질 일자리와 팔릴 Fed빌딩을 제외하고는) 내일이라도 재무부와 합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연방정부의 대차대조표의 통합관리가 가능하고 재무부는 Fed가 없던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화폐를 직접 발행할 수 있다. 현재의 지불기술 때문에 실무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美화폐의 과잉발행의 우려는 없다. 과잉발행을 더 방지하기 위해서, 의회가 美화폐를 이자부 재무부채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법으로 명시된 보증을 부여할 수도 있다.

재무부는 또한 최후의 대부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Fed가 긴급대출자로서 활동할 때 납세자의 돈을 빌려주고 있고 그들의 여하한의 보증에는 연방의 뒷심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재무부 자체가 할 수 없는 것은 어느 것도 할 수 없다. 바꿔 말하면 Fed는 의회가 그렇게 공급했다 해도 재무부 역시 가지지 못하는 어떠한 처분가능한 원천이나 힘이 없다. 재무부의 최종대부자 역할의 가정도 그러한 대출에 대한 더 큰 정치적 책임감을 부여할 것이다. 더 큰 책임감에 대한 필요성은 최근 위기 동안 매우 확실했었다.

Fed가 재무부로 통합될 일은 가까운 장래에 일어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의회는 차선의 단계를 밟을 수 있고 재무부로 하여금 정기적으로 – 예를 들면 월간으로 – 내가 표9와 10에서 보여준 것처럼 Fed와 재무부의 통합 대차대조표를 만들도록 지시할 수 있다. 그렇게 통합하게 되면 연방의 재무상황과 미국 경제에 대한 연방정부의 영향력의 보다 완벽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출처]

美하원 재무위원회의 청문회에서의 금융분석가 Bert Ely의 발언록 중 일부다. 그는 연방준비제도는 통화정책은 정치적 개입이 없어야 한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지만, 여러 이유로 결국 재무부의 연장선일 뿐이라고 규정하면서 Fed와 재무부는 통합되어야 한다고, 최소한 통합 재무제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무부가 채권을 발행하고 Fed가 화폐를 발행하여 서로 맞바꾸는 이상한 의식 때문에 음모론자로부터 날선 비판을 받고 있지만, Bert Ely의 말마따나 실제로 Fed의 여태의 모습, 특히 금융위기 때의 모습은 여느 정부기관과 거의 다르지 않다. 그들이 정부기관이 아니라는 인식은 사실 신기루에 불과하다.

같은 이치로 한국은행과 같은 다른 중앙은행들도 명목적으로는 독립된 의사결정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행태는 정부기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앙은행이 따로 떨어져 있을 때, 현재 상황으로 보면 거대한 정부부채가 부채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부외금융적 효과를 불러왔다.

지난번 글에서 Fed의 MBS 등의 매입액이 1조 달러라고 했는데, 재무부까지 합치면 2.12조 달러에 달한다. 정부기관이지만 아닌 척 하고 있는 페니메 등이 MBS를 발행하고 역시 정부기관이 아닌 척 하는 Fed와 실제로 정부기관인 재무부가 인수한 금액이 그 정도라는 이야기다. 독립성은 일종의 현실도피에 불과한 셈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은 “신자유주의적”인가?’라는 이전의 글에서 만약 누가 ‘중앙은행이 어떤 상태가 좋으냐?’ 묻는다면 난 독립을 택하겠다고 말했지만, 사실 중앙은행의 독립은 삼권분립보다 더 열악한 – 그조차도 기만적인 것처럼 보이는 와중에 – 착시현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어려운 문제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과 Fed의 망가진 재무제표의 상관관계

MBS(Mortgage-backed security)는 ABS, 즉 자산담보부증권(Asset-backed security) 중에서도 모기지 대출을 모아서 증권화한 상품을 특정하여 부르는 말이다. 1968년 미국에서 지니매(Ginnie Mae)가 처음으로 매입 보증한 이래로 특히 2000년대 이후부터 신용위기 전까지 급속한 속도로 성장하여 왔다.

MBS의 발행 혹은 보증의 대표주자는 민간회사이면서도 “정부보증기관”이라는 희한한 타이틀을 지닌 페니매(Fannie Mae), 프레디맥(Freddie Mac), 그리고 지니매(Ginnie Mae) 들이다. 2000년대 중반 민간금융회사들의 실적이 이들 정부보증기관에 육박하였으나, 신용위기를 맞아 그 추세는 급격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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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그래서 결국 시장에서 MBS를 공급하는 거의 유일한 주체는 위 세 기관이다. 즉, 실질적으로 미국의 부동산 금융의 상당부분은 국가에 의해 공급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발행된 MBS를 누군가 매입해줘야 할 텐데, 그 매입주체는 누구일까? 한 분석가에 의하면 Fed가 그 주요 매입주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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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표1은 Fed가 그들의 대차대조표를 어떻게 세배 이상으로 늘려왔는지를 보여주는데, 재무부 채권 보유는 6천5백만 달러 늘였고 MBS와 정부기관부채(Agency debt)를 1조 달러 구입했다. Ely에 따르면 5월까지 정부기관부채와 주택금융 정부보증기관 및 지니매가 발행하거나 보증한 MBS의 14%를 보유하고 있다.[출처]

위 표를 보면 Fed의 재무제표를 바나나공화국의 그것으로 만들어버린 주범이, 재무부 채권과 함께 바로 이들 MBS와 정부기관부채임을 알 수 있다. 이들 채권을 통해 Fed는 초저금리 상황임에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Fed가 “세계 최대의 고정수입 헤지펀드”가 되었다는 비아냥거림거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Fed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레버리지가 2011년 6월 29일 현재 50을 넘어서고 있어, 신용위기 전의 온갖 위험을 감수하던 투자은행을 연상케 한다. 결국 지금 미국에선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보증기관이 MBS를 발행하고, 이들 상당수를 Fed가 인수하는 사상초유의 닷거브(dot gov)버블이 진행 중이다.

