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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이코노미스트의 칼럼에 대해

그러나 당신이 만약 자본주의를 시장경제에서의 개인의 상호작용으로 정의한다면, 이 시스템은 후퇴하지 않고 전진하고 있다. Airbnb와 Etsy와 같은 신경제 웹사이트들에서 사람들은 그들의 휴가기간 동안 집을 빌려주거나 예술품과 공예품을 파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 과거에 집주인들은 임차인을 찾는데, 취미생활자는 구매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집합적인 웹사이트들에서는 이런 일들이 훨씬 쉬워졌다.[Advancing, not retreating]

분명히 Airbnb와 Etsy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발전시키면서 사회적 효용을 증가시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근거로 ‘자본주의가 전진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는 글쓴이가 “자본주의 = 시장경제에서의 개인의 상호작용” 등식 자체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에서도 몇 번 살펴보았듯이 시장이라는 것이 역사적으로 자본주의에서만 존재한 것이 아니며, 심지어 구(舊)사회주의 블록 일부에서는 이른바 “시장 사회주의” 실험을 시도한 나라들도 있을 정도로 시장이란 제도는 다양한 경제체제에서 존재가능하다.1 심지어 어떤 이는 계획경제는 자본주의의 특징이며 칼 맑스가 지향한 것은 “자유로운 생산자들의 연합”의 시장경제라는 뉘앙스의 급진적인 주장을 하는 이도 있다.

흔한 오해와는 달리 맑스는 ‘위로부터의’ 계획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특성이라고 보았고, 그 ‘전제적’ 성격을 비판했다. 맑스는 자본주의의 전제적인 계획생산에 대해 “자유로운 생산사들의 연합”(‘코뮌주의’)을 대치시켰고, 후자로부터 생산의 진정한 재조직과 ‘아래로부터의 참여계획’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점에서 맑스의 코뮈니즘은 전제적 계획에 따른 공동생산의 의미를 지닌 ‘공산주의(共産主義, 국가자본주의)’와는 무관하다.[맑스적 코뮌주의의 생태문화사회적 성격]

몇 번 주장하였듯이 자본주의 체제의 중추기능을 하는 기업은 거의 대부분 계획경제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위 인용문의 글쓴이가 이야기하듯 ‘전제적’ 성격이 상당히 강하다.(이번 엘리엇 사태나 롯데 사태에서의 행태를 보라) 시장 사회주의자들은 이러한 소유의 집중이나 – 또는 그 소유보다도 더 왜곡된 권력 집중이 – 진정한 시장경제의 발전을 방해한다고 보는 입장이었고, 인용문의 글쓴이가 주장하는 ‘코뮌주의’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가 “자본주의 발전”의 사례로 든 애어비앤비는 적어도 현재까지의 모습으로 봐서는 대기업보다 덜 위계적이고 수혜자가 폭넓다는 측면에서 덜 ‘전제적’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유로운 생산자들의 연합”의 초기형태일지도?

자본주의 시스템이면 봉건적 세습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주 발표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복잡한 계열사들을 정비하고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총수 일가가 세운 계획의 핵심이다. 그러나 제시된 합병 가액은 오너 일가에게만 득이 된다. 이 전주식거래방식의 합병 계획에 따르면 사실상의 지주회사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게 된다. 그러나 이 합병안에서 삼성물산은 과소평가된 반면 제일모직의 주가는 지금과 같이 높은 수준으로 과대평가됐다. [중략] 합병이 발표되기 앞서 지난해 삼성물산의 주가는 25% 가까이 하락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62배를 기록했다. 지난 10년 평균(1.17배)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주 반대로 무산될까]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기사는 최근 발표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계획이 “오너 일가(원문은 ”the Lee family“)에게만 득이 된다”는 사실을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다. 삼성 “그룹”의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고 있던 제일모직이 일시적으로 저평가된 삼성물산과 합병함으로써 그룹의 “핵심 계열사(원문은 “crown jewel”)“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시나리오는 겉으로 보기에는 삼성 그룹 내의 건설 업종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다 ”오너 일가“, 보다 직설적으로 3세 세습의 핵인 이재용 개인을 위해서일 것이다.