미국은 적어도 부동산 시장에 관한 한 자본주의 체제가 아닌 셈이다.

Fed의 “저렴한” 수고비

블룸버그 뉴스는 오늘 중앙은행이 미국의 납세자들을 대신하여 은행들에 빌려준 1.5조 달러의 대출에 대한 담보로 받은 증권을 연방준비제도가 공개할 것을 연방법원에 요구하였다. 원고의 첫 진술에 따르면 이 소송은 연방관리들이 정부서류를 언론과 일반대중이 이용 가능하게끔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연방정보공개법에 의거한 것이다. “미국의 세금납세자들은 미국의 금융업에 대한 전례 없는 정부의 구제금융이 지니고 있는 리스크, 비용, 그리고 방법론을 알 자격이 있다.” 이메일에서의 뉴욕 블룸버그의 한 단위인 블룸버그 뉴스의 편집장 매튜 윙클러의 의견이다.[Bloomberg Sues Fed to Force Disclosure of Collateral]

2008년 11월 7일자 블룸버그 기사다. 그리고 마침내 연방법원의 명령에 따라 최근 Fed는 대출서류를 공개했고, 신문은 그 내용을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Fed는 PDCF(Primary Dealer Credit Facility) 프로그램을 통해 월街 금융회사의 1,180억 달러에 달하는 정크본드, 부실대출, 등급이 알려지지 않은 증권 등을 현금으로 바꿔줬다고 한다.

이 금액은 리만브라더스가 망한지 2주 후인 2008년 9월 29일 돈을 빌릴 회사들이 Fed에 제공한 1,643억 달러의 담보의 72%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이를 통해 은행들은 총 1,557억 달러를 빌렸다고 한다. 이 말은 또한 담보완충(collateral cushion)이 불과 5.49%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신문은 전하고 있다(계산식은 [1,643-1,557]/1,557).

이중 위험한 담보를 계산해보자. 담보의 43.6%인 717억 달러는 단순 대출이 아닌 위험부담이 높은 자본금(equity)이고, 11.2%인 184억 달러는 이미 부실화된 대출을 포함한 ‘고위험대출(High- yield debt)’(이를테면 구조화된 금융에서 상환순위가 더 늦은 대신 더 높은 금리를 받는 부분), 17%인 280억 달러는 등급이 알려지지 않은 담보였다.

완충담보가 “인수된 담보의 위험에 비해 너무 작다” Pirrong(휴스턴 대학의 재무 교수)이 말했다. “시장의 휘발성이 엄청났던 시기에 정크거나 부실화된 대출과 자본금이 담보라는 것은 무척 놀라운 것이다.”[Fed Let Brokers Turn Junk Into Cash at Height of the Financial Crisis]

그럼 누가 이 엄청난 금액을 빌렸을까? 모건스탠리가 613억 달러로 1위다. 메릴린치가 363억 달러로 2위다. 이들 담보는 전체 담보와 유사하게 상당한 비중의 자본금, 등급이 없는 증권들, 정크 또는 부실화된 대출을 포함하고 있다. 결국 구제금융은 대마불사의 원칙하에 움직였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문제점을 살펴보자면 – 돈을 번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돈을 번 원인이 문제지만 – 첫째, 그들이 상업은행의 흉내를 내서 돈을 버는 것은 전통적인 Fed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 언제 부실화될지 모르는 채권들을 손에 들고 돈을 벌었다. 일반은행들도 비록 부실자산으로 염려되는 여신일지라도 작년 한해 이자율 상향조정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지적대로 연방은행이 해당 채권들을 팔려고 할 때 자본이득(capital gain)을 취하기는커녕 시장에서 소화가 될지도 모르는 채권이 상당수라는 것이 문제다. 결국 미래의 예상손실을 현재 따먹고 있는 것일 뿐일지도 모른다.[2009년 가장 장사를 잘한 은행]

2010년 1월, 내가 작성한 글이다. 당시 알려진 바에 의하면 Fed는 45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려 전 세계 은행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은행이 되었다. 어떤 이는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Fed의 시의적절한 구제금융이 금융시장을 위기에서 건졌고, 어려움에서 벗어난 시중은행들이 빚을 갚으면서 상황이 정상화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용한 내 글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수익의 창출원은 “언제 부실화될지 모르는 채권들”이었고, 블룸버그가 보도한 내용은 그러한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즉, PDCF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빌려준 금액이 이미 1,557억 달러이고 이들 금액에 대한 담보가 부실한 상황에, 담보의 27%만 부실화되어도 2009년 수익이 몽땅 날아가는 것이다.

은행의 수익창출 방법은 간단하다. 레버리지를 높여 더 많은 신용을 창출하고 이자를 받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위기가 도래할 때 과다한 레버리지와 질낮은 담보가 은행의 목을 죄고 결과적으로 은행은 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최종대부자인 Fed가 금융회사가 망하지 않게 하려 엉터리 담보를 떠안은 것이다. 사상 최대 수익은 그 “저렴한” 수고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