시장이 균형가격을 찾아줄 것이라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이론이 요 며칠 동안 이 블로그의 주요 화두인데 효율적 시장가설의 상황에서의 주식시장이야말로 이 균형가격을 탐색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 간주되고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주식시장이 그 기능을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케인스 주의나 행동 경제학 등에서 많은 의문을 제기해 왔다.1 WSJ역시 이번 합병 시나리오에서 삼성물산 주주들이 “적정 가격”보다 낮은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확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이 제시한 물산의 가격이 균형가격에서 일탈해 있는 셈이다.

바로 그 차익거래 가능성의 틈새시장을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파고들었다. 엘리엇은 전에 아르헨티나의 국채 헤어컷 해프닝에서 아르헨티나 정부에게 엿 먹인 전력이 있는 투자자다. 한 국가의 고유권리(?)일 수도 있는 채권 헤어컷을 훼방 놓을 만큼의 실력을 갖춘 투자자니 만큼 ‘이재용 vs 엘리엇’의 승부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삼성물산 주주는 현재 엘리엇 7.12%를 비롯하여 외국인이 32.11%를 점유하고 있다. 주총에서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이상,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이상 동의여서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팽팽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주주가 9.98%의 주식을 소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이다. WSJ의 해당 기사도 지적하듯 한국 기업의 주주들은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이었고 국민연금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종의 “사회적 배당”이랄 수 있는 국민연금은 여태 정부의 경기부양을 위한 또 하나의 예산 행세를 하며 거수기 역할에 만족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국민연금의 행태를 볼 때 보다 적극적 자세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지만 – 사회적 배당의 주주의 한 사람으로써 연금이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길 기대해보지만 – 그 행보는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시스템이면 주주 자본주의를 가동해서라도 봉건적 세습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로봇이 내 일자리를 빼앗는 것인가?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것인가?

NPR은 최근 시장보고서를 내고 향후 20년 내 로봇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 20개를 선정하였다. 이 직업군에는 전기전자제품 조립공, 보석가공연마사, 계산대 점원 등 단순반복 작업이 주를 이루는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직종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회계 장부 담당자나 은행원과 같이 상대적으로 복잡한 작업을 하는 서비스업 직종도 포함되어 있으며, 패션모델과 같은 의외의 직종도 포함되어 있다.

▲11위, 차량운전사=운전사,개인운전사들이 자동화될 가능성은 97.8%다. 운전자들은 더 이상 필요치 않을 것이다. 구글의 자율주행차는 인간이 개입 없이 수천마일을 시험해 왔다. 또한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최고 경영자(CEO)도 궁극적으로 모든 자동차가 운전자들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로봇이 내 일자리 뺏는다. 안전한 직업군은?]

특히 운전사는 이미 구글의 무인운전차량 개발 프로젝트 등을 통해 끊임없이 무인화의 도전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머지않은 시대에 우리는 SF영화 토털리콜에서나 보던 피노키오처럼 생긴 로봇 운전자가 행선지를 묻는 택시에 승차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상용화 시대를 앞당기고 있는 주체는 당연히 인용기사에 언급된 구글이나 우버와 같은 사적기업이다. 특히 우버는 구글보다 더욱 더 상용화에 목을 매고 있다.

우버는 언젠가 자사의 계약 운전사 수만 명을 대체할 수 있을 무인차를 꿈꾼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무인차 개발 역량을 전혀 갖추지 못한 우버는 곧바로 ‘드림팀’ 구성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바로 카네기멜론대의 국립로봇공학센터(NREC)다. 투자자들에게서 조달한 50억 달러의 현금으로 무장한 우버는 일부 NREC 소속 과학자들에게 수십만 달러의 보너스와 현재 연봉의 두 배를 제시했다. [우버, 산학협력 맺은 카네기멜론大 연구진 빼가]

처음에 “공유경제”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달았던 우버가 번창하는 실제 이유는 “주문형(On-Demand) 경제”나 “하인(Concierge) 경제” 모델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임은 이 블로그에서도 몇 번 말한 바 있다. 즉 우버는 운전이라는 서비스 노동에 활용할 노동력을 비정규/비정형화하여 비용을 절감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에 대한 비판도 적잖은 상황이지만, 우버는 사실 그 상황마저 뛰어넘는 궁극의 무인화의 길로 가려하고 있다.

잠깐 옆길로 새자면 처음에 대리운전 업체 비슷하게 시작한 우버가 학교의 연구 인력을 빼나가는 블랙홀이 된 과정이 참 흥미롭다. 결국 우버는 앞서 말한 비용 절감 모델을 스마트폰 앱이라는 수단을 통해 ‘규모의 경제’ 化하여 성공하였다. 벤처캐피탈은 그 가능성에 베팅하여 투자를 했고, 우버는 그 잉여자금을 현재 수익모형의 다음 단계에 베팅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역동적인 투자환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각설하고, 관건은 우버가 이렇게 산학협력을 빙자한 인력 빼오기를 해올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일 것이다. 사견으로 우버가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어느 기업인가는 그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해낼 것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Siri에게 “차 좀 불러줘”라고 주문하면 집 앞에 무인운전차량이 대기해 있는 장면을 목도할 것이다. 인간은 이렇게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어 가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대부분이 노동자라는 사실이다. 텔레마케터인 24세 여성인 미선 씨는 무인택시라면 운전사의 성희롱이나 난폭운전이 없어질 것이라며 좋아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본인의 직종이야말로 로봇化로 인해 없어질 직종 1위라는 점이다. 언젠가 그는 출퇴근을 위해 무인택시를 탈 필요도, 택시비를 지불할 돈도 없을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자는 로봇化로 인해 노동뿐 아니라 월급으로부터도 해방되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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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iddenplanetposter” by Copyrighted by Loew’s International. Artists(s) not known. – http://wrongsideoftheart.com/wp-content/gallery/posters-f/forbidden_planet_poster_01.jpg.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이렇듯 사적소유에 의해 지탱되는 자본주의는 기술발전 등으로 인한 자동화 혜택의 절대다수가 주주에게 귀속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한편 칼 맑스는 자본을 “가변자본”과 “불변자본”으로 나누고, 개별 자본은 가변자본인 인간의 노동을 가치의 변화가 없는 불변자본인 기계로 대치하여 상품의 가치를 전유하려는 속성이 있음을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개별 자본에게 있어 합리적인 이러한 의사결정이 사회의 이윤율을 하락시킬 것이라 예측하였다.

말인즉슨, 우버 등 개별자본이 로봇化를 통해 경쟁력을 가져 상대적 고수익을 누리는 것은 자본주의 고유 속성이고 이런 자동화가 차츰 일반화되면 노동자로부터의 착취율이 떨어져 사회 전체의 이윤율이 감소한다는 것이 칼 맑스의 논리다. 이 법칙이 “경향적 저하의 법칙”이란 희한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애매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시사점은 있다. 노동자는 이제 착취당할 여지도 없게 되고 무인택시를 이용할 소비자도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이 바로 오늘날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첨단 자본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이 기업에게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이유다. 개별 자본은 자동화를 통해서든 구조조정을 통해서든 계속 수익극대화를 추구하고 제도는 이를 정당화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총자본이나 사회전체는 성장이 둔화되거나 심지어 정지할 수 있는 위기로 몰리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다만 노동자라는 생산자가 동시에 소비자라는 평범한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을 뿐이다.

이 모델에서 랑게는 신고전파의 전통 특히 바로네가 정식화해놓은 전제들을 그대로 따랐다. 이러한 형태의 사회주의는 생산수단의 국가 소유를 기초로 하고 있다. 개인들은 각자 자신의 직업과 소비재를 자유롭게 선택하며, 이것들은 “진짜 시장”에서 매매된다. [중략] 피고용자들은 소득을 얻고 또 추가로 “사회적 배당금” 즉 “사회가 소유하는 자본 및 천연자원에서 나온 소득의 개인 몫”을 얻게 되어 있다.[신자유주의의 좌파적 기원, 조하나 보크만 지음, 홍기빈 옮김, 글항아리, 2015년, pp75~76]

칼 맑스 등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꿈꾼 생산력이 극대화된 미래에 인간은 고통스러운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그리고 시장 사회주의자 오스카르 랑게가 꿈꾼 사회는 어쩌면 칼 맑스도 이야기한 “자유로운 생산자 연합”의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일 수도 있다. 문제는 노동자가 무인택시를 즐기며 “사회적 배당”을 받으려면 노동자 스스로가 기업의 주주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그런 길이 제한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현실에서 “사회적 배당”의 특징을 지닌 존재는 연기금으로부터의 연금 정도다.

기업은 자본주의적일까?

훗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자가 되는 로널드 코스가 1930년 LSE의 한 수업에 들어왔고, 그 수업에서 그는 신고전파 경제학 그리고 그것이 자유시장 경쟁을 옹호하는 논리를 처음으로 배우게 된다. 그 과목의 교수였던 아널드 플랜트는 모든 종류의 경제계획에 반대했으며 시장의 가격 결정 시스템이야말로 최적의 조정 매커니즘이라고 이해했다. 코스는 아주 먼 훗날 그 당시 자신이 ‘사회주의자’였음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사회주의에 대한 나의 공감과 플랜트 교수의 접근법을 어떻게 화해시켰는지 궁금할 것이다. 짧게 대답하자면, 나는 그 둘을 화해시킬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는 미국에서 연구로 1년을 보내는 동안 기업 자체가 “작은 계획사회”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만약 교수들이 가르친 대로 정말 가격만 있으면 경쟁적 시장경제가 기능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어째서 비시장적인 권위적 위계조직인 기업들이 존재하는 것인가?[신자유주의의 좌파적 기원, 조하나 보크만 지음, 홍기빈 옮김, 글항아리, 2015년, p71]

기업에 근무하면서 자주 드는 생각이 바로 이것이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담당하는 기업이야말로 가장 비자본주의적인 조직인데, 왜 자본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이 이단아를 용인하는 것일까? 기업은 항상 계획 경제적 사고를 한다. 일정한 기간 동안의 생산 및 소비 목표를 미리 계획하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슬로건을 만들어 조직원에게 주지시킨다. 기업 조직원 간의 시장적 경쟁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제한적이다. 특히 자본가는 궁극적으로 시장에서의 경쟁을 싫어하고 독점을 원한다. 자본가는 자본주의자가 아닌 셈이다.

이처럼 기업은 시장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하였다기보다는 합목적적으로 발생하여 사회의 수요에 부합하여 집단적으로 기능하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최초의 기업은 왕의 허가 하에 혹은 왕가가 직접 운영하는 유사국영기업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고 자본주의 제조업이 대공장의 형태를 띠면서 보다 유사군사조직을 방불케 하는 위계적 조직으로 발전하였다. 칼 맑스는 역설적으로 이러한 군사적인 위계조직이 강고한 노동자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았고 실제로 노동조합 또한 위계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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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talle de Lenin” by JaontiverosOwn work. Licensed under GFDL via Wikimedia Commons.

어쩌면 블라디미르 레닌은 그러한 자본주의 기업의 성격을 이미 간파하고 자본주의의 마지막 단계를 국가독점자본주의로 상정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단계는 자본주의가 더욱 강고하게 된 것이 아니라 비자본주의적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여 시장 자체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는 상황이 최고조에 달한 단계랄 수 있다. 혁명가가 할 일은 가장 비자본주의적이 된 이 단계에서 사적소유를 사회적 소유로 돌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현실에서 자본가의 자본(equity)은 전체 자산(asset)에서 극히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상적인 시나리오라 생각될지 모르지만 이러한 일이 현실이 될 뻔 한 적도 있다. 바로 금융위기 때의 금융회사 자본투입이 그 사례다. 당시에는 망한 메릴린치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나 RBS등 어느 기업하나 성한 것이 없었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던 위계적 기업의 거대한 성이 와르르 무너질 상황이었다. 혁명가는 다만 그 성에 주춧돌만 갈아 끼우면 될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혁명가가 아니었기에 그들은 보통주를 인수하는 대신 우선주를 인수하여 자신의 의사결정권을 스스로 제한하거나 수동적 관리인 역할을 택했다.

그렇게 혁명은 유보되었다.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고 있는 어떤 경제 체제

Fed의 2015년 1월 8일 현재 자산 현황2009년 1월 8일 현재 자산 현황을 비교하면 흥미 있는 사실을 하나 알 수 있다. 2015년 현황에는 기록되어 있는 ‘모기지담보부증권(Mortgage-backed securities)’ 항목이 2009년 현황에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 증권은 자산을 담보로 하여 발행하는 증권 중에서도 모기지를 그 재원으로 하는 증권으로 금융위기 당시 위기의 핵 중 하나로 지목받은 상품이다. 그런 상품을 현재 Fed가 시장조성자라는 전통적인 역할을 뛰어넘은 시장참여자로 나서서 1조7천억 달러가 넘게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사회의 H.4.1 통계 발표, “예금기관들의 보유 자산과 연방준비은행들의 현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연방준비제도가 구입하는 패니메, 프레디맥, 그리고 기니메가 보증하는 모기지담보부증권의 정보를 포함시키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2008년 11월 25일 연방준비제도는 패니메, 프레디맥, 그리고 지니메가 보증하는 모기지담보부증권을 구입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증권의 구입은 2009년 1월 5일 시작되었다.(출처)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모기지와 주택 시장을 지원하고 금융시장의 향상된 조건을 보다 광범위하게 육성하기 위함이다.(출처)

2009년 1월 15일 발표된 Fed의 통계 발표문 전문과 뉴욕Fed 홈페이지의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FAQ에 적혀 있는 글이다.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다시 2008년으로 돌아가 보자.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2008년 당시 미국 내의 12조 달러의 모기지 시장에서 반절에 육박하는 금액을 보유하거나 보증하고 있었다. 빠르게 악화되고 있던 부동산 시황으로 말미암아 이들 회사의 자산을 빠르게 악화되고 있었고 주식은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2008년 9월 7일 연방주택금융청은 이들 회사의 실질적인 국유화를 선언했다. 그 상태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Fed의 MBS구입 프로그램은 이러한 배경 하에 시작되었다. 망할 회사에 정부가 주식을 취득하여 국유화시키고 그 회사의 대표적인 상품을 Fed가 구입해주는, 사상 초유의 업태가 시작된 것이다. 이는 Fed가 정부의 시장구제 프로그램에 직접 개입한 명시적인 사례다. 美정부가 언제 이들 회사로부터 빠져나오느냐 하는 것이 실질적인 경제위기 탈출의 바로미터인 것처럼 Fed가 이 자산을 언제 처분하는가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그러하기에 Fed는 버냉키 시절부터 계속 증권을 팔든가 또는 매입을 중지하려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금리가 상승한다면 美재무부에 줄 연간 배당을 위험에 빠트릴 손실을 촉발하면서 자산 가치가 폭락할 수도 있다. 중앙은행은 작년 884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벤 버냉키 의장은 6월 Fed가 재무상태표를 축소할 의도의 일환으로 모기지 부채를 궁극적으로 매각하는 계획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그 대신 그는 증권이 만기까지 가도록 내버려두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증권 보유를 통해 이자소득으로 운용비를 조달할 Fed는 현재 1조4천억 달러의 모기지 증권을 보유하고 있다.[Fed Seen Avoiding Historic Loss by Holding Mortgage Debt]

Fed 경제학자의 보고서에 보면 Fed는 2011년에 MBS를 매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는 장부가 이하의 판매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컸기에 대안에서 제외됐다. 이후 버냉키는 MBS를 만기까지 보유하겠다고 천명했고 옐렌의 시대에도 MBS 자산은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Fed는 미국 경제가 호황에 접어듦에 따라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는 역사적 저점에 구입한 채권1 수익률을 악화시킴으로써 스스로의 재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 이게 MBS 보유에 따른 Fed의 딜레마다.

미국 자본주의에서 부동산 시장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그리고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모기지가 차지하는 역할은 심대하다. 패니메와 프레디맥, 그리고 지니메는 이러한 모기지 시장에서 정부의 보증을 받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등에 업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러한 회사들이 이제는 정부의 소유가 되었고 그들이 파는 상품의 10%가 넘는 물량을 Fed가 소화해주고 있다.(2014년 3분기 현재 MBS 미결제분은 13조 달러 이상) 정부의 자기거래나 다름없는 손바꿈으로 유지되고 있는 사적 경제를 현재 우리는 “자본주의”라 부르고 있다.

한 걸그룹 멤버의 죽음에 관한 단상

이 뉴스가 전해지면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는 아이돌 그룹의 관행에 관해 논란이 일었다. 하루가 다르게 신인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어느 정도 명성을 얻은 연예인들은 잠을 줄이고 일하는 시간을 늘려서라도 대중에 대한 노출을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라는 압박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음반업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아이돌 그룹의 매니저와 기사도 열악한 조건에서 일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인피니트와 달샤벳 등 다른 아이돌 그룹도 회사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은비 사망 소식에 아이돌그룹 무리한 일정 도마에 올라.]

“레이디스코드”라는 걸그룹 멤버들이 탄 차량이 교통사고를 당해 멤버 중 은비 씨가 사망하고 다른 둘이 중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는 한류(韓流)의 대표상품 중 하나인 걸그룹이 겉에 보이는 것처럼 발랄한 모습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상황을 말해주는 사고라 할 수 있다. 자세한 조사를 통해 사고의 원인이 밝혀져야겠지만, 레이디스코드 등 한국의 많은 연예인들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과속차량에 몸을 싣고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고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현실일 것이다.

대중음악 발전의 흐름으로 볼 때 한국의 음악 산업은 첨단으로 자본주의化된 시장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가 발명한 가장 맛깔스러운 산업 중 하나인 대중음악 시장은 비록 자본주의의 발명품이기는 하지만 다소는 비효율적인(?) 모습을 지녀왔다. 기업은 주요한 상품인 뮤지션을 기획해서 만들기 보다는 마이너 뮤지션의 데모를 듣고 메이저로 끌어올려 성공시키는 요행수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유행이라는 것은 사용가치 중에서도 가장 알 수 없는 사용가치이기 때문에 업계는 이런 방식을 선호해왔다.

뮤지션이 일정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곡까지 들고 오는 방식은 상품개발에 비교적 적은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요행수에 기대면서 실패의 확률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90년대 대중음악 산업은 니르바나 Nirvana 라는 엄청난 히트상품을 얻었지만 업계가 통제되지 않는 리더 커트 코베인의 자살로 말미암아 그 상품은 교환가치를 상실한 것이 한 예다. 이쯤 되자 업계는 이전에 간혹 시도되어 오던 기획 상품으로써의 뮤지션 양성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상품이 “보이그룹”과 “걸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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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ce Girls in Toronto, Ontario” by Ezekiel.Own work.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기획적으로 만들어진 걸그룹의 한 예인 Spice Girls

이들은 음악 활동의 시작부터 철저히 기획사의 통제와 – 심지어는 사생활까지 – 훈련을 거친다. 주로 매력적인 외모와 군무(群舞)를 상품가치로 삼기 때문에 오디션과 고된 훈련이 필수과정이다. 곡을 직접 쓰기보다는 전문적인 팀이 만든 곡을 사용한다. 이렇게 훈육된 뮤지션의 음악은 유행하는 음악의 공통적인 문법을 답습하며 실패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려 한다. 이전의 마이너 뮤지션 뽑기보다는 시장 리스크를 줄인 셈이다. 단점으로는 상품의 기획 및 개발에 투입되는 투자비용이 이전보다 더 든다는 점이다.

업체 입장에서 이런 뮤지션들은 생산설비 등 고정자본(fixed capital)과도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칼 맑스는 자본가가 고정자본의 자본회전율을 높여 최대한 빠른 시간에 투자분을 회수하고, 시장변화에 따른 고정자본의 무용화를 방지하고, 종국에는 노동력으로부터 비롯되는 잉여가치를 향유하려는 성향 때문에 노동착취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업체는 뮤지션의 상품성이 사라지기 전에 – 상품의 노후화1, 유행의 변화2 등으로 인해 – 회전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결국 돈 되는 곳은 과속을 해서라도 쫓아다녀야 한다.

대중음악 시장은 20세기를 거치며 일군의 산업을 형성하며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인기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으며 희로애락의 상황에서 위로를 받았고, 때로 뮤지션들의 영광과 죽음을 칭송하거나 애도해왔다. 하지만 이렇듯 화려한 모습이 전면에 비춰지는 이면에는 무리한 일정 소화로 인한 피로감, 나아가서는 인용 기사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 등과 같은 비극적인 모습도 있다. 이미 상당한 정도로 자본주의화된 한국의 대중음악계에서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 후 자기계발서 시장을 연다

자기계발의 메시지는 불안사회를 전제하고 있다. 가령 노후 자금을 최소한 10억은 모아놓아야 안정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식이다. 이를 위해 실제 이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노후의 경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는 물론 금융회사와 그와 연계된 경제 연구에서 나온 공포마케팅의 일환이다. [중략]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이 아니라 일정한 집단과 나아가 한 사회 전체에 공포의 감정을 조장한다는 점이다.[거대한 사기극, 이원석 저, 북바이북, 2013년, p201]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라는 영화가 있다. 제목 자체만으로도 특정상황에 대한 은유 등으로 쓸모가 많은지라 각종 지면에 꽤 많이 인용되는 영화다. 인용문의 메시지를 이 영화제목에 끼워 맞추면 아마 이렇지 않을까?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 후 자기계발서 시장을 연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누구에게나 잠재해있는 공포심이고 현대의 자기계발서나 재테크서는 이러한 공포심을 자극하여 시장을 창출한다. 물론 그들은 그들의 계시를 통해 독자들의 불안도 잠재우고 영혼도 계발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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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ream“. 위키백과에서 제작됨.

이 그림을 자기계발서의 표지로 쓰면 어떨까?

‘거대한 사기극’의 저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기계발서를 읽고 신학을 전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계발서가 미국, 개신교, 자본주의라는 세 가지 요소의 결합을 통해 탄생하고 발전했다고 분석한다. 이 세 요소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남의 도움이 아닌 자조(自助, self-help)를 최대의 미덕으로 여기는 자기계발의 메시지다. 자기계발의 메시지는 마치 종교의 그것처럼 ‘믿고 실천하면 당신만은 현실의 난관에 상관없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물론 그 성공은 대개 자본주의에서의 물질적 성공이다.

자기계발 전파자들은 메시지 전파의 대상을 미국의 세일즈맨에서 직장인, 여성, 심지어는 어린이까지 넓혀왔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각각의 대상에게 자기계발 신화는 불안을, 특히 물질적 빈곤에 대한 불안을 조장한다. 그나마 자본주의가 성장하던 시기에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 류의 “윤리적 자기계발”이, 저성장으로 접어든 때에는 「시크릿」 류의 “신비적 자기계발”이 유행한다는 정도의 차이다. 이제 자본주의 체제의 불안은 자기계발 신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개인의 불안으로 전가되었다.